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김도연 산문집)

영 (김도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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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가 김도연의 두 번째 산문집 『영』. 스무 살 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집 밖으로 돌기 시작해 춘천이며 서울, 수원 등 안 머문 데 없이 떠돌다 서른다섯이 훌쩍 넘은 나이에야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온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인생의 고갯마루를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김도연

저자 김도연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 제3회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산문집 『눈 이야기』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
내가 아는 김도연 이야기

대관령 겨울
대관령에 내리는 눈 30
눈의 무게 34
『얼굴 없는 희망』의 선생님께 37
함박꽃 44
겨울 바다에 쌓이는 눈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1] 46
따스한 눈사람 56
고독을 견디는 꿈 59
태백의 하얀 길 60
대관령 촌놈의 서울 구경 [2011년 겨울일기] 64
달보기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2] 72
소가 꾸는 꿈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3] 82
겨울밤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4] 88

오대산 가을
춘천 가는 배 98
군사우편 105
서울로 팔려가는 소나무들 108
대관령에서 백담사 만해마을까지 110
원효를 더듬거리는 밤 116
천 번의 가을 120
가을밤 부뚜막 옆에 앉아 콧구멍을 벌렁거렸네 122
뭐,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다고? 128
앞산, 뒷산 132
대관령 옛길 136
사라지는 것들 138
돌배나무 이야기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5] 141
영嶺을 넘는 방법 147
당신의 휴식처 153
이렇게 무지막지한 동네에서 소설가가 나왔다고? 156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159
아는 사람 어디 없나요 161
밥 한 그릇 164

봉평 여름
문어文魚들 172
대관령 가는 길 176
개망초 185
사랑, 그 먼 길 187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질 무렵 189
대관령에서 보내는 편지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6] 191
감자꽃 202
반딧불 204
잠자는 배 210
목련 212
여행자들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7] 214
밤낚시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8] 222

소설가의 봄
동강 할미꽃 232
메밀꽃 통신 234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237
강릉 가는 먼 길 240
소설가의 악몽 253
벌이 날다 260
봄, 만다라 262
쇠뜨기 265
사월의 눈 266
거룩한 배 270
당구공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 272
소와 화해하는 법 [소설이 되지 못한 이야기 9] 274
선자령 봄바람 287
뿔을 걸다 290
대관령의 봄 291
냅다 걷어차! 294
새홍塞鴻 297

소설가의 각오 301

출판사 서평

자유분방한 상상력, 편안하고 교과서적인 미문이 어우러진
김도연의 강원도 대관령산産 에세이!
이 책 『嶺영』은……


임순례 감독, 공효진·김영필 주연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도연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김도연은 마흔을 한참 넘어선 총각 작가다. 스무 살 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집 밖으로 돌기 시작해 춘천이며 서울, 수원 등 안 머문 데 없이 떠돌다 서른다섯이 훌쩍 넘은 나이에야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13년 동안,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 첩첩산중 오지마을 진부의 작은 도서관에서 글을 써왔다. 인생의 고개를 넘듯 대관령을 오르내리던 그가 마음속에 하얀 눈처럼 소복이 쌓인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소설가 이순원은 김도연에 대해 “마음은 대관령의 눈같이 희어 순수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얼어도 얼지 않는 푸른 잉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라 평한다.

깊은 옹달샘 물맛 같은 대관령산産 에세이
김도연의 글은 정직하고 담백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얀 눈과 같이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목소리는 도시 생활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자연 그대로를 흡수하고 그 자체를 담아내는 김도연의 일상은 소박하고 잔잔하다. “우리는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고 달리느라 사라지는 것들을 눈여겨보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은 빨리 가고 빨리 와서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먹밥을 담은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샘물을 마시면 속이 다 얼얼해진다. 산열매도 충분히 익었다. 토끼와 꿩, 가끔은 고라니의 뽀얀 엉덩이를 보는 행운도 누린다”는 작가의 생활은 고갯마루 아래의 바쁘고 번잡한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처럼 김도연의 글은 모든 것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외딴섬에서 쓰여진 듯 여유롭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배낭을 메고 대관령 깊은 산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인생의 고개를 즐겁게 넘는 법
그 옛날부터 무수한 민초들이 낮과 밤을 아울러 대관령을 넘었다. 대관령 길이 넓어지고 차가 다니면서 고개를 오르내릴 때의 속 깊은 후회와 감동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모두들 각기 다른 꿈을 꾸며 대관령을 넘어 다니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묵묵히 견뎌온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다독여주는 듯한 김도연의 목소리는 특별한 장치 없이도 그 자체로 빛난다. 아직 넘지 못한 고개들이 남아 있다면, 눈앞에 까마득한 높이의 오르막이 버티고 있다면, 그건 여전히 우리 삶에 별 같은 희망과 더 찾아야 할 보물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자령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당신이 걸어갈 동쪽을 보라고. 이제 마침내 꽃 피고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길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더 이상 고단하지만은 않은 길인 것이다.

강원도를 닮은 총각 작가, 김도연이 사는 세상
김도연의 일상은 쉽게 읽힌다. 눈앞에 눈 덮인 골짜기와 첩첩이 푸른 산 능선과 같은 자연이 그려지면서, 어느새 힘들이지 않고 대관령 고갯길을 오르게도 하고 내려오게도 한다. 김도연은 소와 이야기하고, 개와 이야기하며, 지붕에 올라간 닭과 이야기하고, 처마 끝에 닿도록 하염없이 내리는 대관령의 ‘검은 눈’과 일대일로 너무도 절실하게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소와의 관계에서 쌓인 오랜 내력을 풀어놓으며, 소와 화해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것들은 그저 자연이고 동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소통의 대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취한 주인을 위해 나귀가 장난스럽게 힝힝 코를 푸는”, “조심해라. 다방 언니들이 한을 품으면 바로 그게 천추의 한이다”, “이 길을 다 걸으면 척추가 한을 품을 것 같네요” 등의 넉살 좋은 입심, 능청스러운 표현들에 슬며시 웃음 짓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김도연 이야기’ 중에서……

그는 그 작품을 완성한 다음 자신이 쓴 작품을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때 그의 옆에는 그의 작품을 읽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는 밤새 처마의 외등을 밝히고 자기 집 개에게 한 줄 한 줄 작품을 읽어주고, 그 한 줄 한 줄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했다. 도연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까지 일대일의 작가적 인격을 부여하고, 개와 함께 밤새 작품평을 하고 토론을 한다. 밤새 개와 작품평을 하고 나니 먼 데서 아침이 밝아오더라고 했다.
이 사건 이후로 도연의 집 개는 도연이가 진부도서관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 반갑다고 옆에 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도 작품을 담은 사각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오거나 들고 오면 또 한 번 밤새 작품토론을 하자는 줄 알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저만치 피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이런 작가가 김도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그냥 그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소설이 아니다.
그는 잉크를 글씨를 쓰는 검은 물로 보지 않고, 글 자체로 보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도구로 보았다 해도, 다른 것도 아니고, 글씨와 글을 쓰는 잉크가 언다는 걸 글의 정신이 언다는 것으로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세상이 다 얼어도 김도연의 잉크는 얼면 안 된다. 대관령의 추위 정도가 아니라 더한 무엇에도 네 잉크는 얼어도 안 되고, 녹아서 묽어져도 안 된다.”
나의 고향 후배 도연은, 마음은 대관령의 눈같이 희어 순수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얼어도 얼지 않는 푸른 잉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이쁜 처자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바라노니, 이 눈 같고 잉크 같은 작가와 연애 좀 해봐라.
- 이순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