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처가 옹이였다 (조현숙 시집)

내 상처가 옹이였다 (조현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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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현숙 시집 『내 상처가 옹이였다』. 조현숙 시인의 시 작품을 담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나의 심상엔 언제나', '무수리 초상집', '4월의 언저리', '예비된 탈출' 등 을 수록했다.
저자

조현숙

저자조현숙은1997년『문학21』신인상으로등단했다.『너른고을문학회지』1~21집(공저)에참여했으며,동인지『얼음꽃』『마중물』(공저)등에도다수참여했다.한국작가회의,너른고을문학,불교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며,마중물문학동인이다.도예작가,문인화가이며현재설월도예연구소를운영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4

1부―카페,레반트

카페,레반트―12
자유부인―14
건봉사―18
민들레와정임씨―20
강그리고나―22
나그네와그림자―24
늪―26
둘째딸메모-아빠의부재에대하여―28
불면―31
토우1―32
눈내리는샛강―34
봄날의새―36
허기도품격이있다―38
고택―40
조가비―42
만월滿月―43
또다른봄날―44
그대는―45
무심의꽃으로―46
즈믄날바라춤―48
당신에대한일기―50
파도―52
두고간사람아―54
열꽃―56
빈들―58

2부―내상처가옹이였다

내상처가옹이였다―60
2월―61
산책길―62
달항아리―64
토우2―66
눈꽃―68
봄비―69
당신―70
홀씨―72
보슬비―73
4월의꽃망울들―74
고목―76
수채화―78
꽃상여-시어머니를모시고―80
동백꽃잔영―82
눈덮인적막,그여행지―84
당신이떠난그날후―86
봉포리―88
메아리없는독백―90
태동―92
화진호,그바람소리―94
텃새―96
계사년이천십삼년끝자락―98
단풍―99
기다림―100

3부―석류항아리

석류항아리―104
나의심상心想엔언제나―106
무수리초상집(喪家)―108
4월의언저리―110
예비된탈출―112
지난날―114
폭설―115
창가에서―116
도토리―118
가슴앓이-속초―120
종이배―122
쉰아홉의위안―124
감나무―126
눈속언어言語―128
고향의바다―130
무제1―132
무제2―133
이방인―134
떠나는소리―135
빗소리―136
해녀의꿈―138
봄날―140
나이―142
씨앗이여―144
그림자―146
발문:십육여년간연민의별곡別曲(박희호)―147

출판사 서평

■저달어디에붓을찍어야
이산고를멈출수있겠는가

불이라는거울이있다.
흙이라는거울이있다.
불과흙이서로길항하면서때로불화하면서가까스로도달한‘붉은불덩이환상’의시간이아프다.시인은자신이마주한거울속에서도예(그릇)와시가한몸이라고묵언으로말하고있음이분명하다.달항아리를채운“고요함도빛바램도/바람도구름도모두숨이멎은순간”이라는고백이바로그것아니었겠는가.조현숙시인에게시는“붉디붉은철화를고스란히입고선자태”를열망하는대발심大發心이기도하다.그리하여“자궁속/1300도붉디붉은숫접은산고”의고행이시의길이었음이다.
세상이아주소란할때조현숙시를읽는마음이무거웠다.그러나정월대보름날촛불평야에나투신(月面佛)을뵈오며잘빚은두항아리ㅡ달항아리,석류항아리를읽는밤또한축복이리라.그렇다“저달어디에붓을찍어야/이산고를멈출수있겠는가”시가태어나는황홀한시간이다.
-홍일선(시인)


■십육여년간연민의별곡別曲

조현숙시인의이번첫시집은십육년의자서전이라할만하다.절망이라는순간에서떠나야만했던수많은길,그길엔늘물이있다.강물또는바다,빗물,그러한물은곧사유화되어시인의관조에끊임없이안착한다.
시인은늘외롭다.「내상처가옹이였다」에서도시인은견고한외로움의틀안에다‘야무지게방어’의논리를펴고있지만그것에서결코자유롭지않다는사실의무늬를관조적으로드러내고있다.

