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창세가

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창세가

$12.02
Description
우리 겨레의 창세신화의 원형인 〈창세가〉를 그림책으로 만나다!
아이들이 어제를 헤아리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열어가도록, 어제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지혜를 오늘에 맞게 갈고 다듬어 전하는 「온고지신」 제12권 『창세가』. 1920년대 민속학자 손진태가 함경도 함흥에서 무속인 김쌍돌이에게서 채록한 〈창세가〉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나가도록 〈창세가〉를 구수하고 편안한 구어체로 풀어냈다. "세상과 사람은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변을 듣게 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 공존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우리 겨레의 창조신의 모습을 친근하면서도 신비롭고, 푸근하면서도 순박하게 그려냈다. 동아시아 신화를 연구하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조현설의 해설도 덧붙여 〈창세가〉에 가깝게 다가서도록 이끈다.
아주 까마득한 옜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알 수 없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큰사람이 나타나 하늘과 땅을 떼어 놓고 구리 기둥으로 받쳐놓았다. 아울러 한 손에는 금쟁반을 들고, 한 손에는 은쟁반을 들고 하늘에 빌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벌레가 다섯 마리씩 떨어졌다. 금벌레 다섯 마리와 은벌레 다섯 마리는 쑥쑥 자랐다. 금벌레는 사내가 되고, 은벌레는 계집 되어 짝을 이루어 아이를 낳았다. 큰사람이 일군 세상은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굶주리지도 않았고, 다투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큰사람이 나타나 먼저 온 큰사람이 만든 세상을 빼앗으려고 덤볐다. 먼저 온 큰사람은 나중 온 큰사람과 내기를 했는데…….
저자

