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걸음 멈추고

가던 걸음 멈추고

$13.00
Description
생의 황혼에 펴내는 첫 시집,
담백하고 순수한 언어로 엮은 성찰의 시 124편!
사진작가이자 시인인 변홍섭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 124편의 시 작품을 관통하는 시적 주제는 자기 성찰이다. 시를 수단화하지 않는 신화적 세계인식으로 스스로를 살피는 탐구와 모색의 시편들은 독자로 하여금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시인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슬픈 삶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시 곳곳에 그 산화한 시간들을 처절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저자

변홍섭

저자:변홍섭
충북청주출생으로,대구계성고교와성균관대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했고같은대학에서교육학석사학위를받았다.사진작가로개인전3회,4인전2회,단체전일민미술관외34회참가했다.
저서로사진집〈숨은얼굴찾기〉,사진과수필집〈어둠이빛을만든다〉,시와사진집〈홍셉〉등이있다.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동아일보사사진동우회이사역임.페이스북에시와사진연재중.

목차


시인의말·시집〈가던걸음멈추고〉를준비하며

1부다돌려줄거지만

참새한마리
월정사
인정
아카시아꽃잎떨어지는밤
찔레꽃향기
빨래
다돌려줄거지만
봄은온다
봄이오면
가을·1
가을·2
가을수채화
겨울나기
겨울맞이
그소년
달걀귀신
무등산서석대에서
가던걸음멈추고
행복
건널목
꿈속에서1
옛날옛적어머니와둘이서
강물이흐른다
한밤중에
눈물은
덕소강가에서
잠자다일어나
우리는하나잖아
버선
갈매기
남한강에서
가면서뒤돌아보니
구절초
들국화
누나의방
무제
둠벙은우리들의놀이터
인생은생방송

2부창밖에는눈이내리고

할아버지돌아가셨다
잡초
창밖에는눈이내리고
몽유설악송
사진전〈나도의우수〉를보고
어느백수의일기장
돼지,고로나는존재한다
니들은벌써알고있었지
너누구니?
퐁당빠지고말았다
신,속이꽉막힌독재자
만화같은꿈
까마귀는하얀새다
태풍전날밤
야옹이의눈물
오늘떠나서어제도착했어요
사는것도예술이래
예술적으로잘난체하는
담배한대꼬나물고
내생각이길을가고있지만
나를키운건
작품〈그날〉
생각꼬투리잇기
백마강물빛같은
청승궂은달밤
바라카트미술관에서
그노마가갔다카네
시를쓰면서놀면
거룩한분노는
지옥을아세요?

3부잠꼬대한걸가지고

내아버지는광대였다
코리안디아스포라
책상에햇살드니
화가구서란
떵덩스플루
시부렁거리기
로스메리사랑
화엄사각황전설화
쿼바디스
놀았다신나게
잠꼬대한걸가지고
무용가H씨의공연장에서5
야전병원에서
록파족은보름마다떠난다
설악산등반기
선거판각설이타령
나쁜놈이상한놈들
길가메시이야기
첫사랑의그녀2
구시렁거리기
일탈은벽이없다
내별명은빼빼
은행잎한장
아델리펭귄
들풀들의수다
자연하다
우한코로나

4부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한송이흰백합화
인생이란무엇인가요?
음악이있는정원
미궁
비발디,사계·겨울
파가니니2
너무아픈사랑은
마왕
내인생을휘젓고다닌싸움질
사랑의힘으로
아누스데이
성북동G씨의일기장·1
성북동G씨의일기장·2
성북동G씨의일기장·3
성북동G씨의일기장·4
성북동G씨의일기장·5
자화상·1
자화상·2
자화상·3
자화상·4
자화상·58
아브라카타브라
미시즈로
냅둬유
케세라세라
세라비
고갱의여인들·1
고갱의여인들·2

해설
우리가꽃향기를맡을때처럼|홍영철

출판사 서평

병홍섭시인의시들은생각에간사함이나사사로움이없으며,읽는사람의마음을감정적으로만들어이성적사유를방해하지도않다.독자는마치꽃향기를맡듯이아무런목적과이유가없는순수한세상을산책하게된다.산책은몇걸음을걷다그만두든지,몇만보를가다돌아서든지하나하나가그자체로서완성이다.그래서변홍섭의시는관념적이지않고직접적이며담백하다.시를구성하는이미지들은그자체로서의세계를보여준다.그의시는관념적이지않고직접적이며담백하다.굳이엇감고뒤틀어서에둘러말하지않는다.첫시집이라는사실이믿기지않을만큼대단한문학적통찰력이돋보이는시들이다.

책속에서

봄날이아픈시인은
강물에시詩를쓴다
시는비오리물살가르듯
강물을거슬러가다가
바람등에업혀
암벽틈새찔레꽃과놀더니
꽃구름이되었다
찔레꽃향기젖은꽃구름이되었다
---p.22

옛날
선화공주가싼똥을
강아지가먹고
강아지가싼똥오줌을
배추상추가먹었다
온갖들풀도먹었다

오늘
나는김치를먹는다
상추쌈도먹고
고추도따먹었다

뒷날
다돌려줄거지만
---p.24

근사한교회건물이세워지면교인의수도늘게된다.장소가멋있으면사람들이많이찾는다.그런데하나님께서교회건물이멋있어서그교회에오실까?나의가난한반지하방은성경공부를하는데는최고의장소였다.
---p.32

요즘무얼하며지내시오?묻는이도없어씩웃고눈을감으니,꽁꽁언하늘이접시되어구름한점담아주는구나.나는얼른구름을잡아타고여행을떠난다.어느설산雪山능선을걷고있을지모르는나를찾아서
---p.30

강물이흐른다
말을숨긴채흐른다
물새가난다
물속에숨겨진언어를낚는다
물새는노래한다
강물이머금고있던아픈기억
강물속을흐르던슬픈사연
---p.43

잠자다일어나어슬렁거리다가
하고픈말이있어
바람에묻어오는그림자에게물었다
넌어디서오는거냐고
그림자는대꾸도안하고설렁거리다
별싱거운자식다본다며
뺨에어둠한꼭지를던져주었다
그렇다싱거우니까
밤에잠도못자고따귀나얻어맞지
---p.47

곰곰이지난날을돌아다보니
설익은생각
부질없는생각
잘못된생각
욕심낸생각따위로
세상을더럽힌건또얼마
그중제일안타까운건
「나는옳고,너는글렀다」
아닐까?

가면서뒤돌아보니
참미안하기짝이없다
---p.52

오늘따라그리워지는옛날
들국화한다발꺾어들고
시집가는날
나를안아준누나를그린다
---p.56

오늘떠나어제도착한배가
안드로메다를향해항구를떠났다
내이름이탑승객명단에있었다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