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것을 땅에 묻는다 (차선우 소설집)

우리는 많은 것을 땅에 묻는다 (차선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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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선우 소설집 『우리는 많은 것을 땅에 묻는다』. 작가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견인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삶의 풍경을 제한적으로 부각시키며 시작한다. 그 방식은 재현된 현실의 주체가 서사의 대상이 되고, 그 의미를 테마로 하면서 서술전략을 구성하며 텍스트화한다. 일상성에 감춰진 양면의 안과 바깥을 세계의 이중층으로 주조하여 은폐되어 있는 그것의 내면을 보게 된다.
저자

차선우

저자차선우는익산출생으로원광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2011년《내일을여는작가》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더미○7
수상한대합실○35
악어를사주세요○63
우리는많은것을땅에묻는다○91
W○119
에레원캐슬○149
쓸모○173
태평원룸202호○201
보람의끝○223
해설|욕망의네트워크와부유하는주체들|권성훈○252
작가의말○269

출판사 서평

욕망의네트워크와부유하는주체들

1.

차선우의소설은욕망에밀착되어있는다단하고불안정한주체들의내면을리얼리티하게조명하는데있다.단절되고모순된세계와인간관계에대한내부의해부를통해계층간의속성을표면적으로해체하면서욕망의징조들이드러난다.욕망의주체를불러들이는서사의편재는주변부삶에길들여진그늘진타자들의삶에서출현시킬때두드러진다.이가운데그의소설은소외되고상실된불가해한현실을부정하거나,거부하지않고플롯의정면으로가로지르는상상력의촉수로민감한본질의바닥까지도달하고자한다.
작가는인간의본질적인문제를견인하고있으며,무엇보다삶의풍경을제한적으로부각시키며시작한다.그방식은재현된현실의주체가서사의대상이되고,그의미를테마로하면서서술전략을구성하며텍스트화한다.일상성에감춰진양면의안과바깥을세계의이중층으로주조하여은폐되어있는그것의내면을보게된다.그가구성하는세계이면은현실의문제를지배적으로다루는문면에투시되는데,이것은진실과상반되는세계의모순과배반의적절한이중층으로봉합되어있다.이른바“괜찮다는데도자꾸걱정해주며걱정을시킨다.그들의친절한참견과지적덕분에,너는불완전한존재라고끊임없이일깨워준덕분에지난몇년간그는머리카락의고민에서놓여나지못했다.”(「쓸모」)‘괜찮다’고생각하는주체는화자이며,그것을걱정해주는것은대상은우리가직면하고있는세계다.여기서우리는불완전한주체와친절을위장한세계속에서벌어진파열을감지할수있게된다.‘괜찮다’는것은분명현상적인문면이지만내면에감춰진이면은‘전혀괜찮지않은것’이다.아이러니하게도괜찮다는데도주체를걱정해주는것은세계의문면이며,그이면에도사리고있는세계의의도는주체가걱정하도록유도하고있다는점이다.그의소설에서내재적모순은숱한머리카락과같이진실을덮고있으며,이에대한서사의배반은‘허위의탈모’를증가시킨다.이것은욕망을발동시키는현실에의요구라는점에서그의작품은욕망의서술방식을도입하면서세계에접근하는독법이기도하다.
이러한이중성이가진의미는소설의구조에서볼수있는‘상징적제동’과‘반전의지연’을불러오고고유의개성을지니게되며독자들로하여금일반적인식의균열을주면서현실과이상세계가변주된실존을마주하게된다.그의소설에서나타나는세계―내―존재를하이데거는범주적인것과실존적인것으로해석하고있다.범주적인것은존재자를전재적인양상으로보고,그것이공간적세계‘안’에있는것을의미하고,실존적인것은현존재가세계‘내’에살고있는현존양식을의미한다.하이데거에의하면현존재는내―존재로서‘세계에몰입해있음’을강조하며세계내부의한전재자가다른전재자곁에나란히있는존재방식을취하는것이아니라현존재의고투하는실존적양상에관심을두었다.
차선우작품의특징은세계에속한보편적인구조가아니라그가설정해놓은세계―내공간에서가공된등장인물의내면의욕구를사유하게되는,변양된욕망의요구이면서상징적기표로새겨진다.소설이채우고있는주체들의욕망은“공중에떠있으면새가되고바람이되고구름이되는것같다.하늘이되고우주가되는것같다.그우주가바람처럼안으로흘러들어와서가슴을뿌듯하게채웠다.그럴때망설임없이다시지구를받아들여야한다.나는발바닥이땅에닿았는가싶을때재빨리몸을굴려주었다.성공!온몸의세포들이일제히살아나소리질렀다.”(「악어를사주세요」)주체들의욕망은잡을수없는부유하는삶의현장에서현존하는새,바람,구름,우주와같이그육체를보인다.요컨대그의작품에서주제라는‘욕망의시침’을움직이기위해사건이라는‘욕구의분침’을작동시켜시시각각변화하는주체할수없는욕망의실체성을다루고있다.그것은각자의‘입신과성취’이라는욕망의이름으로우리도모르게일상에포진된‘언어의세포’로점철시키려고한다.

