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인문학 (정윤옥 시집)

배꼽 인문학 (정윤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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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윤옥의 시집 『배꼽 인문학』. 이 시집은 정윤옥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3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정윤옥

저자정윤옥은
경기용인출생
계간참여문학시부문신인상수상으로등단
한국참여문학인협회회원
너른고을문학회원
한국작가회의회원

목차

시인의말-4

1부-시와동행

청호동골목-12
수납기-14
양파를까며-16
DNA를이식하고있다-18
검침-20
까치의건축학-22
귀휴歸休-24
어미새-26
막국수-28
시,감자를심던날-30
첫월급의기억-32
시와동행-33
깔딱고개-34
가로등-36
낙엽에게-38
선풍기-40
오이지-41
메기-42
스마트폰-44
장미-46
폭우-48

2부-배꼽인문학

내몸의길-52
매실주-54
동동주-56
젖지않을잎은없다-58
배꼽인문학-60
나도파도의모래톱이다-62
낙방도자산이다-64
꽃집에서꽃은팔지않는다-66
매운탕을끓이며-68
그날도잔칫날이었다-70
감전되다-72
고욤나무-75
한낮-76
그시절엔그랬지-78
호떡과생生-80
김장김치-82
장롱면허-84
산행-86
어떤실화-88
투표장가는길-90
소문이돌다-92
참외-94
향기를비비는여자-96
나비커플-98
국밥-100

3부-가족음악회

류마티즘-104
장농을바라보다-105
노안-106
시외버스-108
새벽기도-110
부부란-112
뼛속이비어간다-114
몸살을앓다-116
염색을하며-118
시간을닦다-120
추억의냄새-122
엄마의기제날-124
가족음악회-126
기도-128
사전모의-130
순자언니-132
여백의미-134
고사告祀-136
해녀가되고싶다-138
삶이거기있었다-140
전쟁중이다-142
바람-144
그림자-146
지천을지나다-148

(발문)보편적기억과生의궁극적긍정(박희호)-149

출판사 서평

■사소하고생소한시적주제를
시적질료로삼아새로운아름다움을발견해냈다

시인이란존재는우리가몸담아살고있는이세상과주변의풍경속에은폐된진실혹은사실을그자신만의시각과눈썰미로발견해내는사람이다.하지만‘없는사실’을창조하는것이아니라,기존에‘있는사실’을새롭게발견해내는사람이며,사물이나세상속에은폐된사실혹은진실을발견하느냐,못하느냐가시적성패를판가름할수있다.정윤옥의이번시집은독자들에게거창한시적요리를선보이기보다는소박한시적밥상으로우리를초대한다.우리자신의생활현장속에흔히체험한일상현실을다루되상투성을배제한채그만의시각,그만의목소리로담아내고있다.이시집실린「수납기」,「검침」,「선풍기」,「스마트폰」,「매운탕을끓이며」,「노안」등의시편은그동안누구도다루지않았던사소하고생소한시적주제,즉그가일상에서맞닥뜨린것들을시적질료로삼아우리가지금껏음미해보지못한새로운아름다움을발견해냈다.그런의미에서정윤옥은‘발견자’로서시인의의미를잘구현하고있다.

-이승철(시인,한국문학평화포럼사무총장)

보편적기억과生의궁극적긍정

정윤옥시인의시는직접적체험과기억이묻혀있는사실적공간에서나를통해보는개성적균열이없음에도극점에도달하는자아가면밀하게공존하고있다.
시인은자신의시세계를구축하기위해감정을효과적으로표현할문장과언어수단을선택하고,독자와작가두주체를상호의존적인관계로연결할고리를찾아고민한다.
창작은모방이나파생에의한것이아닌‘독창성’과‘개성’을중요시하므로현실이상의진실성을갖추어야시로서함축된언어를승화시킬수있는가치가발생할것이다.
그런의미에서시인은과거의기억과현재의生을적절한시구를통해연결하고,그사고의긍정적의미를독자와공유하고끊임없이소통의구조에대한얼개를짜고자고민한흔적이각시편마다역력하다.
철학자‘퍼스’가처음만들어낸실용주의에기반한‘기호실재론’의지표指標에대한‘방향’이나‘목적’‘기준’을나타낼만한구체적반어적시심詩心은시인에게서찾을수없으나,대상체사이의인과적인관계는곳곳에내재되어있음을엿볼수있다.

