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를대표하는거장지휘자29인이그려낸,
위대한작곡가이자지휘자구스타프말러의농밀한초상
독일의음악학자이자저널리스트인볼프강샤우플러가위대한작곡자이자탁월한지휘자였던구스타프말러(GustavMahler,1860-1911)의교향곡을지휘해온세계적지휘자29인을만나말러음악과관련된다양한주제에대해이야기를나누었다.
말러가세상을떠난지어느덧100년이넘었고,오늘날말러교향곡은서구권뿐만아니라전세계음악회장에서가장인기있는레퍼토리가운데하나로꼽힌다.확고부동하게자리를지키는베토벤교향곡을위협할정도가되었고,야심있는지휘자와오케스트라라면한번쯤은말러교향곡전곡연주에도전한다.이처럼쉴새없이열리는말러음악회의‘과잉상태’를한편에서는걱정하는이들도있다(국내의대표적인음악행사가운데하나인‘2019교향악축제’에서도말러교향곡이네차례나울려퍼졌다).
그러나사실작곡가말러가이렇게인기를끌기시작한것은그리오래된일이아니다.탄생100주년인1960년만해도말러음악은산발적으로연주되었는데음악가들은즐겁게연주하기보다는말러음악과힘겹게싸웠으며,심지어는언급할가치조차없는아류예술로치부되는경우조차있었다.하지만50여년이흐른후,“나의시대가올것이다”라고했던말러의바람은현실이되었다.
대체그사이에어떤일이일어났던걸까?
이질문이바로이책의출발점이고지휘자29인을인터뷰하게된이유이다.말러와인연이깊은(말러의생전부터그의악보를출간했다)빈의출판사유니버설에디션이2009년4월부터2012년8월사이에지휘자29인을인터뷰했고,그결과를2013년에책으로엮어냈다.그사이우리곁을떠난아바도,불레즈,마젤,길렌을비롯해여든을훌쩍넘긴블롬스테트,하이팅크에서메타,얀손스,바렌보임,나가노,래틀,살로넨,벨저뫼스트를거쳐젊은세대에속하는넬손스와두다멜에이르기까지광범위한세대를아우르고있다.모두유럽과미국에서내로라하는오케스트라를이끄는세계적인지휘자들이다.
말러의본령을찾기위한지휘자들의여정
이들지휘자의인터뷰는말러음악을언제처음들었으며,처음지휘한작품은무엇인지와같은개인적인질문에서시작한다.여기에작품을지휘할때요구되는사항이나감정표현의문제같은기술적인문제들을비롯해말러음악의의미에대한근원적인성찰이더해진다.또말러가어떤사람이라고생각하는지,혹은말러에게무엇을묻고싶은지와같은질문도뒤따른다.말러음악을수용하는각나라의상황이구체적으로어떠했는지이야기하는대목들도흥미롭다.말러가영향을받은음악가(하이든,슈베르트,베를리오즈,바그너,브루크너,라흐마니노프등),말러에게서영향을받았다고생각하는음악가(쇤베르크,베르크,쇼스타코비치등)처럼음악가들사이의연결고리에대한이야기도비중있게나온다.요컨대말러음악과관련해다뤄질법한거의모든주제를다룬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말러가이룩한가장큰성과는무엇인가?)
불레즈단순하고평범해보이는것을가져다가완전히다른새로운것으로변화시켰다는점이다.(69쪽)
아바도그(말러)는사랑과죽음에관한한모든것을알고있었던것같다.또상상하기힘들정도로큰영혼의소유자였고,마음도아주넓은데다가타인의감정에공감할수있는사람이었다.(24쪽)
바렌보임무엇보다흥미로운것은말러가한발은바그너의세계에,다른한발은쇤베르크의세계에딛고서있다는점이다.다시말해한발은과거에,또다른한발은미래에놓여있다.이렇듯말러는변화의한복판에서있는인물이다.그의음악은역사적모더니즘을대표하는데,난감히이것이전무후무한일이라고말하고싶다.말러음악이하이든과모차르트에서시작해베토벤,슈만,브람스,브루크너를거치는모든변화와발전을가르쳐줄뿐만아니라예부터전해져오는형식들의이해를돕는안내자역할도하기때문이다./우리는20세기에나어울릴법한내용,19세기적음악표현방식,확장된18세기의구조가결합된기묘한조합과맞닥뜨리게된다.말러음악의복잡성은결국3세기에걸친음악적사고의축적으로빚어진것이다.바로이점이내게와닿았다.(31쪽)
(말러가그렇게대단한인기를누리고모든사람의사랑을받는까닭은대체뭘까?)