2.

그의소설에편재된욕망은현존재의공통적인활동성과실재성인바,인간존재에관한문제의식의면면이리얼리티하게배태되어있다.또한거기에는작가의잠재된윤리의식이그림자와같이의미의음영으로투사되어있다는점이다.차선우의첫단편소설집『우리는많은것을땅에묻는다』에수록된「W」「더미」「보람의끝」「수상한대합실」「쓸모」「악어를사주세요」「에레원캐슬」「태평원룸202호」「우리는많은것을땅에묻는다」등9편에서우리는각기다른존재들,자아와타자,타자와세계사이에서들려오는“칼질소리,조리기들먹거리는소리,그릇부시는소리,무언가를주문하고알았다고되받아치는소리.아득한곳에서문닫는소리가들려온다.층층이방들이겹쳐진곳,다른세계의문이닫히는소리”(「태평원룸202호」)등다양한소리들이가진주체들의고유한욕망을감득하게된다.이소리들의발생지는현실에서기인하지만또다시작가의상상으로가공되며서사로제작된소설의방에서체험가능한것이다.

차안에는어느새바흐가흘렀다.내호흡의속도와높낮이,심장박동수,그리고체온과기분까지감지해센서가선곡한것이었다.차는레인을따라조용히달리고,음표를수직으로쌓는능력을가졌다는연주자의건반이무심히차안을떠다녔다.수직은커녕수평으로늘어놓기도바쁘던필의손이떠올랐다.언제나부루퉁한얼굴도떠올랐다.
-「더미」부분

그방면에탁월한식견을가진W는세상의어느상담교사보다친절했고입이무거웠다.사실W는거의모든방면에감탄할만큼의지식을갖고있었다.기억력또한비상했다.자신이한번듣거나본것은절대잊지않는것같았다.그러면서도아는것을뽐내거나자신의생각을상대에게강요하지않았다.묵묵히들어주고선택지만제시했다.
-「W」부분

일상은될수있는한,편안하고안락한삶을추구하며과학에의존하면서살고있다.사실인간의평균여명이늘어난것은생명이진화된것이아니라통계와예방,의학과과학의발달로인하여그수명이백세로연장된것에불과하다.현대인은그것에길들여져과학에사숙된것조차모르고살아가는것이현실이다.이처럼바흐가흐르는듯한안락한공간을차지하기위해“호흡의속도와높낮이,심장박동수,그리고체온과기분까지감지해센서가선곡한것”은인간자신이아니라인공에의해컨설턴트된것이다.그러나「더미」에서안전한장치와평온한공간을검증받기위해쓰이는‘인간더미’는보편적인것이아니라과학의특수성을실험하는도구일수밖에없다.“허공으로날아올라거대한코를땅에박았다.쿵,다시뒤집어지면서쿵,쿵,쿵.나는차와함께공중제비를돌고땅에처박히기를반복했다.몸이차와엇박자로튕겨오르거나거꾸로처박힐때마다안전띠가특수제작된좌석에나를끌어앉혔다.”를반복하며실존하는존재인‘더미인간’은고투하는현실에맡겨진존재의다른이름이아닐수없다.
「W」는테크놀로지에종속된현실을극대화하면서폭발적인기계증식과절대적인의존욕구에대한문제의식을반영하고있다.인간이만들어놓은기계에의해정신이작동당하며인간정신마저도파괴되고있는것이실상이다.이를테면누구나들고다니는스마트폰은친절,정보,소통,비밀,저장능력등의탁월한능력을가진길잡이가아닐수없다.또한그것은아버지와같이“아는것을뽐내거나자신의생각을상대에게강요하지”않으며,자신을보호해줘야할아버지가무책임하게사라져버렸을때에도“W에게의지하는수밖에.다행히W는자신의인맥을동원해주었다.최선을다해도윰에게협조했다.그럼에도아버지는쉽게발견되지않았다.산속깊숙한곳에서초근목피하는지,외딴섬에서해초와물고기로연명하고있는지알수없었다.도윰은포기하지않았다.W의힘을믿었다.그리고결국아버지를찾아냈다.”모든것을갖춘스마트폰은“가장친한친구이며선배이고스승이자아버지이고어머니”로서현실에그것이없으면‘불안하고초조해서숨이멎을것같’은상태에놓여있다.“이작은기기에W를완벽히구현한자들에게영광있으라.아무때나영접이가능케한자들에게무한한축복있으라.”아이러니한현실에대한역설적찬양으로서현실을풍자하며“그렇게발가벗겨져객관화된나는생각보다보잘것없”(「더미」)는테크놀로지세계에접속되어있는실존의페르소나를보여준다.

