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두는 아름다움 (문동만 산문집)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 (문동만 산문집)

$15.00
Description
알몸의 글쓰기로서의 산문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은 문동만 시인의 첫 산문집으로 그의 삶에 대한 감각과 사유가 잘 드러난 책이다.

그는 산문은 시보다도 필자의 철학과 삶의 태도가 직접적으로 진술된다는 점에서 “알몸의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알몸의 글쓰기”를 통하여 문동만 시인은 자신이 살아온 세계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 두고 그는 “언어도단의 언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안타깝고 억울하게 소멸해 간 존재들에 대한 문학적 제의”를 치러냄과 동시에 “아끼고 지켜야 할 생명들에 대한 옹호”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것이 자신의 “산문집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알몸의 글쓰기”를 통하여, 애초에 가만히 있었던 원형의 세계를, 사랑과 인간의 복원을, 마침내 평화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에 걸쳐 45편의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산문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차례는 다음과 같다.
저자

문동만

바다가멀지않은충남보령에서태어나,일하는사람으로살던시기를거쳐,일하면서시쓰는시인의삶을살아간다.시집으로는『그네』와『구르는잠』등이있고,박영근시인을기념하는제1회박영근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1부

역병이돌던봄날에
어떤언약에부쳐
우이동에서의몇년
다감한말들의목록
원경이아름답다1
원경이아름답다2
언어의몸살,관계의몸살
탁구론
무논을생각하며
두아버지에대하여
너는어디로가는가
어떤인연들
고향을짓는꿈
문어文魚
목줄

2부

수인에게부치는편지1
수인에게부치는편지2
수인에게부치는편지3
평화가내원이건만
슬픈사람끼리
가만히두는아름다움을지지하는시쓰기의역경!
분화하는,진화하는삶의시를찾아서1
분화하는,진화하는삶의시를찾아서2
유한성에공손히수그리는,초식주의자의미학
당신은열개의눈동자를가졌다
두집살림의꿈을이룬시인에게
나의시선언문

3부

무엇을이어쓸것인가
마흔의송면에게
어머니같은어머니를낳지마세요
그들의바퀴論이궁금하다
눈물에제눈을바친대지에게
다시는괴로운전기가되지않기를
친절좋아하세요?
야한얘기를들려드리지요
三江에서

4부

이어찌할수없는것들을어찌한단말인가
선명한색깔의어두운그림자
서둘러늙지않는심장에대하여
마지막인사
남대문경찰서에서
너는너의상주가되지않으리
고향생각1
고향생각2
젖은자가또젖는다

출판사 서평

문동만시인은일하면서사색하고시를쓰는삶을살아온,한국문단의중요한시인가운데한사람이다.
그는일찍이시전문잡지『리얼리스트』의편집에오랫동안관계한바있으며,이는그의시정신이리얼리즘과깊은관련성을맺고있음을보여준다.
그러나그는동시에그자신의타고난섬세한감각과궁핍한성장과정에서우러나오는애상에바탕을둔서정적인시세계의소유자이기도하다.
이번산문집『가만히두는아름다움』은그러한시인의시세계가그자신이규정한바산문이라는“알몸의글쓰기”를통하여새로운방식으로나타난것이라할수있다.

미나리를소재로유소년시절의기억과지금,이곳의코로나창궐의현상을함께이야기하는다음과같은구절은그가지닌감각과사유의원형질을잘드러내준다.

슈퍼에서돌미나리를팔기에반근만샀다.반근도한짐이었다.미나리나쑥을보면엄마생각이난다.생전에허리도반절은굽은이가봄나물한다고맘껏쓰지도못하는몇푼의돈벌이한다고논둑이나개울에주저앉아봄볕을태우던모습같은거.이것을하나하나칼끝으로채집한노무비가얼마일까를생각하니엄마도2천원벌자고한시간은쭈그려개울을뒤졌으리라.그러나우리는그런생각도하며맛있게먹을뿐이다.삼겹살구워미나리쌈싸서한잔.역병의시절,서로만날수없으니자작이라도해야한다.미나리는피를맑게한다.고로미나리에게도핏줄이있으리라.

또다른산문에서그는일찍세상을떠나버린누이에대한슬픔을다음과같이쓰고있다.

나는막내여동생의마지막길을뒤따라가보았다.지난겨울,둘이서마지막으로저녁을먹었던짜장면집삼청각에서시작해용산역사지하마트를지나보증금을두배를올려달라는전셋집에서이사해서는채한달도살지못한셋방으로가던그마지막귀갓길을,갖은소음과분주한사람들,황량한건물들이살풍경인도심길을,뒤쫓아마지막건너지말아야할그길앞에서,너를가로막고손을잡아보았다.건너지마라!건너지마라!너는내몸을뚫고지나간다.그리고는푹쓰러진다.세상의욕망과속도에맞지않는보폭과마음을가졌던깊은눈의아가씨야.

그러나그는단순히섬세한감각과몸에밴슬픔으로시와산문을쓰는사람은아니다.문학에대한사유는부드러우면서도질긴목질을가진나무와같은일관됨을보여준다.시의,문학의본질을“가만히두는아름다움”에서찾는다음의구절을주목해볼만하다.

나는내가만들어살아보지못한풍경속에서잠깐풍요롭고적요해졌습니다.시라는것도기실은이런‘가만히두는아름다움’을옹호하는일을넘어서지못하는일이라는생각을오래전부터갖게되었습니다.그럼에도나는아는만큼,생각에도달한만큼살아본적이없습니다.여기오는동안자동차는많은매연을내뿜으며왔을것입니다.우리는이렇듯삶의형용모순에빠져무심하거나성찰과지향을말할때가많습니다.이복잡다단한공동체가만든합의가제도이고법률이라는것이겠는데,많은이들이자신이서있는자리에서만권리를주장하는일들이극심해졌습니다.그것이좋게말하면민주주의겠지만,권리와윤리를혼동하기시작했다는의심도타당해보입니다.모두가자신의처지에서만하소연하고정당화하고강행하게되면그것이현세의지옥이될것이라고,나는한탄도해봤습니다.또한누군가애써이룬이만큼의성취의과실을희생없이따먹는부류들도득세하는것같습니다.나는어느글에서문학을‘위세화’하는것이야말로문학의위기가될것이라말한적이있습니다.특히시라는것이문화상품의세계에편입되는것을지극히경계해야한다고말한적이있습니다.이세상에상품이아닌것이무엇이겠습니까.시인조차도엔터테인먼트의영역에소속된다면……가장근본적으로지켜야할정신의,혹은서정의저지선이무너지지않을까하는우려입니다.

문동만시인의산문들은이와같이한사람의인간적존재로서살아온삶의과정들,그이면의감추어진사연들에바탕을두고형성된깊은문학적사유를보여준다.이러한사유를전달하는그의문장들은투명하고간결하고아름답다.
저자의내밀한삶의경험을그린산문들,「첫사랑의골목」,「두아버지에대하여」,「너는어디로가는가」등은노동하는젊은이로성장하여귀한사랑의삶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정직한화자인격체의존재를엿보게한다.이‘주인공’은자신의어려운성장기를보내고도그것을성숙하게승화시켜우리에게사랑의곡진함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