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청각장애인이고 싶었는데 수어통역사가 되었다)

손으로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청각장애인이고 싶었는데 수어통역사가 되었다)

$15.00
Description
수어라는 독특한 언어와 감수성을 매개로
조용하지만 거침없고, 육체적이고, 따스한 청각장애의 세계를 만나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손으로, 몸짓으로, 표정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자전적 에세이다.
청각장애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둔 저자는 아버지가 교사로 일하는 청각장애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청각장애의 세계를 접한다. 그곳은 소리 없이 이해되는 말들의 온기로 가득한 세계였다. 그 온기가 좋았던 저자는 귓속에 작은 돌멩이를 보청기처럼 끼워 넣을 정도로 청각장애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수어통역사가 되기를 꿈꾼다. 그게 청각장애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방편이라고 여긴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담담하지만 아주 구체적으로 청각장애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 중심 무대는 미국 최초의 구화학교 렉싱턴 청각장애 학교. 저자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청각장애의 세계, 그 학교 졸업생인 할아버지, 그리고 같은 청각장애인인 할머니의 삶, 렉싱턴 청각장애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그곳 학생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내면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대다수인 세상에서 느끼는 단절감, 관계에 대한 갈증, 그렇기에 같은 청각장애인을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하는 마음,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라도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손을 움직이며 나누는 깊은 대화, 기나긴 작별 인사….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청각장애 문화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 간절함은 수어라는 거침없고, 육체적이고, 따스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드러나고, 세상이 밀어낼수록 이들은 더욱 결속하며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이 책은 수어라는 독특한 언어와 감수성을 매개로 청각장애의 세계를 보여주며 그것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문화로, 청각장애를 문화적 정체성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저자

리아헤이거코헨

태어나자마자부모님이교사로일하는청각장애학교에서살았고,아주어릴때부터소리가없는세계에서성장했다.친구나형제들과도수화로놀았고,청각장애인이되기를바랄만큼그세계를동경했다.이처럼남다른인연덕분에청각장애의세계와문화를섬세한시각으로바라보고시적울림이있는필체로그려낼수있었다.이책으로언론의찬사와주목을받았고,전미도서관협회에서뽑는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쓴책으로는이책외에세권의논픽션(《분노하는여자들WithoutApology》,《무대뒤의꿈TheStuffofDreams》,《탁자위의세계Glass,Paper,Beans》)과여섯권의소설이있다.

목차

추천사_손으로마음을드러내고생각을펼치는세상으로의여행
저자의말_소리없이이해되는말들의온기

비밀의언어
과도기수업
백마탄왕자님
거대한침묵
미처하지못한말
아주특별한축복
소리의바나나
바벨탑
기억의주인
두가족사이에서
기차,떠나다,미안
갈채의바다?
제3의언어?
빛의뗏목을타고
기나긴꿈을접고
작별을예감하며
그리고졸업

출판사 서평

■들을수있는사람들은모르는조용하게반짝이는청각장애의세계
수화를사용하는언어적소수민족에관한이야기

청력을잃은사람의세계는그렇지않은사람들의세계와는아주다르다.결코깨어나지않는철저한침묵속에서살아가거나혹은도무지해독되지않는희미한소음에둘러싸여살아간다.그렇다면이들은자신의청각장애를힘들게여기고좌절하기만할까?
저자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그세상에서는청력대신시각에기반한언어,즉수어를사용한다.를사용한다.바로수어다.몸짓,손짓,표정이모두언어인것이다.몸의여러부위에손을얹고,이런저런표정을짓고,간간이입술과이가부딪히며나는소리,낮고쌕쌕거리는기식음으로마음을드러내고생각을펼친다.의사소통방식도다르다.대화할때는반드시서로를쳐다봐야하며,누군가를부를때는팔을톡톡두드리거나발을굴러진동을전한다.사람들의이목을집중시킬때에는큰소리로말하는대신조명을껐다켰다하거나발을구른다.여러사람이대화할때는말하는사람의수어를보기위해모두가기꺼이앉아있는의자의방향을조정하거나,무릎을꿇거나뒤를향해앉고몸을모로꼬고외로비틀기도한다.비밀이야기는손을허리밑으로내려서하거나옷속이나등뒤로숨겨서한다.
신체적인접촉도빈번하다.들을수있는사람들의세계에서는어색하거나무례하게느껴질수있는행동이청각장애의세계에서는암묵적으로이해된다.그래서수어는빠르고맛깔스럽고육체적이다.자유롭게이야기나눌때수화의그빠른리듬,너무나도자연스러운눈썹과손가락과어깨와입술의움직임,저절로우러나오는듯이우아하면서도의미로충만한동작.저자는이모든것이너무나좋았다고말한다.
이책은이처럼조용하게반짝이는청각장애의세계를생생하고도감동적으로그려낸다.저자가만난청각장애인들은수어라는언어를사용하는소수민족이다.그세계에서청각장애는장애가아니며,다만조금불편할뿐이다.

