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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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종호

어릴때부터꿈이판사였다.극빈의경험은‘세상은기울어진저울’이라는진실에일찌감치눈뜨게해주었고,기울어진저울추를조금이나마평편하게만들고자법관의길을택했다.저울추에그려진십자가처럼,법의잣대는엄정하게적용하되법관이사회적약자에게따듯한시선을지닐때세상이좀더정의로워질수있다고믿는다.

2012년2월,소년부판사가된이후열악한비행소년들의처지에눈감을수없어...

목차

프롤로그
추천의말
제1부"잘못했습니다.사랑합니다"
치유와회복의소년법정
그래요,소통해야지요
약해지지마!
한아이가그대를열심히사랑합니다
훔치고싶은유혹이들면이지갑을생각해
아빠의마음,법관의양심
풀베개
30분,어머니의가슴은아프고
이제저는어떻게해야하나요?
이제저를미워하지마시고이뻐해주십시오
밥잘먹었습니다
어젯밤에판사님꿈을꾸었습니다

제2부학교의위기,소년의눈물
마약처럼습관이되어버린
그냥멋있어보여서가입했어요
나는모욕감에학교에가지않았다
내말을들어줄단한사람만있어도
죽어도거기에는안가요
반성하고또반성해
남의눈에눈물이나게하면
후련함보다는가슴이아팠습니다
꼭아이를볼모로잡아야만화해를합니까?
이제쎔쎔이다쎔쎔이야,알았지?

제3부벼랑끝의아이들
비행으로치닫는아이들
네번의개명은누구를위한것이었습니까?
얘를우선소년원부터데려다놓으세요!
판사님,10호처분해주십시오
형!우리어디서부터잘못됐을까?
이런엄마되기를원했던건아니었습니다
그래,우리은갱이잘되도록해주래이
아니에요,손녀예요
아니야,오히려우리가미안하다

제4부다시,희망을찾아서
청소년회복센터가만들어지기까지
판사님,이러다가제명대로못살겠어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앞으로절대나쁜짓을저지르지않겠습니다
판사님,삼계탕드세요
집보다쉼터가편해요
엄마라고부르게해주세요
결코누구도버려서는안된다
아이구,명철아.센터장님마음상하시겠다
우리아빠야!
경희야,딴생각말고훌륭한화가가되자꾸나
판사가선생님?
에필로그
격려의말

출판사 서평

SBS<학교의눈물>천종호판사의진심어린고백

옅은봄눈은햇살한줌에도녹는다
따뜻한시선만으로도기적은일어나는법,
엄벌보다치유가먼저인까닭이다

“하지만그대여,그대는어느청명한날을위하여태어났느니!”
굳이휠덜린의말을빌지않아도소년기는인생의어느때보다청명하고아름다워야할빛나는시기이다.그러나우리나라청소년들이살아가는모습은청명한날과는도통거리가멀어보인다.나날이증가추세에있는비행소년들의모습은더말할것도없다.대체어쩌다이렇게된것일까.유해한먹거리논란에서부터과도한입시경쟁에이르기까지다양한분석들이쏟아져나오지만어느것하나속시원한해결책으로연결되지못하고있다.분명한것은이런현상의근본원인이소년들에게있는것은아니라는사실이다.마치광산의카나리아처럼어쩌면아이들은어른들이만들어놓은유해한환경속에서서서히질식해가며비명을지르고있는중인지도모른다.어른들의무관심과방치로인해단단하게빗장을걸어잠근채성장을유예시킨아이들을세상밖으로나오게하려면도끼날처럼엄혹한처벌대신햇살지팡이처럼따뜻한치유의손을내미는게옳지않은가.

처벌이아니라치유가먼저인법정이있다.죄를저지른소년들을엄벌에처하는대신소년들이그럴수밖에없었던이유를먼저헤아리는판사가있다.국민의법감정이나날이날선칼끝처럼강력처벌을원하는요즘,비행을저지른소년범과학교폭력의가해자들을바라보는세상의시선은성마르고차갑기만하다.그러나잘못은아이들에게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아이들을가파른벼랑끝으로내몰고있는우리어른들에게있음을아프게일깨워주는사람이있다.바로이책의저자인천종호판사이다.저자는제대로된보살핌만있었더라도소년들이비행에쉽게빠져들지않았을거라고이야기한다.또한시간변경선이라는흐르는길위에서있는소년들의실수를드러난행동만문제삼아엄벌에처하는것은너무가혹한처사라고목소리를키운다.

『아니야,우리가미안하다』는어디에서도만날수없던감동과눈물의소년법정으로우리를초대한다.저자는‘위험수위를넘은이아이들을도대체어떻게할것인가?’라는우리사회의성마르고날선물음에오히려‘아이들이방황하고좌절할때우리는모두어디서무엇을하고있었는가?’라고차분하게되묻는다.더불어굶주림과가족해체로비행을저지른소년들,학교폭력의가해자가되어법정에선소년들이다시희망을찾아나가는치유의여정을통해삶은누구에게나놀라운선물이며희망은늘가장낮은데서시작된다는오래된진실을날것그대로의감동으로여과없이보여준다.이책은법의테두리를넘어서서현직판사와우리사회의가장그늘진자리에처한비행소년사이에이루어진공감과소통의기록이자동시대를살아가며어른으로서의책무에소홀했던우리모두를위한뼈아픈반성의기록이라는점에서더할나위없이소중하다.이책을통해천종호판사의열정과희망을함께호흡하고공유하는사이독자는한성숙한어른의따뜻한신념이세상을어떻게,또얼마나놀랍게변화시킬수있는지흐뭇하고경이에찬시선으로지켜보게될것이다.

