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너무나개인적인
‘제트시대의플로베르’쟌모리스의“50년간의세계여행”
최고의기행작가쟌모리스,그가만난지극히개인적인세상
세계가개인적이라니?그런데쟌모리스가만난세계는분명그렇다.2008년
<타임스>
지가선정한전후영국을빛낸50인의작가중열다섯째에꼽힐정도로-조지오웰,JRR톨킨,샐먼루시디등에이어-탁월한문학적업적을쌓은쟌모리스.‘제트시대의플로베르’로불릴만큼빼어난묘사력을구사하는모리스가나이여든을바라보며묶어낸<50년간의세계여행>은패기넘치는청년저널리스트로서,독립한전업여행작가로서,또성전환후46세의여인으로거듭난뒤에이르기까지평생을바쳐두루돌아다닌여행길에서만난‘그녀만의세상’풍경들로가득하다.(그래서영어원제도<어느작가의세상>AWriter'sWorld이다.)
1972년의성전환을전후해나눈1권과2권을통틀어(원서는한권이었다)총32개장에걸쳐1950년대부터2001년9/11사태까지,77개국,91개도시(맨하탄,시드니처럼겹치는곳도있지만,방문시기가다르다)에대해기록한이글들을모으며,쟌모리스는한국어판서문과함께장별서문다섯편,각꼭지별짤막한인트로와중간설명,아웃트로등을덧붙여(박스안에넣어처리함)-모든사진은한국어판에서별도첨가한것들이다.오늘날의독자들이그녀의탁월한묘사를즐기는데부족함이없게했다.
1권:쟌모리스가제임스모리스일때
그래서,지난반세기에대한심오한성찰은이책속에없다.“세상에대해쓴글이지만,그것은나만의세상이었다”고말하는쟌모리스는
<타임스>
와
<가디언>
이라는영국의두유명신문사기자이던젊은시절부터그와같은자기만의에세이형식으로기사를써도좋다고허락받은저널리스트였다.
1950년대|모리스의기자생활은한제국탐험대와함께시작한것이나다름없다.1953년의엘리자베스2세대관식기념을위해에베레스트최초등정에도전한영국원정대를수행취재했던것(이기사로약관의제임스모리스는스타저널리스트가되고,그대가인동상후유증으로지금도매5년마다발톱이빠진다고한다).그뒤,‘야심가들의안식처’로표현한50년대맨하탄(그곳과사랑에빠진쟌은그후매년그곳을찾았다),‘사랑스런허풍’을잃어버리고‘보다체념적이고수동적인모습’으로바뀐시카고등을누빈모리스는
<타임스>
의중동특파원이되어대영제국이무책임하게버리고나와이미1950년대당시에분쟁의현장이었던아랍세계곳곳을취재했다.유명신문사의기자로서“마치특별관람석에앉아”사건사고를관찰하듯써내린그의중동이야기는‘도시들의무대에서카르멘과도같은곳’베이루트의‘불가능한아름다움’(“미처밤이닥치기전,아직도저녁이흐릿한자줏빛으로남았을때,벨벳같은땅거미가채스러지기전이베이루트의불가능한아름다움을맛보기에안성맞춤”[1-63쪽])을거쳐,‘믿음의힘도무색하게’결코편한날이없던예루살렘,‘다른수는없다’를구호삼아살아가는유대민족의도시텔아비브(처칠의아들랜돌프의기막힌넋두리가그이야기끝에덧붙여져있다[1-93쪽])등을아우른다.
모리스의1950년대는2차대전때스러진‘백만젊은이들의망령’으로늘괴로워해야하는땅유럽이야기로이어진다.‘악몽의박람회장’같은전후냉전기의베를린,가상의어느잉글랜드젠틀맨이방문한‘약삭빠른사람들의땅’파리,걸쭉한재미와외설스런생기의도시런던등이그것이다.특히6-3‘런던’에세이에서는“예술이진실보다더아름답다”며이책을통틀어유일하게거짓말(앙증맞기짝이없는!)을했다는걸실토하기도한다.
원자탄의망령을안고사느라‘텅빈도시’같은히로시마와‘꼼꼼한우아함’들이빛나는교토를거쳐쟌모리스는1950년대의마지막날을베네치아에서보낸다.그곳에서쓴책(8장에그서문이실림)이문학적성취도가높은작품으로평가됨과아울러베스트셀러가되면서(1960년에발간된<베네치아>는아직도절판되지않고판매중이다!)1962년
<가디언>
기자생활을접고전업작가가된다.
