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저자

미야베 미유키

1960년 일본 도쿄, 후카가와에서 태어났다. 스물세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 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수학했다. 1987년에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은 단편《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했다. 그 후《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용은 잠들다》(1991)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나오키상,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 출판대상 특별상,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군림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대 소설과 대하드라마를 좋아했던 아버지 덕에 많은 작품을 접하고, 시대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에도에 사는 사람들의 인정을 그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1)를 시작으로, 초능력자가 등장하거나 괴담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품들, 또는 하급 관리 주인공이 괴이한 사건을 수사하는 시대 미스터리를 썼다.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후카가와를 배경으로 한 작품과 더불어 봉건 사회를 사는 서민의 고통에 주목한 사회파 시대 미스터리《외딴집》(200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미스터리와 접목한 작품을 속속 발표해 기존 시대 소설 독자뿐 아니라 시대 소설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까지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벚꽃 다시 벚꽃》, 《세상의 봄》, 《안주》, 《낙원》, 《희망장》 등이 있고,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 사냥》, 《모방범》, 《이유》, 《고구레 사진관》, 《솔로몬의 위증》 등 다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 현재 하드보일드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미스터리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이렇게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목차

납치
사라지는 사람들
오하쓰와 데쓰
무가의 따님
대결

역자 후기

출판사 서평

내면에 어두운 부분을 안고 있는 인간의 죄와 그에 대한 처벌 등 등장인물들의 심층심리를 파고드는 필치, ‘몰라서 좋은 일’까지 보고 마는 자신을 종종 슬퍼하고 마는 오하쓰의 심리묘사. 물론 체포록의 특색인 에도 정취의 묘사와, 에도 거리와 행사, 먹을 것에 대한 가이드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다.
벚꽃에 이끌려 가듯, 오하쓰는 괴이한 사건의 깊은 곳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그렇게 오하쓰는 오라버니 로쿠조, 우쿄노스케, 부교, 그리고 데쓰와 도사 등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천구에 대항한다. 벚꽃의 요사스러운 아름다움과 사건의 기괴함이 잘 매치된 배경 설정의 훌륭함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토해냈을 정도다.
그뿐인가. 인간의 선의와 악의, 부처와 마물. 이런 상대 관계에 있는 것을 인간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의 깊은 곳에서 찾아내는 작자의 예리한 시선을 작품 안에서 듬뿍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은 ‘사람의 마음이란 것에는 온갖 색이 섞이게 마련이니까’라는 로쿠조의 대사, ‘귀신보다 원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사람’, ‘불리한 일, 보고 싶지 않은 일, 듣고 싶지 않은 일을 기이한 이야기 속에 묻어 버린다. 그러고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향해 거짓말로 버티지. 인간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같은 구라타 몬도의 대사 안에도 잘 나타나 있다.
- 기요하라 야스마사 (문예평론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비한 힘을 지닌 당찬 소녀 오하쓰,
말라비틀어진 오이 같지만 현명하고 착실한 청년 우쿄노스케,
그리고 엉큼하지만 귀엽고 용감한 꼬마 고양이 데쓰.
두 사람과 한 마리의 환상적인 트라이앵글!


좋아하는 남자와의 혼인을 눈앞에 둔 처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처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 관리들은 아버지가 딸을 죽인 사건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처녀의 아버지는 횡설수설하며, 피처럼 붉은 아침노을과 집을 뒤흔들 정도로 세찬 돌풍에게 딸이 ‘가미카쿠시(다른 차원, 사후 세계 등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일)’를 당했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자살해 버린다.
그 직후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첫 번째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뻘건 아침노을과 집 안을 뒤흔든 거센 돌풍에 이어 소녀가 실종된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까지 날아온다.
신비한 힘을 지닌 소녀 오하쓰는 오라버니 로쿠조와 함께 돈궤를 들고 정해진 장소에 나가 협박장을 보낸 남자를 포박하지만, 놀랍게도 그곳에 관음보살을 쏙 빼닮은 아름다운 요물이 나타난다. 돌풍을 부려 남자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는 사라진 잡귀 바람.
실마리가 사라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오하쓰의 앞에 신비한 조력자가 나타난다. 다름 아닌 귀엽고 엉큼한 꼬마 고양이 데쓰. 데쓰는 오하쓰에게 ‘천구’-그 잡귀 바람이 처녀들을 납치해 갔으며, 천구는 고양이들의 숙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침내 오하쓰는 데쓰와 우쿄노스케의 도움을 받아 천구에게서 처녀들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나는 아름다워……. 그리고 더, 더 많이 아름다워질 수 있어.
더욱더 아름다워지고 싶어. 누구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어떤 여자한테도 지고 싶지 않아.”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은 물론이거니와 타인의 외모에도 큰 관심을 둔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외모는 때로는 놀라우리만큼 효과적인 무기가 되고, 때로는 잔인하리만큼 그악스러운 비난의 대상이 된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는 이미 평가의 대상이자 가치를 따지는 상품이 되어 버렸다. 여성의 얼굴이나 몸매에 대한 수많은 유행어를 만드는가 하면 아름다운 외모를 ‘착하다’라고 표현하는 등, 여성의 외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은 놀라울 정도로 비틀려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겉모습에 집착하고 외모를 따져가며 살기 시작했을까.

― ‘여자는 외모가 전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처녀.
이 대목을 읽으며 움찔했습니다. 요즘처럼 몸뚱이 무게와 부위별 치수에 그악스럽게 집착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요? 이웃 나라의 낯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 소설이지만 참으로 통절한 이야기다 싶습니다.
- 역자 후기 중

『미인』에는 처녀들을 납치해 가는 괴이한 잡귀 바람이 등장한다.
자신을 사칭하려 드는 남자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 젊은 처녀들을 어디론가 데려가 버리며, 젊은 남자들을 홀리고 죽여 버리는 요물-‘천구’는 여인의 망집과 관계 깊은 잡귀다. 어여쁜 살가죽만을 추구하는 여자들의 어리석음과 겉모습만 따지려 드는 남자들의 욕심은 과연 어떤 요괴를 불러낸 것일까.

내용에 걸맞게, 『미인』은 미야베 미유키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도 색채의 이미지가 강렬하고 선명하다. 새빨간 아침노을, 황금빛 관음상, 오색찬란한 천녀의 옷자락, 흐드러진 연분홍빛 벚꽃, 화려한 모란 무늬 기모노…….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하나하나 모두 아름다운 것들이지만, 『미인』 안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요물을 상징하는 불길한 빛깔이다. 아침노을은 핏빛처럼 섬뜩하고, 벚꽃의 연분홍빛은 요사스럽게 사람을 홀린다. 관음상의 황금색은 오히려 비천하고, 천녀의 옷자락은 꿈틀거리며 사람들을 위협한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들을 불길함을 나타내는 소재로 그려낸 것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으로 비치는 외견에 있는 것이 아니며, 아름다움과 추함은 대극이 아니라 서로 이웃일 수도 있다는 진실 말이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분위기와 더불어, 『미인』에서는 독특한 조력자가 등장한다. 바로 날쌔고 유연한 고양이들. 엉큼하지만 용감한 줄무늬 고양이 데쓰, 귀엽고 앙증맞은 얼룩 고양이 방울이, 지혜롭고 신비로운 회색 고양이 도사. 이 세 마리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를 도와 천구의 정체를 파헤치고 납치된 처녀들을 구해내는 데 큰 역할을 맡는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어두워질 수 있는 작품에 온종일 활기와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그야말로 최고의 조연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매력적인 세 마리의 활약을 놓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