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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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권한이 위임된 엘리트의 통치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숙고된 공적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철인왕은 없다』는 변호사이자 정치철학을 연구해온 이한 박사가 심의민주주의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치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당면한 고통을 해결하고 번영을 추구할 것인가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로 표상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의제가 가진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며 직접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엘리트주의냐 직접민주주의냐 하는 질문은 인적 속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으로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대의제의 한계와 직접민주주의의 본질적 취약성을 모두 검토하면서, 우리가 인적 속성이 아닌 의사소통의 문제로 접근할 때 보다 나은 정치 시스템, 즉 심의민주주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의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이 의제에 관해 충분한 정보와 근거를 갖고 검토하고 숙고한 결정이 공동체의 정치에 반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기준인 ‘계몽된 이해(理解)’와 ‘온전한 대의(代議)’를 확보할 수 있으며, 대의제를 보완하여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을 온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한

변호사이자시민교육센터대표이다.서울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다.민주주의와정치철학에관심을갖고연구와집필을하고있다.지은책으로『중간착취자의나라』(2017년),『삶은왜의미있는가』(2016년),『정의란무엇인가는틀렸다』(2012년),『이것이공부다』(2012년),『너의의무를묻는다』(2010년),『철학이있는콜버그의호프집』(2005년),『탈학교의상상력』(2000년),『학교를넘어서』(1998년)등이있고,옮긴책으로『사치열병』(2011년),『포스트민주주의』(2008년),『이반일리히의유언』(2010년),『계급론』(2005년)등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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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왜새로운민주주의인가?

1장국회에는왜바보들이득실거릴까?
정치혐오를넘어|민주적의사소통의형성

2장민주주의란무엇인가?
민주주의의최소개념|규제적이상으로서의민주주의

3장엘리트주의의도전
계몽된이해|온전한대의

4장위기의대의민주주의Ⅰ
다수결제도의한계|정당정치의한계|선거제도의한계와‘정책전환’

