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보이는것을재현하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것을보여준다.
-파울클레
골치아픈현대미술,꼭봐야할까?
다양한주제와형식으로만들어지는현대미술을보면,일단당혹스럽다.어떻게이해하고,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지난해하고골치아프다.이렇게까지해서우리가현대미술을감상해야하는것일까?
이러한의문은독일의유명한미술가인요제프보이스의전시를봤던1960~1970년대의미술관객들도똑같이품었던것같다.당시보이스전시회의방명록에는“미술은이런게아니야.유치원아이들도이보다는잘그리거든.애들그림에서는뭔가알아볼수라도있지”,“내미술개념을바꿔야하나.여기있는것은쓰레기같은데.하여튼꼼꼼히뜯어보지않을수없다”,“내가생각하기에이건보이스의창의성이아니라,정신병이표현된것이다”같은글들이남겨져있었다.
그렇다면정말로왜우리는현대미술을이해해야하는것일까?
이책『현대미술,보이지않는것을보여주다』는이세계가시각적이미지들로가득차있다는것으로시작한다.마치만화경처럼수많은이미지들이우리의눈을현혹시키고있다.현대미술은그시각이미지들중에서특히미술가가미술언어를빌려자신의체험세계를표현하고관람자들과공유하려는노력의산물이라고할수있다.따라서우리가한사람을온전히이해하기위해서는많은노력이필요하듯이,미술가를대표하는미술작품에다가가고그것을이해하기위해서는그에못지않은노력이필요하다는것이다.
이책을가득채우고있는미술가,감상자,비평가들의인용문들은현대미술작품을이해해보고자하는시도의일부이다.작품을직접만들었던작가가미술의의미에대해,작품의의도에대해설명하는것을듣는것만큼확실한접근방법은없을것이다.한편으로는새로운미술표현에익숙하지않은당시의관람객들이어떻게그작품을받아들이고반응했는지를본다면,그작품이어떤사회적맥락에서이루어졌는지그리고미술가가의도한혁신이무엇인지파악해볼수있다.마지막으로미술전문가들의비평문은미술가의의도와관객의반응을모두아우르면서미술사적흐름에서이작품이어디쯤위치하고있는지,그리고미학적·철학적배경들을설명해줌으로써작품의이해를돕는다.물론비평가들의작품에대한판단이모두옳은것은아니다.1992년도에제프쿤스의작품을싸구려에선정적인작품이라고비판했던비평가가2010년이된지금도여전히같은생각을가지고있을지궁금한일이다.
현대미술의계보를파악해보자!
1900년대인상주의가전통적묘사방식에큰변화를가져오면서,미술의표현기법,재료등이크게확장될수있었다.이에따라현대미술은새로운도전을시도하는미술가들과미술가집단에의해수많은유파들이생겨나게되었다.
현대미술을좀더깊이있게들여다보고자하는사람들은일단이지점에서당황하게된다.얽히고설킨미술유파들속을헤매다보면전체적인맥락을벗어나게되고,현대미술은어렵다는처음의결론으로되돌아가기마련이다.그러나이책에나와있는현대미술사일람표를참고하면,현대미술사전체를일목요연하게파악할수있다.전통적미술의끄트머리에있는사실주의에서시작해,고전적모더니즘을연인상주의와신인상주의부터인터넷미술/인터랙티브미술까지연도별중요한미술유파와대표작가를한눈에조망할수있게해주며,실제로현대미술에서많이사용하는표현기법들과개념들을정리해놓았다.
특히모더니즘미술은그영역범위를파악하기가어려운경우가많았다.많은미술유파들이중첩되며발전했고,서로영향을주고받았기때문에칼로무자르듯명확하지않았기때문이다.그러나이책은고전적모더니즘,후기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그리고2차모더니즘으로세분화함으로써,혼란스러운모더니즘미술을이해하기쉽도록정리하고있다.
또한새로운미술기법이나,미술제작방식의변화등을실례를통해보여줌으로써이해를돕고있다.피카소의유명한작품'게르니카'가어떻게제작되었는지살펴보기위해추상화를시키기까지의과정을볼수있는여러장을스케치를보여주고있으며,작가의작업을지켜봤던사람의회고를인용해놓았다.이러한접근방식은'게르니카'의작품과이작품의주제가되었던1936년의스페인내전에대한배경이해에서벗어나,실제창작과정에서작가가무엇을어떻게표현하고자고민했는지좀더입체적으로살펴볼수있다.
현대미술은시대의산물
현대미술작품이라고해서갑자기작가의머릿속에서뚝떨어져나온것은아니다.인상주의,고전적모더니즘,후기모더니즘과포스트모더니즘,그리고2차모더니즘은모두각각의시대상황을미술가의눈으로표현하고있다.이들은전쟁이나소외,소비사회등현대인의공통경험을예술가의눈으로포착하여이주제를더잘표현하기위한방법을탐색해왔다.다양한시도와실험을통해표현하고자하는주제에좀더적합한매체와재료,표현기법을찾아가면서개념미술,대지미술,행위미술등의다양한미술형식이나올수있게되었던것이다.또한새로운기술발전을적극적으로이용하면서인터넷미술이나인터렉티브미술도나올수있게되었다.이책은이러한미술사조와시대와의관계를보여주면서개별작품들을통해미술가가작품을통해말하고자했던진실을이해하고자한다.
동독의미술과미술의정치성
한가지덧붙이면,이책은현대미술사의흐름에서벗어나있는나치미술과동독미술을다루고있다.정부가원하는작품을생산했던당시의작가들과그작품들을외면하지않고직시하면서,이러한작품들이파괴되지않고남아있어야하는이유를설명하고있다.실제로1936년세워진시대착오적전쟁기념상을철거하지않고,그옆에'전쟁과파시즘에맞서는함부르크의경고'기념상을세움으로써전쟁기념상까지도그작품의한부분으로서받아들이고있다.
또한주류미술계의흐름에반발해자신만의목소리를냈던동독의미술가들에대한페이지도할애하고있어,정치적제약에굴하지않고다시금세계미술사의흐름에동참하고자했던동독미술계의흐름을보여준다.이러한동독의미술상황은일본식민지를거쳐유일한분단국가인우리나라에도여러시사점을던져준다.일본식민지잔재로받아들여져철거되는여러근대건축물,군사정권시절의조각상,그리고통일이된후보게될북한미술등우리가함께고민해야할문제들이다.
독일의대표적미술교과서
이책의출판사클레트(Klett)출판사는독일에서교과서를출판하는유명한출판사이다.『현대미술,보이지않는것을보여주다』역시클레트에서출간한미술교과서시리즈중하나로서,복잡해보이는현대미술을학생들에게어떻게이해시킬지에대한고민으로만들어졌다.현대미술을어렵게느끼는것은유럽역시마찬가지이며,단순히유파와작가이름을외우기보다는어떠한맥락에서이작품들이탄생했는지구슬을꿰듯차근차근짚어가는것이이책의장점이다.특히학생들에게더깊이있는사고를유도하기위해다양한질문을던지고있다.이러한질문들은단답형대답을기대하는것이아니기때문에쉽게대답할수있는것도아니며,스스로작품을만들어봐야하는경우도있다.하지만읽고답을하는과정에서낯설고어렵기만했던현대미술이점점친근해지는것을느낄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