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12.00
Description
영화에서 삶으로, 다시 삶에서 영화로

이 책의 한 축이 인간이 가진 기억의 속성과 마르크 오제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지하고 있다면, 다른 한 축은 영화라는 예술 장르 자체에 의지하고 있다. 1895년에 나온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을 최초의 영화로 본다면, 영화는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매우 ‘젊은’ 예술로서, 이전의 예술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이미지를 직접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독특함에 대해 오제는 영화로 생겨난 기억과 실제 경험한 일로부터 형성된 기억을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흔히 삶에 비유되곤 한다. 이 책은 영화라는 독특한 예술을 이야기하며 상투적으로 영화를 인생에 비유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의 문법을 삶에 적용해보며 영화와 삶, 그리고 기억이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를 성찰케 한다. 영화에서 각 장면을 이어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몽타주’를 산재하는 기억을 모아 연결하는 작업에 비유하는가 하면, 삶의 극적인 장면만을 모아 만들어진 영화가 우리의 기억과 비슷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특정 나이대로만 존재하는 가족들을 영화가 가지는 영속성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 영화적 관점은 오제가 영화에 갖고 있는 애정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영화학자 이윤영 교수의 ‘옮긴이 해제’가 더해져 더욱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마르크 오제의 유년 탐사이면서 동시에 그 탐사의 이정표와도 같은 영화 [카사블랑카]와, 더 나아가서 영화라는 예술에 바치는 헌사다. 영화적 관점 안에서 삶과 기억은 그 모습을 새로이 한다. 또한 현실과 영화, 예술과 역사를 넘나드는 마르크 오제의 폭넓은 통찰은 시대와 국가를 건너뛰어 삶을 사는 모두에게 자신만의 기억의 몽타주를 구성해보게끔 만든다.
저자

마르크오제

프랑스의인류학자.1970년부터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교수를지냈고,페르낭브로델,자크르고프,프랑수아퓌레의뒤를이어이기관의원장(1985~1995)을역임했다.1965년부터20년동안서아프리카의코트디부아르와토고에서진행한현지조사를바탕으로『알라디안연안』(1969),『권력과이데올로기의이론』(1975),『삶의권력,죽음의권력』(1977)과같은연구서들을발간했다.1980년대중반이후에는남미의베네수엘라,볼리비아,아르헨티나등에체류하면서연구의장을넓혀갔고,이후서유럽사회에대한인류학적성찰들을발표하면서전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뤽상부르정원가로지르기』(1985),『지하철의인류학자』(1986),『비장소』(1992),『망각의형태』(1998),『카사블랑카』(2007),『나이없는시간』(2014)등이이계열의대표작이다.이밖에도인류학이론서로『타자들의의미』(1994),『동시대세계들의인류학을위하여』(1994),『인류학자와전지구적세계』(2014)등이있다.

목차

1.얼마전부터나는가끔
2.내가맨처음〈카사블랑카〉를봤던때가
3.어느날우리마음에든영화는
4.몽타주.기계공학에서빌려온것같은이단어는
5.피난이내유년시절에
6.영화의시작부분에서릭(험프리보가트)은
7.이삼년전내게갑자기불면증이
8.인사를드리려고어머니에게들렀던날밤에
9.내가옛날영화,특히미국영화에서
10.〈카사블랑카〉의기원에는
11.비극의주인공들에게그런것처럼
12.어떤것도흑백의대립만큼
13.한개인의역사가
14.인도차이나전쟁이발발했을때
15.나는몽파르나스역을
16.〈카사블랑카〉의도입부에서
17.어머니는최근에걷는게힘들어지셨지만
18.나는시간이약간흘러가기를
옮긴이해제:카사블랑카,〈카사블랑카〉,『카사블랑카』

출판사 서평

세계적인류학자‘마르크오제’의유년의몽타주!

영화[카사블랑카]는
세계적인류학자‘마르크오제’의,
유년으로가는‘문’(門)이다!

“영화관의불이모두꺼진다.우리모두는[카사블랑카]를다시보려고한다.”(14쪽)

‘네살때기억을떠올려보자’라고말한다고해서,네살때의기억이저절로떠오르지는않는다.기억은일종의암호화된상태로저장되어있기에,아무리애써도떠오르지않지만,불현듯예기치못한순간한꺼번에밀려오기도하고,특정노래나영화를떠올리는것만으로그시절이통째로생생하게다가오기도한다.이때기억의매개체가되는것은겉보기에는단순히노래한곡이나영화한편처럼보일지라도기억의당사자에게는전혀다른무언가로존재한다.시간은일반명사를고유명사로만들며,그것을입구삼아우리는수많은과거를마주할수있다.

