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사려

내 더위 사려

$12.71
Description
정월 대보름에 벌어지는 한바탕 더위팔기 전쟁!
정월 대보름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그림책『내 더위 사려!』. 정월 대보름은 풍요를 상징하는 새해 첫 보름달을 보면서 풍년 농사를 비는 날로, 새벽부터 밤까지 크고 작은 행사가 끊이지 않았다. 더위팔기는 최근까지 이어진 대보름 풍속 중 하나로, 친구를 불러서 대답을 하면 더위를 파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더위팔기를 중심으로 정월 대보름의 다양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정월 대보름날, 엄마를 따라 용알을 뜨러 나간 동이는 그만 이웃집 영수한테 더위를 사고 만다. 해 뜨기 전에 더위를 되파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자 동이는 여름을 날 생각에 걱정이 앞서는데….
이 책은 친근한 글과 그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풍성한 대보름의 풍속을 전해준다. 더위팔기라는 큰 줄기에 우리 세시 의례와 풍속의 1/4에 해당한다는 대보름 풍속을 다양하게 엮어냈다.
저자

박수현

저자박수현은중앙대학교영문학과를나와어린이와청소년을위한책을쓰고옮기는일을합니다.《시끌벅적그림친구들》,《사진이말해주는것들》,《못믿겠다고?》,‘엽기과학자프래니’시리즈를비롯?한여러책을우리말로옮겼으며,《책상위의태양》,《시간을담는그릇》,《백지위의검은것》들을어린이의눈높이에맞게엮었습니다.쓴책으로는《바람을따라갔어요》,《노란쥐아저씨의선물》,《아름다운아이세진이》,《계획》들이있습니다.

