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찾아서 (비르투오소의 면모들)

쇼팽을 찾아서 (비르투오소의 면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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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쇼팽을 종교 삼은 그의 사제, 거장 코르토가 전하는 쇼팽. 쇼팽의 육필원고 전문 수록!

쇼팽의 제자를 스승 삼고, 쇼팽의 가능한 모든 유물을 수집하고, 쇼팽의 악보를 편집하고, 쇼팽이라는 종교의 사제로 기꺼이 나섰던 코르토. 클라라 하스킬, 디누 리파티, 상송 프랑수아를 길러 낸 프랑스 피아니즘의 거장이 들려주는 쇼팽 이야기. 코르토가 수집하고 해설한 쇼팽의 육필원고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알프레드코르토

AlfredCortot(1877-1962)
20세기프랑스를대표하는피아니스트.스위스니옹에서태어나다섯살때부터누나들에게피아노와음악의기초를배웠다.열한살에파리음악원에입학해에밀데콩브와루이디에메를사사했다.1896년파리음악원을수석졸업하고이듬해콩세르콜론에정식데뷔했다.동문피아니스트인에두아르리슬러의영향과바이로이트체류경험을계기로바그너악극에심취,지휘자로활동하며1902년〈신들의황혼G?tterd?mmerung〉파리초연을통해바그너의작품을프랑스에본격적으로소개하기시작했다.1905년에는바이올리니스트자크티보,첼리스트파블로카살스와삼중주단을결성하여실내악연주자로이름을떨쳤다.1907년부터1923년까지파리음악원피아노과교수로재직했고,1919년에는에콜노르말드뮈지크를설립,교장으로취임해후학양성에힘썼다.19세기낭만파피아노음악의정신을계승하여특히쇼팽과슈만,드뷔시의작품해석에정평이나있었고이들의악보를편집해출판했다.《쇼팽을찾아서AspectsdeChopin》외에《프랑스피아노음악La
musiquefran?aisedepiano》등의저서가있으며,은퇴할때까지수많은녹음을남긴레코딩의선구자이기도하다.1962년스위스로잔에서생을마감했다.

목차

1장초상화를통해서본쇼팽
2장쇼팽의손
3장교육자쇼팽
4장쇼팽의작품
5장쇼팽이프랑스에진빚
6장쇼팽의연주무대
7장쇼팽의성격
옮긴이의말
프레데리크쇼팽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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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쇼팽스페셜리스트가쓴쇼팽의모든것

“어쩌면쇼팽은최고로위대한피아니스트가아닐지도몰라요.쇼팽은그이상이지요.그는유일한피아니스트예요.”(벨지오조소공주의말인용)
지금껏수많은이들이쇼팽을찬양해왔다.이책이속한‘거장이만난거장’시리즈에서도소설가앙드레지드,음악가프란츠리스트가쇼팽에관한애정담긴기록을남겼고,지금도많은음악가가‘쇼팽스페셜리스트’라는명예를좇아이음악가만의특별한시정에다다르고자노력한다.그중에서도프랑스의피아니스트알프레드코르토(1877-1962)는쇼팽숭배의원조격으로통한다.그는쇼팽의마지막제자가운데한명인에밀데콩브를사사하며쇼팽의가르침을전수받았고,쇼팽의연습곡을치다가“갑자기음악이내안으로들어오는”느낌을경험했다고한다.이러한연유로쇼팽은처음부터그에게특별한존재로다가왔다.
19세기낭만파피아노음악과즉흥연주의정신을계승한코르토는당대를대표하는쇼팽연주자였다.그역시쇼팽을좇아테크닉보다는감수성과상상력을더욱중요시했고,음악가를넘어시인,화가와같은별명을얻었다.따라서쇼팽을연구하고이를기록으로남기는일은그에게매우자연스러운일이자한사람의숭배자로서마땅히해야할신성한의무일터였다.
《쇼팽을찾아서_비르투오소의면모들(원제:AspectsdeChopin(쇼팽의면모들)》은이렇듯쇼팽을종교삼은그의사제가쇼팽의모든면면을살펴보는책이다.세부적으로는손과손가락을비롯한쇼팽의생김새와성격부터,작곡가,연주자,교육자로서의면모까지두루살핀다.쇼팽스페셜리스트가쓴쇼팽스페셜리스트를위한책이라할수있다.
코르토는오랜세월쇼팽에천착했지만피아니스트에만머무르지않고지휘자,교수등으로다양하게활동하며후대에본이되는성취를남겼다.1919년에는에콜노르말뒤뮈지크를설립해클라라하스킬,디누리파티,상송프랑수아같은이름난피아니스트들이그를사사했고,유럽뿐아니라일본에서까지큰인기를누려시모노세키에그의이름을딴섬(孤留島)이있을정도다.‘거장’이야말로그에게어울리는호칭이아닐까.

