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 소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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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쩌면 나도,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할 빨강 모자를 쓴 아이입니다.
폭력과 가난을 이겨낸 한 가족의 실재 이야기를 담은 소설 『빨강모자를 쓴 아이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불우했던 가족사를 재구성했다. 비탄에 젖은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연민으로 인해 자칫, 이야기가 신파조로 흐를 수도 있었으나 작가는 문학적 기지를 발휘하여 아버지 대 어머니, 2인 화법을 과감히 구사하며 날실과 씨실을 엮듯 어머니와 아버지의 독백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마지막까지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한 가족이 어떻게 이를 딛고 회생해 가는가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과 용서, 구원이 무엇인지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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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상

저자김은상
1975년전남담양에서출생했다.불우한가정형편으로온수공단에서고철을주어팔거나석간신문을돌리며소년기를보냈다.가난한현실을비관해방황하는사춘기를보냈다.열등생으로학업에관심을두지않아전수고등학교에진학했다.고등학교재학중한전도사의도움으로공부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1993년목회자가되기위해평택대학교신학과에입학했다.등록금문제로1학기를마친후봉제공장에입사해6개월간재직했다.아버지의병환으로벌어놓은등록금을모두병원비로사용했다.1994년,해병대하사관에자원입대했다.사병과의갈등으로발생한구타사건을자책해목회자의길을포기했다.1999년,복학해고등학교야간경비로일하며공부했다.신학대신시창작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2001년본격적인시창작을위해원광대학교국문학과에편입했으나금융위기로가정형편이어려워져1학기를마치고중퇴했다.가족의사업을돕기위해2007년까지문학과거리를뒀다.2009년〈실천문학〉시부문신인상으로등단했다.2010년,동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편입학했다.2014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2017년첫시집을출간했고,이시집이2017년하반기‘세종문학나눔도서’로선정됐다.2018년5월가족을통해배운삶의희망을나누고자휴먼다큐소설《빨강모자를쓴아이들》을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
숨결
인연의몫
실어
시편23편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진정한사랑은헌신을잉태하며,헌신은헌신을통해서만불멸에가닿을수있다.

“어쩌면나도……어쩌면당신도……누군가에게사랑받아야할빨강모자를쓴아이입니다.”

아홉의남매를낳고기르고,때로는저세상으로먼저보내야했던엄마가행한
기적같은사랑에당신의목도메어올것입니다.-김은경(시인)

다큐소설이라는형식으로펼쳐놓은어머니라는거대한서사시,이야기를읽는내내
눈시울이붉어져닦다보니페이지마다뜨거운꽃잎이툭툭…….-길상호(시인)

소설《빨강모자를쓴아이들》은가족이야기이고두명의화자話者가등장한다.첫번째화자인조영애여사는근·현대사의큰변곡점을온몸으로살았던여성이다.대한민국의근·현대를조망할때여성은그존재자체로서불행했다.유교와농경사회의전통과의식은그녀들의삶을억압했고여성은남성에부속된존재였다.게다가산업화가시작되면서벌어지기시작한빈부격차는그녀를곤란에처하게했다.그러나가난이노력으로극복될수있었다면가부장적인권위와그와동반된폭력은그녀를더욱힘들게했다.일방적권위앞에서아이들을위해희생을감내했지만고통은상흔을남겼다.아이들을좀더좋은환경에서키웠으면하는바람으로입양을알아보기도했고폭력적인상황에서탈출하고자했으나장애인으로생존해야할아이의모습이눈에아른거려주저앉았다.그녀의삶이점점피폐해져가던어느날인내가한계점에도달했을때였다.철없이굴던여섯살밖에안된아이에게폭력을가했다.폭력은또다른폭력을야기한다.그녀안에내재되어있던폭력적상황이아이에게전가되었던그순간그녀는진심으로부끄러워했다.그리고부끄러움에대한사과의의미로‘빨강모자’를씌워주었다.그것이그아이와의마지막이었다.교통사고였다.수많은상처가운데그녀가가슴속깊이묻어둔기억이다.시간은흘렀지만가난은여전했고뒤늦은남편의정상적인사회활동으로희망의싹이트기시작했다.하지만잠깐의바람도덧없이어느날출근하던남편이쓰러지고입원하게되었다.폭력은종식되었지만다시가난이시작되었다.
두번째화자는조여사의남편이다.군화와산업화로상징되던시기는어쨌건남자들의시대였다.변변찮은수입에도늘친구와술은함께했고가족은뒷전이었다.아이는엄마가키우는것이었다.‘여자와북어는두드려야한다’던가르침은신념이되었고맘에들지않는일이라도생기면부인은물론아이들에게도폭력을행사했다.그게남자의삶이었다.남자란모름지기그래야했다.그렇게합리화를해가며살았다.대회에나가기만하면상장을받아온그림잘그린첫째아이는중학교에보내지않았다.예체능은돈이많이들었기때문이다.하지만마누라는달랐다.교회에서운영하는야간학교에보냈다.남자는아이가학교에가지못하게어깃장을놓았다.보다못한조여사가청와대에편지를쓰고답신이없자직접찾아가기도했다.뜻하지않았던소득이있었지만그마저도다날리고잠깐제정신을차리고보일러공장에취직했다.남자가정말제대로삶을살았던3년이었다.그리고어느날쓰러졌다.남자는벌을받았다고생각했다.남자가시름시름앓기를반복하던중에부인역시쓰러졌다.남자는후회했다.

