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 (최옥정 장편소설 |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

매창 (최옥정 장편소설 |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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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천민출신의 시인 유희경,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허균,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여인 매창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매창, 부안의 기생이다. 아전의 서녀로 태어나 기생이 되었지만 시와 거문고에 뛰어난 재주가 있어 그 이름을 한양까지 떨쳤다. 한 남자가 한양에서 그녀를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유희경, 그 역시 천민 출신의 이름난 여항시인이다. 둘은 서로 닮은꼴 영혼임을 알아보고 첫눈에 격정적인 사람에 빠진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흉한 소식이 들려왔는데….
저자

최옥정

저자최옥정은1964년전북익산에서태어나건국대영문과,연세대국제대학원을졸업했다.학교졸업후영어교사를하다가삼십대중반부터소설을쓰기시작해2001년《한국소설》에「기억의집」으로등단했다.등단후에는번역과어린이책집필로생활했다.
소설집으로『식물의내부』『스물다섯개의포옹』,장편소설로『안녕,추파춥스키드』『위험중독자들』,포토에세이집으로『Ontheroad』,에세이집으로『삶의마지막순간에보이는것들』,소설창작매뉴얼로『소설창작수업』,번역서로『위대한개츠비』가있다.
허균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을수상했으며,한문고전읽기모임인이문학회에서9년여동안수학했다.
그리고작가는“소설과인생은등을맞댄한몸이라는생각으로인간의삶을관찰하고거기서창작의모티브를찾고자했다.인간은엄청난일앞에서도살아남을수있고,작은돌부리에도넘어져일어나지못하는존재다.'소설은진짜여야한다.'얼핏터무니없는것같은이말을바라보며소설을써왔다.소설은픽션이지만한줄도삶과동떨어진가짜여서는안된다는다짐이다.내가발견한'인물'은끝까지나의분신이라여기며책임을지는게작가의일이라믿는다”고한다.

목차

묵墨의세상009
애이불비哀而不悲애이불상哀而不傷027
벼락처럼만나고번개처럼헤어지다058
이맑고시린공기는누구의것입니까?095
그대의집은부안에있고117
너는나의심복지우니라145
이화우흩날릴제197
길은멀고몸은고단하구나242
초사한담樵士閑談272
거문고의노래312
해설|이소나무와바다,거문고의울림|방민호326
작가의말345

출판사 서평

■이어지러운시대에읽는
고결한사랑과죽음의이야기
정화가필요한시대

■황진이와함께조선을대표하는기생시인

■천민출신의시인유희경,차별없는세상을꿈꾼허균,
그리고죽음을넘어선여인매창의사랑이야기

■2016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선정작


어찌하여이작품에나타나는매창은이렇듯난하지않으면서도향기를머금고작품의끄트머리를향해가며더욱아득해질수있었을까.그것은오로지이매창의‘몸’에실린작가자신의담백한마음세계때문일것이다.
매창은끝내이남성적세속세계의울타리바깥,월명암과변산바다의소나무냄새,바다내음새속에서,자연의일부로생명을받았다떠나는인간의숙명을깊이이해할수있었다.이모든것을거쳐그녀는그녀자신이평생생각해온죽음과묵연히마주할수있었다.그리고나는생각한다.작중에그려진매창의‘처음과끝’이모두최옥정작가그자신의것이리라고…….
소나무와바다와거문고소리가울리는이소설의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는한동안감은눈을뜨지못했다.

