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아큐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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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문학자의 고증과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재탄생한 루쉰의 대표 소설 선집
마오쩌둥이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루쉰. 그가 중국의 현대문학사에 남긴 발자취는 독보적이다.『허삼관 매혈기』를 쓴 위화 작가가 어린 시절에 루쉰 작품밖에 읽을 게 없어서 루쉰에게 불만을 가졌을 정도라고 하니, 중국인들에게 루쉰은 곧 정신의 성장을 이루어준 절대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이런 문필가로서의 루쉰의 명성에 비해 정작 그가 남긴 소설 작품은 많지 않다. 첫 번째 소설집인 『외침』에 14편, 두 번째 소설집인 『방황』에 11편, 그리고 마지막 소설집인 『새로 엮은 옛 이야기』에 실린 8편으로 총 33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중편인 「아큐정전」을 제외하면 모두 단편으로 분량도 많지 않고, 소설 작품을 쓴 시기도 『새로 엮은 옛 이야기』에 들어간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루쉰 생애의 비교적 초기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루쉰이 소설가로서 이름을 떨쳤던 데는 그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과 당시 사회에 끼친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그의 첫 소설이자 중국 현대 소설사에서 최초의 현대 소설로 일컬어지는「광인일기」는 ‘식인’이라는 비유로 무지몽매한 중국인들을 빗대며, 작품의 스타일과 주제의식에서 당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또한 중국 현대소설사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명작인「아큐정전」은 그 작품 하나만으로도 소설가로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당시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던 ‘아큐’를 내세워 ‘사람을 세우는 일立人’, 즉 ‘개인의 자각’을 일깨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세 권의 소설집, 33편의 작품 중에서 대표 작품들을 뽑아서 실은 소설 선집이다. 작품 별로 어느 시기에 어떤 매체에 발표되었으며, 지금 독자들이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각주로 꼼꼼히 정리해두었다. 어휘 선택 등에서도 가능하면 지금 독자들에게 친숙한 표현을 쓰되, 그 작품에 어울리는 표현들을 최대한 살려서 썼다. 지금 독자들에게 생소하다고 판단되는 어휘나 표현들 또한 각주로 실었다.
저자

루쉰

저자_루쉰(魯迅)
본명은저우수런周樹人.1881년저쟝성사오싱紹興의지주집안에서태어났으나할아버지의투옥과아버지의죽음등으로불우한어린시절을보냈다.난징의강남수사학당과광로학당에서서양의신문물을공부했으며,국비장학생으로일본에유학을갔다.1902년고분학원을거쳐1904년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서의학을배웠다.그러다환등기에서한중국인이총살당하는장면을그저구경하는중국인들을보며국민성의개조를위해서는문학이필요하다는사실을절감하고학교를그만두고도쿄로갔다.도쿄에서잡지《신생》의창간을계획하고《하남》에「인간의역사」「마라시력설」을발표하는등활발하게활동했다.
1909년약7년간의일본유학생활을마치고귀국하여항저우저쟝양급사범학당의교사를시작으로사오싱,난징,베이징,샤먼,광저우,상하이등에서교편을잡았고,신해혁명직후에는교육부관리로일하기도했다.
루쉰이문학가로서이름을알리기시작한것은1918년5월《신청년》에중국최초의현대소설이라일컬어지는「광인일기」를발표하면서이다.이때처음으로‘루쉰’이라는필명을썼다.이후그의대표작인「아큐정전」이수록된『외침』을비롯하여『방황』『새로엮은옛이야기』등세권의소설집을펴냈고,그의문학의정수라일컬어지는잡문(산문)집『아침꽃저녁에줍다』『화개집』『무덤』등을펴냈으며,그밖에산문시집『들풀』과시평등방대한양의글을썼다.루쉰은평생불의하다고생각하는것들에분노하고저항했는데,그싸움의무기는글,그중에서잡문이었다.
마오쩌둥은루쉰을일컬어“중국문화혁명의주장主將으로위대한문학가일뿐만아니라위대한사상가,혁명가”라고했다.마오쩌둥의말처럼루쉰은1936년10월19일지병인폐결핵으로세상을떠날때까지활발한문학활동뿐만아니라중국좌익작가연맹참여,문학단체조직,반대파와의논쟁,강연활동을펼쳤다.이를통해중국의부조리한현실에온몸으로맞서희망을발견하고새로운길을제시하고자했다.

