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에게

젊은 예술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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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BBC 뮤직 매거진〉기돈 크레머가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주는 조언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를 책임지듯,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책임져야 합니다.”
기돈 크레머(1947- )의 연주 인생은 그가 살아온 세월과 엇비슷하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으니, ‘그가 곧 바이올린’이고 ‘바이올린이 곧 그’임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지난해 가을, 영국의 음악 전문 잡지 〈BBC 뮤직 매거진〉이 100명의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1위로 꼽히는 기염을 토했다. 위대함의 기준이 비단 기술적인 연주 실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주한 세월의 총량만을 의미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무엇이 동료 연주자들로 하여금 그에게 이토록 큰 영예를 선사하게 했을까.
하지만 정작 이 대가는 타이틀이나 왕관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이유는 딱 하나. 연주자라면 다른 무엇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헌신하는 게 역할이고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혹은 인기를 얻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로서 자신들이 연주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궁구한다.
화려한 이력으로 따지자면 그를 따라올 자가 드물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음악원 시절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1908-1974)를 사사한 뒤(그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산 자 죽은 자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가니니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세계적인 대회를 휩쓸었다. 유럽과 북미의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함께 거의 모든 주요 연주회 무대에 서서 최고의 지휘자들과 협연했으며,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크레메라타 발티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발트 3국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 페스티벌과 콘서트홀로 연주 여행을 다니고 있다. DG, 텔덱, 논서치, ECM 등 세계적인 레이블과 수십 장의 음반을 녹음한 것은 물론이다.
저자

기돈크레머

저자기돈크레머GidonKremer(1947-)는발트3국중하나인라트비아리가에서태어났다.조부이자바이올린의대가였던카를브뤼크너(1893-1963)와,마찬가지로바이올리니스트였던양부에게서가르침을받아네살때부터바이올린을켜기시작했다.일곱살에리가음악학교에들어갔고,열여덟살부터모스크바음악원에서전설적연주자인다비트오이스트라흐(1908-1974)를사사하며본격적으로연주자의길을걷는다.1967년,브뤼셀에서열린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3위로입상했고,1969년몬트리올바이올린콩쿠르에서2위에올랐다가마침내같은해열린파가니니콩쿠르와1970년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우승트로피를차지한다.1975년독일안스바흐의바흐주간페스티벌과베를린필하모니를통해데뷔무대를가졌고,1980년에는소련을떠나독일에정착했다.다음해,오스트리아로켄하우스에서실내악페스티벌(후에‘크레메라타무지카’로명칭변경)을창설해새롭고독특한프로그램을선보이며2011년까지장장30년동안예술감독을지냈다.1997년에는발트해지역젊은연주자들로구성된오케스트라인크레메라타발티카를만들어지금도전세계로활발히초청공연을다니고있다.2002년에는이실내악단과함께논서치에서발매한음반〈애프터모차르트AfterMozart〉로그래미상을수상하기도했다.
2016년영국음악전문지〈BBC뮤직매거진〉이백명의현역바이올리니스트를대상으로한설문조사에서생존하는가장위대한바이올린연주자로첫손에꼽히기도했으며,현대음악의저변과바이올린음악레퍼토리를넓히기위해꾸준히노력해왔다.이책을비롯하여《유년기의파편Kindheitssplitter》등네권의음악관련서적을썼다.

목차

1부.젊은피아니스트에게보내는편지
첫번째편지
두번째편지
세번째편지
네번째편지
다섯번째편지
여섯번째편지
일곱번째편지
여덟번째편지
아홉번째편지
열번째편지

2부.악몽교향곡

3부.연주자의십계명
1.나이외의다른신을섬기지말라
2.우상을만들지말라
3.음악의이름을헛되이일컫지말라
4.안식일을거룩히지키라
5.대가를공경하라
6.살인하지말라
7.유혹에빠지지말라
8.도둑질하지말라
9.거짓증언을하지말라
10.네이웃의음향을탐내지말라

4부.루트비히를찾아서
1.프렐류드
“그래야만하는가?”

