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따라 산문 여행 : 명사십리에 해당화 필 무렵

경원선 따라 산문 여행 : 명사십리에 해당화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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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산문집은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문학인, 기자, 기타)이 남겨 놓은 경원선 역들에 관련된 좋은 산문들을 가려 뽑았다.

이러한 예로서 가장 좋은 것은 이 산문집에 ‘석왕사 가는 길’이라는 ‘C. K. 생’ 의 「삼방 유협(幽峽)」(『동아일보』, 1936.1.24.)이다. 이 무명 여성의 글은 삼방에서 석왕사를 지나 원산에 이르는 여정을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필치로 기록해 놓은 것으로 기행 산문의 가치를 여실히 맛볼 수 있게 한다.

이름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필자들도 좋은 산문들을 남겨 놓았다. 염상섭의 「남궁벽 군의 죽음을 앞에 놓고」(『개벽』 18, 1921.12), 임화의「경궤연선」(『동아일보』, 1938.4.13,16,17.), 채만식의 「청량리의 가을」(『동광』 38, 1932.10), 이기의 「태평양과 삼방 유협」(『동아일보』, 1934.7.20.), 한용운의「명사십리」(『삼천리』, 1933.9) 등이 그것이다.

소춘(小春) 김기전, 춘파(春坡) 박달성, 청오(靑吾) 차상찬 등 천도교 잡지 『개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열정 가득한 민족애의 소유자들도 자신들의 발로 몸소 국토를 답사하며 쓴 글들을 남겼다. 지리와 역사와 종교, 문화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던 이들의 산문들이 자칫 가벼움에 흐르기 쉬운 이 산문집의 균형을 잡아준다.

한편으로, 경원선은 또한 이광수 문학의 답사길이기도 했다. 이광수가 방인근과 함께 잡지 『조선문단』을 기획한 곳이 바로 석왕사요, 이 산문집에도 석왕사 산문이 들어 있으며, 그의 장편소설 『흙』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곳이 또한 경원선의 가파른 고장 검불랑이다. 이 검불랑(劍拂浪)은 철원, 평강의 용암 대지에서 흘러내린 검붉은 모래가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하는데, 이광수는 『흙』의 개척의 정신을 마지막으로 장식할 공간으로 이곳을 택했다. 그는 철원 역에서 갈라지는 지선으로 1926년에 부설된 금강산선의 경험을 활용하여 『재생』이나 『애욕의 피안』 같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이 산문선에는 주로 『동아』, 『조선』, 『매일』 등에서 뽑은 신문 기사들이 ‘팁 ’으로 실려 있다. 이는 역마다 좋은 산문을 고르기 어려웠던 데서 온 고육지책이지만 그보다 일제 강점기의 삶 그 자체를 이 기사들을 통하여 일제 강점기의 시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철로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자다 역사(轢死)를 당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기차 앞에 뛰어들기도 한 사연들, 일제 강점의 폭력과 그로 인한 민심 이반이 드러나는 장면들, 그리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사연들이 이 크고 작은 기사들에 잘 담겨 있다.

경원선의 각 주요 역들에 관계된 도시들에 대한 소개를 다룬 일제 강점기의 이야깃거리들이 함께 실려 있어 시대와 지역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게 한다.

저자

방민호

저자:방민호
1965년충남예산에서출생했다.1984년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입학하여동대학원석박사과정을거쳐현재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계간문학잡지『문학의오늘』편집위원이며한국작가회의이사로활동중이다.
한국현대문학사의유산들을정리하는작업에관심을기울여일제강점기의좋은산문들을가려뽑은『모던수필』(2003),한국환상소설의형성과정을보여주는작품들로구성한『환상소설첩』(2004),한국의자전적소설들을선별수록한『꽃을잃고나는쓴다』(2004)와『구보씨의얼굴』(2004)등을펴냈고,서울의문학유산을답사한『서울문학기행』(2017)과같은산문집을펴내기도했다.또다른산문집으로『통증의언어』(2019),『명주』(2003)등이있다.
그밖에,문학평론집으로『문학사의비평적탐구』(2018),『감각과언어의크레바스』(2007),『행인의독법』(2005),『문명의감각』(2003),『납함아래의침묵』(2001),『비평의도그마를넘어』(2000)등이있고,국문학연구서로『탈북문학의도전과실험』(공저,2019),『최인훈,오디세우스의항해』(공저,2018),『이상문학의방법론적독해』(2015),『일제말기한국문학의담론과텍스트』(2011),『한국전후문학과세대』(2003),『채만식과조선적근대문학의구상』(2001)등이있다.