-『매창』,해설중에서

■고결하고도뜨거운성정의소유자이매창은…
-황진이와함께조선여성시조및한시의명인


여러기록에따르면이매창은한낱기생이었으되신분과직업의한계를넘어예술의높고깊은세계를자기것으로만들수있는사람이었다.
부안현아전의여식으로태어나어머니를일찍여의고아버지에게글을익히며자라난매창은고결한성품의소유자였다.이는허경진에의해「취한손님에게」로번역된오언절구의한시에얽힌일화로널리알려졌다.
어느날술취한손님이매창의명주저고리를잡으니그손을따라저고리가찢어졌다.매창은명주저고리찢어진것은아쉽지않으나그가베푼정조차끊김을두려워한다고노래했다.술과가무가있는남성들의놀잇상에서살아가야했던매창은그럼에도시로써양반을타이를수있는높은품격의소유자였다.
매창이불과서른여덟살이른나이로세상을떠난뒤그녀의시수백편이이리저리흩어짐에부안아전들손으로매창집이엮이어모두쉰여덟편시들이『매창집』이름아래모이게되었다.
최옥정작가의원고덕분에나는아주오래전에백광훈,최경창,이달의삼당시인을비롯하여애틋하게읽던허경진번역한시집의하나인『매창시집』을다시읽었다.여기서그의주석을통하여매창의고독한예술혼이표백된시한수를접할수있었다.
칠언절구「자한박명ㅡ기막힌운명을스스로한탄하다」에서매창은자신의고독한심경을먼옛날초산에서옥덩이를주워세번이나임금께바쳤던‘변화’라는사람의참극에비유하여노래했다.처음에는여왕,다음에는무왕에게옥덩이를바쳤지만왕으로부터감정을의뢰받은사람은그것이한갓돌덩이에지나지않는다했다.화가난왕들은변화의발을왼쪽부터오른쪽까지차례로하나씩잘라버리고말았다.문왕이즉위하자변화는초산아래서그옥덩이를안고사흘밤낮을울었다.그런참담끝에서야마침내억울함이밝혀졌다는고사를빌려매창은모두들피리를좋아하는세상에서거문고를타며세상을견뎌야하는자신의처지를비감해했다.그녀는이시에서초산을형산(荊山)이라표현하여자신의삶을형극의길을가는것에비유했다.
이러한매창이었던만큼그녀의사랑또한황진이처럼관능이흐른다기보다기다림과외로움,쓸쓸함,한탄과허무로점철된것이었다.황진이의시조에도「어저내일이야」나「동짓달기나긴밤을」처럼기다림과회한이담긴시가없지않으나다른한쪽에「청산리벽계수야」도있다.또지족선사,서화담과의일화가있어애욕과풍류가어우러진황진이의인생을전달해주기에충분하다.반면에매창의사랑은유희경과의짧은만남과긴이별,그뒤의기약없는재회가보여주듯이품격과인고와기다림이따르는것이었다.또당대의문장가허균과의만남과그사제적교류가보여주듯이그녀는시악과철학이한데어우러진플라톤적사랑의차원을감내해마지않았다.
최옥정작가의이번소설이훌륭한것은이러한매창의삶과인격이손에잡힐듯여실하게그려지는데있다.작중곳곳에서조선중기를살아가는기녀이자예인인매창의고절한모습이살아움직임을느낄수있다.예를들어폐병이깊어죽음에다다른매창의모습을작가는다음과같이처절하게묘사했다.

세가지가검어서고왔던여인매창은어둠에한덩어리의어둠을보태며이세상으로부터멀어지고있었다.흑단같은머리도,머루알같던검은눈동자도,까마귀깃털같은눈썹도어둠의한조각일뿐이었다.침침한달빛에그녀의얼굴이희게빛났다.지병으로창백해진얼굴이마지막으로한번환히빛났다.한때는이슬에젖은매화를닮았던얼굴에쇳조각처럼차갑고결연한미소가피어올랐다.배에서올라오던숨이가슴에서나오다가차츰위로올라와목에서밭은숨이나왔다.누가깰까봐기침을참는것이병증을악화시켰다.들이쉬는숨은부드럽게흘러들지못하고그물같은것에턱턱걸렸다.그때마다기침이터졌다.기침은얼마남지않은그녀의기력을더빨리소진시켰다.
풍수화토로이루어진몸은죽으면다시풍수화토로돌아가는법.매창은밭은기침과함께피를토한다.무명수건으로입을틀어막고엎어진다.(16쪽?17쪽)

죽음이다가온순간에도매창은병속에서오히려차갑고결연한태도를비칠수있는존재로나타난다.최옥정작가는매창을죽음에이르러서조차"돌아보면한순간도아름답지않은날이없었다"고,삶을긍정하는존재로그리되이를위해자신의짧은삶을거문고하나에의지하여차갑게버텨내도록했다.