고승현

저자고승현은얼마전,텔레비전에서두팔없는천사의웃음을보았어요.어찌나환하고예쁘게웃던지,껄껄껄따라웃고말았지요.친구들도천사처럼환하고예쁘게웃었으면해요.속상하고힘들고화나는일이?있더라도말이지요.그림책《천하무적조선소방관》의글을썼어요.지금은흥미진진한추리로가득한어린이책을쓰느라머리에쥐가날지경이에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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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세상은어떻게생겨났을까?사람은또어떻게생겨났을까?
세상에서가장오래된질문에답하는우리겨레의창세신화
세계여러민족들은저마다창세신화를간직하고있습니다.중국에는‘반고’라는거신(巨神)이한덩어리로엉겨있던하늘과땅을떼어놓았다는이야기가전해옵니다.인도에는‘푸루샤’라는거인의몸에서사람과세상이생겨났다는이야기가있지요.북유럽에도‘오딘’이라는신이‘위미르’라는거인을물리치고그몸으로세상을만들었다는이야기가전해옵니다.
이러한창세신화는‘세상은어떻게생겨났나?’,‘사...
세상은어떻게생겨났을까?사람은또어떻게생겨났을까?
세상에서가장오래된질문에답하는우리겨레의창세신화
세계여러민족들은저마다창세신화를간직하고있습니다.중국에는‘반고’라는거신(巨神)이한덩어리로엉겨있던하늘과땅을떼어놓았다는이야기가전해옵니다.인도에는‘푸루샤’라는거인의몸에서사람과세상이생겨났다는이야기가있지요.북유럽에도‘오딘’이라는신이‘위미르’라는거인을물리치고그몸으로세상을만들었다는이야기가전해옵니다.
이러한창세신화는‘세상은어떻게생겨났나?’,‘사람은어디에서비롯되었나?’,‘이세상에선과악이존재하게된까닭은무엇인가?’와같은근원적인물음에대한세상에서가장오래된대답이라할수있습니다.그리고그대답속에는사람과세상에대한날카로운통찰과사람들이오랜세월지켜왔고또지켜가야할가치가고스란히녹아있지요.
하지만우리나라에는원형이온전히남아있는창세신화가드물뿐더러,세간에잘알려져있지도않습니다.그런가운데민속학자손진태가1920년대에함경남도함흥에서채록한〈창세가〉가남아있어우리창세신화의원형을엿볼수있게해줍니다.《세상이처음생겨난이야기,창세가》는《조선신가유편》에실린이채록본을바탕으로한그림책입니다.
세상을열고사람을빚은큰사람
채록본〈창세가〉는‘미륵님’이서로딱붙어떨어지지않는하늘과땅사이에구리기둥을세워떼어놓으면서세상이열렸다고전합니다.이채록본을처음읽은사람이면누구나고개를갸웃거릴것입니다.‘우리창조신의이름이왜미륵이지?’하고말입니다.이는우리붙박이신앙이불교,그중에서도미륵신앙을받아들인흔적입니다.우리창조신의품성이언젠가이세상을전쟁도가난도욕심도없는낙원으로바꾸어놓으러온다는미륵의그것과닮아있다고생각했던게지요.하지만이그림책에서는미륵이라는이름이불러올쓸데없는오해를피하기위해‘큰사람’또는‘먼저온이’라는이름을쓰고있습니다.
중국의반고가머리로하늘을떠받치고발로는땅을누르며버티다지쳐죽음을맞이한것과달리,우리의큰사람은땅의네귀퉁이에구리기둥을세워하늘을떡받쳐놓고세상을살만한곳으로가꾸기시작합니다.〈창세가〉의다른채록본을보면그때는해가둘에달이둘이라낮이면땅이석자세치씩타들어가고밤이면땅이석자세치씩얼어붙었다고합니다.그런데큰사람이해하나를뚝떼어큰별과작은별을만들고달하나를뚝떼어북두칠성과남두칠성을만든덕분에더위는사그라지고추위는잦아들게됩니다.여기에는인간세상을다스리는이라면기후를조절하는능력을갖추어야마땅하다는옛사람들의생각이담겨있습니다.가뭄이나홍수로흉년이거듭되면임금을바꾸었던부여의풍습도이런생각에서비롯된것이지요.
큰사람은세상이제자리를찾자칡넝쿨을캐서옷을지어입은뒤,풀무치와개구리,생쥐를차례로잡아들여물과불의근원을캐묻습니다.하늘과땅을떼어놓은거대한신이그야말로한주먹거리도안되는작은동물들을닦달하는모습은생각만해도웃음이절로납니다.이는우리겨레의해학성이그대로드러나는대목이자자못의미심장한대목이기도합니다.세상을살만한곳으로만드는데는세상을만든신의힘뿐만아니라세상에속한존재의힘도반드시필요하다는소리로들리는까닭입니다.
큰사람은다산과풍요와지혜를상징하는쥐에게서물과불의근원을알아낸뒤,한손에금쟁반을들고다른손에은쟁반을들고세상을함께누릴사람들을내려달라고하늘에빕니다.그러자금쟁반에금벌레다섯마리가떨어져남자가되고,은쟁반에은벌레다섯마리가떨어져여자가되지요.하늘에서벌레가떨어져사람이되었다는이야기는어찌보면진화론과도닿아있어사뭇흥미롭습니다.
세상에는왜악이생겨났을까?
채록본〈창세가〉는큰사람,곧먼저온이가다스리던세상은‘사람들이곡식을섬으로먹고말로먹는태평성대’였다고전합니다.그런데이태평성대는또다른큰사람,곧‘나중온이’가나타나면서막을내리고맙니다.
나중온이가세상을내놓으라고생떼를부리자먼저온이는견디다못해내기를제안합니다.첫번째내기는병을매단줄을바다에드리워서끊어지지않게하는것이고,두번째내기는여름에강물을얼리는것이며,세번째내기는무릎에서꽃을피우는것입니다.세가지가다자연을움직이고생명을싹틔우는창조신의능력과관련된내기지요.
첫번째,두번째내기에서잇따라진나중온이는세번째내기에서속임수를씁니다.먼저온이의무릎에핀꽃을꺾어자기무릎에꽂은것이지요.먼저온이는이추잡한싸움이싫어진나머지세상을나중온이에게넘겨주고떠나버립니다.신화는세상에악이끊이지않는것은모두나중온이가이렇듯거짓으로세상을빼앗은탓이라고말합니다.그러나먼저온이가다스리던아름다운세상에대한그리움과스스로그런세상을만들고자하는의지가불씨처럼우리안에남아있다는이야기를슬쩍흘리는것도잊지않습니다.
신화는상상력의보물창고
신화는그것을간직해온겨레의오랜믿음과상상과생각으로가득한보물창고입니다.그러나우리아이들에게우리신화는그리스?로마신화보다오히려더낯설고멀기만합니다.우리아이들이알기쉬운글로풀어널리읽히지못한탓이고,서양신화처럼다양한예술장르속에서확대재생산되지못한탓이지요.그림책《세상이처음생겨난이야기,창세가》를만드는일은그런점에서더욱의미있는작업이었습니다.
작가고승현은이심오한창세신화를구수하고편안한입말로풀어내는데무엇보다도많은공을들였습니다.이책이우리아이들에게재미있는상상으로가득한이야기로먼저읽히기를바랐기때문입니다.한편화가김병하는누구도그려본적이없는우리창조신의모습을친근하면서도신비롭게형상화해냈습니다.우리겨레처럼순박한얼굴을한신,우리산천처럼푸근한얼굴을한사람으로말입니다.더불어우리겨레가꿈꾸었던세상과지금우리가사는세상의모습까지도그림에담았습니다.〈창세가〉는지금도여전히유효한서사라고그림을통해조용히주장하는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