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어린이들이 보낸 10주간의 특별한 토요일에 대한 기록
이 책은 구리시립 토평도서관과 인창도서관에서 진행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문학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창작한 글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다. 10주간 토요일마다 어린이 80여 명이 1∼2학년은 몽글몽글 반에, 3∼4학년은 소곤소곤 반에, 5∼6학년은 와글와글 반에 모여 시와 소설을 비롯하여 문학적 글쓰기를 하였다.
여기가 도서관이야, 놀이터야?
‘문학교실’에서는 어렵고 힘든 일이라 여겨지는 글쓰기를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언어를 몸으로 표현해 보는 등, 어린이 입장에서 ‘놀이’처럼 문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수업 내용은 단순한 ‘시 쓰기’, ‘소설 쓰기’가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창조과정에 필요한 직관적이고 상상적인 기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1∼2학년에게는 놀이 형태로 다가가고 , 3∼4학년에게는 창의적 글쓰기를 유도하며, 5∼6학년에게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 융합하여 발산되도록 글쓰기의 목표를 두었다.
도서관에서 문학하고 노는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
『나는 도서관에서 놀아요』에서는 아이들의 억눌리지 않은 감수성과 반짝이는 창의력,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빛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아이들 특유의 솔직함이 어린이 독자에게는 동질감을, 성인 독자들에게는 놀라움과 탄성을 동시에 자아낸다.
상상력이 자라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문학교실”
구리시립 토평도서관과 인창도서관에서 4, 5, 6월에 걸쳐 10주간 문학교실이 열렸다. 구리시 건원초등학교, 교문초등학교, 구지초등학교, 내양초등학교, 도림초등학교, 동구초등학교, 동인초등학교, 밀알초등학교, 백문초등학교, 부양초등학교, 수택초등학교, 장자초등학교, 토평초등학교 등 13개 학교에서 80여 명의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서 진행된 문학교실의 가장 큰 특징은, 수업 내용이 어린이들이 일생생활에서 겪는 감각적 자극들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게 하고, 이론적 체계를 갖춘 교안으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과정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창의적 사고는 문학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내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교육이 주는 변화와 놀라움은 교육하는 어른들이 현장에서 먼저 느낄 수 있다.
“저도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열리면 글쓰기가 쉽고 즐거워진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언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에서 아이들은 기발한 생각들을 펼쳐냈습니다. 릴레이 소설을 쓰고 모둠별 노래 가사를 쓰는 공동작업도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상을 관찰하였고, 사진을 보며 마음 읽기를 하였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하여 넓은 세계를 접한 아이들은 지금 꿈을 말합니다.”_정선자 구리시립도서관장 「책을 펴내며」 중에서, 5쪽
글쓰기-교육인가, 놀이인가?
도서관 ‘문학교실’의 수업은 <관심 끌기→상상하기→표현하기→훈련하기→창조하기>가 순환 반복 형태로 진행했다. 이는 곧 상상력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 상상력을 지각하고 상상력을 인지하면서 상상력을 체험한 후 상상력을 모방하는 과정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상상력을 창조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창조하기는 재창조하기로 나아가며 피드백을 통한 결과물 즐기기의 과정으로 다시 관심끌기의 첫 단계와 연계된다.
손과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 아이들은 손이 확대된 사진을 보았습니다. 신발 만드는 손, 천을 염색하는 손, 벽에 그림을 그리는 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손, 그물로 멸치를 잡는 손, 씨 뿌리는 손, 책 넘기는 손, 초콜릿 만드는 손 등 직업과 손을 연관시켜 수수께끼 놀이를 했습니다._예술강사 구지원 수업 후기 중에서, 40쪽
이러한 수업 과정은 보다 확장되어,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기본 원리인 ‘듣다(강의)-잇다(강의)-보다(관람)-만들다(체험)-나누다(실연)’를 실현하게 되었다. 교육내용의 범주 및 난이도는 해당 대상자의 교육환경에 따라 차별화되어 활용되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즐거운 놀이라는 사실은 아이들이 매시간 글을 짓고 서로 읽어주며 웃는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글을 읽고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별이다, 이야기가 싱겁다, 이야기에 긴장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학교의 읽기 교과 수업을 통해 글을 읽어내고 분석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와글와글 반 아이들은 어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왔다.
_예술강사 설혜원 수업 후기 중에서, 40쪽
그림에서 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꿈을 이루는 아이들
아무리 내용이 좋은 교육이라도 아이들이 따라 주지 않고,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면 결코 좋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놀아요』에 실린 아이들의 ‘작품’은 이러한 열림 교육의 가치와 우리 꿈나무들의 미래를 향한 가능성 보여준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내 곁으로 와 내 살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나의 일상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은 내 무릎에 앉아 수수께끼를 풀었으며 간식을 나눠 먹었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친구와 칠판에 낙서하는 동안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정해진 수업 시간보다 마음이 동한 아주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글을 썼다. 그리고 아이들은 점점 더 긴 시간 동안 더 강하게 집중했다. 모두가 매순간 놀라게 달라졌다. 결론적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자라고 배웠다. _예술강사 이자화 수업 후기 중에서, 80쪽
내 그림에는
국이 끓는 소리가 들려요
천둥 번개가 치고
먹구름이 몰려와요
내 그림에는
칼로 도마를 치는 소리가 들려요
과자가 구워진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나는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러요
_나승주 토평초등학교 2학년 「내가 그린 그림」 전문, 16쪽
비눗방울 속에
무지개 기차가 달려요
돌고래가 헤엄을 쳐요
비눗방울은 바닷물이에요
파도가 나에게 밀려와요
나는 아빠와 돌고래 비눗방울을 타고
우주의 바다로 갈 거예요
_김예준 부양초등학교 2학년 「비눗방울과 아빠」 전문, 26쪽
리듬체조 선수가 되기
말 기르기
비행기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기
높이뛰기 1미터 20센티미터 성공하기
스케이트 선수도 되기
영국 가 보기
중국 만리장성 가 보기
유럽 가기
필리핀에 가서 바나나 따먹기
어른이 되면 멀리뛰기 3미터 20센티미터 성공하기
1.6킬로미터를 15분 만에 달리기
이집트에 있는 나일 강 보기
제주도 가 보기
바다 가 보기
_이정희 토평초등학교 2학년 「꿈의 목록」 전문, 34쪽
소라는 자신의 생활 모습에 대하여 썼고 매일 밤 졸려도 책상 앞에서 작업을 해나갔다. 글이 쓰기 싫은 날도 자신의 꿈을 그리며 책상 앞을 지켰다. 손이 부러지도록 허리가 아플 정도로 열심히 쓴 소라는 드디어 자기 소설을 심사 위원에게 냈다. 소라는 자신의 감정을 항상 잘 표현하는 소녀였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갔던 생활 모습을 글로 잘 풀어서 쓸 수 있었다.
_신지원 부양초등학교 5학년 「스무 살 소녀의 꿈」 중에서, 153쪽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 만큼이나 바쁘다. 바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글을 잘 써라, 바른 생활을 해라, 라고 말하기는 쉽다. 어른들을 거울처럼 따라 하는 아이들에게 꿈 많은 어른의 모습,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상상하기를 즐기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과연 쉬울까? 『나는 도서관에서 놀아요』는 책이 가득 꽂힌 막막하고 답답한 도서관을 상상했던 어른, 공부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건강하게 상상하고 글 쓰며 이루어 낸 작은 기적이라고 감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