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녀 (매혹적인 두려움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우리시대의 마녀 (매혹적인 두려움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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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지혜로운 여성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그들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변신시켜 놓았을까?
「혐오, 미러링, 마녀 되기」에서 임옥희는 외경의 릴리스, 그리스 비극의 카산드라와 클라이템네스트라, 천문학자 케플러의 어머니 캐서린, 마담 보봐리, 김명순, 21세기 메갈리언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마녀 되기’의 계보에 있는 이들의 궤적을 따라 ‘새로운 여성 탄생’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재생산 위협의 아이콘으로서 마녀」에서 김미연은 현대 의학 담론이 우생학에 기대어 여성에게 ‘생식 도덕’의 규범을 부과하고 규범에 벗어나는 여성을 질병화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김남이는 「그 많은 히스테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프로이트와 그의 스승 샤르코가 자신들의 환자라고 생각했던 히스테리들이 정작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그래서 피해자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매력적인 예술적 귀재들이 아니었을까를 상상한다.
손자희는 「21세기 혼종적 존재로서의 마녀 되기」에서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되기’ 관점을 비롯한 21세기 혼종적 주체의 이론화를 경유하여, 마녀 되기라는 대안적 형상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여성이 여성의 고통을 쓴다는 것’에 관한 고찰: 레슬리 제이미슨의 「여성 고통의 대통일 이론」과 김혜순의 「여성, 시하다」를 중심으로」에서 신나리는 “여성이 고통을 고백하는 일은 여성의 고통을 경멸하고 왜곡해 온 문화 구조에 반박할 수 있게 한다. 고통의 고백은 여성의 상처를 인정하고, 상처를 다루고, 상처를 타자화하는 구조를 찾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나리의 글은 여성의 고통을 여성이 재현하고 여성이 이론화하는 일련의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여성의 재현에서 죽음과 마녀화의 관계: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중심으로」에서 오김숙이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주인공 소영, 일명 ‘박카스 할머니’라 불리는 성노동자 여성이 어떻게 ‘여성 킬러’로서 ‘죽여주는’ 여자로 ‘마녀화’ 되는지에 대한 사회맥락적 분석을 제공한다.
신주진은 「K-드라마 속 마녀의 계보」에서 2000년대 이후 방영된 다섯 편의 드라마 속 매력적인 여성 인물들을 마녀의 계보 속에 위치시키고, 그들이 어떻게 욕망의 과잉으로 사회적 틀을 넘어서는지 보여주고 있다.
김한올은 「모니크 위티그와 폴 B. 프레시아도, 세상을 마녀로 뒤덮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결정하여 가부장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현대판 마녀들의 예로서, 여성을 오로지 성적인 존재로 축소하는 이성애 체제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하는 프랑스 페미니스트 작가 모니크 위티그와 여성성을 포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전략이 될 수 없을지를 질문하는 폴 B. 프레시아도의 작업을 소개한다.
김은하는 「여적여(女適女)를 넘어서는 우정에 관한 탐색 : 은희경, 「빛의 과거」」에서 은희경의 서사가 어떻게 기존의 성녀/마녀 이분법을 와해시키는지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마녀의 ‘지식/교활함’이 가부장질서체계를 위반할 지팡이 역할의 가능성을 갖는지, 또한 남성만의 우정을 대신할 여성의 연대를 상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을 내놓는다.
저자

임옥희,김미연,김남이,손자희,신나리,오김숙이,신주진,김한올,김은하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연구원들과함께공부하고있다.저서로『페미-스토리노믹스』(여이연,2021),『메트로폴리스의불온한신여성들』(여이연,2020),「실격의페다고지」(공저,여이연,2022)등이있다.