2018년5월‘가정의달’을맞이하여폭력과가난을이겨낸한가족의실재이야기『빨강모자를쓴아이들』이독자들에게다가간다.이글의저자김은상(1975년생,2009년실천문학시부문등단)은자신의불우했던가족사를소설로재구성하면서다음처럼말한다.“이글을쓰기위해인터뷰하는동안어머니는울지않은날이없었다.기억을더듬는일은어머니에게형언할수없는고통이었고.그고통들의일부가글로작성됐을때,내가가장먼저실천했던것은참혹했던한인간의삶을재단하는일이었다.그나마참혹의최소화를통해폭력의개연성을지닐수있었는데,이것이초기기획했던에세이에서휴먼다큐소설로전환한가장큰이유였다.삶의잔혹에대한인간의방어기제가겨우문학일수있겠다는푸념도했다.”
이야기의첫전개부터극적이다.“남편을살해했습니다.……나는살해를잘못발음해서사랑을말하는실어증환자처럼,매일매일나를살해하며살아왔습니다.”무차별한남편의폭력,그리고아이를낳을때마다잇따르는시련과고통…….“그때까지아이넷을낳았는데첫째는낳은지사흘만에곁을떠났고둘째는소아마비로장애를얻었으며셋째는사고로가슴속에묻어야했습니다.삶은제멋대로아이들의순서를바꾸며그렇게,그렇게흘러갔습니다.”
비탄에젖은어머니에대한지나친연민으로인해자칫,이야기가신파조로흐를수도있었으나작가는문학적기지를발휘하여아버지대어머니,2인화법을과감히구사하며날실과씨실을엮듯어머니와아버지의독백을절묘하게교차시키면서이야기를완성해나간다.
또한소설곳곳에은유와암시를상징하는언어들로번뜩인다.특히‘간’과‘신장’등장기의일부를심리표출의매개로사용하는부분은압권이다.“간이비극을벗어나기위해소금을거부하면신장이먼저우울해졌다.그래서내살아온삶이비극을향해가는간이었다면,아내는간의횡포에이러지도저리지도못하는신장이었을지도모른다.”
소설속‘빨강모자’는주인공이차마꺼내고싶지않았던봉인된기억의상징이다.폭력과가난에시달렸던어머니가여섯살배기어린아이에게폭력을가하고그사과의의미로사주었던선물이며자신에게는한없이부끄러운아픈기억이다.이글에서‘빨강모자’는상처,죄의식,구원등을상징하며마지막까지소설전체를이끄는알레고리로작용한다.
강렬한죽음을열망할때구원의빛은어디에서오는가.아주사소하지만간절한소망이담긴아들의한마디“엄마……꼭살아야해…….”혹은길에서우연히부딪친외국인이건네준종이에적힌‘수고하고무거운짐진자들아다내게로오라!’라는말들이었음을조용히일깨워주고있다.
지금도어디에선가남편의폭력에시달리는어머니가존재하거나부모의학대를못이겨길거리를헤매고있는아이들이있을것이다.저자는무엇보다‘폭력의유전’에대해우려하며말한다.“나는어릴때부터마음에간직해온내밀한목표가있었다.그것은아버지처럼되지않는것이었다.폭력의유전……그것이삶속에서느껴질때공포의대상은더이상아버지가아니라나자신이었다.어느순간부터증오의방향은나를향해있었고현재도마찬가지임은부정할수없지만지금은과거보다더잘극복할자신감이있다.내가강해져서가아니라나에게는어머니에게물려받은소중한문장이있기 때문이다.끝이없을것같았던방황의끝에서들려온어머니의목소리.“사랑해라!”이문장이주는울림은내삶을빛한가운데로인도했다.”
『빨강모자를쓴아이들』은마지막까지폭력과가난에노출된한가족이어떻게이를딛고회생해가는가보여주며진정한사랑과용서,구원이무엇인지문학의진수를보여주는수작이다.이책의마지막책장을덮는순간,우리모두“어쩌면나도……어쩌면당신도……누군가에게사랑받아야할빨강모자를쓴아이입니다.”라는작가의말에공감할것이다.