■이룰수없는사랑,타락할수없는마음
-유혹과고독을이겨낸예술가기생


소설속에서사랑하는남자유희경과의기쁨은짧고이별과기다림의시간은길다.매창은스무살꽃다운나이에마흔여덟살유희경을만나그의시와성품에깊이들어평생자신을'지켜'나가는것으로그려진다.두사람사이에는기록과남겨진시가말해주듯말못할사랑의감정이흐르고있었으나정작그들이함께보낼수있었던시간은극히짧았다.최옥정작가는시조「이화우흩뿌릴제」에나타나는여성화자처럼기다릴수밖에없는삶을살았으나그기다림을완성함으로써자신의삶을지키는매창의삶의태도를그렸다.이귀에서허균으로나아간그녀의남자들관계에서도매창의마음은어지럽혀지지않고귀하게남았다.
어찌하여이작품에나타나는매창은이렇듯난하지않으면서도향기를머금고작품의끄트머리를향해가며더욱아득해질수있었을까.그것은오로지이매창의‘몸’에실린작가자신의담백한마음세계때문일것이다.

황진이이야기가거듭발표,출간되어온것과달리매창의이야기는반복적으로빈번하게쓰이지는않았다.홍종화의『매창』(이가서,2005),윤지강의『기생매창』(예담,2013)등이있었던것으로보아새로운시대에들어서매창에대한관심이높아졌음을알수있다.그러나황진이이야기가두고두고거듭새로쓰여온것과무척대조적이다.그렇다면이번에새로쓰인최옥정작가의『매창』은어떤특징을지니고있는걸까?
이는김훈의『칼의노래』에비견될만한작품이라할수있다.김훈작가는이순신의새이야기『『칼의노래』로큰각광을받은후『현의노래』,『남한산성』,『흑산』등의장편역사소설을차례로발표했다.이가운데『칼의노래』는문학적으로나상업적으로나가장성공적이었다.그특장은삶과죽음을가르는삼엄한칼날위를살아가야했던이순신의절박하고도가파른내면세계를깊게파헤쳐조각해보인데있었다.
국가,당파싸움,전장,도탄에빠진백성들을배경으로이순신이라는한초인적존재의생사관이생생하게드러난다.국가와국민을문제삼는현대적시사성과작품전체에흐르는남성적체취에도불구하고이순신에이입된작가의내면성은풍부하고깊다.
최옥정작가의『매창』에흐르는주인공의내면성을『칼의노래』의그것에비교해볼수있다.여성작가가쓴여성시인의삶에관한소설이어서그런지몰라도이『매창』은임진,정유국제전쟁시기를살아간여성의삶을그리고있음에도국가,전쟁,당파싸움같은문제를의제화하지않는다.그것들은마치버지니아울프소설『등대로』의짧은2부에서다루어지듯이인생이라는이름의바다에서일어나는파도들에지나지않는다.대신에작가는매창의삶의감성과감각을전면에배치한다.즉내면을풍부하게그리는점에서는같되,최옥정쪽은김훈쪽에비해훨씬더인생자체의의미에접근한다.비록이것이큰작가김훈의작의를왜곡이해하는것인지알수없으나나로서는『매창』을그렇게읽었다.

■유려하고깊이있는문장으로매창의육성이들리는듯써내려간소설
-어지럽고힘겨운시대에읽는고결한여성의초상


최옥정작가의거문고를타는듯한문장들이일어날때마다나는내기억의어둠침침한광안에버려두었던옛물상들의세상을떠올렸다.그런움직임이일때마다또한최옥정작가가이작품을위해얼마나섬세한공을길게시간을늘여들였는지실감할수있었다.다음의아름다운문장들이그실례가될것이다.