2.주제,그리고제1변주부터제5변주까지
파트너십
템포
슬라이드
디테일의신비
또다른디테일,페르마타

3.간주곡:스케르찬도

4.제6변주부터제9변주까지
카덴차
내용
개성
진정성,진실성,대중성

5.피날레
“그래야만한다!그래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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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기돈크레머는기본적으로음악에몸담은사람이지만,정치나사회현안에대해소신껏의견을밝히는대표적인예술가로잘알려져있기도하다.이는아마도그의조국이소련에속해있던시절받았던영향과무관하지않으리라.그스스로“내가만약소련과같은희한하고오염된나라에서성장하지않았더라면,아마난타인의의견에덜민감하게반응했을것같다”고얘기한것처럼,기돈크레머는항상자기자신을끊임없이돌아보고점검해야했을것이다.그결과가위와같은눈부신이력에도불구하고노장의예술가에게‘겸손’이라는미덕,‘가장위대한연주자’의타이틀을안긴것인지도모른다.

세상의모든아우렐리아를향한거장의따뜻한충고와가르침
《젊은예술가에게》는바로이거장이예술에대한자신의철학을담은책이다.크게두부분으로나뉘는데,2013년독일어로쓴《젊은피아니스트에게보내는편지BriefeaneinejungePianistin》(홍은정옮김)라는제목으로출간된저서부분과2015년발표한영어에세이〈루트비히를찾아서SearchingforLudwig〉(이석호옮김)부분이다.한국어판《젊은예술가에게》에는저자의요청으로이둘을한데담았다.전자는가상의젊은피아니스트인아우렐리아에게보내는편지형식의글들을모은1부와,현대음악계의모든폐해를가진오케스트라(일명‘무능력자연합오케스트라’)를상정해현실을반어적으로꼬집은2부‘악몽교향곡’,그리고1부와마찬가지로미래의연주자들에게전하는당부를성경의십계명에빗대어‘연주자의십계명’이라이름붙인3부로구성된다.한국어판에서4부로구성한‘루트비히를찾아서’는크레머가프랑스클래식음악전문잡지인〈디아파종Diapason〉의의뢰를받아세계적인지휘자와바이올리니스트가협연한열장의베토벤바이올린협주곡음반을비교청취해,그중최고의연주를꼽는과정을서술하고있다.
원제는‘피아니스트’에게보내는편지이지만,‘예술’의본질을묻고있으므로내용은모든예술분야에대해열려있다.열번의이어지는편지속에기돈크레머가인생의선배로서혹은동료예술가로서후배들에게전하고싶은따뜻한충고와경험에서우러나는조언이담겨있다.그가가장경계하는것은한마디로상업주의에물드는예술이다.가상의후배아우렐리아에게도이점을가장강조한다.이제막날개를달기시작한젊은예술가들은수치화되는성공,출세에연연하기마련이다.판매량,빈번한무대출연,큰이윤을남길수있는계약,수많은대중의열광은물론달콤한것이지만여기에집착하다보면예술가로서지녀야할영혼을잃는다는노거장의이야기는결코흘려들을수없다.그역시젊은시절야망을좇았음을,그대가로얻은것은공허함뿐이었음을솔직하게고백하는부분도인상적이다.
저자가생각하는훌륭한예술가의조건은자기자신의정체성을분명히하는것이다.칭송받는대가大家를본받는것은좋지만,그들과똑같아지려해서는안된다고말한다.진정한예술가라면자기안에서독창적인개성을끄집어내고,스스로선택한자신만의레퍼토리를가져야한다는말에공감과지지를보내지않을예술가는없을것이다.혹자는그를가리켜몽상에자주젖는이상주의자라하고그스스로도이를어느정도인정하는바지만,음악이이상의영역에속하지않는다면,예술가가몽상하지않는다면인간이창조하는예술이설자리는과연어디일지궁금해진다.
글가운데등장하는숱한예술가들의이름도흥미롭다.사진가카르티에브레송에서부터재즈음악가마일스데이비스와소설가오스카와일드에이르기까지,분야를초월하여지금의자신이되도록이끌어준거장들에게감사를표한다.동료피아니스트마르타아르헤리치를비롯하여자신이진정위대한음악가라여기는‘진짜’들,유능하지만위태롭고안타깝게바라보는‘젊은이’들을실명으로언급한다.
또한최근세계적콩쿠르에서자신의목소리없는연주자들이수상하고있는현실을비판한다.자신이꼽은실력있는연주자들이늘수상권을벗어난‘4위’에오르는사실을전하며이들을‘크레머상’수상자라고씁쓸하게이야기한다.이들가운데는젊은한국바이올리니스트클라라주미강(강주미,1987-)의이름도눈에띈다.
3부‘연주자의십계명’에가서는그런그의목소리가더욱단호해진다.연주자에게있어신은곧음악이어야하며콩쿠르수상,훈장,국내외의상,상금으로대표되는우상을섬기거나유혹에빠져서는안된다고말한다.영감이중요한음악가에게는안식일이거룩히지켜져야하며,음악을연주할때는작곡한이의심중을충분히읽어내고의도와동기를살려작품을죽이는일이없어야함을힘주어말한다(‘살인하지말라’).연주자의개성에관한저자의뚜렷한주관은‘도둑질하지말라’,‘네이웃의음향을탐내지말라’와같은글에서도잘드러난다.
마지막으로베토벤의바이올린협주곡을연주한최고의음반을찾아가는과정은위에서언급한기돈크레머의예술철학이모두녹아있는글이라볼수있다.자신이가장존경하는작곡가중한명인베토벤의곡을연주한최고의연주자와지휘자의음반을감히(!)평가해야한다는부담도잠시,저자는파트너십,템포,슬라이드,페르마타,카덴차,내용,개성등을심사기준삼아까다롭고엄격하게청취해나가기시작한다.물론그의말마따나바이올린협주곡에관해그어떤완전무결하고도이상적인해석이있을수는없지만,생존하는최고의바이올리니스트로추앙받는이의음악적경험치와판단에고개를주억거리지않을수없다.과연그가꼽은최고의베토벤바이올린협주곡음반은무엇일까.
세상에스타는많다.온갖스포트라이트가그들에게쏟아지지만,스스로빛을뿜어내는‘진정한’예술가는드물다.인기와성공도영원하지않다.영원성은자신이추구하는예술적가치안에서찾아야한다.하지만젊은시절에는그런것들이잘보이지않아으레시행착오를겪게마련이고,어찌보면그게또자연스러운모습이기도하다.그렇기에노장의예술가는말한다.그런당신의모습도존경하고사랑한다고.다만그모든길을먼저걸어본자신의이야기에조금만귀기울여달라고.이제세상의모든아우렐리아가주의를기울일차례다.