목차

서문
경원선,끊어진남과북을새로잇기위하여.5

경성역
-기사-
전통全通된경원선에제1발의기적소리.11
경성은염병染病도시.12
-이야깃거리-
새로운경성.13
-수필-
빈자의여름과부자의여름-차상찬(車相瓚).17
칠낭팔낭속는사람이바보-웅초(熊超).22
유선형流線型-이길용(李吉用).29
추억답지못한추억-주요섭(朱耀燮).32
-이야깃거리-
대경성의특수촌.34

용산역
-기사-
역구내여아순산.47
-수필-
기관차동승기-월강(月江).48
승방의달밤-효산(曉山).53

서빙고역
-기사-
모랫배파선/서빙고역의충돌.57

한강리역
-기사-
왕십리서빙고간한강리역을신설.59
철도에이슬된창기娼妓와비행사.60
-수필-
한강넘어백두성산을찾아-임병철(林炳哲).61

수철리역
-수필-
남궁벽군의죽음을앞에놓고-염상섭(廉想涉).66

왕십리역
-이야깃거리-
그때우리는이렇게활동하였다.76
-수필-
경궤연선京軌沿線-임화(林和).79

동경성(청량리)역
-기사-
경원선타고온천연두동경성역에서순화병원으로직행.89
동경성용산간북선.90
-이야깃거리-
동경성역장께일언합니다.91
-수필-
청량리의가을-채만식(蔡萬植).92

연촌역
-기사-
연촌역을승격/열차에자살.95

창동역
-수필-
경성근교
―산악은조선을부른다―-월강(月江).97
부지노지장지당不知老之將至堂에서-춘파(春坡).105

의정부역
-수필-
기자일행원유기遠遊記-경ㅇ화(鏡ㅇ花).109

덕정역
-기사-
덕정역의화물취급.113
불평.114
경원선덕정역에서탈주한자첩만나러가다잡혀.115

동두천역
-수필-
청추淸秋의소요산-박춘파(朴春坡).117

전곡역
-수필-
선녀앉았던‘선바위’-포천일기생(一記生).123

연천역
-수필-
큰숲주인大林主횡행하는연천-특파원.128

대광리역
-이야깃거리-
지주의직접행동-반이나익은소맥小麥을베어버림.133

신탄리역
-기사-
전차사고.139
-이야깃거리-
철마가달리고싶은금강산길목.141

철원역
-기사-
본보당선소설「성황당」을영화화
―반도영화사의제2작품,촬영지는철원금학산중―.145
-이야깃거리-
태봉고국古國철원군.146
-수필-
철원지나금강산으로
―「금강산속의동물을찾아서」중에서―-김호직(金浩稙).149
북국천리행-차상찬(車相瓚).153

월정리역
-기사-
순녀는어디갔느냐?/청춘남녀가서로안고철도에비입飛入자살.161
-수필-
궁예왕의옛서울을밟고-김기전(金起田).162
보는대로,듣는대로,생각나는대로-망중한인(忙中閑人).167