저자가수집한쇼팽의유품,육필원고부터경매로획득한메달까지

“역사학자샤를드마자드의소장품이었다가나에게넘어온초상화가한점있다.이제내게는매일들춰보는경전이나다름없는초상화이다.(…)이초상화가우리집에있음으로써나는황홀과우수가넘치는소리를제공하는지고의인물과일상을함께한다는감동적인환상을유지할수있었다.”쇼팽을향한코르토의감정이숭배에가깝다는걸확인해주는대목이다.코르토는파리에서치열한경매를거쳐쇼팽메달을손에넣는가하면육필원고,편지외에도쇼팽의머리칼마저소장함으로써유품의완벽한일습을이루었다며흡족해한다.그는알아보기힘든쇼팽의육필원고를한글자씩짚어가며해독하고,쇼팽의말을하나라도놓칠새라600쪽이넘는편지모음을프랑스판,독일어판을오가며꼼꼼히살핀다.저자가수집한이들유품의일부를책에서도판으로확인할수있다.
교육자로서의쇼팽은어떤모습이었을까.저자는피아노선생노릇을하는쇼팽의모습에서전설의아우라가스러진다얘기하면서도생계를위해제자를받을수밖에없었던쇼팽의상황을설명한다.그에따르면쇼팽의가르침에는이렇다할빛이비치지않았다.비록그자신은“밤꾀꼬리같은음악”을만들어내는사람이지만,쇼팽의제자들가운데스승의평판을높여줄만한이는극소수였다.코르토는또한쇼팽의교수법의원칙들이그리독창적이지는않았지만,제자들에게작품해석의표현력을강조한점들은짚고넘어간다.그것은한마디로‘인상주의’라불러도좋으며,“생각이깔려있는음악”에대한가르침이었다.이장에는특별히쇼팽의육필원고전문이실려있다.쇼팽은생전음악이론전체를다루는저작을기획했지만실행하지못했고,미완성작품과유고가소각되는와중에도이원고들만은남아지금까지전한다.저자에따르면,퍼즐을풀듯해독한육필원고는다소실망스럽고상투적인내용이지만자료로서의가치는충분하다.육필원고중두장의사진이도판으로수록되었다.
폴란드에서태어나예정에없던파리에서18년을체류하게된쇼팽을두고프랑스가쇼팽에게빚을졌다는얘기는두루들린다.하지만저자는5장에서프랑스를대표하는피아니스트로서반대로쇼팽이프랑스에진빚은없을까질문하고규명해본다.세련의극치를달리던파리사교계로인해감각과관념을쇄신하고,가장오랜연인이었던조르주상드의비상한두뇌활동에자극받아작업에박차를가하고,외젠들라크루아,발자크등탁월한인물들과의지적인교류가영감에자극을주고쇼팽을더욱성숙하게해주었을거라는가설은저자의우려와는달리상당히설득력이있다.
6장에서는명성에비해살아생전단30여회밖에갖지않은쇼팽의연주무대를하나하나짚어본다.각각의연주회에대해쇼팽이서신을통해친구들과나눈대화,당시여러매체의기사와평들이실려있어그당시쇼팽의감정,쇼팽음악의개성을확인할수있다.시끄러운열광이아닌섬세한공감을추구했던그의연주는처음에청중과평론가들에게낯설게다가오며분분한논쟁을유발했지만,곧대체할수없는경지로올라선다.그것은매번거론되던소위‘박력’에대한세간의진부한편견을뛰어넘는그무엇이었다.
마지막으로쇼팽의성격에대한장이이책에서큰부분을차지한다.거장코르토는마치신앙과도같았던쇼팽의행동방식하나하나까지모두알고자했던것같다.그리하여조숙하고명랑한아이였던쇼팽에서부터이제막눈뜬감수성으로생을발견한청소년쇼팽,그다음에는하루가다르게심해져가는병과싸우면서도천재성을발휘했던쇼팽의삶의단계들을하나씩거치며그안으로더욱깊숙이들어간다.가족안에서,친구와연인들에게,그리고폴란드라는국적을배경으로그는어떤사람이었고어떤방식으로존재했는지에대한서술은쇼팽을더입체적으로알고자하는이들에게소중한자료가될것이다.