학교폭력의가해자가되어법정에선소년들,
굶주림과가족해체로비행으로접어든소년들을향한
소년부판사의따끔한호통과진심어린고백이펼쳐진다

천종호판사는지금까지7천6백여건의소년사건을처리하면서6천여명이넘는아이들을만나는동안누구하나도그냥법정을나서게하지않았다.책속에는잘못을저지르고도반성할줄모르는아이들은따끔하게호통치고부모님앞에무릎꿇고앉아“잘못했습니다.사랑합니다.”를외치게하는특별하고도가슴찡한법정풍경이펼쳐진다.장애로인해위축되고거칠어진소년범의마음을다독이려손수좋은시를골라읽히고열일곱어린나이에만삭의임산부가되어법정에서흐느끼는소녀에겐아빠의마음으로준비한배냇저고리를선물하고,가난과굶주림으로돈을훔친자매에겐용돈을넣은작은지갑을건네주고훔치고싶은마음이들면이지갑을생각하라고말하는따뜻한삼촌같은판사…….
그가이렇게할수있는이유는아이들이처한벼랑끝과도같은현실을현직판사로서아프게직시했기때문이었다.우리는그동안드러난범죄의현상에만분노하며법정에선아이들을불량하고질나쁜아이들이라손가락질해왔다.그러나우리사회미래의거울인우리아이들이은사시나무처럼외로움에떨며방황하고좌절할때우리는모두어디서무엇을하고있었는가?SF소설의거장어슐러K.르귄의소설속에나오는,오직자신들의풍요롭고고상한삶을지키기위해햇빛도들지않는지하실에처박힌병들고야윈아이를외면하던오멜라스의사람들처럼혹시우리도이아이들을외면해온것은아닐까.천종호판사는그런이시대의모든어른들을대신하여아이들에게진심에서우러나온육성으로이렇게고백한다.
“사과해야할사람은네가아니라우리어른들이야.오히려우리가미안하다.외로운네가방황할때따뜻한말한마디건네지않은우리가,어린네가죽고싶을만큼힘들어할때손내밀어주지못한우리가.”
이토록생생하고이토록현장감있는이야기는없었다
지금여기,동시대를살아가는우리눈앞에
아프고아픈청소년폭력의진실이드러난다

‘일진’에게호되게호통치는판사,변명하기바쁜부모와교사에게쓴소리를마다하지않는판사가있다.천종호판사는폭발적으로증가한학교폭력의가장최전선에서있다.책속에는그동안가려져있던베일을벗기듯,어두운곳에손전등을비추듯학교폭력의생생한현장들이아프게드러나있다.잔인한학교폭력의가해자로법정에선아이들중대부분이우리주변의순하디순한평범한아이들이라는사실은놀랍다못해섬뜩하기까지하다.저자는우리사회어른들의잘못된서열,세력,권력문화가학교폭력의모델이되었음을,경쟁에내몰려꿈조차꿀수없게된아이들이학교폭력이라는잘못된돌파구를찾아나서고있음을실제사례를통해경고하며씁쓸해마지않는다.그러나저자는학교폭력에대한온정주의나아이들은아이들일뿐이라는감상주의적접근역시단호히거부한다.『아니야,우리가미안하다』는폭력의심각성과문제점을또렷하게환기시켜주는동시에학교폭력을뿌리뽑을수있는전문가다운적확하고속시원한해결방법까지아울러제시하고있다.이책은위험수위를넘어서일상화되어가고있는학교폭력앞에서어찌할줄몰라망연해하고있는우리에게희망의나침반을쥐여주는한편,건강한학교로바로설수있는길을선명하게제시한다.

가장낮은곳에서다시피어나는희망
눈물범벅웃음범벅의가슴찡한휴먼스토리
아직이아이들을사랑하기에늦지않았다

천종호판사는법정에서재판을통해아이들과소통하는것에그치지않고법정밖에서도아이들을만나고보듬어왔다.아이들이더깊은범죄의나락으로빠지기전아이들을보호해줄장치를마련하겠다는생각에열정적으로동분서주했고,그결과제대로된가정이없는아이들에게부모와가족을대신해따뜻하게보호하고훈육할수있는일종의대안가정이자사법형그룹홈인‘청소년회복센터’를발굴할수있었다.동시에아이들을상담하고교육하며정신적,심리적문제를해결해줄수있는‘경남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비행소년을위한정규학교과정인‘국제금융고등학교창원분교’를설립할수있었다.

소년들과의소통을위해이리뛰고저리뛰느라정작자신의세아이에게아빠역할을충분히해주지못하는것을항상미안해하면서도,덩그러니넝쿨에매달린오이처럼마음둘곳없는아이들에게버팀목과지지대가되어줄청소년센터가하나둘생길때마다기뻐하는천판사의모습이책갈피마다흐뭇하게묻어나온다.그의관심과사랑으로변화한아이들이자신들이받은사랑을다시되돌려주는눈물범벅웃음범벅의소박하면서도가슴벅찬여정을따라가는동안,우리는한사람의열정적이고담대한판사가사회적으로얼마나많은변화를이끌어낼수있는지,또그의따뜻한신념이일궈낸작은기적이사실은얼마나큰기적이고괄목할만한성과인지마음깊이깨닫게될것이다.작은별처럼반짝이는책속의희망과온기는독자들의얼어붙은마음을녹이고굳게닫혀있던입을열게만들어책을덮을즈음엔우리가외면했던아이들을향해이렇게말하게할는지도모른다.
“오히려우리가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