외로움이길어지면
겉은고집과아집으로
야무지게방어를한다지만

속은결코그게아니라는것
나중에,
나중에서야알게된것이지
내삶깊게박힌상처
그상처옹이가되어도리질치면

나도모르게만들어진
단단한벽으로
이렇게내가굳어가고있음을어찌알았으리

-「내상처가옹이였다」전문

“내삶깊게박힌상처/그상처옹이가되어도리질치”며그것을수없이되풀이하다옹이가된다는사실에화자자신도인지할수없는공간안에단단한벽을세우는무심의빈그림자를만들고있는것이다.

시인은자주바다를찾는다고한다.시를한행도지을수없을때,도자기를미친듯빚다가문득그리움이낚아챌때,화자의가슴에차오른그무엇을퍼내려했던곳이바다였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원고지위로쏟아놓은비릿한꿈의시어들을보면끊임없이허기진시심이다.
「조가비」를보면“차갑게떨고있는조가비서넛사려넣고왔다”에두드러지게나타나는것을볼수있다.무엇인가를버리고채우려는울부짖음의문맥에서치열한시정신을간파할수있다

강은늘시인과같이있다.시인이사는곳과강의거리가몇자락이나될까마는「강그리고나」시편은강과화자를동일시하는겸허한몸짓을실감케한다.시인은강을길로서적극적으로사유화한다.“앞뒷산젖줄모아태동시킨푸르디푸른길”이렇듯시인의가락에서는정지용의「향수」를상기시킨다.
시인에게서강은한모금의생명수가아니라화자와함께흐르는길이다.“옥양목같은안개의마디마디가/거미줄을튕겨내자”로이어지는시인의절창은운율과음률의조화로움에미각이살아난다.
아마도시인의이러한시적메시지가있기에시인을관념적이라치부할수없을것이다.“맥놀이가어둠사리를/살풀이몸짓으로견고한여울목하나지었다”로이어지는시인의호흡이다양하게변주되면서시적변용을시도하고있음을알수있다.“얼마나많은젖을물렸던가/내안에희미한강무덤자리에소昭만흥건하다”엄마로서의젖이비로소여인으로서강으로순환되어지는시인의강은무슨까닭이기에앞서절실하게동경하는서정적정감으로시세계를확장하고있다.

시인이거처하는곳은개량형기와집으로자갈이깔린넓은마당과뒤뜰,그리고나지막한돌담이둘러쳐진고즈넉한집으로이곳엔시인의도예작업장과도예생들의학습장이같이있다.
이시는아마어느봄날의풍경인듯하다.이렇듯시인의주변엔시심이흥건하다.무릇시심의가을걷이라할만하다.
누군가에겐쌉싸름한봄철민들레가점심나절밥상의쌈으로자리한다면,시인에겐시상의허기를채울수있는호기이지않겠는가?시인의일상이그윽한향수와함께향토가아름다운서정의가락으로노래되었기에감동적으로다가온다.
독자가한편의시를읊고입가에희미한미소가번진다면그것으로서시는시인것이다.어느누구에게도봄날은있었을것이다.
그봄날을내밀하게그려낸「민들레와정임씨」,어느봄날을기대해도좋을듯하다.