얀손스말러음악이모든것을포용하기때문아닐까.그안에는우주,자연,인간,비극,사랑,증오,아이러니,투쟁등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이다들어있다.그렇기때문에개인적인삶과말러의세계를결합시킬가능성이누구에게나열려있다.누구에게는더많고,누구에게는더적을뿐이다.……/말러가그렇게많은사랑을받고말러교향곡연주가언제나사건이되는이유에대한내설명은이한마디로정리할수있다.그안에서우리자신을재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192쪽)
메츠마허말러가지닌특이한면은그의교향곡모두가독자적인우주라는점이다.말러는개별교향곡에서세계를그려내고자했다.위대한소설처럼말이다.그는세세한부분이나관점에는별로관심이없었다.그가언제나추구한것은거대한전체였다./곰곰이생각해보니,그의교향곡들은서로완전히다르다.이같은주장을할수있는다른작곡가로는아마베토벤밖에없을것같다.그러나두작곡가는확연히다르다.말러는하나하나의교향곡으로각기새로운책을썼다.같은문제를다뤘을수는있지만,모두새로운책이다.이점이매력적이다.(240쪽)
길버트감히말하건대,오케스트라가지닌가능성을말러처럼십분활용한작곡가는없을것이다.비록규모는크지만,기본적으로전통적인구성의오케스트라를가지고말러가만들어내는힘과다양성을떠올려보라.그가사용하는악기들은특별하지않다.(159-160쪽)
말러는20세기의대재앙을내다본예언자인가,아닌가?
말러는19세기말부터20세기초반에모든작품을작곡했고,1차세계대전의전운이감돌기얼마전에빈에서전성기를보냈다.책에서는그의작품에양차대전,아우슈비츠대학살과같은인류를덮친대재앙이예견되어있다는의견,그런사건과작품은무관하다는의견이양립한다.이는결국교향곡이라는가장정련된형식의기악곡을창작하는것,나아가모든예술창작과현실이어떠한관계를맺는가하는생각으로뻗어나간다.
(말러가20세기의재앙을예측했는가?)
바렌보임모든상상이가능하지않을까.가령베토벤교향곡9번의마지막악장에나오는대대적인포르티시모를보라.“지품천사가신앞에선다(UndderCherubstehtvorGott)”,이부분에서두려움을불러일으키는환상적인조바꿈이이루어진다.온세상이멸망할것같은느낌을자아낸다.여기서도벌써아우슈비츠의공포가드리워져있다고말하는사람이있을것이다.마음만먹으면뭐든지상상할수있는법이다.이런식의상상은음악을인식하는방식에지대한영향을끼친다.그러나음악은그보다훨씬더거대한것임을잊지말아야한다.(39쪽)
(20세기의재앙을겪고나서야사람들이말러음악을더잘이해할수있게되었나?그가20세기의재앙을예견했는가?)
불레즈그건아니다.모든유대인작곡가가재앙을드러내며표현한다고여기는경향이있는데,앞서언급했듯이도덕은음악적재능과는아무런상관이없다.이것이과연다행일까,아니면불행일까?아무튼둘은서로별개의영역이다.(63쪽)
(번스타인은말러가20세기의재앙을예견했다고말했는데,당신도같은생각인가?)
도흐나니난그런식의분석을별로달가워하지않는다.아우슈비츠를미리,혹은뒤늦게‘작곡할’수는없는일이다.번스타인의말은세계가카오스로빠져들고있음을말러가감지했을거라는의미일것이다.(91쪽)
(말러가20세기의재앙과더불어현대인의상황까지예견했나?)