가곡역
-기사-
철원복계간의열차시간변경/가곡역신설.169

평강역
-기사-
자고自古의황무지이던평강고원개간.171
-이야깃거리-
천리옥야沃野평강군.172
-수필-
태봉왕궁예비사-차상찬(車相瓚).176

복계역
-기사-
강원도민과황해도사람들출발/월경越境한동포,강원도로집중.185

이목역
-기사-
경원선이목리梨木里에시장신설.187

검불랑역
-기사-
검불랑의혹한.189
검불랑의범사냥.190
-수필-
『흙』을쓰고나서-이광수(李光洙).191

성산역
-기사-
경원선성산역신설.195

세포역
-이야깃거리-
세포의당면문제.197
-수필-
세포에서석왕사로-일공민(公民).201

삼방협역
-기사-
삼방협6개역신설과승격.207
-수필-
태평양과삼방유협幽峽-이기영(李箕永).208
밤차-이은휘(李恩徽).213

삼방역
-기사-
삼방역행할인/삼방석왕사행주유단을모집.219
-이야깃거리-
삼방약수는과연효력이있을까?.220
-수필-
삼방폭포행-박승극(朴勝極).223

고산역
-기사-
경원마라톤신고산에.229
-이야깃거리-
향토정서넘노는곳.230

용지원역
-기사-
용지원역개시화물도취급/청년비강飛降역사轢死.233

석왕사역
-수필-
석왕사가는길-C.K.생.235
석왕사-이광수(李光洙).257
그해그여름연인의무릎을베고이를잡히다들켜-박순천(朴順天).259

남산역
-기사-
역원배치간이역/기차에역사轢死궤도에서자다가/열차에달렸다가전주에충돌.263

안변역
-기사-
강아지에주의
―애불알을떼어먹어―.265
-이야깃거리-
대두특산지안변군.266
-수필-
안변이야기-차천자(車賤者).270
우울열차-이무영(李無影).273

배화역
-기사-
안변간이역개업/배화에도염병染病.277
-수필-
흐르는인생-금릉인(金陵人).278

갈마역
-이야깃거리-
원산의울타리덕원군.285
-수필-
세처녀와물싸움-노자영(盧子泳).287
명사십리-한용운(韓龍雲).290

원산역
-이야깃거리-
명태왕국인원산부.293
대륙적경취로본원산항의풍광.297
원산화류계.299
-수필-
여름삼방도또한절승-현상윤(玄相允).301
해당화필때,명사십리에서-초사(草士).305
해수욕장서만난그처자-이헌구(李軒求).313
명사십리의정혼精魂-송금숙(宋錦淑).316
여름의환락경,해수욕장의‘에로그로’-이동원(李東元).320

[해설]

서울용산부터갈마원산까지
한반도의남서와북동을잇는경원선의추억과역사를찾아
-방민호(서울대국어국문학과교수).326

출판사 서평

①경원선이란?

경원선은1911년용산-의정부,1912년에의정부-연천-철원,1913년에철원-복계-검불랑,고산-용지원-원산,1914년에검불랑-세포-고산구간이완공됨으로써전구간개통되었다.

1941년현재경성역부터원산역까지226.9km내에경성-용산-서빙고-수철리-한강리-왕십리-동경성(청량리)-연촌-창동-의정부-덕정-동두천-전곡-연천-대광리-신탄리-철원(101.8km)-월정리-가곡-평강-복계-이목-검불랑-성산-세포(154.8km)-삼방협-삼방-고산-용지원-석왕사-남산-안변-배화-갈마-원산역등모두35개의역이있었다.

해방과전쟁이후경원선은또하나의남북종단철도경의선과함께휴전선을경계로나뉜삶을살아와야했던한국인들의가슴아픈사연을간직한‘가지못하는철로’가되어오늘에이르렀다.

남과북이새로운삶과질서를창조해가야할지금이끊어진경원선의연결을위한계획들이제출되고있으며,이이음이야말로남과북의새로운연결과통합을상징하는일이될것이다.


②경원선복원시도

2000년8월평양남북정상회담이후경원선복원논의본격화

남측구간은백마고지역에서군사분계선까지16.2㎞,북측구간은군사분계선에서평강까지14.8㎞가끊어진상태로남아있다.

노무현정부에서부터문재인정부에이르기까지경원선복원은주요정책적의제가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