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빈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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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연극인뿐 아니라 급격히 희미해지는
예술의 생명력을 회복하려 애쓰는 모든 창작자에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빈 무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일상에서 ‘만약’은 하나의 허구지만, 연극에서 ‘만약’은 실험이다.
일상에서 ‘만약’은 회피지만, 연극에서는 ‘만약’이 진실이다.
이 진실이 나의 이야기라고 설득될 때, 연극과 삶은 하나가 된다.
이것은 고원한 목표다. 엄청난 노동처럼 느껴진다.
연극은 고된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노동을 놀이로 받아들일 때, 더는 노동이 아니다.
연극은 놀이다(A play is play).” -본문에서

연극 연출의 살아 있는 전설, 피터 브룩의 대표작

십대 후반부터 94세를 맞은 2019년에 이르기까지 늘 새로우면서도 철저히 현실에 뿌리내리려는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걸어온 전설적인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 1925- )이 1968년에 출간한 이래 전문 연극인뿐만 아니라 연극 애호가, 작가, 예술가 들의 필독서가 된 그의 대표작.
이 책은 지은이가 당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이 처한 현실과 문제, 나아갈 길 등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연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현학적인 이론을 내세우기보다 살아 숨 쉬는 연극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날카로운 통찰과 지혜가 곳곳에서 섬광처럼 번득인다.
시의적절하고 절묘한 비유, 현장감이 약동하는 다양한 사례, 은근한 유머와 풍자적인 위트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성큼성큼 건너다니는 이 책은 연극인들의 필독서가 되기에 한 점 아쉬움이 없다. 그에 더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단단한 사유가 비단 연극인뿐만 아니라 여타 예술 종사자들 및 수많은 예술 애호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는 지은이가 실험적인 연극으로 단순히 세상을 놀라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두 눈 부릅뜨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려 했던 예술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저자

피터브룩

저자:피터브룩
1925년런던에서러시아-유대계가족의둘째아들로태어나,옥스퍼드대학교를졸업했다.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단장을역임했으며,1971년파리에서국제연극연구센터Centreinternationalderecherchethtrale(CIRT)를창립한이래아흔이넘은2019년현재까지부프뒤노르드극장ThtredesBouffesduNord을중심으로다양한작업을펼치고있다.
브룩은평생동안여러도시에서70편이넘는연극을연출했다.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는〈헛소동〉〈템페스트〉〈리어왕〉을,런던에서는〈달무리〉〈다리위에서바라본풍경〉〈햄릿〉을,파리에서는〈머스그레이브중사의춤〉〈새들의회의〉〈마하바라타〉〈벚꽃동산〉을,뉴욕에서는〈노부인의방문〉〈마라/사드〉〈한여름밤의꿈〉〈카르멘의비극〉등을상연했다.국내에는2010년에〈11그리고12〉가,2012년에〈마술피리〉가소개되었다.
또한〈마라/사드〉〈파리대왕〉〈리어왕〉〈마하바라타〉등의영화를감독했으며,〈피가로의결혼〉〈보리스고두노프〉〈파우스트〉〈예브게니오네긴〉〈펠레아스의인상〉〈마술피리〉같은오페라작품을여러무대에올렸다.
연극〈마라/사드〉〈한여름밤의꿈〉으로토니상최고연출상을,〈카르멘의비극〉〈마하바라타〉로에미상을받는등수많은상도수상했다.
이책《빈공간》과《열린문TheOpenDoor》(영국에서는《전환점TheShiftingPoint》으로출간),《회고록:시간의실타래ThreadsofTime:Recollections》등을썼다.

역자:이민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중문학을공부했고영문과중문책을번역한다.옮긴책으로올리버색스의《깨어남》《색맹의섬》《마음의눈》《온더무브》와빌헤이스의《인섬니악시티》를비롯해《즉흥연기》《해석에반대한다》《맹신자들》《얼굴의심리학》《채링크로스84번지》《시간의지도》등이있다.

