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비망록 3

식민지 비망록 3

$23.30
Description
일제가 패망하여 이 땅에서 물러간 지 벌써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있다. 제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해방의 감격이 쉽게 잊힐 리야 없겠지만, 그만한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그 시절을 몸소 체험한 세대의 인구구성비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바꿔 말하면 일제강점기의 일을 기억하는 방법이 그야말로 오롯이 간접체험이나 사료발굴에만 의존해야 하는 비율이 그만큼 더 높아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탓인지 일제강점기의 일이라고 하면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마치 남의 집 얘기인 듯 여기는 이들도 더러 있고, 일제침탈사와 관련한 잘못된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짚어 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그것이 일제잔재에 속하는 줄도 모르고 그러한 용어나 제도를 버젓이 사용하기도 하고, 설령 그것이 일제가 남겨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서둘러 이를 바로잡지 않는 상황이 무심코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이번에 『식민지 비망록』(전3권)이라는 이름으로 펴내는 이 책들은 부제(副題)에 밝혀놓았듯이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각권 24꼭지씩 도합 72꼭지(1,053쪽 분량)에 달하는 각각의 글은 컴컴한 망각의 문 안에 갇혀 있는 아스라한 기억 한 조각을 되살려 보려는 시도이다. 여기에는 참으로 고단했던 식민지의 일상, 혹독했던 전시체제기와 침략전쟁의 광풍, 그리고 이 땅에서 무수하게 벌어졌던 별스러운 일제침탈사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실상을 파헤친 내용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저자

이순우

(李舜雨)1962년경북경산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정치외교학과와대학원(비교정치전공,석사과정수료)을나왔고,10여년가량증권회사와투자자문회사에몸을담았다가돌연인생의행로를바꿔거의20여년째역사탐방과사료발굴에몰두하는삶을살고있다.
다큐멘터리방송작가이자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이던시절에일제강점기이후이땅에서벌어진문화재수난사에대한기록발굴과뒤틀린근대역사의흔적들에대한글쓰기에주력하여『제자리를떠난문화재에관한조사보고서,하나』(2002),『제자리를떠난문화재에관한조사보고서,둘』(2003),『테라우치총독,조선의꽃이되다』(2004),『그들은정말조선을사랑했을까?』(2005),『꼬레아에꼬레아니[사진해설판]』(2009;이돈수공저),『통감관저,잊혀진경술국치의현장』(2010)을펴냈다.이와함께근대서울의역사문화공간에관한시리즈로『정동과각국공사관』(2012),『손탁호텔』(2012),『광화문육조앞길』(2012)등의책을썼다.
그러다가오랜프리랜서의생활을청산하고2014년8월이후에는민족문제연구소책임연구원을거쳐특임연구원으로재직하고있으며,서울특별시문화재위원회표석분과위원(2013.6~2019.5,2021.6~현재)으로도활동하고있다.최근에『용산,빼앗긴이방인들의땅1(일본군병영지와용산역)』(2022)과『용산,빼앗긴이방인들의땅2(효창원과만초천주변)』(2022)를냈으며,앞으로도여력에닿는한기억이희미해져가는일제침탈의현장과근대서울의역사공간에대한자료발굴과글쓰기에더욱힘을쏟을작정이다.

목차

제1부그시절에횡행했던식민통치기구의면면

01조선통치에관한사상관측소,총독부도서관의건립내력
-도서관을지어주고광통관(廣通館)을얻은조선상업은행
02인왕산자락이채석장으로누더기가된까닭은?
-쌈지공원으로남은총독부착암공양성소와발파연구소의흔적
03“일제에끌려간게사람만이아니었더라”
-이출우검역소를거쳐일본으로간조선소는160여만마리
04일제의삼림수탈을증언하는영림창제작‘압록강재감(材鑑)’
-지금도경복궁땅밑에고스란히남아있는9,388개의소나무말뚝
05식민통치기간에이땅에는얼마나많은일제신사가만들어졌을까?
-‘1군1신사(神社)’와‘1면1신사(神祠)’의건립을강요하던시절
06흑석동한강변언덕위에한강신사가건립된까닭은?
-서울지역곳곳에포진한일제침략신사들의흔적

제2부그거리에남겨진식민지배의흔적들

07도로원표는왜칭경기념비전앞에놓여있을까?
-일제강점기에모든길은‘황토현광장’으로통했다
08독점기업경성전기(京城電氣)의마지못한선물,경성부민관
-부민관폭파의거의현장에얽힌근현대사의굴곡반세기
09딱100년전가을,경복궁에서는무슨일이벌어졌을까?
-식민통치의치적자랑을위해벌인난장판,‘조선물산공진회’
10기억해야할을사조약의배후공간,대관정(大觀亭)
-호텔신축공사로곧사라질위기에놓인근현대사의현장
11포방터시장으로남은홍제외리조선보병대사격장의흔적
-헌병보조원출신항일의병의처형장소로도사용된공간
12‘천황즉위’기념으로지은일본인사찰에갇힌명성황후의위패
-탁지부청사와화개동감모비각을옮겨만든묘심사(妙心寺)

제3부낯선풍경으로남아있는근대역사의공간들

13일제가경성(京城)지역에만두곳의감옥을만든까닭은?
-장기수전담감옥이었던경성감옥혹은경성형무소의건립내력
14‘녹두장군’전봉준은왜좌감옥(左監獄)에서최후를맞이했을까?
-근대시기이후사형제도의변경과처형장의공간변천사
15행주산성이내선일체의대표유적으로지목된까닭
-군국주의와황국신민화의도구로전락한역사왜곡의현장들
16경학원명륜당이1937년이후느닷없이혼례식장으로변신한까닭은?
-정신작흥과사회교화의광풍속에탄생한‘의례준칙(儀禮準則)’
17소개공지(疎開空地),미군공습에기겁한일제의방어수단
-결국패망직전서울의도시공간을할퀴어놓다
18종로경찰서(鍾路警察署),반도민심의근원을차단하는억압기구
-다른경찰서에비해빈번하게청사의위치를옮긴까닭은?

