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16.00
Description
계몽주의의 빛과 그늘을 탐색한 ‘사상가’ 고야
이성으로 폭력을 통제할 수 있을까? 무력으로 선(善)을 강요할 수 있는가? 프랑스 혁명의 결과 유럽 전역에는 계몽주의 사상이 전파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스페인에서는 1808년에서 1813년까지 나라를 점령했던 나폴레옹 군이 통치의 수단으로 계몽주의를 이용했다. 프랑스 점령군과 스페인 민중의 극렬한 대치 속에 살인과 강간, 고문과 광기가 양 진영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계몽주의 사상을 지지하던 스페인의 진보주의자들은 심각한 모순에 빠져 괴로워했다.

이러한 혼란을 탁월하게 증언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마드리드의 계몽주의자들과 교류한 화가 고야였다. 고야는 계몽주의가 그늘 속에 모호하게 내버려 둔 모든 것을 집요하게 탐색했다. 1793년부터 1828년 죽음을 맞을 때까지 계속된 탐색을 통해 그는 의지와 이성만큼이나 인간의 삶을 조종하여 폭력과 광기에 이르게 하는 어두운 힘을 발견했다. 고야가 밝혀 보이는 것들은 우리 시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세계의 새로운 무질서를 염려하는 냉철한 관찰자 츠베탕 토도로프는 이 책에서 천재 예술가 고야의 강력한 ‘사상’을 조명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42점의 흑백 도판과 24점의 컬러 도판을 실었다.
저자

츠베탕토도로프

저자츠베탕토도로프(TzvetanTodorov)는불가리아태생의프랑스역사학자,철학자,사회학자,문학평론가이다.소피아대학교에서철학을공부한후프랑스로건너가롤랑바르트의영향으로구조주의문학평론을시작했다.이후문학과언어학뿐아니라철학,역사학,사상사등인문학의다양한분야에서연구와저술활동을왕성히펼치며세계적지성으로평가받았다.휴머니즘에뿌리를두고식민주의와나치의홀로코스트문제를연구하며서구의제국주의적역사인식을비판했다.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연구원장으로재직했고,『환상문학입문』(1970),『개인예찬.르네상스플랑드르회화론』(1970),『계몽주의정신』(2000)등30여권의책을썼다.2017년2월타계했다.

목차

1.고야,사상가
2.고야,입문하다
3.예술이론
4.병과그영향
5.치료와재발,그리고알바공작부인
6.가면,캐리커처그리고마녀
7.‘변덕들’의해석
8.비가시적인것을가시적으로
9.나폴레옹의침략
10.전쟁의참화들
11.살인,강간,산적,군인
12.평화의참화들
13.희망을갖다,경계심을품다
14.두가지길
15.두번째병,검은그림,광기
16.새로운출발
17.고야의유산

ㆍ참고문헌
ㆍ도판(컬러)목록
ㆍ그림(판화와데생)목록
ㆍ찾아보기
ㆍ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고야,계몽주의의그늘에서』는올해2월타계한세계적석학츠베탕토도로프의역저로,화가프란시스코고야(1746~1828)의‘사상가’로서의면모를중점적으로조명하였다.익히알려진초상화나종교화를그린궁정화가로서의모습보다는,나폴레옹침략과스페인독립전쟁시기계몽주의사상의빛과그늘을수많은데생을통해고발한증언자이자철학자로서의고야에게초점을맞추었다.고야는자신의내적필요에따라그리고자기가보는그대로를표현한예술가였으며,인간의이성이면에도사린폭력성과광기를누구보다예민하게느끼고깊게성찰한사상가였다.이책은고야의삶의궤적과더불어이특별한화가가이루어낸예술적혁신을살펴보고,계몽주의를중심으로인간정신의적나라한모순을파헤치고있다.

고야,우리자신의악마들을불러내다
18세기말,고야의조국스페인은매우혼란스러운상황에빠져있었다.프랑스혁명직후유럽전역으로퍼져나간계몽주의는스페인의지배층과엘리트들사이에서큰공명을일으켰고,이“깨인자(계몽된자)”들과전통주의자들사이의대립은점점더심화되었다.이무렵고야는큰병을앓고난후청각을상실했으며,알바공작부인과의연애에서실연을맛보았다.그결과그는커다란예술적변화를겪게되는데,객관적세계속에주관적시선을끌어들임과동시에자신만의상상을탐험하기시작한것이다.그상상의세계는마녀와주술사,유령,악마그리고때로는가면과캐리커처로시각화되어나타난다.그는위험은외부가아닌내부에서온다는것을,가장큰수수께끼는우리각자의가장깊은곳에숨어있음을알아차렸고,그리하여우리자신의악마들을불러내고자하였다.계몽주의자들은마녀를믿는민중의미신과반계몽주의를타도하고자하였고,바로이지점에서고야의계획은계몽주의자들을만난다.그는인간정신속에살고있는환상들을구체적인형태로나타내기를원했으며,“이성의빛의부족으로어둡고혼탁해지거나과도한정념으로손상된인간정신속에서만존재해왔던형태와태도들을눈에보이게”가시화하고자했다.하지만동시에고야는미신과환상,정념이란모든사람이공유하는것이며계몽주의의진척이인간을모든정념에서해방시켰다고주장할수없음을잘알고있었다.그에게상상적인것은실제적인것의반대가아니라,오히려실제에다가가기위한가장좋은길이었다.

