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이 책은 아나뱁티즘의 고유한 자리를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 설정하고, 이들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지적하고 설명하고 있다. 클라센은 아나뱁티즘 안에 남아 있는 두 가지 전통의 흔적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동시에 이 전통들과 분명하게 갈라서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함으로써 독자들이 아나뱁티즘의 본질과 특성을 역사적·신학적 차원에서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_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회사 교수)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가 지닌 전제들에 대해 급진적이고 철저하게 비평하며 성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이야말로 ‘항상 개혁하는 교회’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유일한 집단이지 않을까? 국가와 제도권 교회가 희망을 보여 주기는커녕 불의와 불법을 일삼는 오늘 시대에, 아나뱁티즘은 찬찬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소중한 믿음의 선진들이다. 종교 개혁이 상품이 된 시대, 진정한 개혁을 추구했던 아나뱁티즘의 사상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이 책은 아나뱁티즘 이해의 첫걸음이며 진정한 종교 개혁을 고민하는 시작이다. _ 김근주(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구약학 교수)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우리는 그 시기에 등장한 또 하나의 개혁 운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류 개혁자들에 의해 늘 ‘과격’, ‘급진’, ‘이상’, ‘종파’에 함몰된 실패 사례로만 묘사되었던 아나뱁티스트 운동이 그것이다. 이 책이 간결하고 명료하게 잘 복원했듯이,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그들 고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오늘날까지 남겨 놓은 소중한 교회사의 자산이다. 지금 ‘본질’, ‘실천’, ‘제자도’,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아나뱁티스트를 다시 찾아 읽으라. 오래전 그 길을 걸었던 이들의 경외할 발자취가 여기에 오롯이 남아 있다.
_ 양희송(청어람 ARMC 대표)
추천사 1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회사 교수)
올해는 루터의 종교 개혁이 5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루터가 비텐베르크에서 개혁의 횃불을 든 이후, 그 불길은 전 유럽으로 빠르고 깊숙하게 확산되었습니다. 지역마다 독특한 정치적·경제적·문화적·신학적 요인들이 복잡하고 독특한 화학 작용을 일으켰고, 다양한 형태로 개혁이 발전·확산된 것입니다. 이신칭의에 대한 신학적 각성이 면죄부와 교황권으로 상징되는 중세 교회의 왜곡된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종교 개혁은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 유럽의 총체적 변화를 야기했습니다. 문화의 핵심인 종교의 변화가 문화 자체의 변화로 이어진 대표적 경우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루터의 종교 개혁은 아나뱁티즘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아니, 루터의 종교 개혁이 아나뱁티즘을 통해, 새로운 모양과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루터의 신학적 각성은 분명히 중세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혁신이었습니다. 동시에, 루터는 당시의 역사적 한계에 철저히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의 개혁이 근대의 문을 열었지만, 중세의 범주를 넘지 못한 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학적 사유에서 출발한 종교 개혁이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에 휘말리면서, 루터의 개혁은 본래의 순수성을 끝까지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국가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진행된 개혁이었기에, 태생적 한계가 자명했던 것입니다.
이런 루터의 한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극복하려 했던 개혁자들이 바로 아나뱁티스트들입니다. 그들도 여전히 가톨릭의 후예요, 루터와 츠빙글리가 추진했던 개혁의 연장선 위에 존재했지만, 16세기 종교 개혁자들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집요하게 시대의 한계에 도전하며, 신학적·신앙적 갱신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루터의 개혁이 이신칭의에 머물고 있을 때, 그들은 제자도를 추구하며 ‘예수 따름’을 강조했습니다. 루터와 츠빙글리가 국가와 교회의 관계 면에서 중세적 관념에 머물렀을 때, 이들은 시대를 앞서서 정교분리를 외쳤습니다. 주류 종교 개혁자들이 유아 세례를 토대로 중세적 교회론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이들은 신자들의 세례를 강조하며 새로운 교회론을 추구했습니다. 권력의 힘에 의존했던 주류 종교 개혁자들이 크리스텐덤? 속에서 십자군식 사고를 버리지 못했을 때, 이들은 평화주의를 주창하며 국가주의에 저항했습니다. 