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빈의 시간

롱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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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베트남전쟁에서 벌어진 폭력의 가해자이자
그 전쟁에 휩쓸렸던 피해자이기도 한 남자가
50년 동안 몸으로, 죄의식으로 새긴 고통의 기억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베트남전쟁 소설이 탄생했다.
정의연 장편소설 《롱빈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베트남전쟁에서 벌어진 폭력의 가해자이자 그 전쟁에 휩쓸렸던 피해자이기도 한 남자가 50년 동안 몸으로, 죄의식으로 새긴 고통의 기억을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

정의연

저자:정의연

2004년소설동인무크《뒷북》창간호에<다락방과나비>,<풀벌레의집>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7년<그여자를보았네>,2009년<그와함께산다는것>등을발표했다.2015년작품집《스캔》을출간했으며,2020년<그여자>가제12회현진건문학상추천작에선정되었다.2022년베트남전참전군인의고통스런기억과상처를그린단편<그가아직살아있는이유>를발표했다.

출판사 서평

베트남전쟁에서벌어진폭력의가해자이자
그전쟁에휩쓸렸던피해자이기도한남자가
50년동안몸으로,죄의식으로새긴고통의기억

또하나의의미있는베트남전쟁소설이탄생했다.정의연장편소설『롱빈의시간』이바로그것이다.베트남전쟁에서벌어진폭력의가해자이자그전쟁에휩쓸렸던피해자이기도한남자가50년동안몸으로,죄의식으로새긴고통의기억을생생하게담았다.

작가는이작품을쓰기위해관련자료를최대한보고읽고공부했으며,한국군참전군인들을만나그들의이야기를듣고현재상태의그들을보았다.뿐만아니라“그들이전쟁을수행한그곳,그마을에찾아가아직도부서진지체와깨지고무너진마음을추스르며생을붙들고있는그곳사람들을만났다.”

작가가만난대부분의사람들은현재도그시간을살고있다고말한다.“오래전일이라고제쳐놓고있다가도눈에담기고몸으로겪었던그날의일들이뜬금없는상황에서불쑥불쑥재생”된다는것.“그들의몸안에서그전쟁이무한반복재생”되고있다는것이다.

이소설은베트남어학과대학원생인‘이나’가시급이꽤높은알바자리를소개받고찾아가는것으로시작한다.편의점이나카페,도서관알바와는비교도할수없는금액을준다는말에솔깃해찾아간이나는구자성이라는,휠체어를탄노인과만나구술기록계약을맺는다.죽기전에어떻게든자신의인생을정리하려한다는구자성이제시하는계약조건은다소황당하고부담스럽다.자신이잘못돼죽지않는한중간에그만둘수없고,만일중간에그만두면자신이지불한돈의열배를물어야하며,구술한내용을절대외부에발설하지말것과동남아여행에동행할것등이다.

그렇게해서구술작업을시작했지만구자성의입은종종닫히기일쑤여서이나는과연이일을계속할수있을것인가걱정과우려가앞선다.그럼에도지방신문신춘문예당선작가이기도한이나는구자성이라는결코쉽게만날수없는캐릭터에대해알고싶고,무슨말을하는지듣고싶다고생각한다.그러나한때돈을많이번이야기,결혼사흘만에파경을맞은이야기,그뒤로여러여자를만났다는이야기등을토막토막들려주던구자성은웬일인지3주가지나도록입을떼지못한다.인내심이바닥나더이상이일을할수없을것같다고생각한이나가그만두겠다고통보하러간날,구자성은베트남여행을제안하며추가계약서를내놓는다.

이나와구자성,그리고그의시중을드는김집사세사람이같이떠난베트남여행에서이나는뜻밖의사실을알게된다.구자성이베트남전참전군인이었다는것.다낭에와서도좀체입을열지않던그가열흘째되던날,호출한택시기사에게“롱빈을아시오?”라고묻는다.50년전한국군이잠시주둔했던곳이라는말에이나는그제야구자성이왜베트남에오자고했는지알게된다.

소설은그때부터롱빈을찾아가는과정에서맞닥뜨리게되는민간인학살이라는참혹한진실과함께구자성의의식과무의식밑바닥에똬리를틀고앉아그를평생괴롭혀온죄의식과고통의뿌리를하나하나드러낸다.전쟁중이라하더라도지켜야할최소한의도덕과공공양심이전쟁의광기로인해어떻게무너지고,전쟁이끝난뒤에한사람의몸과영혼을어떻게갉아먹는가를선연하게보여준다.

이처럼구자성은베트남전민간인학살의가해자이자전쟁의맹목성과잔혹성에휩쓸린피해자이기도하다.게다가그의마음속깊은곳에서는한국전쟁당시자신이아버지의죽음에일조했다는죄책감과미군부대앞에서구두닦이찍새를하던어린시절미군의성추행을일상적으로당해야했던부끄러움과분노가내재돼있다.

이나역시안온한삶을살고있지못하다.현재는독립했지만아빠의일상적인억압과폭력을받아내야했던시간들이여전히의식한편에자리하고있다.구자성의구술작업을하면서이나는자신이그때까지전혀몰랐던역사적사실에대한충격과함께자신이감당하기엔너무무거운짐을받아내는게아닌가생각한다.그러나구자성의이야기수렁속으로함께한발한발걸어들어가마침내그의몸깊숙이잠겨있는말들을하나하나끄집어낸다.

작가는“이소설은2020년고인이된빈딘성떠이빈(옛빈안)의응우옌떤런아저씨와꽝남성퐁니마을응우옌티탄아주머니를비롯한베트남중부지방의수많은민간인학살피해자와그가족들의증언,김영만선생을비롯한한국군참전군인들의이야기와수기,육성으로증언하면서도자신이드러나는것을꺼리던수많은베트남전한국군참전자들이토해놓은이야기와삶이바탕이됐다”고말한다.현재베트남전참전한국군이자행한민간인학살관련국가배상소송에서1심은승소했으나한국정부의항소로2심재판이진행되고있어그의미가더각별하다고할수있다.

지금도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과이스라엘-하마스전쟁등지구촌곳곳에서벌어지고있는전쟁과테러로수많은사람들이죽고다치고있다.전쟁의맹목성과광기가인간을집어삼킬때어떤일들이벌어지는가를우리는실시간으로목도하고있다.나아가그전쟁으로인해얼마나많은사람들이외상후스트레스로극심한트라우마에시달리며남은생을살아가야할지모른다.이책을통해인간에내재된악의평범성뿐만아니라전쟁의후과가남기는상처를다시한번곱씹어보면좋을것같다.또한가해자의진정한사죄와반성이왜중요하고필요한가를되새기는기회가되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