[책속으로추가]
세상은음악에대한충심을잊고성공(혹은수익?)에매달리라고(행동도그렇게하라고)우리를유혹하고있다.중요한건고객(청중)을만족시키는것이다.홍등가에서나볼법한태도아닌가?/진정한사랑은결코사고팔수있는게아니다./그것의순수함과신비로움은보존되어야한다./강렬한감성이빚어낸음악역시지켜져야만한다.깨지기쉬운감성을우리가잘지키고함부로유통시키지않아야음악이지닌고유의가치를고스란히간직할수있다./본분을저버린다는건배반을의미한다./배반은우리를쾌락으로몰아넣고,열광과이익에목매게만들며,해결되지않은문제들을도외시하게한다.그러면서배반은우리에게서본질적인것,즉높고숭고한것과조화를이루도록선사된우리의재능을앗아간다.……배반을통해우리는(눈에보이지는않지만)나락으로떨어지고우리자신을잃게된다._p.109-110

젊은연주자는반드시자기확신,스스로의힘과가능성에대한믿음을가져야한다.이때대가의도움은많은이들에게중요한의미를지니며,꼭필요한것이다.그러나모든이들에게이런기회가주어지지는않는다.충분히받을만한것같은데도기회가한번도주어지지않는이들도많다./그러니기회가선물처럼주어진이들은감사해야한다.하지만말이나물질적인측면으로그감사가표현되어서는안된다.그보다는언제가됐든‘진짜’후배음악가들에게그기회를베풀겠다는의무감을갖는것으로감사를대신하면된다./나의운명적인선물은위대한예술가이자바이올리니스트인다비트오이스트라흐께8년동안사사하며그곁을지킬수있었던것이다.난그분의감동적인말씀을지금까지도잊지못한다.“기돈,자넨이제내제자가아니라내동료일세.”요즘은그처럼진정한스승이라부를만한고결한인물을만나기힘든것같다._p.119

진정한오르페우스가되고자한다면,사랑을찾아나서고그길에서요구되는것들을견뎌내야만하며,자신에게유일한길잡이이자순수함과가치의척도인에우리디케를간절히원해야한다._p.120

