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1920년대 런던,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1920년대 런던,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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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에서 ‘모던 걸’은 자기 시대의 전위로서 모던 걸이라기보다 이제 보통 명사화된 1920년대 메트로폴리스의 신여성 현상에 분석을 한정하고자 한다. 신여성을 하나의 ‘현상’으로 접근하고자 한 것은 그들이 과거분사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 정보, 소문, 담론을 통해 재현되고 재해석을 거치면서 구성된다는 의미에서다.
저자

임옥희

임옥희는경희대학교영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같은대학에서영문학을가르쳤다.버팔로소재뉴욕주립대에서공부하였다.페미니즘문화운동단체인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의대표이자'여/성이론'의필진으로꾸준히활동해온그녀는퀴어이론창시자인주디스버틀러전문가로알려진여성학자이다.여성학뿐아니라문학,철학,심리학,사회학,과학등다양한분야에전방위적지식을갖춘'글쓰는'번역가인그녀의관심사는무정부주의적저항정신과페미니즘의우울을유머로승화시키는작업이라할수있다.지은책으로는'채식주의자뱀파이어','주디스버틀러읽기','페미니즘과정신분석'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여성과광기','블라인드스팟','죽음의해부','파괴의천사','고독의우물','인아메리카','레닌의연인이네사','니체가눈물을흘릴때','티핑포인트','신화와의미'등다수가있다.

목차

서론
익숙하고낯선신여성현상
참정권운동과공적‘공간의침입자’들

1장근대성과젠더
메트로폴리스의퀴어공간들
근대적정동의젠더화
근대적시공간의젠더화
근대적남성히스테리:포탄충격
감각의위계화와시각의젠더정치
근대적복장의정치(1):댄디즘과동성애
근대적복장의정치(2):신여성과크로스드레싱
근대적사피즘과퀴어성

2장폭식하는물신주의자들
페티시와여성적주이상스
폭식증자와에로스경제
보철화된여성들
탕진하는여성들

3장레프트뱅크레즈비언코뮌
동시대의비동시성으로서파리의레즈비언들
내털리바니:폴리아모르사피스트
르네비비앙:레즈비언거식증자
주나반스:레즈비언우울증자
거트루드스타인:교차언어적아방가르드

4장유쾌한사피즘과퀴어멜랑콜리아
주인없는땅
사피즘과‘다른’양성성
젠더이주공간으로서≪올랜도≫
≪고독의우물≫과퀴어멜랑콜리아

5장히스테리페미니스트
근대적증상으로서히스테리여성들
안나O의개인극장
도라의유혹적인열쇠
새로태어난여성
히스테리여성분석가가되다:카렌호나이

6장붉은정의의혁명전사들
붉은혁명전사알렉산드라콜론타이
여성문제의사회적기초
날개달린에로스와붉은사랑
경성의콜론타이허정숙

마무리

출판사 서평

특정한현상으로서진정한원본신여성이있고그들의사본으로서모방하는신여성이별개로있다는의미가아니다.근대시기의신여성담론은‘어떤방식으로든지’당대의남성지배체제에서벗어나고자했던여성들에관한이야기다.그들은남성지배체제에노골적으로혹은은밀하게공모하면서도일탈했고,충성하면서도배신했으며,협력하면서저항했다.이와같은모순적인양가성의층위를동시적으로들여다본다면,가부장제이데올로기를내재화하고그것에공손하게복종한여성들에게서도무의식으로드러나는젠더정치성을찾아낼수있고그역도또한마찬가지가될것이다.유사이래억압받고억눌려산것처럼보이지만사실여성들이남성지배의역사에복종하면서수동적인희생자역할에만족했던적은거의없었다.
담론으로재현된신여성들이보여준노골적이면서도은밀하고무의식적인가면(masquerade)전략에주목한다면,기존의관점과차별화되는분석이가능할수있다.기존의다수선행연구는교육받은여성으로서각성된‘진정한’신여성혹은의식의각성은없으면서도신여성의겉모습만흉내내고가장하는모던걸로여성을위계화해왔다.이글은‘진정한’신여성을미메시스하는‘모단걸’들을그런분류로부터구출하고자한다.신여성안에다양하고다채로운여성‘들’이동시에존재한다면‘진정한’원본신여성을특정하기란어렵다.신여성의실체를고착화하는대신‘신여성현상’이라고지칭한것은재현된담론으로서신여성을의미하고자함이다.