1960년대|기자생활막바지에쟌모리스는2차대전의마지막커튼콜같던나치전범아이히만재판을취재하고(9장),‘칙칙하고심난한꿈속으로빠져드는일과도같던’냉전의현장들(‘우아하지는않아도매료되는도시’모스크바,‘늙지도않는고급매춘부’같은레닌그라드,지난유행들을고스란히간직한‘흑해의진주’오데사,흑표범처럼미묘하고번개처럼폭발적인미제6함대까지)을기록했다.우크라이나의어느공항에서경험한당시소련승객들의기가막힌비행기침탈사건을지켜보며느꼈던“마치구절양장의크렘린궁이라도쳐들어간듯한기분”(1-207쪽)을곁들이기도한다.
혁명과격변의기운이팽배하던1960년대초반남미를거쳐,새로운잉글랜드가자리잡고있는가운데여전히‘사라진잉글랜드스러움’이분위기를주름잡는도시옥스포드,‘허풍스런얘기와말도안되는캐릭터들’로가득한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를두고“위대한정치이념이나인본주의정신”을비전으로가진적이없고“오로지스스로앞서나가고생존해야한다는노골적충동”으로만똘똘뭉친도시,“친절이란없고,비난,조소,불평으로가득찬곳”이라고했다가,모리스는분개한독자들의대꾸에5년을시달렸다고한다),“역사를가지고장난치는듯느껴지는대륙”아프리카등,모리스의색다른묘사적저널리즘작업은1960년대내내이어진다.
1970년대:성전환전|하지만극한의냉전과베트남전쟁,옛제국들에의해버림받은땅인아프리카와중동의끊임없는갈등과충돌등으로얼룩진1970년대가닥치면서,또모리스자신의나이가40대로접어들면서세상사가더이상호락호락해보이지도않고딱부러져보이지도않자모리스자신의글쓰기도한층더개인적인인상위주로바뀌게된다(1-8~10쪽,294쪽).어떤평론가는60년대초반부터진행된호르몬주사와72년의성전환을모리스의문체가바뀌게된결정적인계기라고짚기도하지만,이는위에서밝힌쟌모리스자신의견해와는동떨어진진단이라하겠다.
아무튼72년카사블랑카에서의성전환전까지‘히말라야대산맥속한줌의초록공간’인카슈미르와같은쾌락의장소들로가서자신만의‘아늑한열반’에들기도하고,그런곳들에밴‘감동적인비애’를현란하게짚어내기도한다.모리스스스로최고의‘야심작’이라고손꼽는<팍스브리타니카>3부작취재를위해들른싱가포르,실론,다르질링,델리를끝으로성전환전제임스모리스라는이름으로책을쓰던시기는끝을맺는다.
(2권으로이어짐)
2권:제임스모리스가쟌모리스가되고난후
1970년대:성전환후|1972년카사블랑카에서의성전환이후제임스모리스는쟌모리스로거듭난다.수술을앞두고마취제기운이퍼지는가운데,또바깥으로부터어느거리의악사가플루트로연주하는고운아르페지오가들려오는가운데,모리스는거울앞에서서거울속의자신에게가슴뭉클한작별인사를건넨다.“우리는다시만나지못할거고,나는그거울속의다른나의눈을마지막으로오래도록들여다보고행운의윙크를던지고싶었다.”(2-14쪽)
“앞으로는전통을,뒤에서는철저한실용주의를”꾀하는갈팡질팡욕구불만의도시런던의1970년대를“구제불능의늙은사기꾼”같다고묘사하고(19장),20년만에다시들른LA에서는“정신의문화는자유분방하게,물질의문화는엄격하게”가그곳의표어라고예리하게간파한다(20장).영화
<싱글맨>
의실제인물이기도한이셔우드와배처디커플을방문해서는놀랍게도LA가‘힘들게일하는사람들의도시’(2-50쪽)임을짚어낸다.