5장위기의대의민주주의Ⅱ
선거와투표의한계|클라로!비판적토론을거부하는문화|커뮤니케이션구조와여론정치

6장직접민주주의는더나은민주주의인가?
잘못된반론|단순직접민주주의모델사고실험|직접민주주의가상모델의문제점|단순직접민주주의의잘못된전제들

7장현실의직접민주주의제도들
타운미팅|레퍼렌덤과소환제|시민의권한을강화하는참여제도|우리의과제

8장심의민주주의의탄생
심의민주주의란무엇인가|심의민주주의설계를위한일곱가지지침

9장더나은민주주의를위한제안
민주주의이념의온전한관철|대안민주주의모델|삼중유인구조

10장자유로운시민들의새로운민주주의
국민을고발하고시민을옹호한다|문지기의기준|입헌민주주의와참주정사이|참주정의은밀한공격|그무엇이되고자하는시민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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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엘리트주의vs대중민주주의,어느쪽이맞을까?
엘리트주의는소수의능력있는사람들에게배타적으로또는거의대부분의의사결정권을주자는이념이다.그에반해대중민주주의는대중의여론에그러한권한을주자는이념이다.두이념은나름의호소력이있고,상대의주장을효과적으로논박할수있는논거들이있다.
엘리트주의자들은일군의매우능력있는사람들만이공동체를위한최선의결정이무엇인지알고있으며,이들이대중에게종속되지않고통치해야만최선의결과가나온다고말한다.한마디로그사회를수호하는수호자들이있고,이들이통치자가되어야한다는것이다.일찍이플라톤은<국가>에서철인왕(哲人王)이지배하는사회상을제안한바있다.
엘리트주의자들은,대중은먹고사는데바빠정치에서다룰의제들을진지하게고민할수도없고,전문성을가질수도없으며,대중의피상적인견해들은비일관적인결과에이르기일쑤라고말한다.엘리트주의에따르면,사회구성원들사이에는분명한능력차이가있으며,이때문에통치의권한을엘리트에위임하는것이정당하다.민주주의에서는“계몽된이해”가부족하다는것인데,바로이것이엘리트주의가민주주의를공격하는가장날카로운지점이다.
또한엘리트주의는독재로귀결되며실패하기마련이라는민주주의자들의주장에대해,8세기나존속하고번영한베네치아공화국의사례에서보듯이엘리트의지배가시민들에게평화와번영을가져다줄수있다고반박한다.
반면민주주의자들은사람들사이에는분명한능력차이가있지만,통치에서대중을배제할근거가될수는없다고말한다.왜냐하면엘리트지배하에서는각사회의집단이가진이해와요구가온전히드러나고고려될수없기때문이다.엘리트의편향되고자의적인결정에의해일부집단의요구가무시될수도있고,대부분의엘리트들은특권을지닌지위를강화하고지속하고자하는욕망에취약하다.다시말해,엘리트지배하에서는“온전한대의”가이루어지기어렵다는것이엘리트주의에대한민주주의자들의가장강력한공박이된다.
또한역사적으로도베네치아나피렌체같은예외적인경우를제외하면대부분의엘리트주의체제는비참한결과를맞이했다.게다가그성공사례라는것도더척박한환경의작은나라임에도경제적성공과사회적안정뿐만아니라개별시민의권리보장도더체계적으로이뤄냈던네덜란드나덴마크의사례에비하면그빛이바래진다고반박한다.

대의제민주주의라는절충안
현대의대의제민주주의는이러한엘리트주의와대중민주주의의어중간한타협이다.즉공식적인제도적권한은대중의선거를통해대표자로선출된공직자들이갖고,대중은공직자에게결정권한을위임한다.대신대중은투표를통해간접적으로결정권을행사한다.이런대의민주주의의기본틀에깔린생각은대중은의제를직접다룰수없지만누가적합한엘리트인지알아볼능력은있으며,그들의역할은그것으로족하다는것이다.가끔여론조사를통해대중의의견을알아보기도하지만,여론조사는제도적지위를얻지못한다.
정당정치는원래‘계몽된이해’와‘온전한대의’를촉진하기위해도입된것이다.유권자의의사가정당을매개로표현되면의제에대한이해가더욱계몽될수있고,여러정당이각기유권자를얻기위해애를쓰면보다온전한대의가이루어질수있기때문이다.그러나이러한본래취지는정보의불완전성문제로현실에서제대로구현되고있지못하다.정치성향의차별화경향으로인해정보가단순화되거나왜곡되는오류가발생하고,심지어정치적위장과조작이빈번하게일어나기때문이다.게다가오늘날정당정치는의원을중심으로한엘리트중심부와,선거에대응하고매체를상대하는전문가들로형해화되어버린지오래다.
그리하여현대정치는피상적으로형성된대중의의견과엘리트가밀고나가고자하는정책사이를불안정하게오가며,서로상호작용하는주체도목적도없는여정이되어버렸다.그결과시민들은공민성을발휘해서정말로중요한문제들을의제에올리고,그것을타당하게다룰수있는통로를잃어버렸다.
저자에따르면정치란,우리사회가당면한고통을해결하고어떻게번영을추구할것인가에관한의사결정이다.그러나오늘날대의제민주주의로표상되는우리의정치현실은그러한고통을해결하는데실패하고있다.사람들은법과정책이이성적토론과는상관없이결정된다고생각하며,자신을둘러싼환경을거대한사물처럼느낀다.그결과정치혐오와무기력증이만연해있다.이것이바로오늘날정치적효능감을상실한대한민국사회구성원들이느끼는절망과좌절의본질이다.

