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복제기계

무한복제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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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남한

저자:남한

1965년출생.서울대학교철학과에서수학하고미국메릴랜드주립대학물리학과를졸업했다.

2006년『문학수첩』으로등단해2008년소설집『유다와세번째인류』를출간했다.

2023년출간한장편소설『무한복제기계』로2024년채만식문학상을수상했다.

현재순천에거주하며전업작가로서인간의본질과인류의삶에관한소설들을집필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5

제1부
노동의종말/9

제2부
뒤바뀐세상/101

제3부
순수한질문/191

부록:『무한복제기계』를위한가상인터뷰|남한/263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대학교2학년무렵서클에서비밀스럽게마르크스주의를공부할때였습니다.정말저를괴롭힌의문이한가지있었습니다.마르크스의관점에따를경우인류역사는단계적으로변화발전해왔지요.모든변화마다기술적이고경제적인대변혁이수반되어왔는데요.마르크스는인간의‘의식’과이를둘러싼‘물질적조건’의관계에있어서물질적변혁이우선한다고보았어요.따라서그어떤사회구조의변화가있더라도,반드시새로운기술이먼저도입되고,이에따라서경제구조가바뀌게되며,궁극적으로사람들의의식까지바뀌게된다고믿었습니다.

원시공동체사회에서고대노예제사회로이전할때에는농업혁명이라는기술변화가있었습니다.중세농경사회에서근대자본주의로이전할때에는기계와공장의도입이라는어마어마한기술변화가있었죠.따라서자본주의에서사회주의로이전할때에도무언가거대한기술변화가있어야했습니다.그런데마르크스의『자본론』어느구절을찾아보아도그런놀라운기술의변화에대한묘사가없습니다.그대신마르크스는『공산당선언』을남겼죠.‘노동자여공산주의자정당을만들어라!열심히투쟁해나가면사회주의는필연적으로실현될것이다!’라는주장말입니다.저는이부분이너무나이상하게느껴졌습니다.

마르크스의위대한유물론이『공산당선언』에이르러서‘의지주의’로변질되지않았나싶었습니다.그어떤과학적이고기술적인변화없이노동자의의지와투쟁만으로사회주의세상이온다니요?그럼에도마르크스의뒤를따랐던유수의운동가들이죄다의지주의자로변신하게됩니다.공장제도가별로많이존재하지않았던러시아에서는노동자정당을아예포기해버립니다.그대신혁명가들의엘리트주의조직인‘볼셰비키’만있으면사회주의가가능하다는새로운의지주의가등장합니다.아예농민뿐이었던중국에서도농민이사회의사상으로무장만하면,농업사회가자본주의를건너뛴채곧바로사회주의로이행할수있다는또다른괴상한‘의지주의’가출현합니다.정말이상했습니다.너무나도이상했습니다.마치음식을먹다가체했을때처럼무언가가소화가되지않고가슴을틀어막는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야마르크스의심정을이해하게되었습니다.그는세번에걸친프랑스혁명가운데두번째를직접보고느꼈던와중이었습니다.광주항쟁처럼민중이총탄앞에쓰러지는모습을보며얼마나가슴이답답했겠습니까.그래서하루빨리세상이바뀌어야겠다싶어서그어떤과학기술적인변화없이사회주의가오는방법을고안해냈던것입니다.아무튼다소성급하게도,마르크스의사상에빈구석이남고말았지요.

저는마르크스가상상해낼수없던빈자리를고민하게되었습니다.그리고서구상해낸것이거대한기계,무시무시한기계입니다.그런기계가생겨나서,그기계에기초한사회의종합적인변화가뒤따르는것만이마르크스가기획해보지못했던세계의변화라고구상하게된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