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한국인의탄생』,『오월의사회과학』저자
최정운서울대교수가완성한20세기한국인들의근대로의여정
20세기한국인들의근대로의여정
우리의비틀거린반세기현대사는원치않았던거칠고넓은세상을두루여행한역사였다.우리민족은,좌우의이데올로기들은말할것도없고,기아와죽음의공포에서부터,전쟁도,어두운죽음의세계도,부활도,혁명도,쿠데타도,희망의세상도,내전도,계급갈등도,인간다움을회복하기위한죽음을넘어선투쟁도,군사독재도,민주주의도경험했다.인간이겪을수있는거의모든...
『한국인의탄생』,『오월의사회과학』저자
최정운서울대교수가완성한20세기한국인들의근대로의여정
20세기한국인들의근대로의여정
우리의비틀거린반세기현대사는원치않았던거칠고넓은세상을두루여행한역사였다.우리민족은,좌우의이데올로기들은말할것도없고,기아와죽음의공포에서부터,전쟁도,어두운죽음의세계도,부활도,혁명도,쿠데타도,희망의세상도,내전도,계급갈등도,인간다움을회복하기위한죽음을넘어선투쟁도,군사독재도,민주주의도경험했다.인간이겪을수있는거의모든종류의시련을두루겪었다.그렇다고모든시련을섭렵했다고안도할수도,자만할수도없다.자랑스러운역사라하기에는너무나많은피와눈물이흘렀고,부끄러운역사라하기에는너무나영웅적인투쟁의연속이었다.
이책의부제에서‘힘의정체’란일차적으로20세기역사의주인공한국인을의미한다.한편으로‘힘의정체’는역사가만들어지는과정에서현실에균열을내고사건을만든근본적인힘으로서한국인의시대정신을뜻하며,나아가시대정신을담고그것을끊임없이갱신해온한국인의내면을가리킨다.그리고이‘힘의정체’는‘사상’이라는범주로합류한다.그런데그‘힘’이란당대현실에반응해만들어지는것이고,이책을통해서도확인하게되지만사실‘사상’의변화가가장심대하게일어나는때는세상을뒤바꾸는역사적정치적사건의전후시기였다.결국이책은사상의탐사과정에서발견된역사적현실,주요정치적사건에대해서도그어느역사서보다근본적인이해를독자들에게선사할것이다.
해방직후의분위기
1945년8월15일해방직후의분위기는오늘날한국인들이생각하는것과달리환희와축제의시간만은아니었다.해방후남한은아수라장이었다.그리고해방공간에서대부분의한국인들은마음대로편안하게자기생각을펴지못하고,일제가물러가는데도서로눈치를보며자유를느끼는게아니라더욱무시무시한시대를예감하고두려워하는모습이었다.특히그들은당시정치문제,즉건국의문제에대해서는말문을열려고하지않았다.그들이당장두려워하고있는것은주변의조선사람들이었다.그들은서로를믿을수없었다.한편해방공간의한국인들은‘국가’나‘나라’,‘관(官)’에대해전혀신용하지않았고,그런그들에게서‘우리가대한민국을만든다’라는뚜렷한의식을찾기란현실적으로어려웠다.오늘날현실인식에기대어우리는종종한국인들이‘강한국가’를원하는‘국가주의자’들이라고주장하지만이때한국인들은전혀그런모습이아니었다.
로크적자연상태와유사했던해방공간
일제가물러간해방공간에는권력공백이생겼고‘자연상태’가돌아왔다.그러나해방공간의자연상태는구한말의‘홉스적자연상태’는아니었고‘로크적자연상태’에가까웠다.그속에서한국인들은앞다퉈수많은정치단체와정당들을만들어냈다.해방공간의자연상태와그로인한혼란을종식하기위해서는‘홉스적사회계약’이필요했고이는자연스레미국에대한의존으로나타났다.하지만미군정은홉스적사회계약에의거한전제군주로서남한을지배하는것이아니라자유주의적법치주의로남한을다스렸고따라서한국인들끼리정치가가능한하위정치공간이열렸다.한국인정치집단들은한편으로는미군정의지배를받으면서한편으로는하위정치공간에서자기보호를위한단체결성과테러등권력투쟁을벌였다.해방공간은이러한이중적인정치행위가구조화된공간이었다.
