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 (7인 소설집)

그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 (7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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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구나 숨기고 싶은 기억 하나씩은 갖고 산다
지우려 했지만, 끝내 기억의 심연을 비집고 나와
괴롭히는 아픈 상처들!
‘뒷북’ 동인들의 작품을 묶은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가 나무와숲에서 나왔다. 2004년 출발한 ‘뒷북’ 동인들의 아홉 번째 소설집이다. 잠시 지구의 기울기를 뜻하는 ‘23.5’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으나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담긴 ‘뒷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시절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으며 육신은 나약해졌어도” 이들의 “소설 생산력이나 작법의 감각은 여전히 꼿꼿하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상처를 깊이 헤아리는 작가들의 시선이 따뜻하다. 특히 이번 소설집은 우리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펼쳐진다.
저자

김인호

문학평론가,교육활동가.199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었으며,최인훈연구로동국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탈이데올로기와문학적향유》등다수의비평집과교육과인문학저술이있다.

목차

여는글

갈재에오르다_김인호
그가아직살아있는이유_정의연
어둠의탄환_김혁
송두율을만나다_한상준
페트병_배명희
요다의지팡이_구자명
환대_최서윤

출판사 서평

먼저문학평론을주로써왔던김인호가쓴소설〈갈재에오르다〉는분단과좌우이념대립으로인한상처와고통이70년이지난오늘날까지도얼마나깊게남아있는가를그리고있다.장성건준조직책으로활동하다6·25전쟁이일어나자북쪽편에섰던아버지가9·28수복때가족을보호하기위해스스로행방을감춘후,남은가족이빨갱이가족이라는소리를들을까봐고향을가지못하고아버지와서울생활에대한기억을꼭꼭눌러지우며살아온이야기다.“나는서둘러서울가는기차에올라탔지만갈재밑으로난긴터널에갇히고말았다.”그후남북이서로왕래하며다른가족몰래금강산관광도다녀왔지만,갈재로가는길은멀고도멀다.

정의연의〈내가아직살아있는이유〉는베트남전쟁참전군인을취재하던작가가한인터넷카페에서안케전투를놓고몇년째치열하게벌어지는논쟁을접하고,안케전투에서부상을입은박동수씨와만나인터뷰하면서안케의진실이조금씩드러나는과정을그린작품이다.베트남전참전사상최악의전투로가장많은아군사상자가나온치욕적인패전이라고말하는쪽과참혹한전투를치렀지만끝내고지를탈환한승전이라고옹호하는쪽이첨예하게맞서고있는안케전투를다룬최초의소설이다.박동수씨는결코지워지지않는상처와고통의수렁에서자신이왜혼자살아남았고,아직도살아있는가를필사적으로들려주려한다.전쟁의참혹함과그뒤에숨겨진고통스러운진실을마주하게하는작품이다.

김혁의〈어둠의탄환〉은얼마전세상을떠난전두환씨의사망소식을접한주인공의회상으로시작하는소설이다.그자신대단한민주투사는아니었지만암울했던시절의우중충한풍경속에서사랑했던희원이라는한여인과얽히면서사랑과우정과배신의쓰라린환멸을맛보게되는과정을그리고있다.희원의제의로한여자와두남자가동거하는일처다부제시도와전두환암살미수사건을연결한작가의상상력이흥미롭다.

한상준의〈송두율을만나다〉는경계인의삶을살다가37년만에조국땅을밟은송두율교수의입국과출국,재판과정,그리고독일로귀국한이후의삶을그린작품이다.크게‘그뒤…,’,‘그후…,’‘그렇…,’세파트로나눠전개되는데,‘그뒤…,’는2003년과2004년한반도에광란의회오리가몰아친역사의현장으로거슬러올라간다.그리고‘그후…,’와‘그렇…,’은독일로귀국할때부터최근에이르기까지송교수의삶과사고의변화를취재차동행한언론사기자의눈을통해보여준다.작가는분단된조국에서학자의양심과사상의자유가어떻게억압당하고삶을구속하는지를절제된언어로들려주고있다.

배명희의〈페트병〉은재건축을앞둔오래된아파트로이사온여자가첫날부터천장에서물이새는상황을맞아겪게되는심리적불안과불법이주노동자의참혹한삶을직조해낸작품이다.얼룩은조금씩커져손바닥만해지더니급기야물주머니처럼아래로늘어진다.“다른삶을살기위해”독립했지만상황은녹록지않다.다행히어느날부터더이상물이새지않자한시름놓는데,사실인즉위층에서살고있는불법이주노동자의고용주이자집주인이고장난상수도관을고치는대신물을쓰지못하게한것이었다.“짐승처럼부려야유순해져서다루기가쉽다”는생각에무차별적폭력을휘두르는고용주의악랄한행동이가정폭력에내몰렸던여자의과거와오버랩되며몸과마음을움츠러들게한다.

구자명의〈요다의지팡이〉는작가의건달연작중하나로자칭‘건달’인대평이‘호야이모’로불리는남명호여사의부고소식을듣고찾아가는것으로시작한다.그가첫정을준여자,인실이그녀의사부인‘호야이모’가남긴삶의흔적을정리하는일을도와달라고부탁했기때문이다.인실은미혼모재활시설인‘낙산마리아의집’에서봉사하고있고,호야이모는동경조산원학교를나와일대에서명산파로이름을날렸던인물이다.반면대평은“젊을때는‘나이아가라’처럼소용돌이치는시간의폭포속에서절대바쁘지않게살면서도무기력하지않게살려고”했고,환갑을넘겨서는“시간이란게빠르든느리든상관치않는,바빠져도괜찮고아니어도괜찮은마음의한가를누리”며살고있다.죽기전에모든걸깔끔히정리하고수십년간의조산경험을적은노트와영적독서노트몇권만남긴호야이모의치열했던삶에서그는무엇을느끼고건지게될까.
최서윤의〈환대〉는남편의바람에환멸을느낀여자가친정어머니의강한반대에부딪쳐이혼하지못하고바람이라도쐬려고혼자실크로드여행에나섰다가머나만타국에서어머니의부고소식을전해듣게되는이야기다.늙고무력해진어머니는어릴때그녀의짐이던딸에게의지하면서도그사실을모르는듯고집센노인이되어고삐와회초리를꼭쥐고있다가그만목숨줄을놓아버렸다.어머니는이혼한엄마밑에서자라이혼하게되었다는말을듣게되는것을두려워했다.주인공은어머니의장례식에참석못하고대신여행길에서만난이들로부터국제적조문을받으며위로를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