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눈이 되지 못하고

겨울비, 눈이 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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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첫눈이 내리던 날 온몸으로 맞고 싶었죠. 하지만 시인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찬 겨울비가 가득할 뿐. 호사스러운 카페에서 통창 너머 비를 바라보는데 문득 겨울비가 측은하게 보이는 거야! 저라고 첫눈으로 내리고 싶지 않았을까요?
무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되고 싶은 많은 것들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 시간과 미련들. 꼭 말해줄래요. 괜찮다고, 고맙다고. 눈이 되지 못해도 너무너무 좋았다고. 여기 있는 것으로, 나에게 그리고 길동무에게
- 시인의 말

나는 아버지가 적어도 나의 시대보다 훨씬 평화롭지 않은 시절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왜 나는 아버지의 삶 또한 내가 듣고 연대한 많은 이들의 그것처럼 수많은 투쟁의 집합체라는 것을, 내가 거기에 들어가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그 지점에서 나는 광장에서 처음 마주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세상은 나의 슬픔에도 아픔에도 관심이 없다(p24, 〈기회〉)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 다름은 틀림이라 말하는 사회에 선택지를 빼앗겼던 청년(p105, 〈민들레꽃이 뽑혔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많은 일들에 내가 그런 것은 아닌지(p125, 〈핑계〉) 돌아보며 끝없이 생각을 멈추지 않는 지금의 아버지. 그런 것들은 짧은 문자열을 훑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것이었다.

- 에필로그 ‘나는 이 시들을 읽었다’ 중에서
저자

정승준

한적헌,B-719라는소행성에서, 
의자방향만바꾸면언제든석양을볼수있는소년. 
“가장소중한것은눈에보이지않아”, 
“네가오후네시에온다면나는아침부터행복해지기시작할거야”여우의말처럼,나그네의길을걸어가고있다.

시집『또하나의질문』유진북스(2020)
시집『언가슴녹여만든봄날을』유진북스(2022)
시집『장마를견딘어느여름날에』유진북스(2023)

목차

시인의말_3

1.그리움,차마어찌하지못해서_9
〈PhotoPoem〉해바라기

겨울비Ⅲ_10/난독증_11/소치는아이가되고_12/쌀바위가는길에_13/약속_14/겨울변명_15/길티플레저_16/그런한사람_17/삶은감자_19/저장강박증_20/오월하순에_22/기회_24/첫사랑_26/동상이몽_27/해바라기_28/경고_29/그래도_31/아내에게_33/방앗간에서_35/청개구리Ⅱ_37/해질녘에_39/내가기억하는 시간_40/중산층_42/야구장가는길_43/비디오판독_45/안녕,광안리_46/


2.시인도이야기속에자기는없다_47
〈PhotoPoem〉데칼코마니

겨울,밤지나새벽이오면_48/어느겨울밤에_49/다시입춘_51/문상_53/초승달_55/배롱나무꽃_57/보름달_58/봄날을위해_59/바람,바램_61/백년어서원_562/역설Ⅰ_64/역설Ⅱ_65/진즉알았다면_66/일찍핀봄꽃_68/고사리_69/화가처럼_71/이팝꽃흩날리는밤에_73/라일락뜨락1956_75/오월에오십시오_77/그날에_77/황매화_81/질문_82/먼발치사람_83/왜_85/가을비Ⅱ_86/


3.반가워,깨달음으로일구는삶_87
〈PhotoPoem〉도마

꽃밭에둔자전거_88/첫눈오는날에_90/선잠_92/잠놓치고_94/달집짓기_96/달님의마음_97/그레샴의세상_99/잘못된이유_100/초보_102/봄날,지렁이에게_103/민들레꽃이뽑혔습니다_105/당신을깨워줄사람있습니까?_107/잡담_109/아무일없었다는듯_110/하루Ⅲ_112/업_113/로봇청소기_115/방책_117/칼잠을잔상추_119/마늘농사_121/눈깜짝할하루_123/핑계_125/전직으로살기_127/지난바람이_129/잠_131/그때도오늘같이_132/청개구리의눈물_134/동문서답_137/혼밥_139/몽땅 지렁이에게_140/열대야_142/텃밭공화국_143/여름폭우_145/엄살_147/


4.매번흔들리며함께걷는여행_149
〈PhotoPoem〉여행자

사자평에서_150/같은듯다르게_151/흔들리며가는길_152/비행기는멈출때더굉음을낸다_154/서울가는버스안_156/하산길에_158/연어_159/늘_160/한림항에서_162/비양도가는배에서_163/윗세오름_164/숨골_166/일출보러가는길_167/제주에서낙조를보다_169/오솔길_170/운해_171/바탐섬으로가면서_172/반딧불이를찾아서_174/삼박오일_176/


5.내짐이무거워다시꺼내는기도_179
〈PhotoPoem〉일탈

아버지와아들_180/다이루기까지_181/적반하장Ⅱ_183/선물목록_185/아름다운나라_186/새벽예배당_188/이름값_190/녹슨못으로_192/소격_194/잊고산것들_196/머피의봄비_198/뫼비우스_200/잡풀_201/웃을 수 있다면_203/기도Ⅳ_205/샐리의법칙_206/새벽에다시드리는기도_208/아마도그럴걸_210/창세기35장_212/깜빡깜빡_214/나와나의종을위하여_216/어깨동무_218/이미버렸노라!_220/혜존_222/


에필로그_223p
파워배드민턴회원작품_224
나는이시들을읽었다_231
이제는이길을걷고싶습니다_236

출판사 서평


이전세권의시집에서,나는아버지에대한존경과가족이라는책임감,그리고무엇보다우리공동의슬픔-어머니에대한그리움-으로행간을채웠었다.그러나그뒤에있던수많은아버지의모습을보면서도읽어내고싶어하지않았던것같다.내가바로그아버지의피땀위에서있음을외면하고나의고생만을고집하던나의독선이보인다.

아버지자신의속을길어내쓴글은결국그것을읽는나마저도비추게된다.그러니나는나를알기위해서이시들을읽는것이다.시를읽지않겠다는오기가얼마나편협한생각이었는지를알려주기라도하듯,오랜꿈이라는이름으로쓰인시들이,드디어자식에게서해방되었음이다행스러웠던아버지의인생2막이,결국다시나를구성하는일부로돌아와있다.

-에필로그‘나는이시들을읽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