목차

1장죽은연극
2장성스러운연극
3장거친연극
4장살아있는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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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연극연출의살아있는전설,피터브룩의대표작

십대후반부터94세를맞은2019년에이르기까지늘새로우면서도철저히현실에뿌리내리려는연극의길을쉼없이걸어온전설적인연극연출가피터브룩(PeterBrook,1925-)이1968년에출간한이래전문연극인뿐만아니라연극애호가,작가,예술가들의필독서가된그의대표작.
이책은지은이가당시대학생들을대상으로연극이처한현실과문제,나아갈길등에대해네차례에걸쳐진행한강연을정리한결과물이다.그렇기에현학적인이론을내세우기보다살아숨쉬는연극현장의생생한목소리,날카로운통찰과지혜가곳곳에서섬광처럼번득인다.
시의적절하고절묘한비유,현장감이약동하는다양한사례,은근한유머와풍자적인위트를거침없이쏟아내며이주제에서저주제로성큼성큼건너다니는이책은연극인들의필독서가되기에한점아쉬움이없다.그에더해,마음깊은곳을건드리는단단한사유가비단연극인뿐만아니라여타예술종사자들및수많은예술애호가의가슴에파문을일으킨다.이는지은이가실험적인연극으로단순히세상을놀라게하려했던것이아니라두눈부릅뜨고현실을똑바로바라보려했던예술가였기때문일것이다.

새로운관객층에게손길을뻗치려는모든시도에는은근히우리가당신들한테무언가를베푼다는‘너도우리파티에와도돼’하는식의시혜적인태도가스며있으며,시혜라는것이으레그렇듯이행위에도모종의속임수가숨어있다.그속임수란그것이받을가치가있는선물인듯한기분이들게하는것,놓치면안될것같은기분이들게하는것이다.……
문화나예술이단순히우리가인생을살아가는데부가적인요소로치부되는한이러한행태는결코바뀌지않을것이다.그런취급을받는한우리삶에서언제든분리할수있을뿐더러분리하고난뒤에는없어도되는무언가될게뻔하다.……연극에서도우리는늘같은문제로돌아온다.연극없이는살수없을것같은이강박적인필요를작가나배우만느끼는것으로는충분치않으며,관객도이절실함을함께경험할수있어야한다고.이런점에서우리연극인들의고민은그저더많은관객을극장으로오게만드는데에서끝나지않는다.관객이어떻게해도누그러뜨려지지않는허기와갈증을느끼게할작품을창조해내는것이야말로훨씬더힘들고중한일이다.(259-260쪽)

연극과삶의뿌리를송두리째관통하며핵심으로돌진하는
‘죽은연극’‘성스러운연극’‘거친연극’‘살아있는연극’

책에서지은이는당시전세계연극계가처한위기를낱낱이해부하고자신의경험을바탕으로그것을헤쳐나갈대안들을제시하면서편의상크게네범주로나누어설명한다.‘죽은연극’‘성스러운연극’‘거친연극’‘살아있는연극’이바로그것이다.서로중첩되거나대립하기도하는이개념들을다룬각장의내용을거칠게요약하자면다음과같다.
서론격인‘1장죽은연극’에서는고전극이든현대극이든불문하고세계곳곳에포진한‘죽은연극’의행태에대해이야기하며당대연극이처한문제를하나하나짚어나간다.‘2장성스러운연극’과‘3장거친연극’은죽은연극에서벗어나고자시도된여러연극인의다양한실험을소개하는장이다.이책의거의절반에해당하는분량을차지하는마지막4장‘살아있는연극’은지은이가겪은생동감넘치는연극의여러사례를소개하고,살아있는연극이되기위해서연극을구성하는각각의요소가어떠해야하는지를이야기한다.

나는이연극이라는어휘를각기다른의미로‘죽은연극(DeadlyTheatre)’‘성스러운연극(HolyTheatre)’‘거친연극(RoughTheatre)’‘살아있는연극(ImmediateTheatre)’,이네갈래로나누어논하고자한다.때로는이들네종류의연극이실제로런던의웨스트엔드에서혹은뉴욕의타임스퀘어에서나란히상연되는가하면,바르샤바에서는성스러운연극이상연되고프라하에서는거친연극이상연되는식으로전세계각지에서각기다른연극이무대에오르기도한다.또이들갈래는은유적의미로만존재하기도하는데,하룻밤공연의한장면안에두가지연극이뒤섞여서펼쳐지는가하면,때로는한순간안에성스러운연극,거친연극,살아있는연극,죽은연극,이네갈래연극이한데뒤섞인경우가그러하다.(11-12쪽)

이어,각장의내용을좀더상술하면다음과같다.