쇼팽에이르는다리,충실하고오랫동안사랑받는저작

아마추어피아니스트이기도했던작가앙드레지드가쓴《쇼팽노트》가쇼팽작품의해석에관한문제를다루며다소전문적으로읽힌다면,《쇼팽을찾아서》는한층수월하고더욱폭넓게쇼팽의다양한면모를파악할수있는책이다.책에는당시쇼팽의벗이자경쟁자였던리스트에대한언급뿐아니라리스트가자신의이름으로매체에쓴기사도일부등장하는데,누구보다가까이에서쇼팽을지켜봤던이답게상당히날카로우면서도예술적인글이다.쇼팽에대한리스트의견해가더궁금한독자라면《내친구쇼팽》으로갈증을달랠수있을것이다.
각기다른시대의거장들이각기다른방식으로쇼팽과그의작품을기념해왔다.21세기에다시나온이책의프랑스어판본에는유명피아니스트엘렌그리모의서문이실려있다.1949년에처음출간된이책이쇼팽과피아노를숭배하는이들에게여전히사랑받고있다는증거인셈이다.
지금도많은피아니스트들이코르토가편집한악보판본으로쇼팽음악을연주하고해석하며,코르토의본격쇼팽연구서라할이책을통해그시절쇼팽을더욱가깝게느낀다.코르토가아니었더라면지금우리가경험하는쇼팽의다채로운모습은얼마쯤부족했을것이다.코르토라는이름은쇼팽에맞닿아있다.쇼팽을종교삼은이사제는그누구보다도충실하게자신의임무를완수한것처럼보인다.

‘거장이만난거장’시리즈
《쇼팽을찾아서_비르투오소의면모들》은음악전문출판사포노가선보이는‘거장이만난거장’시리즈의네번째권입니다.이따금얄궂은예외도없지않지만,대개천재는천재를알아보는법.제목과마찬가지로역사에‘등대’와같이등장했던한거장이다른거장을만나그를통해어떻게세계와예술을이해했는지직접그거장의글로만납니다.

[책속으로이어서]
5월2일자〈라프랑스뮈지칼〉에는익명으로작성된기사가실렸다.기사작성자는아마리스트만큼권위있는인물이아니었겠지만기사의논조는리스트의그것과다르지않았다.이기사는쇼팽을슈베르트와비교한후에다음과같이예리한지적을남긴다.“우리가슈베르트를언급한이유는그만큼쇼팽과천성이흡사한인물이달리없기때문이다.슈베르트가성악을위해서한일을쇼팽은피아노를위해서했다.”슈베르트가자발성과감정의조화로운결합을얼마나중시했는지안다면이진술이얼마나타당하고힘이있는지이해할것이다.기사는이렇게덧붙인다.“쇼팽은신념의피아니스트다.그는자기를위해곡을쓰고자기를위해연주한다.그가쓰고연주하는것이다그러하다.”조금더내려가면이런대목이있다.“그의음악은그의꿈을보듯,그의울음을듣듯,그가정감과우수를담아부르
는노래를듣듯들어야한다.더없이지극하고애틋한감정을그는얼마나완벽하게표현하는지!쇼팽은피아니스트중의피아니스트다.”기사는다음과같이마무리된다.“쇼팽은하나의피아노악파와작곡악파를창시했다고할수있다.이예술가가건반을어루만지는그가벼움,그섬세함에는진정견줄것이없다.독창적이고비범하며우아하기그지없는그의작품들은비할데가없다.쇼팽은아주특별한피아니스트이기에아무하고도비교해서는안되며그럴수도없다.”(여기서도두번째발라드와〈폴로네즈C장조〉초연을다루면서오로지비르투오소피아니스트로서의재능만찬양하고있음을주목하자.)_p213-214(6장쇼팽의연주무대)