역자_조관희
서울에서나고자랐다.연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상명대학교중국어문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한국중국소설학회회장을역임했다.주요저작으로는『루쉰:청년들을위한사다리』『후통,베이징뒷골목을걷다』『베이징,800년을걷다』『교토,천년의시간을걷다』『소설로읽는중국사1,2』등이있다.루쉰魯迅의『중국소설사』와데이비드롤스톤의『중국고대소설과소설평점』을비롯한몇권의역서가있다.옮긴이에대한상세한정보는홈페이지(www.amormundi.net)에있다.

목차

외침
자서
광인일기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

방황
복을비는제사
술집에서

새로엮은옛이야기
자서
하늘을땜질하다
주검鑄劍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희망이란본래있다고도할수없고,없다고도할수없다!

중문학자의고증과원문에충실한번역,
지금독자들의언어와눈높이로재탄생한루쉰의대표소설선집!

마오쩌둥이중국의만리장성과도바꾸지않겠다고했던루쉰.그가중국의현대문학사에남긴발자취는독보적이다.『허삼관매혈기』를쓴위화작가가어린시절에루쉰작품밖에읽을게없어서루쉰에게불만을가졌을정도라고하니,중국인들에게루쉰은곧정신의성장을이루어준절대적인존재이다.하지만이런문필가로서의루쉰의명성에비해정작그가남긴소설작품은많지않다.첫번째소설집인『외침』에14편,두번째소설집인『방황』에11편,그리고마지막소설집인『새로엮은옛이야기』에실린8편으로총33편에지나지않는다.그것도중편인「아큐정전」을제외하면모두단편으로분량도많지않고,소설작품을쓴시기도『새로엮은옛이야기』에들어간몇편을제외하면모두루쉰생애의비교적초기에몰려있다.

그런데도루쉰이소설가로서이름을떨쳤던데는그의작품들이가지고있는결코가볍지않은무게감과당시사회에끼친영향력때문일것이다.그의첫소설이자중국현대소설사에서최초의현대소설로일컬어지는「광인일기」는‘식인’이라는비유로무지몽매했던당시의사회상을빗대는,작품의스타일과주제의식에서중국사회에커다란충격을주었다.또한중국현대소설사에서으뜸으로꼽히는명작인「아큐정전」은그작품하나만으로도소설가로서의독보적인위상을말해주기에충분하다.당시의전형적인인물이었던‘아큐’를내세워‘사람을세우는일立人’,즉‘개인의자각’을일깨워야한다는메시지를전하고있다.
이책은그가남긴세권의소설집,33편의작품중에서대표작품들을뽑아서실은소설선집이다.작품별로어느시기에어떤매체에발표되었으며,지금독자들이그작품을이해하는데필요한요소들은각주로꼼꼼히정리해두었다.어휘선택등에서도가능하면지금독자들에게친숙한표현을쓰되,그작품에어울리는표현들을최대한살려서썼다.지금독자들에게생소하다고판단되는어휘나표현들또한각주로실었다.

어린루쉰과청년루쉰이겪었던좌절과절망을주요소재로한
첫번째소설집『외침』

희망이란것은본래있다고도할수없고,없다고도할수없다.이것은땅위의길과같은것이다.본래땅위에는길이없었다.지나가는사람들이많아지면그게곧길이되는것이다.
_「고향」중에서

첫번째소설집인『외침』에서는「자서」「광인일기」「아큐정전」「쿵이지」「고향」「아큐정전」을선별했다.어린시절루쉰은할아버지가과거부정사건에연루되면서투옥되고,이어지는아버지의죽음으로홀로된어머니와동생들을돌봐야하는소년가장이었다.이런가운데도그는국비유학생으로뽑혀‘새로운학문’에대한열망을안고일본유학을떠난다.하지만일본에서만난건한동족의비참한말로였다.일본에서의학도의길을선택한루쉰은어느날수업시간에환등기로한건장한중국인이신체적으로결코우세하다고할수없는총칼을멘일본인들에게처형당하는장면을본다.루쉰의인생을바꾸어놓은그유명한‘환등기사건’이다.이후그는몇몇사람의육신을고쳐주는의사가아니라국민성개조를위한문필가의길을선택하고중국으로돌아온다.『외침』에실린작품들에는어린시절에서이시기에루쉰이겪었던좌절과절망을주요소재로하고있다.하지만루쉰은작품속에서현실의적나라한모습을고발하면서도늘현실을극복할‘희망’의끈을놓지않는다.

