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거리의 아이들

베를린 거리의 아이들

$14.50
Description
베를린의 ‘시시포스’가 걸어야 할 고통스러운 겨울 여행
1930년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어느 겨울날. ‘세계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막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독일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장기 실업자의 급증,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노숙자 무리, 가족의 해체. 창궐하는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미성년자 가두 매춘 등이 이런 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현상들이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부정적 현상에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가장 커다란 피해자였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사회로 통하는 모든 문이 그들의 눈앞에서 닫혀버렸다. 또한 인간적 따스함을 경험해본 적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거친 세파를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냉혹한 사회 속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던 청소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를 이루어 몰려다니면서, 성난 야수처럼 베를린 거리를 배회했다. 미래에 대한 어떤 전망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 내일이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생리적이고 일차원적인 욕구만이 지배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 세계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미덕이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몰록과도 같은 대도시, 심지어 인간까지도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부속품처럼 대하는 대도시. 개인에게 타인과 구별되는 개성을 주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얼굴 없는 익명의 존재만이 유령처럼 떠돈다. 도시가 내세운 이런 현실원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다양한 청소년 패거리들. 이들은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심지어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냉혹한 대도시와 이 대도시를 굴러가게 만드는 냉혹한 ‘현실원칙’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도시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이 현대적인 소설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더욱 나은 미래를 꿈꾸는 개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대도시가 내세운 현실원칙을 거부하고 미래를 꿈꿈으로써 도전장을 내민 두 명의 청소년이 있다. 현대의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도시에 맞서 싸우는 미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충분히 예견된 그들의 실패, 바로 그것이 현대 소설의 ‘일상적’ 비극이며, 새로운 ‘시시포스’의 모습이다. 그리고 현대의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시시포스’가 걸어야 할 길은 분명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그 길 위에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의 겨울 여행은 낭만적인 ‘겨울연가’가 아니라 가시밭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겨울 여행인 것이다.
저자

에른스트하프너

에른스트하프너에대해서는알려진바가거의없다.1932년브루노카시러(BrunoCassirer)출판사에서출간된『베를린거리의아이들』이라는제목의소설이거의유일한기록이다.그외1925-1933년사이베를린에서기자겸사회복지사로일을했다는것,그의소설이나치집권직후인1933년5월10일베를린에서거행된‘책화형식’에서불속에던져졌다는것,그리고1938년나치선전성(省)산하의‘제국문학분과위원회’에소환된직후행방불명이되었다는것만이우리가알수있는그에관한기록의전부이다.

목차

1장/14
청소년패거리의형제그리고‘영원한구제’-조니,패거리의우두머리-45개의빵과2개의소시지-

“쉬멜,지갑을꺼내,꺼내라고”

2장/25
새벽에문을여는가게‘멕시코’-온기는엄청난자비다-

그런데경찰은?

3장/32
조용한반항.생일날의따귀-

대팻밥더미속에숨어서도망치다.

4장/43
프레트,탈주자-걸인의술집-술을뒤따라오는것은여자다-

버터가게주인이3백마르크를달라는요구를받다.

5장/53
루트비히체포되다-

“도대체이름이몇개요?”
6장/64
열정적인방랑자,프란츠-쾰른과베를린을왕복하는급행열차밑에서-

B.A.T.G.2열차는난방이되지않는다.

7장/86
슈트라세80f.구역X.2.-

16명의소년패거리가생일을축하한다.

8장/95
꽃과친절은감옥에어울리지않는다-

“판결을받아들이겠소?”

9장/107
배고픔은사람을맹목적으로만든다-추위피난처와궁핍한자들의시장-

슐레지엔출신올가는그것을정확하게받아들이지않는다.

10장/129
“이봐,빨리달려!”-하켈베르크씨는잘못이없다-다시자유-전화를걸기위해필요한10페니히-접선장소인식초영화관-

“우리는그작자를붙잡을거야.”

11장/141
영화관:잠자는곳-유원지,엘리와술집‘고래’-

엘리는수시로섹스상대를바꾸는여자인가?

12장/157
저많은돈이어디서났을까?-아넬리제,패거리의애인-레켈러지하술집과쥐조련사파울레-뮐렌슈트라세에서패거리들이벌인집단패싸움-

고트헬프,패거리의대부

13장/187
빌리의형제단원이되다.-신참입회식과시험에합격하기위해보여주어야하는행위-돈이나오는곳-물품보관증을건네준소매치기-패거리의재판-

“매질을당한것에대해고맙게생각해.”