1장죽은연극

‘죽은연극’은구태의연한방식을답습하는고전극,경극,레퍼토리극,오페라,현대극할것없이온갖형태의연극에나타날수있는특성을의미하며이런연극은세계도처에산재한다고말한다.또한이렇게죽은연극을양산하는요인이무엇인지하나하나짚어나간다.충분치못한예산,연습부족과날림리허설에서기인한판에박힌연기,지나치게비싼표값,무성의한평론과평론가,무비판적인관객,역량이부족한극작가와연출가등이그런요인으로지목된다.한마디로연극을살아있지못하게만드는요소들은도처에존재하며연극의숨통을조여가고있다고본다.

죽은연극은그명칭만봐서는나쁜연극처럼느껴지므로더는설명이필요없을것처럼보일수도있다.이것은우리가가장흔히봐왔던형태의연극,그러니까사방에서두루경멸되고공격받는상업적연극인까닭에비판하는것이시간낭비로여겨질수도있다.하지만이러한죽은연극의속성이기만적이며어디에서든나타날수있음을깨달을때,우리는비로소이문제의심각성을인지할수있을것이다.(12쪽)

연극을죽은연극으로만드는요소는우리사회의문화구조속에,우리가물려받은예술적가치속에,경제적구조속에,배우의생활속에,비평의기능속에,곳곳에도사리고있다.(27쪽)

우리는죽은연극이라는이름을붙였지만,이는결코연극이죽었다는의미가아니다.우리가의미하는죽은연극은살아있으나활기라고는없는연극이다.그러나바로그렇기에변화의잠재력이있다.이변화로가는첫걸음은,현재세계전역에서연극이라는이름으로행해지는대부분의조치가한때는의미로충만했던말을어설프게흉내낸광대극에불과하다는,삼척동자라도알만한이불편한진실을직시하는것이다.(73쪽)

2장성스러운연극

‘성스러운연극’은‘죽은연극’에서벗어나고자시도되고있는연극의한흐름으로,〈고도를기다리며〉로유명한사뮈엘베케트,프랑스연극의이단아장주네,‘잔혹극론’으로연극계의각성을촉구한앙토냉아르토,‘가난한연극’의주창자인폴란드연출가예지그로토프스키,무용가머스커닝햄,유랑하는연극공동체리빙시어터등의활약상이주로언급된다.

아르토가성스러운연극을탐구하면서찾고자했던것은절대의세계였다.아르토는신성한장소가될연극,자신의본성을이끌어내격렬한무대이미지를끝없이연속적으로창조하는배우와연출가들이헌신하는연극,인간의문제를강력하고즉각적인이미지로폭발시켜어느누구도다시는사소한일화와시시껄렁한수다나늘어놓는연극으로회귀하지않게만들,그런연극을원했다.그는일반적인상황에서라면전쟁이나범죄의몫이될요소들까지도담아내는연극을원했다.또한관객에게는방어벽을전부다내려놓고스스로숭숭구멍뚫리고충격에빠지고경악하며겁탈당하는불쾌하고당혹스러운체험에몸을맡기기를원했으며,그와동시에관객들이이러한연극적체험을통해강력하고새로운에너지를충전할수있기를원했다.(101쪽)

베케트에게는그들과는아주다른,베케트의관객이있다.어떤지성의장벽도치지않으며,메시지를분석하겠다고눈에불을켜고달려들지않는베케트의관객이전세계도처에존재한다.그들은막이오르면박장대소하고고함을치며즐기다가막이내려가면베케트와함께축하하는사람들이다.뭐라설명이되지않는비이성적인기쁨에충만하여한결가벼워진마음으로극장을나서는베케트의관객들은시,고귀함,아름다움,마법등온갖수상쩍던용어들이그의연극,그의비관적인연극속에서다시금살아나는것을경험한다.(112쪽)

