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베를린의 ‘시시포스’가 걸어야 할 고통스러운 겨울 여행
1930년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어느 겨울날. ‘세계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막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독일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장기 실업자의 급증,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노숙자 무리, 가족의 해체. 창궐하는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미성년자 가두 매춘 등이 이런 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현상들이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부정적 현상에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가장 커다란 피해자였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사회로 통하는 모든 문이 그들의 눈앞에서 닫혀버렸다. 또한 인간적 따스함을 경험해본 적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거친 세파를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냉혹한 사회 속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던 청소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를 이루어 몰려다니면서, 성난 야수처럼 베를린 거리를 배회했다. 미래에 대한 어떤 전망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 내일이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생리적이고 일차원적인 욕구만이 지배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 세계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미덕이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몰록과도 같은 대도시, 심지어 인간까지도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부속품처럼 대하는 대도시. 개인에게 타인과 구별되는 개성을 주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얼굴 없는 익명의 존재만이 유령처럼 떠돈다. 도시가 내세운 이런 현실원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다양한 청소년 패거리들. 이들은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심지어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냉혹한 대도시와 이 대도시를 굴러가게 만드는 냉혹한 ‘현실원칙’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도시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이 현대적인 소설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더욱 나은 미래를 꿈꾸는 개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대도시가 내세운 현실원칙을 거부하고 미래를 꿈꿈으로써 도전장을 내민 두 명의 청소년이 있다. 현대의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도시에 맞서 싸우는 미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충분히 예견된 그들의 실패, 바로 그것이 현대 소설의 ‘일상적’ 비극이며, 새로운 ‘시시포스’의 모습이다. 그리고 현대의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시시포스’가 걸어야 할 길은 분명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그 길 위에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의 겨울 여행은 낭만적인 ‘겨울연가’가 아니라 가시밭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겨울 여행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더욱 나은 미래를 꿈꾸는 개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대도시가 내세운 현실원칙을 거부하고 미래를 꿈꿈으로써 도전장을 내민 두 명의 청소년이 있다. 현대의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도시에 맞서 싸우는 미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충분히 예견된 그들의 실패, 바로 그것이 현대 소설의 ‘일상적’ 비극이며, 새로운 ‘시시포스’의 모습이다. 그리고 현대의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시시포스’가 걸어야 할 길은 분명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그 길 위에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의 겨울 여행은 낭만적인 ‘겨울연가’가 아니라 가시밭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겨울 여행인 것이다.
베를린 거리의 아이들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