■‘청각장애인은듣는것말고는뭐든지할수있어!’
청각장애인의자부심,그리고청각장애문화의산실인청각장애학교에관한이야기

청각장애인들은다른장애집단과달리그들만의모임과경기연맹,극단과대학,잡지를가지고있으며,국제올림픽도독자적으로개최한바있다.이것이가능한이유는그들만의언어가있기때문이다.수어는생각을발전시키고,정체성과자긍심을형성하며,그들만의문화를형성하는매개인것이다.그리고그중심에청각장애학교가있다.
이책에는렉싱턴청각장애학교를다닌실존인물인소피아와제임스의이야기가나온다.
날때부터소리를듣지못했던소피아는러시아에서다섯살때부터집에서여덟시간거리에떨어져있는청각장애기숙학교에다녔다.그학교는건청인(들을수있는사람)과비슷해지도록구화(상대의입모양으로말을알아듣고자신도그렇게소리내어말하는것)를강요했다.소피아의집은학교였고,가족들사이에서는사실상제외된존재였다.미국빈민가출신인제임스는미혼모인엄마와열여섯살때부터경찰서와교도소를드나드는동생을두었고,말그대로찢어지게가난했다.귀까지들리지않는그의삶은사람들이긴급상황이라고부르는그자체였고,추락하는삶을중단시킬수있다는희망이없기에그가할수있는일이라고는그냥자신이넘어지도록내버려두는것뿐이었다.
두아이의삶은렉싱턴청각장애학교에오면서변화하기시작한다.가족들은수어를할줄몰랐지만렉싱턴에서는친구와선생님은물론이고그누구와도수어로의사소통을할수있었다.청각장애가그들을가로막는법은없었다.소피아는배구부와모의재판팀,졸업앨범편집위원과학교매점관리자를맡았고,제임스는흑인문화동아리회장과레슬링팀주장,통학버스대기실관리를맡았다.청각장애학수업을통해자신의권리를알고,청각장애인으로서의정체성을형성하고,‘청각장애인은듣는것말고는뭐든지할수있다’는청각장애인의자긍심을얻는다.고개를들고당당히세상을마주볼수있게된두아이는그동안단지청각장애가있다는이유만으로거부당하고잃어버렸던삶의조각들을되찾아나간다.제임스는자신의발목을붙잡는과거를끊고대학에진학하며미래를향해한걸음나아간다.소피아역시청각장애공동체라는더큰얼개속에서자신의개인사를새롭게쓰기위하여청각장애인을위한인문대학인갤로뎃으로의진학을꿈꾼다.
저자는청각장애는장애가아니라,이들의핵심적인삶의정체성라고말한다.그리고청각장애문화를전수하고전파하는역할을담당하는건학교라고이야기하면서그증거로갤로뎃대학에서있었던청각장애인총장운동의일화를전한다.당시갤로뎃의대학생들은청각장애문화에서박수에해당하는새로운시각적표현을만들어냈는데,그것은팔을높이들고손가락을펼친채로손을흔드는동작이었다.조용하게반짝이는그박수는청각장애공동체전역으로퍼져나갔고,너무나도빨리하나의문화로자리잡았다.저자는그런점에서반짝이는박수는청각장애문화가학교로부터꽃을피우고확산된다는완벽한증거라고이야기한다.

■불가능에가까운상황에서도서로소통하려는인간의의지에대한찬사
청각장애의세계를다루지만소통에대한비유로도읽을수있는책

이책은청각장애의세계이면에있는그림자도보여준다.간간이나오는저자의할아버지와할머니이야기는눈시울을붉히게만든다.할아버지는자신의아버지로부터‘지긋지긋한짐’처럼여겨졌고,직장에서는청각장애라는이유만으로늘해고1순위였으며,심장마비로쓰러졌을때는수어통역사가있어야만환자의상태를제대로알수있다는가족들의주장을병원측에서무시해버려서아무런수어통역지원을받지못한채이틀만에생을마감한다.할머니는귀머거리엄마가아이들을키운다는사실을마뜩하지않아하는친척들에게사사건건간섭을받았고,심지어자신이낳은아이들의이름조차지을능력이없는사람으로취급을받았다.
그각박하던시절을지나청각장애인의인권이훨씬향상된오늘날에도편견과차별은존재한다.소피아는즐거워서웃음이터져나와도고개를돌리고손으로얼굴을가린채애써웃음을삼킨다.흔히청각장애인들은웃음소리가이상하고거북하다는타박을듣고,혐오의빛을담은시선을받기때문이다.제임스또한우등생이되어대학에진학해도사람들의눈에는그저말귀를못알아듣는조금모자란젊은이로비치기십상이다.
여기에더해저자는청각장애부모밑에서태어난건청인으로서,렉싱턴청각장애학교의학생상담실장,교장,그리고교육처장으로살아온아버지의이야기를통해수어를둘러싼편견과차별에대해서도다룬다.건청사회에적응하려면건청인과비슷해질수있도록구화를해야한다는주장과청각장애인들은청력을쓸수없기때문에시각을기반으로한수어가제1언어일수밖에없고,모국어인음성언어는제2언어일수밖에없다고주장을구체적으로소개한다.그리고우리에게묻는다.모든사람이들을수있다면,혹은모든사람이같은언어로말하고듣고이해할수있다면우리가조금이라도더가까워질까?인류에게더많은희망이생겨날까?
저자는신체적으로멀쩡한것과누군가의얘기에누군가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는건아무상관도없다고말한다.건청인들사이에서도소통이단절되는건다반사이고,사소한차이와균열이수없이벌어진다는것이다.그틈을메우려는노력은언제나우리들각자의몫으로남을수밖에없다.그런의미에서수어는아름다운힘을가진언어이다.의사소통을향한청각장애인들의의지를상장하기때문이다.저자는의학기술의발달로청각장애인의수가급속히줄어청각장애문화가사라진다고해도수어가지닌이러한상징성은결코사라지지않을것이라고말한다.그런점에서이책은불가능에가까운상황에서도서로소통하려는인간의의지에바치는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