담장안도자기작업장뜰,
노란민들레꽃들이멋내기가한창인데요
연하고쌉쌀한그맛을
입맛돋운다는이기심을
쌈싸잡숴보겠다고

낯모르는부부가배낭을지고
맛,
맛으로조금도아니고뿌리까지
가방을채우고있었다지요

실습생인정임씨
안된다고
정말안된다고
버티고서서소리질렀지요

작업장울안에것은모두내것이라고
제멋대로자라고있는쑥부쟁이까지도
자기가곱게기르고있는거라고했다지요

지금
흐드러진민들레꽃들이
옆뜰로터잡을수있는것은
다정임씨덕분이지요

-「민들레와정임씨」전문

조현숙시인이아니고서는담아낼수없는시편에전율을느낀다.흙의위대함을일깨우는드라마같은경건함이다.청량한음향을독특한발상으로애절하게파장을일으키는은유적창법에담아낸시어들하나하나가기도문을접하는듯하다.
순우리말‘애절임,애면글면’을적절히구사한것또한신선한충격이라하지않을수없다.
시인의손으로직접흙의형상을빚고,불로서그응축된시간을담아낸도공의손길에머문시인의시심에경의를표한다.
“속으로,속으로엉켜든애절임은/굳어버린엄지의고통이었지”무언의흙입자에서한점형상을빚어내기위한엄지의고통은형이상학적지문의울음임을식별한다면도공을감히위로한다할수있을까?
시구한올에서엿볼수있는“상아빛순결한모태로/애면글면물레를차며형상을빚어갈때”메아리는너무도선명하여감동의산책이라아니할수없다.시인의시심은감히넘볼수없는경지에이르러또파장을일으키고있다.“자궁속/1300도붉디붉은숫접은산고로삭힌/청아한인고의보석”이쯤에서는필자도숙연해진다.여심만이집어낼수있는전통적정취와함께흙냄새와어머니의냄새가물씬안겨오며지적갈등을애절하게씻어준다.“난마디마디를잃은도공의생채기로울컥각혈을한다”얼마만큼도공의외마디비명을독자들이느낄수있을까?시인은각혈을한다.시인의견고한시세계는이제서술적이고관념적이지않은순수서정시의직조를보이고있다.

시인의또다른영역이다.도공으로서시인은존재를바라보는사유가얼마나깊은지알수있다.이제시인의언어는사물들속에서제각각의의미를가진목숨의풍경으로응집된다.
“손사위에잡힐만큼의가래4)로형상을/보거라!이제네게생명을주리라양손가락들이움직여눈,코,입,귀를더듬어만들고눈썹과머리카락한올한올섬세히심고나면”시인은미세한입자에생명을불어넣기위한시맥을찾아먼고행의길위를서성인다.산문시이면서도서정적인무늬가시선으로어우러져공명의메아리가시전체를아우르고있다.
“목선은어깨를지나가슴선탱탱하게뉘를애타그리워하였기에그리선이아름다운것인가허리곡선은비천의모습,아래로흐르고흘러곧고긴다리끝으로설핏유성流星하나살포시스며든다”이제시에선과곡선이흐르고육감적곧고긴다리엔별빛들이소복해진다.아니생명의시어들과흙이입자로소멸하므로이름을부여받을준비를한다.
“그늘진선반에서열흘쯤피접하고나면,더야물어지려가마내화판위살포시올려세우면,아!이제야불길흐름사이사잇길마련하여재임을끝낸다”선형적굴레에서벗어나려는듯,시인의촉수에포착된시어들은불길의자연적존재로향해있다.그리하여시인의손길이미치는곳마다흙은생의비경을존재론적사유로제공하고있다.
“450°c,그쯤에서느슨했던숨길다열고가쁜열기휘돌아치면순도를높인1000℃의단벌구이완성할때,그뜨거웠던거친불숨은잦아들어적막의의식에그림자드리운다”흙의존재에대해착목하고서정과순도높은열기가뱉어내는화엄의시어들도깊은의식에순응한다.손으로빚은도공의사적체험을깊디깊은사유로기록한다.생명의환원이다.장엄한겹침속에시인의울림이전해진다.
“흙은튼실하게굳고굳어붉고단단한황토빛토우로변신하였다/너에게한움큼의소임을부여하련다./결고운햇살과마주하면그즈음부음접한곡소리에다봇이생명의향기를피워올린다./긴생명줄을기워올려영원길목지키는어느이의동반자되면너
에게부여된인고의이름은가히천년을가리라”이어찌인생의한나절과은유할수있으랴만시어곳곳에서뭉게뭉게피어오르는형상들이도공과시인이대비되어생사와불멸성에대한성찰을일깨우고있다.시인은천년의소리를떠나지못한채심안心眼을얻어돌담밖을엿보고있다.