폴란드에서는혁신적인연출가예지그로토프스키가이끄는작은극단이성스러운연극을목표로활동하고있다.그는연극은그자체가목적이될수없다고믿으며,신비주의의식에서춤이나음악이그러하듯연극도자기성찰과자아탐구를위한수단이자도구요,구원으로나아가는하나의가능성이라고보았다.……
연기는배우가자기를희생하는행위,보통사람들이라면감추고싶어하는바를내놓음으로써자기를희생하는행위다.이희생은곧배우가관객에게바치는선물이다.이렇게볼때배우와관객의관계는성직자와신도의관계와닮았다.……
하지만그로토프스키는가난을하나의이상으로만들었다.배우들은자기몸하나를제외하고는모든것을포기했다.인간이라는도구와무한의시간을가진그들이전세계에서가장부유한극단이라고느끼는것도이상한일이아니다.(113-115쪽)

3장거친연극

‘거친연극’은이른바‘민중극’을뜻한다.고도의형식미를갖추었지만관객의가슴을뛰게만들지못하는정체된연극은예부터민중극에서수혈을받아새로워지곤했다고지은이는말한다.대표적인사례로,연극논의에서빠질수없는극작가인셰익스피어,체호프,현대연극의거두베르톨트브레히트와베를리너앙상블의연극등이거론된다.

언제나시대를구원하는것은민중극(populartheatre)이었다.동서고금을막론하고형식을가리지않고모든민중극에서나타나는공통된단하나의요소는거칢(roughness)이다.……
‘거친연극’은민중친화적인연극으로,인형극이라든지오늘날까지남아있는그리스의그림자극이모두여기에들어간다.거친연극에는고유한스타일이라고칭할만한것이없다.스타일도여가가있을때추구할수있는법이다.조악한환경에서는연극을통해무언가를표현하고전달하는것자체가일종의혁명행위가된다.손에잡히는것은무엇이든무기로삼을수있다는의미에서그렇다.(125-127쪽)

물론거칢에힘을더해주는것은무엇보다도더러움이다.불결함과상스러움은자연스러우며외설은즐겁다.이들요소와함께호화로운볼거리가사람들에게해방감을선사하는사회적기능을맡는다.민중극은본질적으로반권위주의적이고반전통적이며허세와가식을거부하기때문이다.이것이소란스러움의연극이며,소란스러움의연극은곧박수갈채의연극이다.(131쪽)

브레히트는연극이단한순간이라도자신이속한사회를외면해서는안된다고믿었다.브레히트는또한배우들과관객사이에제4의벽은존재하지않는다고믿었다.배우가추구하는단한가지목표는관객으로부터감정의과잉없이지성적인반응을창출하는것이며,배우는관객을전적으로존중해야한다는생각이었다.브레히트가낯설게하기라는개념을도입한것도관객개개인이지닌판단의자유를존중했기때문이다.낯설게하기는일종의정지명령이다.도중에끊고끼어들어무언가를불빛앞에갖다대고다시생각해보라는명령.낯설게하기는무엇보다도관객에게자기머리로생각하라고호소하는것인데,성숙한사고를통해스스로이해가될때에만무대에서본것을받아들이는,책임있는태도를요구한다.브레히트는사람은누구나연극안에서다시어린아이로돌아간다는낭만적사고를거부한다.(140쪽)

셰익스피어는인간본성의수많은층위를꿰뚫어보는,그누구도해내지못한전무후무한성취를이루어냈다.그러한성취를기술적으로가능케한것은상반된요소들을의도적으로뒤섞은,거친짜임새다.알고보면셰익스피어스타일의정수라할수있는이특성은스타일의부재라부를수도있으리라.(170쪽)

4장살아있는연극

이장에서는지은이가생각하는생동감넘치는연극의여러사례를소개하고,배우,연기,리허설,극작가,연출(가),무대디자인,관객등연극을구성하는각각의요소별로대안이될만한의견들을제시한다.앞의세장이세계여러나라에서나타난각기다른형태의연극전반을다루면서지은이가겪고느낀바를이야기했다면,이장에서는지은이가가장잘아는연극에대해서이야기한다.

여기에서는시야를좁혀나의인생과경험속에서바라본연극,내가이해하는연극에대해서이야기하려한다.이는내가작업해온현장에대한이야기가될것이며,결론역시거기에서나올것이다.나의경험과관점은바로그곳현장에서만들어졌기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