혼란과광란의시기,루쉰의심경을그대로드러낸
두번째소설집『방황』

루쉰은일본에서중국으로돌아와교편을잡는다.이시기는사회적으로는청왕조가무너지고‘신해혁명’이후에새로운사회로이행하던때로,중국사회가혼란과광란에빠져군벌들의손에모든것이좌지우지되었다.뿐만아니라루쉰의생애에서가장외로운시기이기도했다.어릴때부터소울메이트와도같았던동생저우쭤런과결별하고뼈에사무치는상실감속에서방황하던시기였다.두번째소설집인『방황』에실린작품들에는이런루쉰의심경이그대로담겨있다.마음둘곳없이방황하는자신의심경을토로라도하듯이소설집에는서문이없고전국시대초나라의시인인취위안의「이소」두구절이있을뿐이다.

아침에수레를타고창오를떠나
저녁에나는현포에도착했네
잠시이천문에머물고자하나
날이어느덧저물려하네

나는회화에게채찍을멈추게하고
엄자쪽으로가까이가지못하게했네
길은까마득히아득하고먼데
나는오르내리며찾아구하고자하네

『방황』에서는「복을비는제사」「술집에서」두작품을선별했다.자신의삶어디에서도타협을몰랐던루쉰은어머니의권유로부부의연을맺은첫번째부인주안에게끝내마음을열지못하고평생부양의의무만지며원죄의식에서벗어나지못했다.그에게아내주안은근원적인방황처였다.「복을비는제사」에나오는상린댁은어쩌면자신에게외면당한부인의처참한모습을그린것인지도.당시여인들의비참한생활상도담았다.

창세신화와중국고대인물등중국의과거역사에서
소재를취했던세번째소설집,『새로엮은옛이야기』

이후시기에루쉰은현실참여에적극적으로눈을뜨면서소설창작보다는그가‘잡문’이라고불렀던글들을쓰면서사회에대한비판을가한다.세번째소설집인『새로엮은옛이야기』에실린8편의소설가운데6편의소설은그의생애마지막시기에쓰여졌다.그가폐병으로세상을떠나기전의10년동안은국민당의백색테러와일본제국주의의만주사변으로그의저항의식이최고조에달하던시기였다.그런데흥미롭게그가취했던소설의소재들은중국의창세신화에서고대인물들에대한일화등이다.당시중국의현실과는동떨어져보이는옛날이야기들이다.하지만많은루쉰연구가들은이이야기들에서이중적인의미를담고있다고말하고있다.

세번째소설집에서는「자서」「하늘을땜질하다」「주검鑄劍」을선별해서실었다.「하늘을땜질하다」에나오는‘뉘와’는중국고대신화에등장하는인류의시조가운데하나로,그녀가흙으로사람을만들었다는이야기는우리나라의‘단군신화’와같은일종의창세신화이다.「주검」의소재인‘메이졔츠의복수’에대한전설도위나라차오피가지었다고하는『열이전』에나온다.이처럼루쉰은‘실화소설’의형태를빌어생의마지막순간까지자신의생각을글속에서전했다.세권의소설집에서루쉰은당대의보편적인인물들을그려내고중국의현실을적나라하게드러내며당시사회가가야할방향을제시하고있다.여기에루쉰소설의품격과위상이있고,루쉰을중국현대문학의기수로꼽는이유이기도하다.

어느몹시추운날,시끄러운소리가들려왔다.마침내금위군이몰려온것이다.그들은불빛과연기가보이지않을때까지기다리느라늦게도착했다.그들왼쪽에는노란도끼가하나,오른쪽에는검은도끼가하나,뒤에는아주거대하고오래된군기가있었다.요리조리피하면서뉘와의시산옆까지쳐들어갔지만,아무런움직임도보지못했다.그들은시신의배위에진을쳤다.그것이지방질이두터웠기때문이었다.그들의선택은영리한것이었다.

_「하늘을땜질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