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호모 에스테티쿠스)

미학적 인간 (호모 에스테티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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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엘렌 디사나야케는 ‘예술’이 문화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과, 인간이 왜 선천적으로 미적이고 예술적인가를 다양한 이론적·실험적 증거를 가지고 밝혀낸다. 예술을 인간의 보편 행동으로 보고 진화론의 차원에서 그 기원을 찾는 자신의 관점을 ‘종중심주의(다윈주의)’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인 예술 경험의 핵심을 좋은 기분, 즉 ‘쾌감’으로 규정한다.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인간의 쾌감은 뇌 발생 및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길잡이다.
저자

엘렌 디사나야케

저자 엘렌 디사나야케Ellen Dissanayake는 미국 일리노이에서 태어나 워싱턴 주의 왈라왈라에서 자랐다. 1957년 워싱턴 주립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파푸아뉴기니에서 살았다. 1985년 미국으로 돌아와 뉴스쿨 대학교 대학원의 자유연구프로그램을 맡았고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가르쳤으며 구겐하임재단과 ‘예술 및 인문학에 대한 국가기금’으로부터 연구비를 수여받았다. 2013년 그간의 저술들에 대한 업적으로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메릴랜드 예술대학연구소에서 인문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워싱턴 대학에 있으면서 뉴욕의 뉴스쿨 대학, 파푸아뉴기니의 국립예술학교,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 외에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What Is Art For??(1992, 1995), ?예술과 친밀성Art and Intimacy?(2000)이 있다.

목차

역자의 말_다윈주의의 미학적 화두 또는 도전
1995년판 저자 서문
초판 저자 서문
감사의 말

1장 서론: 왜 종중심주의인가?
인간성 또는 인문학 | 왜 예술에 동물행동학이 필요한가? | 왜 인간행동학에 예술이 필요한가? | 다윈주의는 왜 무시를 당하거나 그 이하의 대접을 받았는가?

2장 생물학과 예술: 좋은 기분의 함축적 의미들
육체와 영혼 | 동물행동학과 감정 | 인간의 예술적 욕구 | 예술을 ‘행동’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3장 예술의 핵심: 특별화하기
비일상성 | 특별화하기에 대한 보다 깊은 관찰

4장 드로메나, ‘행해진 것들’: 문화와 자연의 화해
드로메나, ‘행해진 것들’ | 제어의 미학 | 예술의 필요성

5장 향상 수단으로서의 예술
자연에 대한 제어 | 자연적인 것의 회복

6장 ‘감정이입설’의 재고찰: 미적 반응의 심리학
다시 보는 감정이입설 | 감정이입의 자연사 | 감정이입설의 재고찰 | 개인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에서 본 미적 감정이입

7장 글쓰기는 예술을 지우는가?
서양적 예술 개념의 출현 | 읽고 쓰는 능력, 예술 그리고 근대적 마음 | 언어, 사고, 실재 | 지워진 예술 | 예술의 복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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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출판사 서평

‘예술’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미학적 인간의 부활을 선언하는 ‘진화 미학’의 고전


예술이란 끊임없이 진화해 온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이라는 ‘진화 미학’을 원시부터 문명사회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 입증한 책. 엘렌 디사나야케는 ‘예술’이 문화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과, 인간이 왜 선천적으로 미적이고 예술적인가를 다양한 이론적·실험적 증거를 가지고 밝혀낸다.
저자는 예술을 인간의 보편 행동으로 보고 진화론의 차원에서 그 기원을 찾는 자신의 관점을 ‘종중심주의(다윈주의)’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인 예술 경험의 핵심을 좋은 기분, 즉 ‘쾌감’으로 규정한다.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인간의 쾌감은 뇌 발생 및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길잡이다. 그리고 생물학적 차원의 이 쾌감은 인간의 감정 및 사회성과 연관되고, ‘특별화하기’와 향상의 충동과 직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이 인류에게 생존 가치 및 선택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제의와의 결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자칫 생물학적 환원주의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저자는 다윈주의 원리의 충분한 고찰과 다양한 이론적·실험적 증거를 통해 자연선택이 예술 행동을 빚어낸 이유와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속으로 추가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처럼, 제의와 예술의 공통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제의와 예술은 둘 다 흡인력이 강하다. 제의와 예술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해 주의를 일깨우고, 사로잡고, 유지한다. 그리고 둘 다 개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개인이 감정을 의식하게 하기 위해, 그들이 감정을 나타내게 하기 위해-구성된다. 제의와 예술의 흡인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의도적인 비일상성이다. 예를 들어 스리랑카의(그리고 우리의) 장례식에서는 특이한 언어를 사용한다. 즉 고풍스럽고 시적인 어휘와 어순으로 이루어진 고대 종교의 글을 예식에 사용하고, 평소 대화에 사용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읊조리거나 노래하듯 발성한다. 이밖에도 제의(그리고 예술)를 흡인력 있게 만드는 비일상적 장치로는, 과장(장례 절차의 리듬은 대단히 느리고 신중하다), 반복(스리랑카의 장례 의식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제사를 반복한다), 공들여 꾸미기(다량의 꽃, 특별한 복식, 수많은 사람의 집결 등의 사치스러운 측면들)가 있다. -110쪽

