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율의 줌아웃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

천관율의 줌아웃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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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구자 <시사IN> 천관율 기자가 목격한
가장 암울하고 가장 경이로운
한국 사회의 결정적 분기점에 관한 이야기

최대한 멀리서, 최대한 다른 시야로 보여주는 천관율만의 시대 줌아웃

보수의 몰락과 촛불체제의 탄생.
지난 10년의 복기로부터 보수는 재건의 선례를 배울 수 있을까?
진보는 같은 함정에 빠지는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한국 보수는 왜 권위주의로 미끄러졌나? 이것은 박근혜라는 기괴한 지도자의 일탈인가, 한국 보수 전체의 속성인가? 진보는 한동안 왜 속수무책이었나? 그리고 어떻게 힘을 되찾았나? 2016년 대분기 이후 유권자 지형은 진보 우위로 재편되었나? 이제 냉전적이고 권위적인 전통 보수가 다시 다수파로 돌아올 길은 막혔는가? 만약 그렇다면, 보수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우리 시대를 압축해 보여주는 27편의 기사를 모으고 새로 쓴 글을 덧붙여 책으로 엮었다. 기사는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 작성되었지만, 책이 집중하는 시기는 2012~2017년 5년, 가장 암울하고 가장 위대했던 그 5년이다. 이 경이로운 시기를 통과한 우리는 이제 민주정의 주권자가 된다는 게 얼마나 두근거리는 경험인지를 알아버렸다. 우리가 이 놀라운 2016년 겨울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저자

천관율

<시사IN>기자.대학에서역사학을공부했다.2008년부터기자로일했다.
기자가글쓰는직업이라고잘못알고골랐다.되고보니사람만나는직업이었다.사람을만나면에너지를받는타입이있고고갈되는타입이있다.전적으로후자에속한다.청중서른명이넘어가면마이크도못잡는다.방송은이제거절하는멘트도입에붙었다.“흥미로운기획에불러주셔서감사합니다.그런데제가울렁증이심해서….”그런주제에11년째기자를하다니스스로놀랄때가많다.
2008년부터주로정치기사를썼다.하도낯을가리니정치권네트워크가경력대비알량하다.2011년부터데이터저널리즘을비교적일찍시도해이런저런강연연사로불려다녔다.정작쓸줄아는프로그램은워드프로세서하나다.
의사소통도구중에그나마멀쩡하게다루는도구가글이다.영상이지배하는시대에도활자의매력은사라지지않는다고주장하고다닌다.할줄아는게그거하나라예측이라기보다는염원에가깝다.
기자라고믿을수없을만큼디테일에약하다.턱밑까지파고드는인파이터도못된다.사안의구조와맥락을드러내는접근법,드론으로항공사진을찍듯뒤로쭉빠져서보여주는접근법을더좋아한다.그런걸‘줌아웃’이라고혼자부르곤했다.그게첫책의제목이되었다.

목차

프롤로그-보수의몰락과촛불체제의탄생

1부촛불체제의탄생
광장의촛불,6월혁명을완결시키다
탄핵안가결,그막전막후
우리는이미촛불체제를살고있다

2부보수는어디로
40년간반복돼온박근혜의용인술
한국보수의국가포기선언
국가도기다리라고만할것인가
메르스로드러난한국의료시스템의민낯
자유주의의적이된자유주의자들
어떤민주주의의시간
굳게잠근다고풀릴문제인가
새시대의첫차가출발했다

3부진보가지나온터널
그곳에선모두가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의균형VS이명박의선택과집중
진보는악마에게진것이아니다
야당에는왜게임의규칙이없는걸까
오바마의조용한전략
안철수의정치혐오
안철수는베버를잘못읽었다
삶을갈아넣은한국진보정당사

4부공정의역습
인제는돌아와국가앞에선일베의청년들
그들을세금도둑으로만드는완벽한방법
숙련해체의시대,연대는가능할까
여자를혐오하는남자들의탄생
기념비가될그화요일의강남역
도널드트럼프,우리가알던정치의종말
좌파적가치가극우의의제로돌변하다
공정의역습

에필로그-연대를위하여

출판사 서평

가장최근우리가겪은거대한분기에대한이야기
이책은,우리가지나온거대한분기점에대한이야기다.한국보수는왜몰락했을까?그리고촛불이후한국사회는완전히새로운시대로이행하게될것인가?데이터저널리즘의선구자<시사IN>천관율기자는이책에서지난10년을복기하며우리에게열린미래를조심스레조망한다.
『천관율의줌아웃』은크게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2016년겨울광장으로돌아가그곳에서주권자들이수행한고도의전략과인내,위대한승리의순간을확인한다.국민은원했던대로자격미달의통치자를권좌에서끌어내렸다.그렇다면통치자는어떤의미에서결격이었던것일까?2부는시간을거슬러보수의몰락과정을소개한다.보수의거침없는퇴행은진보의지리멸렬과동전의앞뒤를이루고있었다.3부는야권이김해봉하에서그들의지도자를떠나보내던장면에서부터권토중래하기까지의이야기다.마지막으로4부에서저자는촛불이열어젖힌이시대를‘촛불체제’가될가능성이높다고진단하며우리에게열린여러가능성을타진한다.