발이봉정상선들바람처럼
바람씽씽나오는농협골안지점
한쪽귀퉁이에우두커니서있는
공과금수납기
월말가까워지면
목구멍이꽉찰때까지
우주인특별식같은난숫자와바코드가찍힌
얇은종잇조각염탐하듯삼키곤
번역한언어의답례표한장
달랑내밀더니

허한속과식으로탈나
응급실밥먹듯갔던
해당화마을보라엄마같이
삼킨난수표를울컥울컥다토해내기도한다

마시고내뱉고
채우고또내보내며
수위조절하는일상이누릇한은유
한가닥잡아채보면

내안에도
나만의바코드를읽어내는수납기하나웅크리고있다
-「수납기」전문

시중어느은행에가더라도이젠보편적사물처럼우두커니서있는수납기,그수납기를통해시인은독자와인과관계를설정하고있다.
시인은현실의구체성이라는자신의시적시심을근원적이고원형적인것에대한영역으로현저하게이월시킨다.
“월말가까워지면/목구멍이꽉찰때까지/우주인특별식같은난숫자와바코드가찍힌”,이궁극에는이시대를살아가는주부들에대해시인자신의경험으로언어를부활시키고있다.
또한시의문맥으로만보면다른상황의기억,보라엄마를통해난수표를의인화해가는과정에서시인의직접적체험과기억이묻혀있는사실적공간이자동시에시인이아스라이넘어온만만찮은세월을은유하는상징적공간이라할것이다.

달거리처럼
그는매달녹색스쿠터를타고와
혈압재듯집의내밀한
어둠의사용량을체크한다

문득,
절약이라는단어를책장갈피에넣어두고
펑펑써버린수돗물과전기그리고가스,
혹내맘도
얼마만큼이나소비했을지
와락!붉은계기판바늘이멈춘
고요가궁금하다

때때로안절부절불안한
씨앗을흩뿌려놓았던가슴께텃밭은
쇠비름바랭이풀까지가득하여
도무지내심사의사용량을더듬을수없다
머릿속산만하던날
여직사용되지않은숱한욕망의양을
꼼꼼히검침해보는데

어쩌나
또두어눈금올라간
바늘의지표
아,비옥하지도않은이욕망의눈금을
언제쯤다소비하고

더디게더디게도는계량기의속도와보폭을맞출것인가
-「검침」전문

이작품에서시인은대상의구체적부재에의해생겨나는결핍의정서를그안의대상에대한간절한집착을숨기고있지만절약이란욕망과는달리이제그대상을상대로안도감을담아내고있다.극적그자체로생의형식을구성하고대상에대한실제적인만남을욕망하지않는다.
그러나시인은“문득,/절약이라는단어를책장갈피에넣어두고/펑펑써버린수돗물과전기”의현실에문득다가서며기다리는대상이현실적으로나타날것에대한소망을노래하는것이아니라기다림자체가생의불가피한형식이라는점을노래하고있다.
나아가시인은언어를충분히가라앉히면서자신의내면과실존을향하는구심력의목소리를정성스럽게시의언어로끌어들이고있으며“어쩌나/또두어눈금올라간/바늘의지표/아,비옥하지도않은이욕망의눈금/언제쯤다소비하고”,삶과사물을파악하는키워드로보편적이고원형적인세계에깊은침잠沈潛을시도한다.
또한시인의시심은직접적체험과사실적공간이자동시에인생의강가를서성이고있는기억이너무멀어,버리고싶은길을두고벽에기대어선채뭉개진반쪽생애를부활하고있다할것이다.
결국시인의인생론이회한과긍정을다가지고있다하더라도그시간에대한그리움의상생을통해생의궁극적긍정에이르고있는것이다.그적멸의목소리는시편곳곳에씨줄날줄로풍경을복사하고있다.
그런의미에서「검침」의작품은충분히시인의시적풍미를더한다할것이다.

주먹만한씨감자,씨눈을보석다루듯부드러운손길로요리조리잘나낸다

수십명의생개회원들이
비닐씌우고오차없는눈대중으로간격맞추어
씨감자를모셔놓는다

모종삽으로씨감자에흙을덮는중년촌부들
흐드러지게핀꽃처럼보인다

농사가주업인아낙네들손놀림은달인수준이다

한생을조목조목펼쳐가며평상위에앉아달게먹었던
분이왁자한찐감자를그려보다가
어젯밤숨죽이고읽어내려가던시한편을
막떠올려보는찰라,
농협부녀부장님양손에들고오신간식거리가
희미했던시구절을환하게밝힌다
씨감자가피워내는보랏빛꽃대에시한편열리면
알알이여문땅속의문에
나는그대로시들고만다
-「시,감자를심던날」전문