[책속으로추가]
"아장아장.아장아장."?
"얘가엄마를애취급하네!"?
이렇게말하면서도마음은싫지않았습니다.사람은아이로태어나아이로죽어갑니다.그것이야말로신의공평이겠지요.삶의무거움은제각기다를지라도죽음은모두에게동일한가벼움을선물합니다.그래서사람이온전히태어나는순간은죽음과마주할때일지도모르겠습니다.-87쪽

자식들이퇴근하면뭐,거의피곤과안피곤의대화로밤이풍성해졌다.나와단둘이있을때는병든닭처럼피곤을주장했다면,자식들앞에서는아프지않은사람처럼멀쩡하게안피곤을실천했다.이런아내가앓아눕기라도하면나는자식들의따가운눈길을피해이불속으로들어가야했다.아내의병이곧나의장수와연결된다는느낌은스스로에게피신을요구했다.그럴때면아내가미워졌다.-90쪽

밥상을걷어찼습니다.
"왜?우리는이렇게가난한집구석에서살아야해?왜?이럴거면도대체뭐하러낳았어!"
벽에붉은지도가그려졌습니다.다섯째아이가지도를향해머리를박아대기시작했습니다.
"엄마!그냥나죽어버릴거야!"
다섯째아이의머리를감싸안았습니다.손을뿌리쳤습니다.방을뛰쳐나갔습니다.방의얼룩을향해달려가고있었습니다.내가살아온,그리고앞으로살아가야할보이지않는시간이벽의지도속에서뒤척거렸습니다.-93쪽

달이자정을지나간다.나는혼자있는시간동안늘생각했다.살아가야할날보다지나온날들을.더없이먹고싶었던음식과가끔씩보고싶었던형제들을.그리고돌아가신어머니를.아내가구급차에실려간이후나는매일아내가건강한모습으로돌아와내곁에앉아있는모습을꿈꾸었다.그것은내몸이망가진이후상상하기시작한유일한미래였다.달이자정을지나간다.-97쪽

장애가있는자식이판검사나군인이돼부모의미래를책임질수있는가능성은전혀없었다.그럼에도아내는큰아이를어떻게해서든교육하려고청와대를찾아가기도했다.그때는정말불쾌했다.남편의무능력을온세상에떠들어대고싶어하는사람처럼느껴졌다.책을권하는어머니보다일을시키는아버지를좋아할자식은없다.아내가자식들의교육에친절할수록나는무능력한아버지가됐다.그래서한번은자식으로부터죽음의공포를맛보기도했다.-100쪽

그날이후정신이돌아올때마다교회에찾아갔나봅니다.점과굿을좋아했던남편과시어머니는무당이돼야만자식들이돈걱정없이살수있다고포기하지않았나봅니다.그래서교회까지찾아와목사님께욕설을퍼붓기도했나봅니다.그렇지만나는고통을좀더잘견디는법을배웠나봅니다.그런남편과시어머니를위해기도하겠다고결심했나봅니다.내게강같은슬픔을걸어서,내게강같은평화를노래하기시작했나봅니다.-109쪽

큰아이와둘째아이를해외로입양시켜배움의기회를열어주겠다고.목사님을찾아가아이들의입양을부탁했습니다.목사님역시두아이들의미래를위해그러는편이좋겠다며고개를끄덕였습니다.입양절차는순조롭게진행됐습니다.-114쪽

번개가눈앞에서번쩍거렸다.머리에서이마로흘러내리는것이있었다.피가방바닥에고이는순간자식에게얻어맞았다는비참한마음보다두려운마음이앞섰다.나는백정처럼살았다.손에피를묻히기싫어하는마을사람들은모두나를찾아왔다.가축을도축하고나면몸에서죽음의냄새가진동했다.어쩌면그순간나는내손에의해죽어갔던짐승들의울음을들었는지도모르겠다.-136쪽

사랑을말하기위해사랑을촛불로태우는여자가있었습니다.자신을살해할수있는비명은침묵으로만아름다워졌습니다.남편을남이라고생각했습니다.남이어야만그를위한수고가그녀의죽음으로돌아와도괜찮을거라고웃었습니다.그때부터남편이라생각하면불가능했지만,남이라고생각하면가능한용서들이시작됐습니다.-161쪽

아내에게1억을발음한순간,나에게도1억은바람이아닌사실이다.
"알았어요!제가한번이야기해볼게요."
아내가흔쾌히동의한다.결혼후처음있는일이다.나는일생동안아내의의견과무관하게살아서이런기분을느껴본적이없다.부부가한마음으로무엇을한다는것은분명다른느낌이있다.지금이기분이면병상에서일어나두발로뚜벅뚜벅병원을걸어나가양자의파양을선포할수도있을것같다.-227쪽

나는튤립들이무성하게핀봄의정원에홀로앉아있습니다.홀로앉아서,아이들과함께빨강,노랑,하양을걷습니다.혼자있지만혼자가아닌것만같습니다.살아오는동안늘그랬습니다.함께있었지만혼자있었던것만같았고,혼자있었지만함께있는것같았습니다.누군가는이를외로움이라말하겠지만,나는그리움이라말하겠습니다.지금나는혼자있지만괜찮습니다.내가사랑하는모든사람들이이미내안에있다는것을이제는알기때문입니다.-233쪽

참,오래살았습니다.평안을느끼기까지80년을뒤척였습니다.늘함께,늘혼자서걸었습니다.그러나오늘저녁식사를마친후에는,혹은내일아침직장을향해출입문을여는아이들의뒷모습에손을흔든후에는나의시간역시완벽하게멈추리라는것을알고있습니다.-2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