벨저뫼스트문제의소지가큰질문이다.잘못하면예술가를특정시간에얽매이게하고갇히게할수있기때문이다.말러를예언자로인정한다면,100년뒤에우리는그의음악을더는연주하지않을것이라는논리적귀결로이어지게된다.그가현재의시대를이야기하기때문에그때가되면그런그에게더는귀를기울일수없기때문이다.철학적으로도이는대단히위험한발언이다./위대한예술에는무시간성,특정한이데올로기나철학에서‘영원한불꽃’이라고지칭하는것이내재한다는사실에우리모두동의해야한다.이러저러한정치적영향을받을수있는관점에얽매이기보다는전체를더넓은시야와관점으로바라보아야한다.(348-349쪽)
(말러가20세기의재앙을예견했다는견해에동의하는가?)
에셴바흐그렇다!간접적으로예견했다.가령6번교향곡마지막악장은재앙의분위기가물씬풍긴다.이런점에서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하기전에나온베르크의〈세개의관현악곡〉과연관지을수있을것같다.두작품모두다가올재앙을예측했다.단순한전쟁이아닌최초의세계대전이불러올재앙이었다.기존의전쟁과는사뭇다른,끔찍한의미에서최초의현대전이었다.(118쪽)
(말러가20세기의재앙을예견했는가?)
놋물론이다.과연말러가이재앙을자기내면에서비롯되었다고보고자신의문제로여겼을까?우리는그렇다고믿어야하는가?이것이문제인데,나는믿는쪽이다.100년이지났는데도여전히그의음악에서불안함과강렬함이느껴진다면,그건그만큼말러가특별하고이례적인사람이었다는증거다.(268쪽)
(말러는20세기의재앙을예견했는가?)
래틀이문제에대해서는내심고민하게된다.한편으로는20세기의재앙을이런식으로말한다는게지나치게감상적이라는생각이든다.또다른한편으로는‘부활’교향곡을접할때,그것이진정으로무엇을의미하는지생각해보지도않고그냥들을수는없다고느낀다.작곡가가언제나자신이쓴작품과그것이미래에갖게될의미를간파할수는없는노릇이다.……/모든대가작곡가는심오한깊이를지니고있으며,그런그들에게서예언자적모습이느껴진다.그러나그들이정말로예언자인지아닌지우리가어찌알겠는가?다만우리는그들이그런존재일거라고믿는것이고,이는우리가위대한작곡가에게얼마나중요한가치를부여하는지를드러내준다.(316쪽)
말러부흥에기여한지휘자,번스타인이드리운빛과그림자
한편멩엘베르흐,발터,클렘페러,스토코프스키,바비롤리등말러음악을대중화하기위해노력했던앞세대지휘자들에대한이야기도인터뷰에서자연스럽게흘러나온다.특히1960년대에말러르네상스를실질적으로주도했던레너드번스타인에두고는지휘자들의평가와해석이크게엇갈린다.말러음악이널리알려지고사랑받게된데에기여한것은분명하나,지나치게주관적인해석을보였다는비판을역시받고있는것이다.이같은상반된평가를통해독자들은작품해석에대한지휘자들의다양한입장을마주할수있다.
(번스타인은말러음악을세상에널리알렸지만,지나치게감정적으로해석했다는비난을듣기도한다.)
길렌번스타인은말러를키치화했다.
(당신도그비난에동조하는가?)
길렌그렇다.번스타인은모든것을지나치게부풀렸고,전혀객관적이지못했다.개인적인감정에빠져서음악을해석했다.악보보다자신의감정을더중요하게여겼던게아닌가싶다.말러르네상스가번스타인에서시작되었다는생각은큰착오다.그가말러음악을지나치게감정적으로대하고과장했기때문이다.번스타인의말러를들을수는있지만,그러면정작악보에담긴많은내용을놓친다.그는말러음악에서대중음악이라지칭할수있는측면을부각시켰다./사실교향곡7번은반동적인요소를강조한번스타인의해석보다훨씬더포스트모더니즘적이고,쇤베르크나베르크와동시대작품인것처럼들린다.어쩌면그랬기때문에번스타인의연주가큰성공을거둘수있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번스타인은인류와사회의분열이라는20세기적내용이말러음악의요지라는점을슬쩍비켜가고있다.따지고보면,번스타인만그런것은아니다.(147-148쪽)
(번스타인의말러는오랫동안상당한인기를누렸지만,지금은그의해석을비판적으로바라보는사람이많다.말러해석의패러다임이변했는가?)
파파노레니의문제는무대위에서자신을연출한다는것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