적멸寂滅이라는절대적고요앞에서시인이추스르는것은풍경의몰입이아니라자연에서자신의마음을발견하고그것을시적으로재구성하는것이다.
또한시인이확연한전경前景으로삼고있는것은‘씨’라는상징공간을통해발견하는시의힘겨움과아름다움그리고그사이에서아득하게피어나는그리움의정서를노래하는것이다.“한생을조목조목펼쳐가며평상위에앉아달게먹었던/분이왁자한찐감자를그려보다가/어젯밤숨죽이고읽어내려가던시한편을/막떠올려보는찰라,/농협부녀부장님양손에들고오신간식거리가/희미했던시구절을환하게밝힌다”
시인의시적자아는강인한사회적상상력에서부드럽고도겸허한근원적상상력으로바꾸는힘이되고있다.뿐만아니라심미적분위기로서극적반전의시상을추구하지는않지만,시인스스로의몸을열어대상과소통하고자하는주체의지를대다수시에서비유적으로암시하고있다.
“씨감자가피워내는보랏빛꽃대에시한편열리면/알알이여문땅속의문에/나는그대로시들고만다”여기서시인은스스로의지지대,밝히고싶지않은심연의고뇌를어렴풋이독자들과소통한다.“나는그대로시들고만다”의마지막행은다음작품에선명하게나타날것이라기대해본다.
따라서시인은오직시를통해한몸이되어열려있는이들의상상적이고심미적인풍경을직조하는통로가된다.

환갑진갑다지난남편에게서여자냄새가나기시작한다
간이페트꽃병에
진달래철쭉아카시아꽃을꽂자푸드득새소리가
주방을맴돈다

자존심깃발처럼꼿꼿이세워생고집꽈배기처럼틀고
쩌렁대던목젖울림도단잠을자는듯
여성호르몬이척척담장을쌓고있다

식사후발우공양이라도하시듯습관처럼옮겨놓는식기들에서
향수가발아되고있다.그윽하다

잘드셨다는고마움의표시,얼굴에선명히낙관되어액자속으로성큼성큼들어간다

한쪽귀를닫아둘줄도
한발뒤로물러설줄도,
다정해진어감에서
카멜레온채송화가피었다진다

여자의DNA를이식하고있는남편의목덜미에하얀성애가핀다
당신이있어내가시밭을일구고있습니다.
-「DNA를이식하고있다」전문

그힘겨운여정旅程의동반에는자연스럽게짝,남편과부인이란고유명사가있다.눈부심과그리움에이르는실존적경로가바로가정이다.시인은여기에서낙관의존재의미를다양하게구현한다.부정과긍정,소진과부활,결핍과의지사이의아슬아슬한균형으로생을해석하고그것을시의안쪽으로적극끌어들임으로서시상의깊이를구상화한다.거기에아름다운시의합의를부여하는힘의근원은‘돋보기’같은실존이라는끈질긴행위에서이루어진다.
“환갑진갑다지난남편에게서여자냄새가나기시작한다”이행을자세히들여다보면명퇴한또래의내가있다.시대가걸린우울증이다.그러나시인의역설은남편이라는지극히보편적인긍정을시심에서이식시킨다.아내,남편그리고가정과소통해야하는당위성을조절적기능의일환으로,통일되고일괄된주체의구조를드러내는기능을떠맡는다.“식사후발우공양이라도하시듯습관처럼옮겨놓는식기들에서/향수가발아되고있다.그윽하다”,“습관처럼옮겨놓는식기들에서”혹‘그리움’은아닐까?대상의풍부하고도모호한의미에도불구하고남편은늘그리움이란‘기억’을거치지않고는현실의주체를경험적으로회복할수없다.“향수가발아되고있다”이행을주의하면시인의아름다운정서가매혹적으로다가섬을알수있다.
사랑과감사,그리고존경은동일성의감각에의해발원되고구축되는시적언어의한구성원리가된다.‘기억(과거)’의원리가서정시의핵심이라는슈타이거의말을이순간만은긍정할수밖에없는까닭도공동체적가치를현재적삶에서회복하려는열망이있기때문이다.
“한쪽귀를닫아둘줄도/한발뒤로물러설줄도,다정해진어감에서/카멜레온채송화가피었다진다”여전히시인은시적행간마다생의긍정적가치를행하고있다는점을암시한다.
그래서시인의이번첫시집은이전과거와의급격한단절이아니라더깊이있는현재로의점진적전이轉移라는점을보여주는것이라하지않을수없다.여전히시인이보는대상엔굳이여성의DNA를이식시키고있는모습이아닐지라도치유의선명한각인이있다.그로인한안정적구조,안온한가정그점에서내면의간단치않은파동을읽을수있는것이다.

하루가멀다하고
꽃샘추위번갈아오갈때혈관질환조심하란다

120,000km,
그아득한길을사십육초에
뭍사연쉼없이자양분실어나르는길마다자국이선명하다

폭우로잘려지고찢겨나간
자전거도로구간을막고쌓고붙이는공사가한창이다

그길에도녹슨혈관들이시뻘건녹물을토해놓고있다
누구도엿볼수없는길
혹,나날마다먹고마셔쌓인낙엽사리없는지
낯선기기앞에서서
멀미를한다

내몸길마다핀녹이사뭇궁금하다
-「내몸의길」전문

시인은일인칭목소리로보편적자화상을그린다.그것도몸,자신의몸의부속인혈관을통한사회병리를독파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