천관율의줌아웃?최대한멀리서,구조와맥락을드러내는글쓰기
보통좋은기자란줌인(zoom-in)을잘하는기자를말한다.피사체,즉취재대상을가까이잡아당겨서독자에게상세히보여줄수록훌륭한기자가된다.하지만저자는그반대편에서자신의재능을찾았다.저자가택한전략은줌아웃(zoom-out)이다.피사체,즉취재대상을최대한멀리서최대한다른시야로보여주려고노력하는접근법이다.줌아웃이잘된기사는마치드론으로찍은영상같아서,피사체의디테일은흐릿한대신그것이어떤구조와맥락에있는지더잘보여주는강점이있다.일반적으로구조와맥락은사건과디테일보다느리게변한다.특히중요하고뿌리깊은구조일수록더느리게변한다.느린문제를다루려면느린저널리즘이필요하고,잘수행된느린저널리즘은그만큼시간을견뎌내는힘이있다.‘줌아웃’은저자가자신의느린저널리즘을일컫는특유의표현이다.

2016년겨울,광장에선주권자들의선택
1부에서저자는독자를2016년겨울의광장으로데려간다.암울했던시기의끝자락에서광장의시민들은기로에서있었다.가정해보자.만약그해4월총선에서새누리당이이겼다면?촛불집회가격해지면서중산층이이탈했다면?만약대통령이새누리당에대한장악력을유지하여탄핵안이부결됐다면?만약대통령이2선후퇴와거국내각구성을받아들였다면?이러한가능성은수없이존재했고어느것이든일어났다면결과는퍽달라졌을것이다.달리말해,광장에선주권자들이원하는목표에도달하는길은선택지가매우좁은길이었다.시민들은지도부도없이고도의전략을마련해야했고,인내심있게대오를유지해야했다.그때거기서그들은어떤길을발견했던것인가?

2016년겨울광장의목표는‘혁명’이아니라‘체제의복원’이었다.그리고이를위해광장이선택한무기는횃불과단두대가아니라입법부와헌법이었다.저항권의직접적행사,폭력을동반하는혁명적수단은기각되었다.광장의목표가혁명이아니었기때문에더더욱,승리는거의초현실적인성취가되었다.광장의시민들은집요하게입법부를움직이고헌법을통해명령을도출했으며,결국체제로하여금주권자의의지에복무하게만들고통치자를해고하는데성공하였다.언뜻당연해보이지만이는지구에서극소수국가만이도달한경지이자,이전까지한국현대사가증명한적없는명제였다.
무엇보다이로써한국인들은원했건아니건‘체제의복원’을넘어,1987년힘으로체제를때려눕혔던경험에서다시결정적인한걸음을나아갔다.익숙했던광장대정치의대립을깨고,“광장이정치를발견한것이다.”

한국보수는왜몰락했는가?
2부는한국보수의몰락과파산에관한이야기다.광장의촛불과입법부를주인공으로한이야기가진행되는동안,박근혜정부는줄곧그들의시선에의지하는객체로만등장한다.말하자면그다음‘줌아웃’의대상은박근혜정부와보수이다.도대체박근혜정권의무엇이문제였던것일까?박근혜정권의문제는단순히리더만의문제였던것인가아니면보수일반의문제였던것인가?

남북정상회의록공개파동을시작으로세월호참사를거쳐역사교과서국정화시도에이르기까지,박근혜정부는보수의가치와정면대결하는보수정부였다.한국에서보수의세계관은체제경쟁을전제했고,북한을주적으로하는대결주의는한국보수의근본정서로자리잡았다.이런관점에서보수에게국가란북한과의대결을집행하는총동원기구였다.국가의적은휴전선이북에도있지만이남에도있었다.국가권력은‘국가의적’을공격하기위해서거리낌없이사용할수있는것으로상상되었다.문제는박근혜정부의이런모습이박근혜라는기묘한정치인의일탈로인한결과가아니었다는점이다.이는대결주의를내면화한한국보수의본령에서곧바로도출되는태도였다.

2016년촛불은박근혜식통치를‘체제밖의어떤것’으로결론내렸다.이맥락에서,2016년촛불은진정으로중대한사건이었다.‘국가의적’을상대하는총력전정부와전시사령관으로서의대통령이라는한국보수의통치원리를처음으로전면기각한것이기때문이다.이로써박근혜정부와이를옹위한보수는돌연오른쪽끝에서주변화되었다.과연보수는잃어버린옛영토를회복할수있을까?

