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지옥탕

$10.00
저자

손지희

지은이:손지희
계원조형예술대학을졸업하고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그림책공부를했다.그림책《지옥탕》을쓰고그렸으며,그린책으로는《도깨비폰을개통하시겠습니까?》《목욕탕에서선생님을만났다》《노잣돈갚기프로젝트》《고양이는알고있다!》《칠판볶음밥》들이있다.  

출판사 서평

“책읽는곰이전하는
불구덩이처럼뜨겁고
바나나우유처럼달콤한
두번째창작그림책!”

너도끔찍한그곳에가봤니?
뿌연김이모락모락나고
용암처럼뜨거운물이부글거리고
아이들의비명소리가쩌렁쩌렁울리는
지옥탕말이야!

“엄마에게붙들려목욕탕에갔다.
뜨거운김이모락모락나는그곳은……
지옥이었다!”

몸이근질근질하다싶으면어른들은목욕탕에갑니다.탕속에서시원하게때를불리고,때수건으로구석구석때를밀어줘야개운한기분이들지요.우리는언제부터엄마를따라아빠를따라목욕탕에가기시작했을까요?처음부터목욕탕이좋기만했을까요?아이에게비친목욕탕은어떤세상일까요?
여기한여자아이가엄마를따라목욕탕에간경험을생생하게담은그림책이있습니다.

아이의눈으로본목욕탕,그요지경속
늦잠도실컷자고,만화영화도온종일볼수있는금쪽같은일요일아침,아이는엄마에게붙들려목욕탕에갑니다.탈의실에서옷을벗는데,같은반철수가있습니다.잽싸게몸을숨겨목욕탕으로들어왔는데……이럴수가!
불구덩이처럼뜨거운열기와부글부글들끓는탕,철썩철썩볼기치는소리,박박때를미는저승사자같은아주머니,발가벗은아이들의울음소리가쩌렁쩌렁울리는그곳은……그야말로‘생지옥’입니다!
샤워기꼭지를돌렸는데,뜨거운물이‘쏴’하고쏟아집니다.조심조심머리를감았는데,어느새눈덩이처럼부푼거품이얼굴에뒤범벅입니다.엄마는괴로운아이의심정을아는지모르는지뜨거운탕으로데려가더니‘시원하게’목까지담그라며성화입니다.
그러나아이에겐이제부터가진짜지옥입니다.엄마가때수건을양손에끼고나타나아이를붙잡고구석구석때를밀기시작합니다.“으아악!”아이는비명을지르고엄마에게녹아웃을당합니다.이제야지옥의손아귀에서벗어난줄알았는데…….엄마가때수건을다시건네며돌아앉습니다.아이는제등보다오만배는더넓어보이는엄마의등을열심히밀어드립니다.제법야물어진아이의손에엄마는말없이흐뭇하게웃습니다.
이제따뜻한물로몸을헹구고,보송보송잘말리면목욕끝!시원하고달콤한바나나우유를한모금빨면언제그랬냐는듯뜨겁고따갑던몸이개운하고상쾌하기만합니다.이런기분이라면지옥탕같던목욕탕도꽤괜찮다는생각마저듭니다.

일상속에서아이는자란다
이그림책은작가의어린시절을바탕으로엄마를따라목욕탕에간평범한일상을그리고있습니다.책을펼치는순간,우리는지옥탕으로바뀐목욕탕간판을올려다보는,수줍음도많고엄살도많은여덟살짜리여자아이의마음속으로빨려들게됩니다.열기가득한목욕탕은아이가겪어야할모험의공간입니다.작가는북적대는목욕탕풍경을뒤로한채,아이의시선안에있는공간만을군더더기없이보여줍니다.
뜨거운물을뿜어내는샤워기도,숨막히는거품도,삼계탕처럼푹익힐듯한뜨거운탕속도,지옥의손아귀같은때수건도모두가아이의도전과제들입니다.힘든고비를넘기고엄마의등을밀고나서야아이는편안한휴식을맞이합니다.시원하고달콤한우유도마십니다.마치상을받은기분입니다.바깥을나서며목욕도꽤괜찮은일이라고여기는순간,지옥탕은마침내아이의즐거운상상놀이로유쾌한마무리를지으며‘목욕탕’이라는제간판을되찾게되지요.
우리가무심히지나치는일상이아이에게는열심히탐색하고도전해야할낯선세계입니다.그낯선세계를조금씩일상으로받아들이며아이는성장하는것이지요.
재미있는것은아이의무시무시한목욕탕세상이어른이된우리에게도큰공감을불러일으킨다는사실입니다.《지옥탕》은이처럼아이의마음을가장잘보여주면서도나이를넘어모두에게공감을안겨주는그림책의묘미가잘담겨있는작품입니다.

아이의내면세계를그림책에담아내다
어린이는자신의감정을말로표현하는것이아직은서툽니다.작가는목욕탕에서곤욕을치르는아이의심정을가장아이다운방식으로풀어갑니다.글을아끼되,색채와기법,구도를통해아이의감정과내면을효과적으로전달하는것이지요.힘주지않고그린듯한인물들,여러겹의크레파스선으로이루어진배경은아이가제마음속풍경을그린것처럼생생하게다가옵니다.
작가는아이의내면을세심하게관찰하고이를과장된구도와장면으로극대화시켜보여줍니다.샤워기를길게늘려맨구석에쪼그려앉은모습,아이를빨아들일것만같은거품소용돌이,버둥대는아이를삼킬듯한거대한때수건,오만배나넓어보이는엄마의등이판형의네배로펼쳐지는장면들은아이의혼란스러운감정상태를과감하고재치있게담아냅니다.
무엇보다아이를따라움직이는색채감은아이의내면을가장잘느낄수있는중요한단서가됩니다.아침인데도검게내려앉은잿빛하늘,탕에서뿜는엉켜있는검은수증기,샤워기에서쏟아내는새빨간물처럼검고붉은색의기운이아이의불편하고무거운마음을나타냅니다.그러나험난한모험을끝마친뒤에는명랑한노란색과상쾌한푸른색의기운이아이의밝고가벼워진마음의변화를확연하게보여줍니다.아이가목욕탕에들어설때검게내려앉은잿빛하늘도목욕탕을나서자아이의가벼운발걸음만큼환하게개었습니다.

아이와어른이된아이에게찾아온반가운선물
아이의마음을감동시키는그림책의원동력은,어린자신과끊임없이교감을나누는작가에서비롯됩니다.이작품을쓰고그린작가손지희는자신안에있는아이를끌어내는데한치의거리감도없습니다.마치어제겪은일처럼세심하게한장한장자신의어린이를담아내고있지요.
그런의미에서《지옥탕》은아이에게누구보다자신의마음을가장잘알아주는단짝같은책이되어줄것입니다.덧붙여이책을전하는어른에게도평범한오늘의일상이어린나에게낯선세상을향한작은도약이었음을떠올리게하는즐거운계기가되었으면합니다.
엄살꾸러기여자아이와장난기많고능청스러운엄마의유머넘치는목욕탕이야기,《지옥탕》이모든이들에게목욕탕처럼따뜻하고즐거운온기를불어넣어주는반가운선물이되길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