이책에서는1920년대라는특정한시대에런던,파리,베를린,모스크바에서살았던다형도착적인신여성들을대략물신주의자,레즈비언뱀파이어,젠더퀴어멜랑콜리아,히스테리증자,붉은혁명투사등으로범주화했다.탐욕스럽게자원을‘탕진하는’물신주의여성들은근대가가져다준소비공간과공모하면서가부장제에기생하는여성들로치부되지만,그들의‘도착적’욕망은이성애섹슈얼리티와공모하면서도일탈하고자본주의의생산궤도에서탈주하는얼룩이었다.그들의수동적공격성은가부장적자본주의의숙주를변형시키거나치환하려는충동과도맞닿아있었다.레즈비언젠더퀴어멜랑콜리아들은사랑하는사람의상실을애도하면서도그들과결코작별할수없었다.그들은사랑의종교의신봉자로서자부심과사회적비체로서의수치심사이를오가는우울증자들이었다.외관상현모양처이자효성스러운딸이며다정한누이로패싱하는순종적인히스테리여성들은아픈몸으로자기반란을도모했다.히스테리증자의반란은끝내기존가족질서로재포획되고봉합되는것으로비판받지만,다른한편그들은아픈몸이라는가장무도회를연출함으로써가부장제안에서지적권력을확보해냈다.남자형제들과경쟁하면서사회정의를실현하고싶어했던붉은혁명투사들은겉으로보이는모습이전부는아니었다.그들은더많이챙겨간공정하지못한형제들을시샘하고아버지에게매를들도록부추기는배반의정치를통해사회정의와평등을실현하려는충동에사로잡혔다고볼수도있기때문이다.
이런신여성현상들이표출되기까지는메트로폴리스가주는익명성이한몫했다.도시가너희를자유롭게해주리라는환상처럼,메트로폴리스의익명성은다른가능성을도모할수있는잠정적인해방구였다.그로인해성적소수자들의목소리가가시화되기시작했다.전근대적,전통적지역사회에서개인들은자신의퀴어한욕망을표현하는것이거의불가능했다.하지만근대자본주의가부여해준일자리소득과경제적독립은개인들에게다양한성적경향성과성적자율성을어느정도누릴수있도록해주었다.그들은남성적인여성성으로가장무도회를하고,드랙을연기하면서규범적인젠더정체성,이성애정상성에균열을가했다.
그렇다고이들이정치적으로급진적이고올바르기만했던것은아니다.그들은종종보수적이고흔히인종차별적이며가끔파시즘에동조했다.전후의반유대주의분위기속에서유대인이면서도반유대주의에가세하기도했다.성적으로는급진적레즈비언이면서정치적으로는반동적인경우도있었다.성적소수자로서그들이욕망한것은정치적전위에서서투쟁하기보다는이성애자와마찬가지로평범한생애서사를누릴평등한기회였다.이처럼하나의범주로묶을수없는다형도착적인모습으로그들은자기삶을견디고바꾸고사랑했다.

이책의본론은1장「근대성과젠더」에서1920년대대도시의퀴어한현상들의다양성과그의미에대한이론적개괄을시도하는것으로시작된다.저자는대도시를매혹적인위반의공간으로만든상호모순적이고이질적인여성들에대한지리학적탐사에나선다.
2장「폭식하는물신주의자」에서는자본주의의상품시장이활성화되면서출현한‘소비하는여성’을중심으로물신주의의여성적의미를밝힌다.사치의화신인애첩들이보여주듯이소비하는여성들은물신주의적향락에빠짐으로써여성의욕망을감시해온가부장제를이탈하는가하면남성을자신의욕망을실현하기위한수단으로삼아사회의모든권력을장악해온남성들에대한보복을실천했다는것이다.
3장은미국이나영국에서태어났지만공간이주자가되어파리의세느강변에모여살며“레즈비언르네상스”를재현했던내털리바니/르네비비앙,거트루드스타인/앨리스B.토클라스,주나반스/셀마우드의삶과사랑그리고문학에대해이야기한다.
4장은“무인지대의주인없는땅”으로지칭된런던에서남자복장을하고자유를구가하며여자들끼리의사랑을이야기하는여성작가의작품을분석하고있다.저자는버지니아울프의『올랜도』를트랜스섹슈얼,트랜스젠더/섹슈얼리티를포괄하는젠더이주(genderimmigration)서사로,래드클리프홀의『고독의우물』을트랜스젠더나레즈비언으로경계짓기어려운트랜스젠더퀴어의서사로분석함으로써우리의성정체성이결코단일하지않음을일깨우는가하면퀴어멜랑콜리아로살아가는일의외로움을이야기한다.
5장「히스테리페미니스트」는패전후독일사회가충격에휩싸이며기존질서의권위가추락한틈을타베를린이나비엔나에있는정신분석가의진료실을거점으로삼아가부장제를공격했던여성들의이야기이다.저자는생리적,신체적원인을결여한신경마비,경직과마비,발작,간질성경련,틱장애,만성구토,거식증,시각장애,시각적환영등으로표출된여성의히스테리는“남성들이역사의주체가되어정치를논하고,경제를장악하고,예술을지배할때,자신의언어를갖지못한여성들이드러낸무의식적전략”이었다고해석한다.
6장「붉은정의의혁명전사들」은혁명의도시인모스크바와식민지근대도시경성을무대로계급혁명을통해여성해방을실현하고자했던붉은여전사들의생애와글쓰기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저자는붉은여전사들이혁명에가담한것은규범적인여성성을전시함으로써남성의사랑을얻고성역할을충실히수행함으로써보상을받기보다남자형제와동등하게이익,권리,권력을나누어갖기위한것이었다고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