(가)
춘분이지나면서햇살은하루가다르게따사로워졌다.매창은마루에앉아서앞마당을내다보거나뒷마당을걸으며낮시간을보냈다.배롱나무이파리의초록색도날마다새로태어난듯짙어졌다.냉이,광대나물,벌금자리같은자잘한풀꽃들도때를놓치지않고개화의행진을이어갔다.꽃들은봉오리를급히벌리며향기있는것은향기를,향기없는것은비린풋내를뿜어냈다.새발자국이보일정도로말끔히쓸어둔마당으로미풍이불었다.고소한나물냄새가바람에실려집안곳으로퍼져나갔다.매창은산수유를한다발꺾어서화병에꽂아문갑위에올려놓았다.잠이덜깬듯은은한산수유향이방안을떠다녔다.(27쪽)


(나)
남자들은광밑바닥에숨겨둔종자들을꺼내고뒷간의두엄을뒤집었다.곰삭은두엄에서밥냄새만큼푸짐한냄새가났다.이따금씩봄비가내리고나면풀들은부쩍자랐고날은푹해졌다.매창도마당의잡초를뽑고좁아진빗물도랑을넓혔다.찬모와함께뒤뜰에채마밭을가꾸었다.호박과아욱과가지를심었다.매창은가지꽃의보랏빛을볼때마다신기했다.둥실열리는가지에비하면그꽃은얼마나우아한가.매창은해마다빼놓지않고가지를꼭심었다.여름에가지를따다가쪄서쪽쪽찢어냉채를만들기에앞서늦봄부터그녀는꽃이언제피나아침마다들여다보았다.(105쪽?106쪽)

(다)
항아리를열어놓은장독대에서는익어가는장냄새가진동했다.바지런하게항아리를행주로닦아놓아햇빛이비칠때면항아리에서반짝반짝윤이났다.사람사는집같았다.윤금이가된장이제대로익었는지손가락으로찍어서맛보다가매창에게도맛을보였다.짭짤하고구수한된장만있어도겨울반찬걱정은없었다.게장과산초장아찌는입맛없을때물이나녹차에만밥에곁들여먹으면별미였다.명아주잎과깻잎장아찌도두항아리담가두었다.손많이간다고관두라고해도간장만두번끓여부으면되는데뭐가힘드냐면서윤금이는팔을걷어붙였다.부엌에서물동이나르던시절어깨너머로음식만드는걸배워뒀다고모처럼큰소리를쳤다.채소를다듬은뒤장독대를정리하는건장덕이몫이었다.장독대에물을끼얹어가며항아리와바닥을말끔히소제하고나서점심을먹었다.
털게로담근게장은싱싱한냄새가일품이었다.등껍질안에꽉찬살에서단맛이났다.장덕이는게장과깻잎만갖고도밥두그릇을비웠다.매창도요즘은밥맛이좋았다.수수와기장이섞인잡곡이었지만혀에단맛이괴며쌀밥마냥잘넘어갔다.배가부르면시름도줄어드는법이다.맛난밥을먹고게을러진몸으로마당에내려섰다.매창은손수싸리비를들고바람에떨어진나뭇잎과국화이파리를쓸어서한쪽구석에모아두었다.(128쪽?129쪽)

이아름다운문장들은작가가매창으로하여금그녀의시대의남성들조차다가서지못한세계로나아가게했음을보여준다.

■천민과서얼의울분과설움
-모두함께,차별없이살아갈수있는세상의꿈


시의달인이자도인인유희경도,도저한문필가이자뜻다이루지못한경세가허균도,끝내사람의세속삶의울타리너머로완전히나아가지못했다.
그들이살아간시대는반상과적서의구별이엄연하고,남성과여성의지체가다르고,나아가당파싸움과전란과죽음과굶주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