세계적인인류학자,프랑스의마르크오제에게는영화[카사블랑카]가그런존재다.이책에서그는‘카사블랑카’라는이름이기억의촉매제이자다양한회상의원천이라고말한다.하고많은영화중왜하필[카사블랑카]일까.이영화가실제로오제가유년을보낸1940년대에개봉하여그의유년에큰영향을미친제2차세계대전당시의상황을담고있기때문이다.기억이형성되기시작할만4세무렵오제가경험했던피난이나,직접목격했던삼촌과숙모의모습은영화[카사블랑카]의장면과오버랩되어그의주요한기억으로자리잡았다.그는그영화에서받은인상이너무나강렬한나머지“그영화를떠올림으로써과거를다시사는게아니라미래를다시사는것같다”고까지서술한다.그런오제에게‘카사블랑카’란더이상모로코의도시도아니고,오래된영화의제목도아니다.자신의유년시절로되돌아가게끔하는일종의문(門)이다.

“나는카사블랑카를잘모른다.나는그곳에두세번정도짧게머물렀을뿐이다.내가어렸을때꿈꾸었던도시는라탱지구에만,마이클커티즈의영화속에서만존재한다.”(20쪽)

영화와실제생활경험이뒤섞인기억들은마르크오제개인의고유한역사를이루게되었다.그는이책에서자신의삶을구성하는기억들을끼워맞추며흐릿한유년시절로거슬러올라간다,영화[카사블랑카]를이정표삼아서.

기억의몽타주

마르크오제의저서로,국내에는지난2017년에출간되어여전히주목받고있는『비장소:초근대성의인류학입문』이후,최근에는인문에세이『나이없는시간:나이듦과자기의민족지』가출간되었다.이두권의책은그사이오제에매료된독자들의시선을붙잡았다.순서로서는세번째인『카사블랑카』는오제의자전적에세이이다.하지만오제는『카사블랑카』의모토글에“이책은자서전이아니라몇몇기억의‘몽타주’다”라고씀으로써이책이단순한회고의자서전을넘어선,인류학자이자영화학자로서의‘시대를통과한’인문에세이임을강조하고있다.그런점에서『카사블랑카』는상당히이례적인책으로,오제에매료된독자는인류학자마르크오제의유년시절을거슬러올라가개인마르크오제를만나볼수있다.인류학자로평생인간을연구했던그는이책에서다른누구보다자기자신에게집중한다.오제는어머니의도움을받아영화[카사블랑카]를매개로떠오르는조각조각의기억들의전후사실관계를바로잡고이를바탕으로자신의유년시절을재구성,즉몽타주하는작업에몰두한다.기억은무엇이고,왜그는이작업에그토록몰입하는가.이에대해그는“자기과거를잃는다는것-알츠하이머병에서처럼가장오래된기억들이최후의저항끝에마지막으로지워진다-은,자신을시야에서놓친다는것(seperdredevue)이며,다른말로하면죽는다는것이기때문이다”라고서술한다.

학자로서의마르크오제가아니라개인마르크오제의글을읽는건전자에비해사소한것인가?하지만개인의역사는역사적,문화적맥락을제외하고단독으로존재하지않기에언제나우리가사는세상전체의역사를끌고온다.그런점에서이책이담고있는내용은결코사소하지않다.마르크오제의유년시절은2차세계대전이라는,20세기를가로지른굵직한사건과맞닿아있다.그가피난을떠난것은개인적인경험에속하지만동시에그배경에는‘독일의파리점령’이라는역사적사실이있는것이다.그거대한역사는다시이책을읽는독자한명한명의개인사를상기시킨다.독자는자연스럽게자기자신의유년시절을회상하게된다.자기자신을기억함으로써우리는살아있음을확인하고이세상에서과거와현재,미래를인식하는연속적인존재임을알수있기에이작업은매우중요하다.

오제는기억이만들어내는고독에대해서도이야기한다.기억은불확실할수박에없으므로기억을확실히하기위해우리는우리의기억을대조해볼수있는타인이필요하다.그러나더이상자신의기억을증언해줄사람이한명도남지않았을때가있다.오제는자신의어머니의이야기를하며무언가를기억하는사람이자신밖에없다는‘기억의고독’이야말로최악의고독이라고평한다.

이처럼이책은마르크오제의‘기억의몽타주’에관한책인동시에인간이라면누구나갖고있는기억전반에대한진지한성찰이다.생보다는죽음,시작보다는끝에더가까운저자가자신의시작점을향해영화하나를돛삼아거슬러올라가는과정은독자에게기억의아름다움과짠한서글픔을동시에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