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꽃의 미학과 미덕 그리고 미궁
-김복희의 꽃시
민용태(스페인왕립한림원 위원. 고려대 명예교수)
좋은 시를 쓰려면 절대 쓰지 말라는 소재나 말, 제목이 있다. 꽃. 사랑, 그리움… 동서의 시인들이 너무 많이 써서 너의 개성적 목소리를 담기 어렵다는 충고이다. 꽃말마다 연상이나 여운이 너무 많고 강해서 한 시인이 자기 목소리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노파심에 나온 소리들. 그러나 “그 놈이 그 놈이다” 해도 기어이 ‘그 놈’을 차고 나서는 딸이 있듯이, 오늘 꼭 꽃 시집을 가겠다고 나선 여인이 김복희 시인이다.
그러나 막상 시집에 들어가니 신선하다. 평범 중 비범? 다 아는 꽃들이고 꽃말까지 주석으로 단 시가 신선하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상하리만큼 참신하다. 예를 들어 김 시인이 습관처럼 쓰고 다니는 ‘꽃모자’만 봐도 놀랍다.
꽃모자를 쓰면
이마에 패인 주름을 살짝 덮어주고
나이도 열 살 접어주고
푸른 하늘 날개 돋친 내 발밑에
꿈길을 펼칩니다.
주름이 이마에 패인 것도 참 짜증스럽다. 그런데 그 짜증스러움을 “살짝 덮어주다니” 이 아니 고마울 수가! 그런데 거기에 덤으로 “나이도 열 살 접어” 준단다. 이거야 말로 사기다! 어떻게 스무 살은 아니고 열 살? 그러나 겸손으로 여자답게 약간 줄인 거.
그러나 정말 잘 쓴 구절은 발에 날개가 돋쳤다는 시 표현이다. 이런 일상적 표현을 이미지로 사용하면 재미가 두 배이다. 거기에다 “푸른 하늘 날개 돋친 내 발밑”은 높낮이 대조가 뛰어난 절구다. 어떻게 ‘푸른 하늘’ 하고 ‘발’이 날개를 달고 동격이 되나? 그 ’꽃모자’ 한 번 기적이다!
-김복희의 꽃시
민용태(스페인왕립한림원 위원. 고려대 명예교수)
좋은 시를 쓰려면 절대 쓰지 말라는 소재나 말, 제목이 있다. 꽃. 사랑, 그리움… 동서의 시인들이 너무 많이 써서 너의 개성적 목소리를 담기 어렵다는 충고이다. 꽃말마다 연상이나 여운이 너무 많고 강해서 한 시인이 자기 목소리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노파심에 나온 소리들. 그러나 “그 놈이 그 놈이다” 해도 기어이 ‘그 놈’을 차고 나서는 딸이 있듯이, 오늘 꼭 꽃 시집을 가겠다고 나선 여인이 김복희 시인이다.
그러나 막상 시집에 들어가니 신선하다. 평범 중 비범? 다 아는 꽃들이고 꽃말까지 주석으로 단 시가 신선하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상하리만큼 참신하다. 예를 들어 김 시인이 습관처럼 쓰고 다니는 ‘꽃모자’만 봐도 놀랍다.
꽃모자를 쓰면
이마에 패인 주름을 살짝 덮어주고
나이도 열 살 접어주고
푸른 하늘 날개 돋친 내 발밑에
꿈길을 펼칩니다.
주름이 이마에 패인 것도 참 짜증스럽다. 그런데 그 짜증스러움을 “살짝 덮어주다니” 이 아니 고마울 수가! 그런데 거기에 덤으로 “나이도 열 살 접어” 준단다. 이거야 말로 사기다! 어떻게 스무 살은 아니고 열 살? 그러나 겸손으로 여자답게 약간 줄인 거.
그러나 정말 잘 쓴 구절은 발에 날개가 돋쳤다는 시 표현이다. 이런 일상적 표현을 이미지로 사용하면 재미가 두 배이다. 거기에다 “푸른 하늘 날개 돋친 내 발밑”은 높낮이 대조가 뛰어난 절구다. 어떻게 ‘푸른 하늘’ 하고 ‘발’이 날개를 달고 동격이 되나? 그 ’꽃모자’ 한 번 기적이다!
꽃잔치, 오늘 우리 행복하자 (김복희 시집)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