미국의정치가어떻게요동쳐도한결같이자신을낙담시키지않는도시라고얘기하는맨하탄을다시찾은쟌모리스는그땅맨하탄섬에,마치센트럴파크동물원의북극곰처럼,“감금된탓에한결오묘한존재”가된맨하탄피플들을묘사하면서는그들의힘이“사자보다는말벌에가깝다”고적고있다.“그토록엄청난거대도시에서관심사는또그토록놀랍게도자잘하고개인적”이라는것이다(2-78쪽).드디어“화난흑인들”이출현하기시작한남아공에세이를끝으로쟌모리스의1970년대도막을내린다.
1980년대|냉전이끝나고테러리즘이라는새로운대결구도가생겨나던80년대들어,쟌모리스는책작업을위해주로평화로운곳들을돌아다닌다.막무가내로화려한허세와멋의고장인잉글랜드의시골마을웰스,가슴뻐근하게아름다운샌프란시스코,(하버브리지처럼)든든하고도(오페라하우스처럼)사뿐한시드니등을거쳐,쟌모리스의화려한미문은‘렉스캐나디아나’(2-181쪽)로이어진다.엄한규율과탄탄한짜임새를자랑하는캐나다도시들에서,“행군중인보병들”처럼걸어가는행인들속에서,모리스특유의여행법은‘스마일테스트’에서가장두드러진다.거리의행인들에게마구미소를지어보이면각도시마다그반응의정도가확연하게차이를보인다는것.예컨대80년대뱅쿠버시민들은모리스의스마일테스트로부터“수줍음과낮은자신감이라는꽤나심한제약”탓에아주낮은점수를받고말았다(2-200쪽).
“아기들구경에는상하이만한데가없다”(2-224쪽)고시작하는중국에세이는웨일스학생들의본드흡입중독문제(2-239쪽)로엉뚱한듯기발하게이어진다.웨일스공화주의자인쟌모리스에게는너무나부대끼는곳인‘프로이트의도시’빈에서는“질서정연하게계산된아늑함”(2-246쪽)에흠칫옹송그리며몸서리를쳤지만,아르헨티나파타고니아의웨일스공동체를찾아간27장의에세이에서는그녀가얼마나웨일스인임을자랑스러워하는지또고마워하는지살펴볼수있다.
1990년대|쟌모리스의90년대는유럽의시대였다.<50년간의유럽여행>(1997년발간,2004년국역)집필을위한자료수집에송두리째바친10년이었던것.거칠지만평화로운스페인북부의땅을닮은사람들의포도밭,남을얕잡아보는신사들의우아함이배인부르고뉴,‘물로쓴권력’이물씬느껴지는라인가우등세곳의포도원여행에이어,스위스라는나라보다“스위스인들의뜻”이더크게돋보이는스위스에세이(자신의모국웨일스도스위스처럼“스스로의사안들을스스로결정”할수있다면좋겠다고모리스는부러워한다[2-294쪽]),어머니의흔적을찾아떠난라이프치히,괴테와실러,바우하우스등우아한옛이야기들이거리마다넘실대는바이마르에세이,절대변하지않을‘영원한도시’로마와“모든게새롭고온갖걸다받아들이는곳”(교통지옥이쾌활하게으르렁대는자동차문화가에세이의모티브였다)나폴리를비교한이탈리아에세이등을거쳐,유고연방이해체되면서‘진정으로유별난증오’에서비롯된끔찍스런보스니아내전현장탐방기가이어진다.
이어서러시아와터키사이에끼어모리스의가슴을더욱뭉클해지게하는불가리아의고난(29-9절)에깊이공감하는모습도살필수있다.루마니아특유의‘라틴형공산독재’가,그땅의아주특별한뒤죽박죽상태가,어떻게“통상적스탈린주의자보다는동방의미친폭군들에더가까”웠던(2-352쪽)차우세스쿠의25년통치를가능케했는지도성찰한다.
분명세계를향해‘문명의교훈’을던져주는1990년대미국대도시에서는미국식순결한자본주의의신경쇠약증과편집증이역설적으로공동체의평화를마구찢어버리고있음을확인한다(2-364쪽).그때그때“써먹을수있는전통을수백가지나갖추고있”는곳이자“열개도넘는언어가쓰이고,그말들모두가자기말인곳”(2-385~6쪽)맨하탄에서는흥분제이면서동시에진정제역할도하는(초강대국미국의)권력의쓰임새를헤아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