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산다 (양장본 Hardcover)

거북이와 산다 (양장본 Hardcover)

$10.29
Description
감정의 절제와 지적인 기법으로 삶을 담아낸 작품
『거북이와 산다』는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오문강 시인의 작품집이다. 외지에서의 자신의 삶을 시로 형상화하여, 한 인간이 지구의 어디에서든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고통과 기쁨의 의지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감정의 절제를 통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확히 자기 삶을 구체화하여 제시한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불쌍한 나의 시

내 몸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늘어 가는데
내 안에 살고 있는 시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의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씩
나는 무거워진다

내가 제일 부끄러울 때는 누가 나를
시인이라고 소개할 때

나는 중학교 다닐 때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다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눈썹 위까지
수북하게 내려와서
선생님 별명이 사자머리였지만
그것도 좋았다

구수한 말씨와 인정이 넘쳐나는
눈가의 맑은 웃음
편안하고 멋지고 참으로 좋아서
나도 이 다음에 크면 선생님 같은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인이란 이름표를 달고도
선생님 같은 냄새가 나질 않아
누가 시인이라고 소개를 하면
눈을 감는다

나의 불쌍한 시, 내 속에 살고 있는 시야!
가슴에 꽃씨나 뿌려다오
사람 향기 나는 ?씨
가벼워져도 좋다
저자

오문강

1941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남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졸업
1970년 미국 이민
1986년 『현대문학』지 시 추천으로 등단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으로 『까치와 모국어』

목차

제 1 부
앉아서 보다 / 딴딴한 열매 / 오리 방정식 / 여덟 시간의 행복 / 혼자 살 수 있을까 / 죠수아 나무 1 / 죠수아 나무 2 / 죠수아 나무 3 / 데스밸리와 석 선생 / 새들의 교향악 / 생선 가게 시인 1 / 생선 가게 시인 2 / 불쌍한 사람들 / 어느 날 앨렌이 말했다 / 문자 메시지 / 양귀비 / 십 분 동안 / 빈 술병

제 2 부
착한 풍경 / 바다로 떠나간 시인 / 거북이와 산다 / 거북이 일기 1 / 거북이 일기 2 / 거북이 일기 3 / 거북이 일기 4 / 거북이 일기 5 / 거북이 일기 6 / 거북이 일기 7 / 포기도 사랑이다 / 풍경 하나 / 칠면조는 시(詩)다 / 쪽쪽새 / 자명종 시계 / 불쌍한 나의 시 / 어느 날 꿈속에서 / 겨울 비

제 3 부
그럴 수도 있을까 /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 여름 바다 / 해바라기 / 여름 하늘 / 손거울 / 아주 작은 책 / 미당 선생님 1 / 미당 선생님 2 / 미당 선생님 3 / 선생님 꽃 속에 드시다 / 박목월 선생님 / 석탄 눈썹 / 공해 한 장 / 그냥 산다 / 몸살 / 아버지 / 사람 냄새

출판사 서평

작지만 진정한 놀라움이었다. 고운 언어 나열이나 고국에 대한 무작정한 그리움이 아닌 외지에서의 자신의 삶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오문강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에 대한 지극한 사랑만으로는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진정한 문학이냐 아니냐는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기록이냐 아니냐로 우선 시작된다. ‘거북이 일기’ 연작 ‘앉아서 보다’ ‘생선가게 시인 1, 2’ ‘착한 풍경’ 등등 이 시집의 여러 작품들은 한 인간이 지구의 그 어디에서든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구체적인 고통과 기쁨을 시로 만들려는 의지를 넉넉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삶의 진솔한 기록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관찰이 앞서야 하고, 상상력의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집에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형상화시키려는 의지와, 섬세한 관찰과, 상상력의 비상(飛翔)을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냥 미국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 미국에서 인간답게 살려는 한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그 자체가 아니라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작품들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조그만 보물 하나를 찾아냈다는 기쁨이 앞선다.
― 황동규 시인

오문강 시인은 현지의 삶을 작품들 속에서 진지하게 형상화한다. 더욱이 나에게 놀라운 일은 그가 현지의 척박한 삶을 노래하면서도 김소월류의 정한이나 모국에 대한 그리움에만 함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디아스포라 작품들이 낯선 나라 삶의 정한이나 친지와 이웃에 대한 그리움을 관습적으로 보여주는 데 반해 오 시인은 이 같은 시적 관습을 매우 잘 극복하고 있다. 문학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 삶을 구체화해서 제시한다. 그렇게 할 때 그 문학의 성취는 보다 빛난다. 자신의 구체적 삶이 없는 문학은 흔히 공허하거나 상투화한다. 우리가 오 시인의 시에서 주목하는 사실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이민한 현지의 삶을 나름대로 껴안고 살아내며 그것을 작품화한다. 특히 그의 시에는 질척거리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없다. 20세기 주지주의가 가장 좋은 시의 미덕으로 꼽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감정의 절제였다. 질척대는 감정을 거둬내고 지적인 기법으로 구조의 완벽함을 추구한 것이 그들의 목표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문강 시인의 작품들은 이들 주지주의 시의 모범처럼 보인다. 그의 시적 스타일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 정확하다. 또한 위트나 해학 같은 지적 장치들이 시적 긴장을 높여준다.
―홍신선 시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