목차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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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오늘은새해들어처음으로보름달이뜨는정월대보름날이에요.
동이는엄마따라용알을뜨러나갔다가그만……
이웃집영수한테더위를사고말았어요.
해뜨기전에이더위를되팔아야올여름을건강하게날텐데.
동이더위는누가사줄까요?동이가더위를팔수는있을까요?
온동네에울려퍼지던소리,“내더위사려!”
우리부모님들이어렸을적에만해도정월대보름날이면아침부터온동네가시끌시끌했습니다.이날만큼은친구가“아무개야!”불러도절대로대답해서는안되었지요.“응?”하고무심코돌아보...
오늘은새해들어처음으로보름달이뜨는정월대보름날이에요.
동이는엄마따라용알을뜨러나갔다가그만……
이웃집영수한테더위를사고말았어요.
해뜨기전에이더위를되팔아야올여름을건강하게날텐데.
동이더위는누가사줄까요?동이가더위를팔수는있을까요?
온동네에울려퍼지던소리,“내더위사려!”
우리부모님들이어렸을적에만해도정월대보름날이면아침부터온동네가시끌시끌했습니다.이날만큼은친구가“아무개야!”불러도절대로대답해서는안되었지요.“응?”하고무심코돌아보기라도하는날에는당장에“내더위사려”공격이들어올테니까요.최선의방어는공격이라던가요.친구가“아무개야!”부르면냉큼돌아보며“내더위사려!”나“내더위맞더위!”를외치는방법도있습니다.그럼더위를팔려던친구가되레더위를사게되거든요.
더위를파는말도동네마다달라서어떤동네에서는“내더위네더위먼데더위!”하기도했고,어떤동네에서는“내더위네더위!”하기도했습니다.차떼고포떼고“내더위!”만외치는동네도있었지요.문제는어떤말이든그말을듣는순간,한여름더위를친구몫까지도맡아타게된다는것입니다.이문제를해결하려면아침나절안에다른친구에게더위를되파는수밖에없습니다(옛날에는해뜨기전에되팔아야된다고했답니다.참부지런하기도했지요).그러니온동네아이들이한바탕더위팔기전쟁을벌일밖에요.
더위팔기는가장최근까지이어져온대보름풍속가운데하나가아닐까싶습니다.누구나쉽게참여할수있는놀이의성격을띤까닭이지요.더위를팔친구를찾아서온동네를뛰어다니다보면어느새해가머리꼭대기에와있고,더위를판아이건더위를못판아이건‘정말잘놀았다!’는기분이들게마련이지요.《내더위사려!》는이더위팔기를중심에두고정월대보름의이모저모를살뜰하게보여주는책입니다.
새벽부터밤까지대보름날은할일도많아
우리겨레에게정월대보름은설이나추석못지않게뜻깊은명절이었습니다.마을사람들이다함께풍요를상징하는새해첫보름달을보면서풍년농사를비는날이었기때문이지요.새벽부터밤까지크고작은행사도끊이지않았습니다.농사철이시작되면마음을모으고힘을합쳐야할일이많으니,그전에다함께신나게놀면서정을나누고협동심을다졌던것이지요.
동이의대보름은닭울음소리를세는일로시작됩니다.첫닭이열두번도넘게울었으니올해농사는대풍일것같습니다.그렇다고마음을놓을수는없지요.남들보다먼저마을우물에서용알을건져와야합니다.실은어젯밤용이알을낳고간우물물을떠오는거지만요.그런데엄마를따라마을우물로나간동이는그만……이웃집영수한테서더위를사고맙니다.“동아!”부르는소리에얼떨결에“응?”하고대답을하고만것이지요.뒤이어나타난선이한테더위를되팔려고해보았지만,눈치빠른선이가순순히당해줄리없습니다.“선이야!”불렀다가되레선이더위까지덤터기를쓰게되었지요.온동네를다돌아다녀봐도동이만큼어수룩한아이는없고,해는금방이라고떠오를것같고…….동이는그야말로속이타들어갑니다.‘에라,모르겠다.’하고“누나!”를목놓아불러보지만눈앞에별이번쩍하도록매운알밤이돌아올뿐입니다.어느새해도동산위로고개를쏙내밀어버렸고요.
이때부터동이는여름을날생각에시름이깊어갑니다.식구들이부럼을깨물며건강을비는동안,동이머릿속에는한가지소원밖에떠오르지않습니다.‘올해는봄다음에바로가을이오게해주세요.’오곡이풍성하기를비는오곡밥에,복을듬뿍안겨준다는복쌈에,살도붙고키도쑥쑥큰다는두부지짐에,더위를견디게해준다는보름나물까지다먹어봐도동이는마음이영개운치가않습니다.
백가반이라도먹고더위를물리치려고동네를한바퀴돌고오니집에선지신밟기가한창입니다.흥겨운풍물소리에엉덩이도들썩들썩기분도들썩들썩좋아지려는참이었지요.구경온영수가되통스럽게도“야,더위는팔았냐?”하고묻지만않았다면말입니다.그것만해도약이올라죽을지경인데,친구앞에서‘더위못판바보’라며놀려대는건웬놀부심보인지요.그냥당하고있을수만은없습니다.주먹이막올라가려는데누나가달려와다리나밟으러가자며동이를잡아끕니다.더위를못팔았으니다리라도튼튼해야겠지요.
어느덧해는뉘엿뉘엿넘어가고달집태우기와쥐불놀이만하고나면대보름도끝이납니다.동이는과연대보름이가기전에더위를팔수있을까요?
부럼처럼고소한글과오곡밥처럼풍성한그림
이책의글을쓴작가박수현은지리산자락에있는작은마을에서나고자랐습니다.이마을에선지금도정월대보름이면마을사람들이모두모여달집태우기를합니다.지금은서울에사는작가도정월대보름이면고향에내려가풍성한보름달과화려한불잔치를보며옛기억을더듬곤하지요.새벽부터온마을을뛰어다니며“내더위사려!”를외치고,집집마다오곡밥을얻으러다니고,밤늦도록쥐불을돌리는아이들을더는볼수없다는걸아쉬워하면서말입니다.
그러나작가가이책에서보려주려한것은그저서랍속에서끄집어낸낡은기억이아닙니다.우리가잃어버린어제이자되찾아야할내일이지요.이웃은이웃답게서로기대어살아가고그따뜻한울타리안에서아이는아이답게마음껏뛰놀며자라는공동체……그것을그저흘러간시절의삶으로만기억하는건너무아까운일입니다.보건복지부에서장수마을로꼽은‘구곡순담(구례,곡성,순천,담양)’어르신들의장수비결이기후나지형보다는서로돕는공동체문화에있었다는최근의보고는우리에게참많은생각을하게합니다.우리아이들에게당장그런삶을돌려줄수는없지만그따뜻했던기억만이라도나누고싶은것이작가의마음이겠지요.
하지만《내더위사려!》는이런거창한‘해몽’이없이도참재미있는책입니다.부럼처럼씹으면씹을수록고소한글맛이요즘아이들의입에도잘맞지요.작가가남동생셋을이끌고대장노릇을하면서몸으로겪은일들이고스란히글속에녹아있는까닭입니다.“더위를못팔았으니,이라도튼튼해야지.”낙담한남동생에게부럼을건네며달래자는건지놀리자는건지한마디던지는누나를보면작가가어렸을때꼭저러지않았을까싶습니다.더위팔기라는줄기에우리세시의례와풍속의1/4에해당한다는대보름풍속이라는가지를살뜰하게엮어낸재주또한높이살만합니다.
이감칠맛나는글에감칠맛을더하는것은화가권문희의그림입니다.등장인물의생생한표정과몸짓,그로부터전해오는생생한감정이너나없이그림속으로빠져들게하지요.부스스한머리에반쯤감은눈을한채엉거주춤꿇어앉아요강에볼일을보는동이의첫등장부터가쿡웃음이비어져나옵니다.온식구가나란히마루끝에서서처음깨문부럼을마당에던지는장면은또어떻고요.동이의축처진어깨가어찌나귀여운지와락안아주고싶어집니다.영수는영수답게볼에심술이더덕더덕붙었고,선이는선이답게척봐도참야무지게생겼습니다.지신밟기장면에딱한번나오는‘코찔찔이’조차그옛날동네마다꼭하나씩있던얼뜬동생의모습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