제4부결국학교도예외는아니었다

19위문대(慰問袋)모집의시초는의병토벌일본군대를위한것
-친일귀족이완용도한몫거든위문품주머니의제작풍경
20멀쩡했던교가(校歌)와교표(校標)가무더기로개정된연유는?
-조선어가사는금지되고무궁화와태극문양은지워지던시절
21군국주의에짓밟혀헝클어진조선인여학생들의꿈
-부산항공립고등여학교졸업앨범,1944년
22마침내조선인학교에도출현한군사교련제도와배속장교의존재
-미성년자금주금연법과삭발령도학원통제의수단으로사용
23일제패망기의학교운동장이고무공천지로변한까닭은?
-일본의남방군(南方軍)이보내온침략전쟁의전첩기념선물
24학교이름에도(道),방위,숫자명칭의흔적이성행했던시절
-내선일체완성을위한식민교육제도의변경이빚어낸부산물

출판사 서평

제3권은(1)그시절에횡행했던식민통치기구의면면,(2)그거리에남겨진식민지배의흔적들,(3)낯선풍경으로남아있는근대역사의공간들,(4)결국학교도예외는아니었다,이렇게네묶음으로구성되어있다.

여기에는식민통치기구와관련한것으로조선통치에관한사상관측소로일컫는총독부도서관의건립내력,채석장으로인왕산자락을누더기로만들었던총독부착암공양성소와발파연구소의흔적,160여만마리의조선소를일본으로끌고간이출우검역소의존재,압록강삼림수탈의주역이었던총독부영림창과경복궁땅아래에아직도남
▲이순우l민연주식회사l신국판l18,000원l362쪽l2024.09.27.lISBN978-89-93741-45-2
아있는9,388개의소나무말뚝이야기,‘1군1신사(神社)’와‘1면1신사(神祠)’의건립을강요하던일제침략신사의면면들,흑석동한강변언덕위에한강신사가건립된연유등에관한내용을간추려놓았다.

또한칭경기념비전앞에놓여있는도로원표의제작경위,부민관폭파의거의현장이었던경성부민관(京城府民館)에얽힌근현대사의굴곡반세기,식민통치5년간의치적을자랑하기위해조선총독부가직접개최했던조선물산공진회,을사조약의배후공간이었던대관정(大觀亭),포방터시장으로기억되는홍제외리조선보병대사격장의흔적,명성황후의위패를두었던일본인사찰묘심사(妙心寺),장기수전담감옥이었던경성감옥의건립내력,전봉준과최시형의처형장소로사용된좌감옥(左監獄)의위치고증,내선일체의대표유적으로둔갑한행주산성,경학원명륜당이혼례식장으로변신한까닭,미군공습에기겁한일제가방어수단으로구축한소개공지(疎開空地),반도민심의근원을차단하는대표적인억압기구였던종로경찰서(鍾路警察署)의내력등을정리하였다.

그리고전시체제아래일제에의해자행된학원통제(學園統制)의실상을엿볼수있는위문대(慰問袋)의제작내력,조선어가사를금지한교가(校歌)개정과무궁화와태극문양을삭제한교표(校標)개정,일제패망기에제작된『부산항공립고등여학교졸업앨범』에드러난군국주의교육의속살,조선인학교에도적용된군사교련제도와배속장교의존재,미성년자금주금연법과삭발령,일본군의전첩기념선물로배포된고무공과만주사변을기념하는‘특제만주빵’의존재,학교이름에도(道),방위,숫자명칭등이흔하게남아있는연유등에관한얘기가두루담겨있다.

이와는별도로,이책전반에걸쳐각종연혁에관한사항은가급적이를‘도표(圖表)’의형식으로간추려일반독자는물론이고관련연구자들이일목요연하게이를활용할수있도록했다.특히,모든글꼭지마다민족문제연구소가구축한갖가지실물자료와사진자료를근간으로하고여기에별도의다양한수집자료와관련신문기사를포함한이미지파일들을풍성하게배치하여글만으로쉽게파악하기어려운그시절그대로의상황을시각적으로전달하고자했다.

새삼강조하지않더라도역사의흔적을잊지않고잘기억하는것은정말중요하다.시간이흐르면마치빛깔이바래듯이점점잊어버리게되는‘망각’이야말로어쩌면정말세상에서제일무서운일인지도모르겠다.그리고제대로기억하기위해서는그것이아무리자질구레한것일지라도많은기록을정리하여남겨두는것도매우절실하다.아무쪼록‘비망록’이라는이름을달아이책에담아놓은일제강점기에대한기록과이야기하나하나가기억의연결고리가되어좀더길게후대로이어지기를희망할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