『변덕들』
1799년출간된판화집『변덕들』은이러한고야의예술관을잘드러내주는80점의판화로이루어져있다.이판화들은주제면에서크게사회적풍자,성적인우스개와남녀관계,미신과마녀및유령을다루었다.이작품들은당대의세태를풍자함과동시에,작가뿐아니라관람자들의무의식세계를표현하였다.무질서와혼란,사육제로가득찬이판화집은오늘날통용되는해석처럼단순히계몽주의자들의강령과일치하는미신과사회적모순에대한비판에그치지않는다.그작품들에서는그러한비판과인간내면에숨겨진수수께끼를드러내는요소들이매순간서로침투한다.고야의구상은미신과환상을파괴하는것이아니라이해하는것이며,그리하여제어하는것이었다.고야는건강과병,이성과광기,낮과밤,빛과어둠처럼명확한대립을이루는범주들의상호침투와불가분성을분명히인식하고있었다.그렇기에『변덕들』에서는철저한이원성이감지된다.고야에게이성과비이성은인간의특성이며똑같은지위에있는것이었다.그는계몽주의의이상에공감하였으되,자신의‘깨인’친구들과달리계몽주의가공포와야만으로치달을수있음또한예감하였다.

『전쟁의참화들』그리고계몽주의
복잡한정치적소용돌이가운데,스페인은1808년부터1813년까지나폴레옹군의지배를받는다.점령자들이내세운사상적무기는바로계몽주의였다.이‘빛’의사상으로무장한최초의근대적군대인나폴레옹군은역시최초의조직적저항군인게릴라,스페인민중의극렬한무장반격에맞닥뜨린다.시간이갈수록양쪽의폭력은극심해졌고,한쪽에서공격이있을때마다보복과더잔혹한공격이이어졌다.판화집『전쟁의참화들』에는이전쟁에대한고야의중요한예술적반응이담겨있다.아마도회화역사상처음으로고야는전쟁의모든화려한위용과매력을벗겨냈다.고야의전쟁그림은영웅적장면이아닌추잡한학살을담아낸다.최소한의미화시도도없으며,토막난몸과겁탈당한여자들,목매달린사람들은전혀아름답지않다.고야는계몽주의를전파하고독립을위해싸우며신을섬긴다는고상한계획들이가져온황폐한결과를그렸다.그리고선의유혹이악의유혹보다더위험하다는것을증명해보였다.여기서19세기식민지정복의특징적인도식을다시보게된다.계몽주의사상과유럽문명은다른나라를점령하기위한구실또는변명으로사용됨으로써신뢰를잃었고,그이후식민지배자들의이익을위해자행되는정책적위장으로인식되기에이른다.전쟁이끝난후에도고야는‘평화의참화’라불릴만한참혹한사회적현상들을데생연작으로그려낸다.여기에는가톨릭교회와종교재판이시민사회에휘두른횡포그리고반대진영을택했던모든이들에게가해진박해,고문,사형등이포함된다.

고야의유산:이중의삶,이중의작품세계
『변덕들』에서출발하여생을다할때까지30년간고야는이중생활을영위하는데,이것은매우새롭고특별한창작의방식이었다.그는삶의한부분,즉대중의눈에비치는동안에는당대의사회규칙을따르고왕실과교유했다.그리고다른부분,곧자신만의사적인세계에서는마음껏상상력을펼쳤고,이는그로하여금전에한번도탐험해보지않은길로인도했다.이러한내적균열로인해그는뚜렷이구별되는두부류의작품을창작하는데,하나는전통에부합하는것이고다른하나는개인적탐구에서비롯된것이었다.전자가‘낮의’작품이라면,후자는‘밤의’작품이다.고야이전과이후그어떤예술가도이처럼공식적인창작과은밀한창작이라는완전히분리된두종류의창작활동을지속적으로한경우는없었다.고야의작품세계전체를놓고볼때,양과질에서압도적인것은바로비밀스러운‘밤의’작품들이다.이작품들의주를이루는것은데생과판화였고,고야는많은수의작품을대중에게보여주기위한용도가아니라자신을위해창작하여내밀히간직했다.
고야의작업은뒤따르는두세기동안시각예술내에서일어날수많은발전의싹을내포하고있었다.하지만그에게주관성이란결코그자체로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주체가외부의대상과맺는관계를의미했다.고야의세계는자의적인것의지배나소통의완전한거부와는거리가멀었다.그는보편적인인류공동체에게호소할수있는방식을간직했다.(그공동체가설령후대에속한다할지라도.)고야의그림들이오늘날우리를감동시키고우리가최근지구상에서벌어진사건들의메아리를그의그림들에서찾아내는것은,바로그가인간의행동과태도와몸짓을이해하고가장진실한방식으로표현하고자온힘을다해노력했기때문이다.고야가열망하는진실은눈에보이는형태들의진실이아니라열망,사랑,폭력,전쟁,광기의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