진보가지나온긴터널
보수의거침없는퇴행은분명진보의좌충우돌과갈지자걸음의도움을받은결과였다.이책의3부는진보가그들의지도자노무현을떠나보내던장면에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그곳에는노무현100만명이있었다.”2017년대선에서승리하기까지진보는두번의대선패배를포함하여긴터널을지나야했다.

2012년대선이끝난후저자는윤여준을만나이야기를듣는다.인터뷰에서이보수주의자는진보일각에존재하는선악의세계관을일축하고,대선의패배는차라리진보의‘자기정립’실패에있다는답을내놓는다.저자가왜박근혜가아닌진보쪽의문재인을지지했는가라고묻자이원로는‘체제의지속가능성’을생각했을때문재인이더나은후보였다는답을내놓는다.
이어지는글은이를테면진보가왜‘자기정립’을해내지못하는가에관한보고서이다.여기서저자가내린중요한결론은결국진보가집권하기위해서는안정된리더십창출을위한‘제도화’와,‘제도에대한신뢰’가구축되어야한다는것이었다.오늘날우리는지금의대통령이이과업에성공하고드라마의주인공이되었다는사실을잘알고있다.하지만2014년8월당시에는그것이가능할것인지,누가그일을해낼수있을지,어떤국민도정치인도알지못하고있었다.

2017년대선은정초선거였나?
유권자의투표행태는늘요동치는것처럼보이지만의외로지속성과복원력이강하다.한번정착한기본구도는여간해선바뀌지않는다.1987년민주화이후첫대선과1990년3당합당을거치면서,한국정치는지역구도를바탕에깐진보·호남당과보수·영남당의경쟁으로고착됐다.이처럼기본구도를짜는선거를정치학자들은‘정초선거(foundingelection)’라고부른다.

2017년대선은한국정치의기본구도를다시재편하는정초선거가될가능성이있다.보수블록이구조적으로쪼개지고,쪼그라들었다.보수를대표하는두후보의득표율합은30.8%에그쳤고,지지의보루였던수도권의자산소유중산층,영남보수연합의한축인부울경(부산·울산·경남),장·노년보수동맹의한축인50대,이세축이동시에흔들렸다.

저자는묻는다.문재인대통령은루스벨트의길과이명박의길중어느곳을향하게될까?1932년당선이후유권자지형의구조변동을안착시켜‘뉴딜체제’를완성해낸루스벨트의길을간다면,2017년대선의선거구도는지속될것이고훗날이선거는정초선거로평가받게될것이다.반면무너진상대진영을재건시켜주는이명박의길을간다면,2017년대선은마치2007년대선이그랬듯단순한막간극이될것이다.이지점에서촛불이후대두한‘적폐청산’과‘협치’담론을문재인정부가어떻게다루느냐가중요한변수가될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

촛불이열어젖힌시대의여러가능성
4부는책전체에서가장독특하다.저자는2014년에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분석한기사를쓴이후로온라인공간의담론지형을꾸준히탐색해왔다.여성혐오,세월호유가족혐오,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불공정논란까지,한국사회를뒤흔든폭발력있는담론들을추적한이부의이름은결국‘공정의역습’이되었다.여기서우리는사람들의‘공정에대한감각’이갈등의전선을만드는중요한요소라는사실을발견하게된다.돌이켜보면,촛불집회는최순실국정농단과정유라특혜논란이라는희대의불공정사태로폭발했고,그흐름에서정권을잡은문재인정부를가장괴롭힌주제도바로이‘공정’이었다.
그렇다면무엇이공정인가?사람들은어떨때공정하다고느끼고무엇을불공정하다고느끼나?사람들의‘공정에대한감각’은노력에따른공정한보상을중시하는‘비례원리’와,보편적으로평등한상태를지향하는‘보편원리’두가지로나뉜다.어느것이더강하게작용하느냐에따라사안에대한판단이달라진다.의미심장한부분은다른잣대에의거해다른결론을내린양자모두가스스로를‘공정’하다고생각한다는점이다.양자의차이는이성의차원보다더깊은직관의영역에속하는문제로서,나아가정치적입장의차이로이어진다.예를들어비례원리의극단에서는‘일베’가스스로를‘공정’의보루로자임할수있게된다.
이지점에서저자는이‘공정’화두가‘체제복원’이후시대정신의한축을담당하게될것이라고전망한다.그리고이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서로간사상의차이를극복하기위한“신뢰와공동체의식과감시와처벌이뒤섞여연대를만들어내는메커니즘”이필요하다고말한다.
4부에서저자는기자로서명성의중요한부분인데이터저널리즘을솜씨있게펼쳐보이며,온라인상의수십만건게시글과댓글들을직관적인자료로정리하여제시한다.보수의재건을고민하는지도자와기획자라면4부에서중요한힌트를얻을수있을것이다.또한한국사회의진보를고민하는이들이라면,4부를통해주어진과제를더분명히인식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