취약국가로태어난민족국가대한민국
신생대한민국은분명민족국가로만들어진나라였다.하지만건국과정에서자원의부족을급박하게보충하기위해취한초기조치들은장기적으로대한민국국가전체에광범위한결과를야기했다.결국대한민국은‘취약국가’로태어났다.우선대한민국은‘친일파’를대거재등용했고이때문에정통성에심각한타격을입은채역사를시작할수밖에없었다.대한민국은국가로서의능력도형편없었다.재정이없어서공무원들의부정부패를눈감아줄수밖에없었고모든정부사업은싸구려로부실하게집행되었다.대한민국정부의모든부분은‘부실과부패의온상’으로인식되기에이르렀다.또폭력수단의보유라는측면에서도대한민국의상황은너무나열악했다.대한민국이폭력적행위를저지르는모습으로나타난것은무력,폭력적능력이많고넘쳐서가아니라폭력수단과국가로서의능력이모자란데서기인한것이었다.그리고
전쟁의주체가되지못한한국인들
국가를만드는과정에서외국에서꾸어오는식으로는결코해결할수없는중요한요소가있었다.바로민족적주체의식이었다.대한민국은시작에서민족주의가부족한나라였지민족주의를이용하는나라가아니었다.대한민국은오히려민족,대중을두려워했다.민족적주체의식의결여를가장극명하게보여주는사례는바로한국전쟁이었다.주체의식의부족은국민의생명에대한무관심으로이어졌고,거창양민학살,보도연맹원학살,국방경비군아사사건등은모두이로인해저질러진역사였다.대한민국은모든젊은이들의생명과자원을총동원하여휴전선을다시긋고살아남았다.하지만한국인들의존재는생존자들의경우에도긍정되지못했다.한국전쟁은한국인들에게여러층위의온갖악몽을심어놓았다.우리는피해자일뿐만아니라가해자였고,형제를학살한살인자들이었다.열심히싸워나라를지켰지만영웅도없었다.한국전쟁은흡사패전이었다.
아프레게르와한국인의부활
전후한국은공동묘지같은을씨년스런폐허였다.‘재건’의구호도들리지않았다.한국이겪은아프레게르(apr?sguerre)는한점의빛도보이지않는캄캄한죽음만으로가득찬곳이었다.1950년대전반손창섭,황순원,김동리등이그린우리의모습은죽음이었고한국은죽음이편재하는세상이었다.이시기손창섭과장용학등이수행한문학적실천의핵심은괴롭고암울한현실을더욱괴롭고무겁게,도망갈곳없이끝없이반복될현실로만들어한국인들로하여금그러한현실을대안이없는무게로받아들이게하는것이었다.그리고그들의문학적실천은죽은시체같은한국인들을되살리는부활의마법이되었다.한문학가는1950년대를단순히서양문학을모방하는데그쳤을뿐아무것도생산하지못한한심한시대였다고회고했지만손창섭을위시한이시대의작가들이야말로우리현대사최고의영웅들이었다.
부활을넘어서―욕망하고분노하는한국인
1950년대후반부터출간된대부분의소설들에서한국인은욕망의주체로그려지기시작했다.실제로1950년대말이되면한국사회는여전히가난했지만그야말로욕망의도가니였다.그러나한국인들은욕망하는한좌절할수밖에없었다.욕망은좌절의계기였고계속된좌절은분노로이어졌다.이러한시대상을반영하여선우휘의「불꽃」,장용학의「역성서설」같은작품이발표되었고1958년9월에는드디어손창섭의「잉여인간」이나왔다.「잉여인간」의채익준은한국문학에서최초로등장한‘분노하는한국인’이었다.그리고새로운시대를열어낼인물이었다.‘영겁회귀’의사상적결과로한국인은부활할수있었지만그들은여전히절대빈곤의상황에처해있었다.그들이마주한현실은‘영겁회귀’가가능했던사상적조건과본질적으로거의차이가없었다.한국인은부활을넘어다음단계로나아가야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