음악가간의상호존중은누가뭐래도성공적인연주의필수요소다.상호존중이전제된다면서로의연주를‘따르는’데필요한공간의폭이넓어지는것은물론이요,작품을예상치못한각도에서바라보는‘모험을감행’할수있는운신의폭이생기게된다.바로그러한종류의‘대담함’은작품에신선한통찰력을불어넣게되고,이는?예술가와관객이공히?응당‘해석’이라부를수있는성질의연주로이어지는촉매가되기도한다._p.140-141

여러연주를들어보면바이올리니스트들마다각자의‘지문’을남기려하는경향이관찰된다.그러나‘지문’운운했다고해서그들이‘범죄’를저질렀다고넘겨짚어선곤란하다.결국대부분의연주자는악보를‘읽고’이해하려노력하는과정에서순수한마음으로저마다의본능을따르는것이니말이다.걸작을파괴할의도로달려든흔적은내앞에놓인후보작가운데서는조금도찾을수없었다.연주자에게씌울수있는최악의혐의는자신의에고를작품보다윗길에놓는것인데,열종의음반은모두최소한그러한혐의로부터는자유로웠다._p.167

내경우를말하자면,나는좋아하는뮤지션의연주를모방하는것이해석의첫걸음이라고생각한적이없다.결국해석이라는것은작품창조에부수되는이차적직종에불과하다.다른사람의개인적감정을흉내내려는시도는결국영감의원천이되어야할작품으로부터더욱괴리되는결과를가져올뿐이다.해석자는작품그자체와작품을쓴작곡가를창조의샘으로받아들이고거기서흘러나오는영감을읽어내야한다.자기만의독창적인느낌은바로거기에서비롯되는것이다.스스로가우러르는역할모델의해석을맹종하는것은어떤경우에건그릇된처사다.‘모조품’이자‘위조품’으로밖에이어지지않는악수惡手인것이다._p.172

수상결과가발표되고나는웃지않을수없었다!다만우연의일치였을까?심사위원단의표결논리가그랬던것인지,아니면유로비전콘테스트처럼심사위원진의표결과정에정치적논리가개입되었던것인지는몰라도,내가점찍었던참가자들은하나같이……4위에입상했다!참고로내가찍었던친구들의면면을이자리에서밝히자면첼리스트파블로페란데스(1991-)와피아니스트뤼카드바르그(1990-),바이올리니스트클라라주미강(강주미,1987-)이다.재미삼아나는이들4위입상자들을‘크레머상’수상자들이라고부르기시작했다.그런데나만그랬던게아니다.최근에야알게된사실인데,크레메라타발티카의두신입단원역시내가골랐던출전자들을그대로골랐다고했다.선택지가겹친데에는필시무슨이유가있을게분명하다._p.175-176

나는‘우리가연주하는이유는무엇인가?’라는물음에대한답을찾고있었다.달리표현하자면이런물음이겠다.‘연주자가됨으로써,그리하여녹음스튜디오와무대에서고금의걸작을해석하는일을떠맡음으로써우리가이루고자하는바는무엇인가?우리연주를듣고싶어하는사람이있을이유는무엇인가?’바흐의음악을아무런표정없이내달리는식으로연주해버린어느학생의연주를듣고해주었던말마따나,“왜사람들이돈까지내가면서자네연주를들어야한단말인가?”_p.176-177

젊은시절에는좀처럼정복하기힘든까다로운기교에집중했고,확실히그산을넘는과정은지난한도전의길이었다.그러나기교는사실아무것도아니다.음악에있어서진짜어려운것은악보를읽고이해한뒤연주를통해악보이면에감춰진모든것을관객에게전달할수있는가의여부다.표면(악보)은투명할수도복잡할수도있다.그러나악보가제아무리쉬워보인다한들거기담긴초월적인내용을보고경험하고이해한뒤감정에실어듣는이에게전달할수있다는보장은없는법이다._p.188-189

베토벤의바이올린협주곡은그의후기사중주나슈베르트의가곡,피아노소나타와마찬가지로모든음표가있어야할자리에있는곡이다.단정하고충실하며순수한기념비와도같은작품이다.있으면좋고없어도그만일기호식품과달리그런작품들은우리에게확신을주는원천과도같은역할을한다.영겁의시간동안해안을쓰다듬으며부서지는파도처럼,긍정적인에너지의바다가우리모두를채워준다.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