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은『무정』의 탄생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이광수에 대한 ‘근대주의’적 독해가 오독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럼으로써 이광수와 그 문학에 대한 오해를 반복해서 낳고 있음을 밝히고, 그러한 ‘근대주의’적 해석 전통과는 ‘다른’ 독해의 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이광수 문학이 ‘근대주의’, 계몽주의 세계라고 규정하고 만족하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논의에 대해 그렇지‘만은’ 않다고, 그보다 더 깊은 ‘진실’이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
안창호의「무정한 사회와 유정한 사회-情誼敦修의 의의와 요소」나 신채호의「ᄭᅮᆷ하늘」에 나타난 ‘정’, ‘무정’, ‘유정’은, 이 ‘근대 초극’의 사상이, 안창호와 신채호와 같이 1880년 전후에 출생하여 1900년경에 조국인 조선의 위기를 목도해야 했던 세대의 공통의 사상임을 보여준다. 이광수 문학은 자신의 윗세대가 간난신고의 실천적 삶과 투쟁 과정에서 창조한 위기의 사상을 자신의 세대적 위치에서 이어받은 것이다. 그의 문학은 윗세대가 제국주의와 싸우며 주조한 사상을, 그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점된’ 현실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지배권력의 기관지에 옮겨야 하는 협착한 조건 속에서, 그 실정성, 즉 시대적 현실성을 상당량 유실당한 형태로, 그러나 그 계승의 의지를 담아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광수의 전향은 강제에 의한 것이었으며, 자발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전향은 자율적인 사상의 굴절 과정과는 달리 완성되거나 완결될 수 없다. 국가가 요구하는 사고 및 행동 강령과 지식인의 내면이 축적해 온 것 사이의 간극을 결코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광수는 전향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갈등과 번민, 합리화, 그리고 변명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그의 작품들은 일방적인 해석이 완전히 수행될 수 없도록 균열되어 있고, 표면과 이면이 괴리되어 있으며, 서로 상반되는 이념적 힘들이 중첩, 상충되는 양상을 띤다. 전향을 위한 인위적 노력은 그의 ‘무의식’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실체로서의 민족 감정과 양심에 의해 균열을 빚고, 그러자, 조선과 조선인의 정체성에 관한 서사의 ‘마디’들이 이 균열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내선일체론적 의도를 함축하며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의 표면 위로 흘러다니게 된다. 이광수는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문학인의 정신에 각인된, 야만적인 국가적 폭력의 작용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이 힘이 결코 전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문학인의 사상이란 ‘동아협동체론’이나 ‘마르크시즘’이나 ‘불교’ 따위를 그가 어떻게 그럴 듯한 말로 다시 논리화했는가를 보여주는, 시신의 해부학으로는 절대로 포착할 수 없다. 그런 방법은 사이비 사상에 논리를 부여해주거나, 비루하고 과장된 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일 뿐이다. 한 사람의 사상은, 온갖 거대 담론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종합하거나 지양하고, 또 여기에 그 자신의 시대인식과 경험을 응축시켜, 독자적인, 생생한, 개별적인 자질을 함축한 것으로 될 때 비로소 사상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것이 된다.
안창호의「무정한 사회와 유정한 사회-情誼敦修의 의의와 요소」나 신채호의「ᄭᅮᆷ하늘」에 나타난 ‘정’, ‘무정’, ‘유정’은, 이 ‘근대 초극’의 사상이, 안창호와 신채호와 같이 1880년 전후에 출생하여 1900년경에 조국인 조선의 위기를 목도해야 했던 세대의 공통의 사상임을 보여준다. 이광수 문학은 자신의 윗세대가 간난신고의 실천적 삶과 투쟁 과정에서 창조한 위기의 사상을 자신의 세대적 위치에서 이어받은 것이다. 그의 문학은 윗세대가 제국주의와 싸우며 주조한 사상을, 그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점된’ 현실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지배권력의 기관지에 옮겨야 하는 협착한 조건 속에서, 그 실정성, 즉 시대적 현실성을 상당량 유실당한 형태로, 그러나 그 계승의 의지를 담아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광수의 전향은 강제에 의한 것이었으며, 자발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전향은 자율적인 사상의 굴절 과정과는 달리 완성되거나 완결될 수 없다. 국가가 요구하는 사고 및 행동 강령과 지식인의 내면이 축적해 온 것 사이의 간극을 결코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광수는 전향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갈등과 번민, 합리화, 그리고 변명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그의 작품들은 일방적인 해석이 완전히 수행될 수 없도록 균열되어 있고, 표면과 이면이 괴리되어 있으며, 서로 상반되는 이념적 힘들이 중첩, 상충되는 양상을 띤다. 전향을 위한 인위적 노력은 그의 ‘무의식’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실체로서의 민족 감정과 양심에 의해 균열을 빚고, 그러자, 조선과 조선인의 정체성에 관한 서사의 ‘마디’들이 이 균열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내선일체론적 의도를 함축하며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의 표면 위로 흘러다니게 된다. 이광수는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문학인의 정신에 각인된, 야만적인 국가적 폭력의 작용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이 힘이 결코 전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문학인의 사상이란 ‘동아협동체론’이나 ‘마르크시즘’이나 ‘불교’ 따위를 그가 어떻게 그럴 듯한 말로 다시 논리화했는가를 보여주는, 시신의 해부학으로는 절대로 포착할 수 없다. 그런 방법은 사이비 사상에 논리를 부여해주거나, 비루하고 과장된 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일 뿐이다. 한 사람의 사상은, 온갖 거대 담론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종합하거나 지양하고, 또 여기에 그 자신의 시대인식과 경험을 응축시켜, 독자적인, 생생한, 개별적인 자질을 함축한 것으로 될 때 비로소 사상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것이 된다.
이광수 문학의 심층적 독해 : ‘근대주의’의 오독을 넘어 (양장)
$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