정책전환-무엇이진정한‘인민의의사’인가?
대의제의딜레마와결함을대표적으로보여주는것이정책전환(PolicySwitch)이다.정책전환이란선거에서이기기위해약속했던정책들을공직자가당선후에180도로뒤집어서추진하는것이다.이는정치엘리트가선거와정책을전혀별개의사안으로본다는것을뜻한다.선거는유권자들이좋아하는말로치러서일단당선된다.그리고당선된엘리트는자신이내세운공약과정반대정책을실행한다.그정책효과가잘나타나면유권자들도결국그엘리트가옳았다는것을깨닫고다음선거에서도뽑아줄것이다.
정책전환의예는라틴아메리카의여러나라에서두드러지게발견된다.아르헨티나의메넴,페루의후지모리,볼리비아의모랄레스는대통령선거때대단히좌파적인복지중심공약을내걸었지만당선된뒤에는곧신자유주의경제개혁프로그램을실시했다.한마디로극에서극으로의전환이었다.그들은새로운경제정책의결과가성공적이냐아니냐에따라재선되거나정권을잃었다.
정책전환은‘인민의의사’를인민의‘즉각적인선호’가아니라‘추정적선호’라고보는관점이다.추정적선호는여론조사로대표되는즉각적인‘예’,‘아니요’보다‘인민이숙고했더라면자신들을위해서원했을것에대한의사’라고보는태도가깔려있다.정치엘리트는인민의추정적선호를잘파악해서현명하게정치를펼치는지도자로그려진다.
물론인민은즉각적선호와관련해모순된요구를할수있다.예를들어많은재정이소요되는정책을실시하길바라면서동시에세금감면을원할수있다.또는어떤법안에열광적인지지를보내고나서는그법률이실제로실행되자크나큰후회를하며저주를퍼부을수있다.그래서현대의대의정치는인민의즉각적의사와추정적의사사이에서비논리적인타협을하려고한다.정책결정권한을위임받은대표가우선정책을시행하고,그다음선거에서인민이정책시행결과를회고적으로평가하여드러난투표결과가민주주의에서말하는인민의의사라는것이다.
그러나이런관점은민주주의에대한근본적인질문을제기하게만든다.국민은의제제기와정책형성,시행과평가에서주도적인역할을못하고,오로지엘리트가관철하는모든일을겪고나서회고적으로짧은반응만을보이는존재로전락해도되는가?그렇게되면시민은통치에참여하는민주적존재가아니라,일방적으로권위주의적통치를겪고나서다음권위주의적통치를예비하는의례를수행하는수동적신민이되어버리고만다.
궁극적으로이런식의정책전환을국민적합의없이허용하는것은선거캠페인자체를사기극으로만드는것이다.또한이러한사후평가시스템은지배정치집단이사적이익을추구할수있는전략적공간을크게확대시킨다.정책전환현상은현대정치체제가인민의계몽된의사에의한통치도,인민의의사의온전한대변도,인민에의한최종적인통제도하지못하고있다는점을드러낸다.
보통선거권과경쟁적인정당시스템,비례대표제가도입된후대의제에서진정한혁신은나오지않았다.사람들은선거때마다한표를던지고나면다음선거까지모든것을지켜만봐야한다.대의제의고질적인딜레마인본인-대리인의문제도해결되지못했다.이러한대의제의한계는지금의정치체계로는이사회가처한상황을헤쳐나가는것이대단히힘들며,새로운정치적의사결정제도가필요하다는사실을일깨워준다.

