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8.50
Description
장기려 박사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다!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우는 장기려 박사의 삶이 소개됐다. 우리네 슬픈 현대사의 한 가운데를 살아오는 동안 피난민으로서, 가족을 북에 두고 온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하나님을 믿는 의사로서 겪어야 했던 숱한 이야기들이 안타까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1년 여에 걸친 취재와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과 시대 배경을 꼼꼼히 다루는 것은 물론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이야기도 담겨 있다. 실제로 장기려 박사와 친분이 있던 채규철, 손동길, 강영미, 박영훈, 정기상 선생 등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보다 현장감 있게 풀어냈다.
저자

김은식

저자김은식은충북음성에서태어나대학에서정치학과사회학을공부했다.월간〈우리교육〉에발로뛰며취재해쓴‘예인산책(藝人散策)’을연재하는등여러잡지에글을써왔다.‘초암논술아카데미’,‘풀?로엮은집’,‘한겨레문화센터’에서논술을강의하고있다.2003년〈오마이뉴스〉에연재한글을모아《맛있는추억》을펴냈다.

목차

목차
출간에부치는글
머리글
1.피난길
2.부산역
3.제3육군병원
4.빨갱이로몰려
5.지하취조실에서
6.전영창과만남
7.복음병원
8.전종휘
9.'공산당식'월급제도
10.감사함
11.휴전
12.갈림길
13.새병원
14.직원들몰래도망가시오
15.부산의대
16.태풍사라호
17.태풍피해자들
18.행려병자들과함께
19.다시밤기차를타고
20.함석헌
21.간호학교
22.청십자의료보험조합
23.아름다운희생
24.청십자병원
25.막사이사이상
26.동베를린
27.아내의사진
28.특권을거부하고
29.희망,그리고절망
30.낙조
31.종들의모임
32.내흉상을만드는자,지옥에떨어지리라
33.바다에뿌려다오
34.맺으며
연표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새로선보이는‘봄나무사람책’시리즈의첫책
《장기려,우리곁에살다간성자》는1년여에걸친취재와자료수집을거쳐초등고학년에서중학생까지볼수있게만든봄나무사람책시리즈?의첫번째책이다.구태의연한위인전이나얄팍한어린이용인물이야기에서벗어나사람냄새물씬나는,위인이아닌사람책을만들어보자는뜻으로시작하였다.나아가역사적인사실과시대배경을꼼꼼히다루는것은물론,취재과정에서새로알게된생생한이야기들을책속으로끌어들여서사구조의완성도를높이고자했다.
실...
새로선보이는‘봄나무사람책’시리즈의첫책
《장기려,우리곁에살다간성자》는1년여에걸친취재와자료수집을거쳐초등고학년에서중학생까지볼수있게만든봄나무사람책시리즈의첫번째책이다.구태의연한위인전이나얄팍한어린이용인물이야기에서벗어나사람냄새물씬나는,위인이아닌사람책을만들어보자는뜻으로시작하였다.나아가역사적인사실과시대배경을꼼꼼히다루는것은물론,취재과정에서새로알게된생생한이야기들을책속으로끌어들여서사구조의완성도를높이고자했다.
실제로이책의지은이는장기려박사의숨결이남아있는곳이라면어디든다녔고,사람을만났다.그과정에서만난채규철,손동길,강명미,박영훈,정기상선생등장기려박사와더불어신화같은이야기를만들었던분들의증언들은이책을보다현장감있게읽히도록돕고있다.
이제우리어린이,청소년들도역사를보는눈,사회를읽는눈을가져야한다.그러려면동시대를살아온이들의치열한삶에서배우는것만큼좋은것이어디있을까.봄나무사람책시리즈는우리근?현대사를몸으로겪으며아름다운뜻을품은사람들,그들의일그들의삶,그리고꿈의족적을더듬어책으로펴낼예정이다.
*출간에부치는글
장기려박사님……,그분생각이날때마다이미타버린눈물샘때문에
흐르지도못하는눈물을속으로만삼킵니다.
-채규철(전두밀리자연학교교장)
1968년10월30일,하루아침에내운명이바뀐그날은하늘이맑았고바람이솔솔부는좋은날씨였습니다.덴마크유학에서돌아와농촌운동을하던나는,그날양계장견학을마치고회의에참석하러가고있었습니다.시간이조금늦는바람에지름길로달리게되었는데,그길은너무험해서지나가는차도사람도거의없이한적했습니다.
