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왜잘린손은내것이아니라고하는가
1992년프랑스.한남자가목공일을하다가실수로자신의한쪽손을톱으로자른다.놀란남자는기절하고,그틈을타남자의원수가잘린채나뒹굴던손을소각로에넣어버린다.깨어난남자는손을찾지만,손은이미한줌재만남긴채타버린지오래다.남자는당연히접합수술을받지못하고,손하나가없는채로살아야할처지에놓인다.분노한남자는원수에게장애를유발한책임을묻고자한다.
원수에게어떤죄목이적용될수있을까?남자가잘린손을접합해이전의상태로돌아갈기회를박탈했기때문에중상해죄일까?혹은남자의것인잘린손을훔쳐무단으로처분한셈이므로절도죄일까?
정답은,놀랍게도,무죄다.당시프랑스법에따르면“몸이곧인격”이기때문이다.다시말해,몸은물건이아닌인격이고,인격은존엄한만큼개인이소유할수있는물건이아니기때문이다.하지만잘린손은몸전체에서떨어져나가는순간물건으로전락하고,법적으로주인없는물건즉무주물(無主物)이된다.무주물은처음발견하는사람이임자다.그러므로남자의원수가주운손은법적으로원수자신의것이되었고,그손을소각로에넣은것도지극히합법적인행동이다.
이모든혼란이인간에게자기자신의몸에대한소유권을인정해주는게인간의존엄성을모독한다는생각에서비롯되었다는점을분명히해두자.
터무니없다고?
물론이다.바로그래서내가이책을쓰는것이다.(27~28)
인격을발명한법,몸을추방한역사
터무니없어보이지만,당시에는엄연한현실이었던가상의상황으로『도둑맞은손』은시작한다.실제로1985년프랑스에서는자넬다우드라는수감자가항의의뜻으로자신의손가락을잘랐다가그것을교도관에게압수당해반환소송을했지만패소했다.미국에서는존무어라는환자가의사들을상대로자신의희귀세포에대한소유권을주장했지만이소송은수차례의법적공방끝에1990년,존무어에게소유권을인정하지않는캘리포니아대법원판결로끝났다.의사들과생명공학회사가무어의세포를몰래이용해개발한의약품과그권리,그로인해벌어들인막대한수익은무어의몫이전혀아니었다.
이런법적결정의핵심논리가바로‘인간의존엄성’이라는사실은쉽게이해하기가힘들다.이책은이런아이러니가역사적으로어떻게만들어졌고,사회적으로어떤영향을미쳤는지를해박하고도집요하게탐구한다.문제를푸는실마리는인간의존엄성을보위하기위한법적개념인‘인격’이다.
로마의(노예가아닌)시민들의지위와의무,재산에대한권리를다루기위해‘발명’된이개념은의도적으로몸-먹어대고,싸고,때론더럽고,성스럽기도한몸의실체들-을배제함으로써법률가들이지향하는추상적이고도완벽한존엄을뜻하게되었다.침해당할수없는‘인격’은세속적으로다루어질수있는(심지어거래의대상이될수있는)실체인‘물건’과엄격히구분됨으로써,몸이지닌물건으로서의속성을포괄하지않는다.하지만이개념으로는현실사회의복합적이고예기치않은논쟁을해결하는데한계가있다는것이이책의분석이자비판이다.
인간의존엄성의이름으로,존무어는자기몸의소유자가될수없었다.
인간의존엄성의이름으로,존무어는(살아있는)몸에서채취된세포들은재화가되어시장가격을정할수있는사람들에게착복되었다.
인간의존엄성의이름으로,이세포들에대해특허를등록하고,그것을사업적으로이용하는것이가능했다.(328)
인간은자유롭고평등하게태어난다,법안에서는
저자는법의“탈육체화”가낳은가장“가혹한결과”중하나로,인간이‘먹어야하는존재’라는사실이법적으로무시된다는점을꼽는다.즉“식량을다른획득가능한물건들과동일한범주로분류하면서,사람은식량을획득할수도있고획득하지못할수도있다고인정한다.그러므로사람에게는단식투쟁을비극적인결말로까지몰고갈자유가있다.”
이논리를밀고나가보면,“걸인이굶어죽는것은민법의관점에서보면완전히적법한일”이된다.이런법이작동하는사회에서는식량을획득할자유와권리가보석이나사치품을획득할자유와권리와동등한것이다.
평등한인격을지닌것과무관하게불평등한몸들의현실역시가려져있다.가난하고굶주린몸이있고,부유하고배부른몸이있다.건강한몸이있고,장애가있는몸이있다.정상적이라고여겨지는몸과그렇지않은몸이있지만법적무대에오른,허깨비같은‘인격’들을다루는법률가의눈에는그차이와처지가보이지않는다.
인격의존엄성을지키기위해인간의몸은‘물건’이아니어야한다는기본전제로부터도달한,사람이자신의몸을소유할수없다는논리는그러나몸의처분과거래를통제하기는커녕그런현실을법의사각지대로만드는아이러니한결과로이어지기도했다.
저자는18세기교회법을예로들며“몸의소유를인정하지않는관점이노예제를정당화하는데사용될수있었다는사실앞에서놀라서는안된다”고경고한다.당시교회법은“인간은자기생명의주인이아니며,신의처분에달린생명을맡아서사용할뿐”이라면서“자유를지닌인간은자의대로그것을이용하거나이용하지않을수있다.다른말로하면,인간은원한다면자유를팔고노예가될수있다”는궤변을늘어놓았다는것이다.