목차

서문

1.혐오,미러링,마녀되기
임옥희

2.(재)생산위협의아이콘으로서마녀
김미연

3.그많던히스테리들은모두어디로갔을까?
김남이

4.21세기혼종적존재로서의마녀되기
손자희

5.‘여성이여성의고통을쓴다는것’에관한고찰:레슬리제이미슨의‘여성고통의대통일이론」과
김혜순의「여성,시하다」를중심으로
신나리

6.여성의재현에서죽음과마녀화의관계:영화〈죽여주는여자〉를중심으로
오김숙이

7.K-드라마속마녀의계보
신주진

8.모니크위티그와폴B.프레시아도,세상을마녀로뒤덮기
김한올
9.여적여(女適女)를넘어서는우정에관한탐색:은희경「빛의과거」
김은하

출판사 서평

왜지혜로운여성에대해존경을표하는것이아니라되레그들을공포와혐오의대상으로변신시켜놓았을까?정신분석의관점에서보면,본래공격적인본능을지닌인간주체는내부의결속을다지기위해서‘이질적인내부’를외부로투사하고그투사된외부를공격함으로써쾌락을얻는경향성을지닌다.그래서인간의에로스는늘배제와혐오를수반하게된다는것이다.서구역사를일별해보면정신분석의관점이어느정도유용해보인다.왜냐하면,전통적으로기득권세력은종교적이든정치적이든내부의이질적인타자들,유대인,나병환자,창녀,빈민등을경계밖으로밀어내고격리하고박해함으로써내부적결속을공고히해왔기때문이다.
심지어,14세기부터17세기까지횡행한마녀박해에대한여러기록에따르면,소위‘마녀감별사’라는재판관들이“저여자야.저여자의눈을보라.저여자가마녀다”라고단정해서말하면설사그주장의합리적인근거가없더라도누구도반박하지못했다고한다.사람들이마녀감별사의권위에도전하는것이어렵기도했지만,그들에겐불가해한재난,역병,위기를설명할무언가,즉이질적인타자가필요했기때문이다.
이책을기획하던무렵여기모인저자들은현재한국의온·오프라인에서벌어지는(이른바)‘마녀사냥’을바라보며,그옛날역사적사건으로서실재했던‘마녀박해’와자연스럽게비교해보게되었다.특히실비아페데리치(SilviaFederici)의「캘리번과마녀」그리고「혁명의영점」은마르크스의자본주의분석과푸코의신체이론논의에서전혀주목받지못한여성의재생산노동을이해하도록했고,자본주의로의이행속에서여성사를다시바라볼수있도록해주었다.그것은여성의관점에서마녀박해를해석하는새로운시도로보였다.
예를들면,16-17세기까지2세기넘는기간동안,즉봉건제로부터자본주의로이행하는시기에,유럽국가들에서수십만명의여성들이재판을받고고문을당하며산채로화형당하거나교수형에처해졌다.이시기에마법이라는죄명으로처형당한이들의80퍼센트이상이여성이었는데,이여성들이박해를받은죄명중으뜸이영아살해였다는점에주목하지않을수없다.페데리치는당시높은영아사망률의원인은빈곤이나영양실조증가에있었음을지적하고있다.또한,대규모기아를유발한빵값인상에반대하는봉기가유럽곳곳에서일어난데다이런봉기에서행동을촉발하고선도했던이는다름아닌가난한농민여성이었다는점역시페데리치는지적하고있다.이런역사적사실을바탕으로페데리치는당시판사들을포함한지배계급의‘가난한농민여성’에대한공포감이대규모마녀사냥과처형이라는결과를낳았다고주장한다.특히여기서흥미로운점은페데리치가제시한한가지가정이다.그것은인구가감소하는현상에집착한정치계급이마녀사냥을촉발했고,‘인구의규모가국부를좌우한다는확신’이이를부채질했다는가정이다.다시말해흔히동화속에서아이를잡아먹는마녀의모습은가난한농민여성에대한남성지배계급의공포가투사된,왜곡된이미지인셈이다.
마녀에속한이들에는출산이나피임을담당했던산파뿐만아니라모성을거부한여성도포함되었고,결혼과출산의구속밖에서자신의섹슈얼리티를행사한여성도포함되었다.말대답하거나,논쟁하거나,욕을하거나,반항적인여성들도모두마녀에속했다.순종적이지않은여성,넓게보면‘여성일반’이마녀인셈이다.마녀박해는뿌리깊은여성혐오의대표작이랄수있다는생각에,여성의관점에서우리시대의마녀를다시읽어보고자하는것이이책의저자들이모인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