14장/204
패거리가일을하러간다.-한시간만에번398마르크40페니히-빌리와루트비히가잠적한다.-

모피가달린스모킹두벌과‘실루엣’

15장/217
서쪽지역은우리를위한곳이아니다-가구딸린방에서세를얻어사는사람-“팔려고갖고계신낡은구두가있습니까?”-

패거리에게는절대돌아가지않겠다.

16장/232
범죄자패거리의형제단-라이프치히와마그데부르크로의피신-일이틀어지다-

프랑스인펠릭스,조니와프레트가붙잡히다.

17장/248
실내시장에서의소동-미혼남자들의크리스마스축하연-극장지하실에서보낸이틀낮과삼일밤-하인츠는경찰에자수한다-

“우리에게다른길이남아있어?”

18장/261
루트비히와빌리는그일을해냈다-밀고자헤르만플레트너-

왜그들은우리가일을하도록내버려두지않지?

19장/273
다시교화소-베를린괴를리처반호프-

다시작업

20장/287
그들은어떻게되었는가?-프레트가패거리의우두머리가되다-‘의형제’패거리는계속살아남는다-

빌리와루트비히,수천명중겨우두명

옮긴이의말/295

출판사 서평

베를린의‘시시포스’가걸어야할고통스러운겨울여행

1930년대독일의수도베를린.어느겨울날.‘세계경제대공황’의여파로막전쟁의후유증에서벗어난것처럼보였던독일은다시벼랑끝으로내몰렸다.장기실업자의급증,집에서쫓겨나거리를배회하는수많은노숙자무리,가족의해체.창궐하는역병처럼퍼져나가는미성년자가두매춘등이이런위기를분명하게보여주는현상들이었다.다소간의차이는있지만이런부정적현상에모든사람이영향을받았다.하지만누구보다도청소년들이가장커다란피해자였다.본격적으로사회에발을내딛기도전에,이미사회로통하는모든문이그들의눈앞에서닫혀버렸다.또한인간적따스함을경험해본적도없이혈혈단신으로거친세파를헤치고나가야만했다.냉혹한사회속에서굶주림과추위에시달리던청소년들은살아남기위해서무리를이루어몰려다니면서,성난야수처럼베를린거리를배회했다.미래에대한어떤전망도지니지못한이들에게내일이란시간은존재하지않는다.오직생리적이고일차원적인욕구만이지배하고,그욕구를충족시키는것만이유일한목표가된세계에서는무슨수를쓰더라도살아남는것만이유일한미덕이다.모든것을삼켜버리고아무런흔적도남기지않는몰록과도같은대도시,심지어인간까지도필요에따라서언제든지대체할수있는부속품처럼대하는대도시.개인에게타인과구별되는개성을주지않는것은너무나당연하다.얼굴없는익명의존재만이유령처럼떠돈다.도시가내세운이런현실원칙을충실하게따르는다양한청소년패거리들.이들은도시에서생존할수있다면,모든것을,심지어중대한범죄행위를저지르는것도꺼리지않는다.이런의미에서보자면냉혹한대도시와이대도시를굴러가게만드는냉혹한‘현실원칙’이야말로이소설의진짜주인공일지도모른다.그리고대도시가소설의주인공이되었다는사실이이소설이현대적인소설로분류되는이유이기도하다.
하지만상황이아무리절망적으로보일지라도그속에서더욱나은미래를꿈꾸는개인이완전히사라진것은아니다.무소불위의힘을지닌것처럼보이는대도시가내세운현실원칙을거부하고미래를꿈꿈으로써도전장을내민두명의청소년이있다.현대의운명이라고말할수있는대도시에맞서싸우는미약한인간의모습그리고충분히예견된그들의실패,바로그것이현대소설의‘일상적’비극이며,새로운‘시시포스’의모습이다.그리고현대의베를린에서생활하는평범한‘시시포스’가걸어야할길은분명평탄하지않을것이다.그리고어쩌면이들은그길위에서쓰러져다시는일어나지못할수도있다.그렇기때문에베를린의거리를돌아다니는이들의겨울여행은낭만적인‘겨울연가’가아니라가시밭과같은길을걸어야하는고통스러운겨울여행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