훗날벨지오조소공주는이젊은이에대해서이렇게말할것이다.“어쩌면쇼팽은최고로위대한피아니스트가아닐지도몰라요.쇼팽은그이상이지요.그는유일한피아니스트예요.”이유일한피아니스트는어떤스승도사사하지않은독학자였다.악기를처음접할때는누군가가기초를가르쳐주면훨씬수월하건만,어린쇼팽은그런기초를혼자익혔다.피아노는그가특히좋아하는장난감이었다.좀더나중에새로운기법을손에익힐때도그는혼자였고,어쩌면그때문에달리경쟁상대가없을만큼특별한시정을표현하는비르투오소가되었는지도모른다._p.260(7장쇼팽의성격)

파리사교계에서쇼팽은사람됨으로서나재능으로서나따뜻한환영을받았다.프랑스수도에망명해있던폴란드귀족들과의친교도그를무척기쁘게했다.쇼팽의성년이후삶을통틀어보아도이렇게기분좋게지낸때는별로없다.퀴스틴후작이한말은쇼팽을둘러싼독특한성격의호감을딱맞게정의해준다.“우리는단순히그를좋아하는게아니라그를통하여서로를좋아하는겁니다.”_p.279-280(7장쇼팽의성격)

우리가이미언급했지만한번더말해두자면,쇼팽은파리에서쌓는명성보다바르샤바에서무슨일이일어나는지,바르샤바사람들이그에대해서무슨말을하는지,바르샤바에서그의음악을어떻게생각하는지,바르샤바언론에그의연주회기사가어떻게나왔는지를훨씬더중요하게생각했다.게다가생활방식,의견,원칙도폴란드의풍속과관습에해당하는것은군말없이받아들이는편이었다.대단히섬세한정신의소유자이면서도이론적사색을경계하는태도,단순하다못해고집스러운선악개념(조르주상드가“정신적편협성”이라고말했을정도다)에서우리는그증거를찾을수있다.그의열광과혐오는사변적성찰이전혀개입하지않은본능적반응이었다.그가어떤것을못견뎌했고어떤유별난독단적행동을보였는지이해하려면,폴란드에서의어린시절이그에게평생끼친영향,결코뿌리뽑을수없는그영향을고려해야만한다.우리는이미“저로말하자면,순수한마조프셰사람이지요”라는자부심넘치는선언을보지않았던가._p.335-336(7장쇼팽의성격)

우리가소중히여겨야할것은이전설적인쇼팽이다.그의실제생활에서의흠결과과오에연연하지않고본질적인진실의핵심으로들어가,우리의모든열광적인기대에부응하는쇼팽의이미지를귀히간직해야한다.자기가만들어낸세계안에서살았던쇼팽,환영속에서의삶이유일한삶이었던쇼팽,과거의매혹을소생시키는것외에는아무바람도없었던쇼팽,자기자신외에는마음을터놓을이가없었고자신의천재성을쏟아냄으로써자신은물론,헤아릴수없는인류의꿈과향수에영원성을부여했던바로그쇼팽을._p.337(7장쇼팽의성격)

이책은쇼팽스페셜리스트가쓴,쇼팽스페셜리스트를위한책이다.누구나책을조금만읽어보면알프레드코르토가진정한‘쇼팽빠’였다는것을느낄수있을것이다.코르토는사재를털어쇼팽의육필원고나생존당시의그를모델로삼은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