관료화와자본화속에서생명을어떻게지킬것인가
이런,인격과몸에대한사유에는어떤의미가있을까?이책은프랑스에서생명윤리법이제정된1994년직전에,생명윤리에대한논쟁을촉발하려는목적으로출간됐다.
저자는산업화와생명공학의폭발적발전,공공보건개념과사회보장제도의도입,몸을대상화하는대중문화와자본주의의강력한작동하에몸과관련된쟁점들이점점더첨예해지고있는현대의지형을촘촘히그려나가며결국생명의현현(顯現)이자주체인‘인간’이란무엇인지,인간을이렇게정의하고해석하는이‘사회’는무엇인지를묻고있다.
낙태,인공수정,장기이식,배아줄기세포연구등생명윤리의현안이아닌,보다더근본적인영역으로끌고가려는것이었다.당장의딜레마를풀기이전에,그것을푸는기본도구가될법제도,나아가사회공통의상식과기준을유효하게재정비하려는것이었다.
이런관점으로저자는인간에게자기몸의소유권을주자는해법을,도발적으로제안한다.소유권이라는개념이성립하려면몸을‘물건’으로인정해야한다.그것은인간의존엄함을속되게하자거나처분및거래를허용하자는뜻이전혀아니며법의사각지대에서사실상온갖위협에노출되어있는,몸을지닌인간의생명을보장해주자는뜻이다.
대신몸이‘물건’이면서도‘상품’이될수있는‘물건’이아니게하기위한섬세한설계가필요하다.생명을유지하기위해필수적인물건들,즉물과햇볕과식량,환경조건등과의관계속에몸을놓자는것이다.저자는가톨릭신학으로부터그러한‘혁명’의누룩을발견한다.
인격과물건의관계는인간이물건들과맺는관계이다.이관계는많은경우순전히사실적이다.인간과그가서있는땅의순수하게기계적인관계,몸과그몸을덥히고활기차게만들어주는햇?의물리적이고화학적인관계,몸이호흡하는공기와의,몸이갈증을달래는샘물과의,몸을내부와외부에서지탱하는기압과의관계.이런종류의관계들만고찰한다면인간의존재는모든면에서단순한동물이나식물처럼작동한다.(중략)이미우리는인간존재가,밭고랑에숨은밀알이물과흙속의양분을어떤의미에서전유하듯이,외부의다양한현실들을독점적인방식으로스스로에게동화시킨다는사실속에서소유의밑그림같은것을본다.(186~187)
몸이라는물건은법안에혼자들어오지않는다.왜냐하면몸은자신을둘러싼환경속에서물건이다른물건들과갖는관계를영위하기때문이다.생물학적현실로서수용된몸은그러므로그것을살아있게해주는다른물건들(공기,물,식량,의족등)에의지하는물건임이밝혀진다.(330)
몸,인격,사람그리고존엄을어떻게구성할것인가
프랑스법제도에직접적인영향을끼치고자했던이책은의도적으로법의역사를중심에두고,법적분석의틀을크게벗어나지않은채서술됐지만,풍성한사료에서뽑아낸민중문화,국가정책,특정시대의사회적분위기등을다양한요소를분석에생생하게얽었다.게다가풍자적인문체가읽는재미를더한다.감수자인이준형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의평가처럼,이런특징을통해이책은“엄격한법적사고가어떠한한계를가지는지를그대로보여주는데성공”했다.
이책이출간된후프랑스의생명윤리법에는“물건이지만상품은아닌몸”이라는개념이반영되었고,그이래로“법률가들사이에내려오던오래된인식은크게바뀌었다.”이준형교수는그같은주장을“이렇게풍부한법사학적사료를가지고흥미롭게전개한예는『도둑맞은손』이거의유일할것”이라며“이책의가치는현재진행형”이라고말한다.
역자인김현경은『사람,장소,환대』의저자이자인류학자다.역자는이책의“사람또는인격의개념,몸과인격의관계,몸의검열과귀환에대한법철학적·역사적·인류학적탐구”를흥미롭게읽어낸다.이는벌거벗은생명으로태어난인간이한사회에서사람으로존재하게되는과정과조건을면밀하게사유해“환대”라는사회의기본적구성원리를도출하는데이른『사람,장소,환대』의맥락과도닿아있다.한사회의상식이자지향인법이구성원의몸과인격을어떻게정의하는지는결국,그사회가생명과사람을무엇으로해석하고어떻게대하고있는지를드러낸다.따라서이책의논의는다양한인권의영역에서유효하게확장될수있을뿐아니라사회의역사와이론,사회적인간의구성,사회와사람의관계를고민하는독자들과두루깊이만날법하다.
우리가인격에게자기몸의소유자가되는것이필수적임을인정한다면,여기서부터생존에꼭필요한물건을손에넣는사람에게는어떤도덕적,법적규칙도,심지어절도에대한법도들이댈수없다는결론이나온다.우리는절박한경우의절도에대한신학적-교회법적원칙이무엇인지알고있다.몸을법안에삽입하는것은최저생계의보장에의무의강제력을부여하는사상에새로운활력을불어넣을것이다.몸과인격을동일시하는이론이인간의존엄성을지나치게존중하는것을피하려고끝까지버티지않는다면말이다.(3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