그런데어느순간,우리가탄미니버스가앞머리부터기울기시작하더니약10여미터아래언덕으로구르기시작했습니다.미처정신을차릴새도없이차는순식간에뒤집혀버렸습니다.그때차안에는유아원바닥을칠할때쓸시너두통이실려있었습니다.
결국우리는그것을온몸에뒤집어쓰고말았습니다.그리고얼마뒤시너는여기저기서튀어오른불꽃에닿아펑,하고폭발했습니다.그와동시에우리들몸은시뻘건불길에휩싸였습니다.
나는정신을놓지않았습니다.그리고창문을힘껏발로차고깨진창틈으로나와동료들을끌어내기시작했습니다.그러나온몸에붙은불은아무리털어도꺼지지않았습니다.마침아래쪽논에서일하던농부들이뛰어와입고있던옷을벗어불을꺼주었지만,내몸은이미한참이나타버린뒤였습니다.도저히살수있을것같지않았습니다.
덴마크에서돌아와시작한일이몇가지있었습니다.그가운데두가지가내겐아주중요했는데,부산복음병원원장으로계시던장기려박사님과시작한‘청십자운동’과‘부산모임’이었습니다.나는이두가지일에대해장박사님께유언이라도하고죽어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
엉망이된몸을이끌고지나가는차를향해손을흔들었습니다.하지만아무도세워주지않았습니다.기사들은나를보면도망가느라정신이없었습니다.
“사람이죽어가는데……,덴마크에서는이러지않아!”
아무리고함을쳐도나를태우려고서는차는없었습니다.트럭도자가용도모두그냥지나갔습니다.
그때이상하게오른쪽눈앞이숯불처럼빨갛게되더니사르르꺼져버렸습니다.아마도깨진자동차유리창파편이오른쪽눈동자속으로뚫고들어간모양이었습니다.나는그때한쪽눈을잃었습니다.그렇게약30분쯤지나서야동네파출소에서달려온순경이지나던택시한대를강제로잡아주었습니다.나는장기려박사님이름을애타게불렀습니다.
복음병원에도착했을때,장박사님은회의때문에시내에나가고계시지않았습니다.나는수술대에누운채가능한한빨리장박사님을불러달라고애원했습니다.빨리박사님을만나서그동안애써벌여놓은의료조합일에대해유언을해야한다는생각뿐이었습니다.그리고얼마나지났을까,장박사님이뛰어오셨습니다.
“채선생,이게어떻게된거요?”
“박사님,제가몇시간을더살지모릅니다.청십자운동이랑부산모임만큼은꼭잘되도록이끌어주십시오,제발…….”
유언처럼말을마치자장박사님은온몸을소독하고이곳저곳살피기시작했습니다.그야말로혼신의힘을다한,여섯시간이넘는응급처치였습니다.당장은수술을받는것도위험했습니다.의사들은하나같이살가망이없다고말했지만,그래도나는사는데까지살아야겠다는생각으로버텼습니다.
물이건우유건,주는대로젖먹던힘을다해마셨습니다.그사이장기려박사님은부산에서제일큰침례병원의외과과장으로있던테보라는미국인의사를데려와나를보였습니다.
“우리병원에는화상을치료할약이없습니다.전문의사도없고,시설도부족합니다.시설이좋은그쪽병원에입원시키면살릴수있지않겠습니까?”
테보박사의입에서나온첫마디는,
“Hopeless!(가망없습니다)”
였습니다.
“그래도혹시목숨만이라도살릴수없을까요?”
“팔다리를모두자르면목숨만은살릴수있을지모르겠습니다.장담하기는어렵습니다만……”
두사람은영어로이야기하고있었습니다.내가영어를모르는줄아는모양이지만,나는그이야기를다알아듣고있었습니다.고통은참기힘들지경이었습니다.나는차라리죽는게낫다고생각했습니다.
“안됩니다.”
장박사님이단호하게말했습니다.
“생명은하나님손에달린것입니다.제가할수있는데까지최선을다해보겠습니다.”
나는지금도그때를생각하면온몸이떨려옵니다.장박사님과테보박사는마음의자세가달랐습니다.한의사의마음가짐과생각에따라환자의운명이극과극으로달라질수있다는것을새삼느꼈습니다.
그순간,장기려박사님의결단덕에나는살아날수있었습니다.그리고청십자운동에좀더힘을보탤수있었고,지금까지도살아서주어진사명을감당해나가고있습니다.비록‘이티(이미타버린몸)할아버지’라고불리는불편한몸이지만,글을쓰고강연을하고아이들을가르치는데는전혀부족함이없습니다.
나는함석헌선생님이만들어준정신과장기려박사님이만들어준몸으로된사람입니다.그래서돌아가신지10년이넘었지만,아직그분을잊을수없습니다.그리고그분생각이날때마다이미타버린눈물샘때문에흐르지도못하는눈물을속으로만삼킵니다.
그분이야기가책으로만들어져나온다고하니감회가새롭습니다.전쟁영웅이나정치가들보다먼저기억되었으면싶은아름다운의사한분이우리곁에있었다는것을우리청소년들도알수있게되었기에말입니다.
그분무덤에세운비석뒷면에는내가쓴비문이새겨져있습니다.그글귀를다시한번마음에새기며맺고자합니다.
모든것을가난한이웃에게베풀고,자기를위해서는아무것도남겨놓지않은
선량한부산시민,의사,크리스천.이곳모란공원에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