제의는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해진다. 제의는 다산이나 치유를 바랄 경우처럼 호의적일 수도 있고, 타인을 해치기 위해 요술이나 주술을 사용하는 경우처럼 악의적일 수도 있다. 사회학과 인류학에서 제의에 관한 문헌은 풍부하고 방대하며, 제의가 예나 지금이나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얼마나 중요하고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이 주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동물행동학이 기여하는 바는 제의가 심리학이나 사회학의 측면에서 중요했을 뿐 아니라 생물학의 차원에서 생존에 필수적이었음을 가리켜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개별 문화들의 제의와 특유의 노래, 춤, 신화, 상징 등을 이해하고 그 기초에 놓인 일반적인 범문화적 원리들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제의가 인간이라는 동물의 보편적 행동 특징, 즉 제의를 거행하는 개인과 집단으로 하여금 그렇지 않은 자들보다 더 잘 생존하게 해주는 행동 특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피터 윌슨(1980, 105)은 심지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제의의 불가피성이 도구를 생산할 필요성보다 더 절박하고 직접적이었다고 주장한다. -145쪽

상징은 예술에 그렇게 광범위하게 존재하므로, 당연히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예술이 예술다우려면 상징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일반적인 견해의 예로, 엘렌 위너Ellen Winner(1982, 12)는 예술 심리학을 매우 종합적이고 광범위하게 다룬 저서에서 예술을 ‘기본적인 인지 영역들’로 다루고, 예술 생산과 예술 지각은 모두 상징을 처리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선사학자들 역시 내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예술은 인간에게 상징을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이 발달했을 때 시작했다고 가정한다. 분명 예술은 상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에서 상징을 창조하고, 무엇인가를 연상하도록 표현하고, 감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예술의 가장 뚜렷하고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다. 호주 원주민의 에뮤 춤이 에뮤나 에뮤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과 같이,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의 퍼덕거림과 간절한 오케스트라 소리는 둘 다 죽어가는 백조를 상징한다(그리고 죽어가는 백조 자체는 상실을 상징한다). -179쪽

인간의 사회적 생활은 나누기와 호혜, 주기와 받기에 기초해 있다. 주는 것은 지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은 가장 많은 여유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쳐지고,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줄 만한 능력이 없거나 사회적 결함이 있거나 둔감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관대함은 당사자의 물질적 자원을 고갈시킬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재량껏 쓸 수 있는 부를 과시함으로써 그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역설적인 일이지만 자기 박탈이 자기 찬양을 낳는 셈이다. -211쪽

인간과 동물은 진화를 통해 화려한 장식을 갖게 되었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신의 외모가 초개인적인 의미를 지녔을 때 더욱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잘생기고 당당하고 정력적이고 건강하게 보이면 짝, 명성, 감탄을 얻어 개인의 번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이 그 사회 집단의 도덕적 가치와 이상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나타낼 수도 있다. 옷에 대한 관심은 태도와 몸가짐에 대한 관심과도 일치한다. 이런 관심은 처음부터 인간이 자신의 ‘자연적’ 또는 동물적 경향에 의도적으로 부과해왔고 또 조화로운 사회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 자기절제와 예절을 반영한다. 이 사회적 합의는 역으로 그것을 지지하는 개인이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18쪽