그 대가는 혹독한 박해와 순교의 피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자비한 박해와 억울한 오해의 대상이었던 아나뱁티즘이 최근에는 새로운 관심과 연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더 이상 크리스텐덤이 아니며, 오히려 종교의 사회적 입지가 급격히 약화된 상태에서, 이미 16세기에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새로운 신앙과 삶의 방식을 제시했던 아나뱁티즘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도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교분리, 세속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과 신자유주의의 횡포로 인해 인간의 존재와 종교의 가치가 부정당하는 현실에서, 철저하게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하는 아나뱁티스트들의 순수하고 실천적인 삶과 신앙이 신선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대단히 다행스럽고 기쁜 현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월터 클라센의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이 김복기 목사님의 번역으로 출판되는 것은 한국 교회를 위해 매우 시의적절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세계 어느 곳보다 루터와 칼뱅의 영향이 강한 교회들이 즐비하고, 전쟁과 폭력의 위협이 높으며, 자본과 물질의 파괴적 힘이 맹위를 떨치는 나라에서, 평화와 제자도를 실천하며 참다운 신자들의 교회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으로 살고자 몸부림쳤던 아나뱁티스트들의 삶과 신앙이 더 많이 소개되고 더 널리 전파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의 대가가 쓴 이 고전적인 작품이 이 도를 몸으로 살며 이 땅에 전하기 위해 헌신하는 김복기 목사님을 통해 소개되기에 더욱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해야 할 이유들은 많습니다. 먼저, 클라센은 아나뱁티즘의 고유한 자리를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 설정하고, 이들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지적하고 설명합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 매우 정직하고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부터 부당한 오해와 박해를 경험했기에, 흔히 아나뱁티스트들은 그들과 자신들의 차이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클라센은 아나뱁티즘 안에 남아 있는 두 가지 전통의 흔적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동시에 이 전통들과 분명하게 갈라서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로써, 독자들이 아나뱁티즘의 본질과 특성을 역사적·신학적 차원에서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둘째, 클라센은 이런 설명을 위해서 재세례파의 주요 쟁점들을 몇 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즉, 종교, 정치, 경제, 자유, 제자도에 대해서, 아나뱁티즘의 고유한 입장과 그 역사를 멋지게 소개합니다. 이로써, 아직 아나뱁티즘에 대해 기초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나뱁티즘의 핵심을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미 이런 수준을 넘어선 독자들은 기존의 이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은 아나뱁티즘을 이상화하지 않고, 그 장단점을 매우 정직하게 진술합니다. 물론, 단점에 비해 장점을 주로 소개하고 있지만, 결코 아나뱁티즘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며 다른 전통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직한 고백과 반성을 토대로, 클라센은 변화된 세상에서 아나뱁티즘의 가치와 효용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정직이 최선의 정책입니다.
한국 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습니다. 남북 분단, 신자본주의, 세속화, 정교분리, 종교 다원주의 등이 엄존하는 현실적·구조적 문제 속에서, 교회는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에 대한 해법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가와 교회의 관계 면에서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분단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호전적 태도를 고집하면서 천민자본주의 안에서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과, 교조주의에 경도되어 도덕적 책임 의식이 해이해졌다는 뼈아픈 평가가 한국 교회를 향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개혁 500주년은 한국 교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종교 개혁의 역사를 진지하게 묵상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현실을 정직하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에, 이 책의 출판은 종교 개혁의 정신과 가치를 더욱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부디, 클라센의 이 책이 한국 교회에서 널리 읽혀져서, 길을 잃은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고 져야 할 십자가를 당당히 지며, 푯대를 향해 끝까지 행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정확하고 미려한 번역으로 책 읽는 기쁨을 선사해 준 번역자 김복기 목사님의 수고, 그리고 중요한 때에 가치 있는 책의 출판을 결정한 출판사의 혜안과 용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천사 2
프랭클린 리텔?(템플 대학교)
약 450년 전, 돈독한 신앙심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작은 가정 교회에 모여 기독교 국가주의를 떠나는 영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막 출현한 제국주의와 어리석은 기술 문명이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 가는 전쟁과 폭력에 이용되리라고 확신했다. 자기 파괴적인 세상의 모습을 간파한 그들은 신약 성서의 모델에 기초를 둔 참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진지한 태도로 거룩한 역사를 회복하려던 이들에게, 아주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던 성서는 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 주었다.
복음에 대해 타협하고 겉치레하는 공식적 국가 교회의 지도자들은 그 존재 자체가 큰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러 아나뱁티스트들은 새로우면서도 철저히 대항 문화적인? 참된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이 책은 월터 클라센이 그동안 발표한 여러 작품들 중에서 신약 성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