대의제의대안이직접민주주의?
한편대의제의한계때문에직접민주주의가최종적인해결책이라고주장하는의견이있다.그들은직접민주주의를하지못하는이유는단지시공간의제약,즉많은사람들이한꺼번에모여서말할수없기때문이라고강변한다.그러나직접민주주의의약점은시공간의한계에있지않다.고대아테네에서도결코적지않은수라할수있는300명이넘는사람들이광장에모였다.참석한사람들이한마디씩만말을해도하루가다갈것이다.누구나알듯이최근인터넷기술의발전으로많은사람들이모이는것도,한마디씩하는것도충분히가능해졌다.그럼에도아테네민주주의가현대국가에서실현될수없는이유는직접민주주의의본질적인취약성때문이다.
실제로고대아테네에서이루어진직접민주주의의모습은우리가생각하는민주주의의이상형과는많이달랐다.정치학자데이비드헬드에따르면,아네테에서대중은무사심하게개인으로참석하여토론하고최선의결정을내리는것이아니었다.지도자들이이끄는무리가있었으며,이들은종종적대적인관계를형성했다.이들집단은민회에서어떻게발언하고어떻게선동할지음모를짜고면밀하게계획을세웠다.현란한변론기술을동원한이들의선동에민회는순간적인격정에빠져잘못된결정을내리기일쑤였다.군대의지휘관을억울하게처형시키고,그뒤선동에넘어간것을크게후회하며,이번에는선동한사람들을잡아처형시킨다.이것은공동의목적을가진시민들이오순도순이야기를나누며합의를통해바람직한결론을도출하는모습과는전혀다르다.아테네의사례에서보듯숙고되지않은직접민주주의는최선의결정을내리는협의의메커니즘이라기보다는무분별한대중의열정이분출되고여론조작이횡행하는무대가될수있다.
직접민주주의가더나은대안이될수없는이유는다음과같다.첫째,정치참여에필요한정보의불평등때문이다.정보가평등하게주어진다하더라도제대로된정보를가려내고해석하고비판할수있는능력은평등하지않다.만약우리사회가완전정보사회에매우가깝다면유권자는모든것을직접알아보고결정할수있으므로,직접민주주의방식에따라투표하면된다.그러나현실은그와는반대다.특히인터넷은고도로불평등한공간이다.아무리좋은근거로뒷받침되는주장을담고있어도소외된공간은더욱소외되고그릇된주장을해도인기가높은곳은관심이더욱집중된다.이러한양극화는되먹임고리를통해강화되는경향을갖는다.
둘째,심의과정이부족하다.적어도대의제에서는의원들에게제도적으로독회와토론의의무를부과한다.그러나직접민주주의는의안에대해전혀알지못하는사람도투표에참여한다.그러다보니대의제에서는정책실패에정당교체라는결과가따르는반면,직접민주주의에서는어떤제도적반성메커니즘도없다.이는정책방향이잘못될때제동을걸수있는장치가없다는것을의미한다.또한대중매체를소유하거나매체영향력이큰세력이의사결정과정을지배할가능성도크다.
셋째,직접민주주의에서는의사결정에참여한소수가모든시민의의사를대변하는역설이발생하며이는심각한정당성문제를야기한다.인터넷여론조사수준으로대표성이붕괴하고계속되는대중동원의힘겨루기가사회를지배할가능성이높다.이과정에서조직되지않았거나자원이부족해조직력이낮은사람들은대의제사회보다의제에대한통제력을훨씬더잃게된다.적어도대의제에서는그들의목소리가정당을통해대표될수있다.
넷째,직접민주주의는정치에대한그릇된관념을심어준다.정치는갈등하고상충하는이익과의견을합당하고합리적으로조정하고,문제상황을슬기롭게해결하는어렵고복잡한일이다.그러나직접민주주의에서는다수가원하는목적을그저다수가원하는방법으로실행하는문제로정치가환원된다.이는다원주의사회에서민주주의의이상과배치된다.
다섯째,본인-대리인의문제가대의제보다더악화된다.얼핏보면직접민주주의에서는대리인이없는것같지만,특정시기에실질적인운영에참여하는소수가일종의대리인이다.그러나이대리인들은전혀명시적인책임을지지않는다.만약실패가발생하면그실패에대한책임이사회전체구성원에분산되어부담될뿐이다.책임지는주체가없는것이다.대의제에서는적어도정당이대리인으로서책임을진다.

관건은심의와토론과정!
이렇게심의와토론과정이없는직접민주주의는만병통치약이기는커녕,오히려대의제가가진약점이극대화된형태로나타날수있다.과거미국헌법의제정자들(FoundingFathers)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