시적 언어는 또한 독창적인 표현과 인상적인 은유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의 유목 부족인 딘카족에게는 젊은이들이 서로에게 소와 관련된 이름을 붙여주는 전통이 있다. 여느 유목 부족에게도 그렇지만 딘카족에게 소는 마르지 않는 대화의 주제이자, 세계를 묘사하고 이해하기 위한 풍부한 참고문헌이다. 가축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미적’ 즐거움은 대단히 크고 종종 가축의 물질적 가치만큼이나 중요한 탓에, 색깔이 특별히 아름답거나 특별한 무늬가 있는 수소는 거세를 한 후 단시 과시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같은 연령층의 젊은 남자들은 이 과시용 수소에서 파생한 이름을 서로에게 붙인다. 예를 들어 검은 수소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모임을 망친다’, ‘달팽이를 찾는다’, ‘들소의 덤불’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 각각의 이름은 예를 들어 비구름(‘모임을 망친다’), 따오기의 한 종류(‘달팽이를 찾는다’), 숲(‘들소의 덤불’)처럼 검거나 어두운 것을 가리킨다(린하트Lienhardt 1961). 탈출한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인 수리남의 마룬족은 언어를 혁신적으로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 고안한 구, 우회적 표현, 생략을 즐긴다(프라이스와 프라이스 1980, 167). 그들은 시계를 ‘손등의 모터’로, 걸상을 ‘궁둥이의 기쁨’으로 부를지 모른다. -223쪽

르네상스 이후(그리고 특히 산업혁명 이후)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악보가 기계로 인쇄되었다는 것 그래서 정확하고 일정한 형태로 쉽고 널리 보급되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음악은 기억과 즉흥 연주에 의존했으며, 복잡성은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즉흥 연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의 클래식 음악에서는 갈수록 즉흥 연주가 감소했고(물론, 재즈는 ‘구전’ 또는 비활자 전통의 파생물이다), 악보에 충실한 것이 자명한 공리가 되었다. 고정된 악보를 엄격히 고수하는 것은 분명 자발성을 제한하고 개별 연주자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종이 위에 음악을 작곡하고 그것을 재생산하는 능력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복잡한 미적 탐구와 경험을 허락해주었다. 선율적인 주제, 조화로운 결합, 기악 사이의 성악이 발전할 가능성은 쓰기 및 인쇄와 함께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작곡가는 음악을 생산하고 재생산할 수 있게 됐고, 지휘자와 연주자는 음악을 연주하고 연습할 수 있게 됐으며, 청중은 음악을 공부하고 듣고 다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깊이가 깊어지면서(시간에 따른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구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의 조작과 제어 등과 같은 형식을 통해)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복잡한 대위법과 베토벤의 수정과 재수정을 거친 후, 이제는 많은 음악이 그냥 귀로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감상법을 공부하고 악보를 분석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현대 음악에 이르렀다. -254쪽

우리는 제의에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형식화된 측면들이 인류 역사의 전 기간 동안 인간에게 예술을 경험할 중요한 기회들을 제공해왔으며, 예술 자체는 공동체의 중요한 믿음과 진리를 감정적으로 깊숙이 침투시켜 결속을 강화하는 필수 요소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너무 성가시거나 너무 구식이라는 이유로 이것들을 포기한다면 삶의 중심에 뿌리를 내린 예술의 중요성을 박탈하게 된다. 또한 그와 함께,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진화하면서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수단, 즉 인간의 존재양식을 이해하는 수단을 폐기하게 된다. 인류 역사의 전 기간에 걸쳐 예술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들을 모양짓고 꾸미는 특별한 행동이자 향상의 수단으로서 존재해왔다. 우리 삶의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들을 특별하게 기릴 사치스럽고 비일상적인 방법들이 없다면, 우리는 위선이 아니라 인간성을 포기하게 된다. -262쪽

20세기 초는 미학의 전쟁터였다, 그 전쟁터에서 19세기의 상상력 개념에 기초한 낭만주의 이론들-예술 작품의 표현적 또는 상징적 내용을 새로운 과학적 개념들(투사, 감정이입, 관념작용의 모방)에 근거하여 밝히려 시도한 이론들-과, 1900년 이후의 유럽 예술뿐 아니라 원시 예술과 비서양 예술까지도 그들의 시계 안에 통합시키려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