3.

위작품의주요테마가되는차안과스마트폰이라는공간은안으로닫혀있지만밖으로연결되면서안보다바깥에더많은영향력을행사한다.또한「에레원캐슬」「태평원룸202호」의집이라는공간역시인간의지각과실재에근본적인질문을던지면서사회의메커니즘을드러낸다.작가는실업,빈곤,억압,단절,모순등피로한사회를자신이가공한‘소설의집’으로초대하면서소외된주체들의욕망성과접촉시킨다.
“거실에는온갖물건들이흩어져있다.아가리를떡벌린채빈속을보이는과자봉지,샤워를하고던져둔수건과티셔츠·양말짝,나무젓가락이꽂힌채방치된컵라면용기,국물이떨어져울퉁불퉁해진만화책,그리고뒤엉킨이어폰줄과케이블선,전단지들.갈데없는이재민막사다.그러나그것들은기품있고세련된가구들사이에서팝아트의한컷처럼빛난다.(「에레원캐슬」)에레원케슬은아무렇게나버려진쓰레기를담고있는공간으로묘사되고있지만이것은사회의중심에서밀려나거나,방치된젊음과꿈이나뒹굴고있는‘청춘의막사’다.“전체적으로는어둡고칙칙하게보였다.날씨가흐린탓도있지만변변한창이없는이집의구조때문이기도했다.책상과침대사이에번듯하게난창이없지는않았다.그러나그창은굴절된약간의빛과공기만투과시킬뿐,하루종일옆건물의시멘트벽만담고있었다.”(「태평원룸202호」)어둡고칙칙한이집역시밖을바라다볼창이없는현실의단절을형상화하면서시멘트벽밖에보이지않는자아와타자,타자와타자,타자와세계간소통이거세된사회의답답한구조를드러낸다.

역시단단한벽과굳게닫힌문들.영조는호흡을가다듬고오른쪽집의초인종을누른다.아무런기척이없다.돌아서서반대편집의초인종을누른다.그집도마찬가지다.영조는아래층으로내려간다.거기에도사람은없다.배달하는사람이동을착각했을수도있겠다싶어서영조는어스름속을걸어앞동으로간다.마침같은호수에사람이있다.영조는우리집에온두부가혹시이집의것이아니냐고묻는다.페르시안고양이처럼우아하고나른하게생긴여자가천천히고개를가로젓는다.두부는다시냉장고속으로들어간다.
-「에레원캐슬」부분

집안에많은냄새가뒤섞였다.침대에걸터앉은여자의얼굴에도많은표정이어렸다.여자는불을끄고다시침대에앉았다.어둠속에서소주를한모금마시고잘근잘근오래도록멸치를씹었다.우울했다.세상의모든사람들,심지어구더기나나방같은미물조차자신을괴롭히자고작당한것같았다.나쁜놈들.여자가소리쳤다.화답하듯전화벨이울렸다.
-「태평원룸202호」부분

「에레원캐슬」에서타자와세계가소통할수있는유일한연결통로는‘계단’이며,계단을빼고는‘전부벽’으로막혀있는현실을절감한다.또한“그벽에난철문들은하나같이굳게닫혀”,“조금전에자신이빠져나온재건이집의문,열리지않는앞집의문,엘리베이터문,소화전과양수기함의문.문득자신을둘러싼벽과문들이싸늘하게느껴”지는곳이다.이문들은계단을통해서로연결되어있지만소통불가능하고,감정교환불능상태의현실을보여주는상정매체다.취업준비생인영조자신은마치‘그벽이뱉어낸오물처럼여겨’질정도로현실의암담함을불가치한존재로비유하며,가로막힌현실에서사회로진입한다는것자체가비관적이라는사실을암유한다.누군가현관손잡이에놓고간깨지기쉬운사각의두부는‘에레원캐슬’,‘벽’과같이겉모양은깨끗한흰색을띄고있으나,변질되기쉬운자본주의에대한모순을나타낸다.영조는현실의벽에가로막혀돌파구없이신선도가떨어져가는두부로치환된인물일뿐이다.
「태평원룸202호」에서남자와여자의등장과조우는해학적으로그려지지만이들이처한현실은녹록하지않다.이집은서로의도치않게당장몸을부릴방조차없이하루하루먹고살기힘든현실을피신하듯스며든남자와동생의빚때문에끈질긴협박에서벗어났으면하는여자와의동침을통해기대와배반이라는반전을보인다.한번도만난적없는이둘은,같은원룸에서남자는약에,여자는술에취한상태로서로다르고낯선욕망의어긋남에서생기는섹슈얼리티를익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