시인의행간을채웠던것은진솔한지아비의손길이머물렀던모든것에시인만이생명을불어넣음으로써그를형상화하는것이었다.그렇게시의행간마다세아이의길을만들었다.지아비의온기를향기로채워내는시인의짠한모습을볼수있다.
“그대발아래폭신한길을/내어드리진못했어도이깊고눅진한어둠속에서도도란도란/우리이야기는천년을/가고도가뭇한훗날/어느이의손길에서/예서체로옮겨질/그날우리의여행은/여명을맞이하리/행복했던이야기들로/서러웠던이야기들로/무덤에하얀꽃한줄기피워내리라”시인의심상이참으로변화무쌍함을볼수있다.시인의지아비가잠들어있는곳은마을어귀선산이다.
시인이그렇게도좋아하는강이내려다보이는곳이다.이승에서눅진했던한을짧은행가리속에저민음률의가창은그대로노래이다.지아비가다완성해내지못한순도높은불길을다시지피고,그것이함빡불길을사르면지아비의무덤에하얗게빚은토우한점이아마도하얀꽃이리라,천년의시간을감당하리란믿음이있어더욱슬픈선율이지아닐까싶다.시인은한점토우도가진것이없는빈자의슬픈노래를시어로직조한것이다.

조현숙시인은선택받은시인이라할수있다.삶의곳곳이시심을담아낼심상의울타리가되어주고있다.
시「폭설」은시인의기침소리에닿아있다.“돌담장안이남극이다/눈무게에모두가기절중”이다.어떤사람은폭설을느끼려면시외곽을찾아나서야그폭설의의미를확연히느낄수있을것이다.그러나화자는담장안에서그무게를느낀다는소회를담담하게그려내고있다.대자연의순환적의미는무엇일까?사계절이뚜렷하여피고짐과결실,그리고흐름과녹음이있는환경은다채로운시적감화를우리에게제공한다.아무리그렇다한들모든시인이이를노래한다고는할수없을것이다.

조현숙시인의시는유독바다와강을직유적관조가치밀하게내포된씻김굿같은요소들로오밀조밀성을쌓아가는시편들이많다.다시말하면시인의전언前言처럼한생의구비를돌아꿈과희망의소야곡을제창하려는엄숙한의식의공간이되는것이다.
“가차이느끼고픈숨소리를먼,무음으로다가올발자국흔적이라기도했지”뉘의숨소리를먼무음으로듣고파하는시인의심상은오로지십육년전,그시간을애달파하는것이다.내려놓으려찾아든바다는더욱명징하게시인의가슴을적시고,이제적멸보궁석가래아래사리를튼그기다림을“덜컥세찬너울이삼켜버리고/하얀거품만멍울질때면”삼켜버린하얀거품이또다른시어를잉태하는것이다.시인은짧디짧은찰라,그순간에도비유적노래를읊고있다.“또하나의기대를잉태하고/쉼없는나날을키워놓고아픔이란/씨앗을양수도없이순산한다”시인은이렇듯거침없이언어의견고함을지켜낸다.그러면서끊임없이자아를잉태하는아픔의심상구조를순산하고키워내는여인임을외친다.이제시인의관념적관조의틀이부서지고그자리를메워가는자유로운경험의언어들이시적얼개구조를지탱하려고한다.“풀려버린낱줄은무수히쏟아지는별하나/매달지못한채/뭇기억들이소롯이잠든”시인은그렇게기억을홑이불삼아새로운꿈을꾸려자각의심연에깊이침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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