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룸프레스에서도미노총서가출간되었다.도미노편집동인(김형재,노정태,박세진,배민기,정세현,함영준)이이끄는도미노총서는2011년창간된비정기문화잡지『도미노』가걸어온지난5년간의활동을갈무리하고,다가올시간을맞이하며,다양한문화를이야기하는장이될것이다.이번에출간된『탄탈로스의신화』(노정태지음),『1002번째밤:2010년대서울의미술들』(윤원화지음),『패션vs.패션』(박세진지음)을시작으로워크룸프레스는2017년까지11권으로구성된도미노총서를발행할예정이다.
조각난현재를재구성하는시대착오적글쓰기
도미노총서첫번째책의제목은“탄탈로스의신화”이다.알베르카뮈의『시지프신화』를떠올리게하는이책은2016년현재우리앞에놓인삶의조건들을다루다.그러나현재를논하기에앞서,저자는그어려움을토로한다.“과거‘들’이어지럽게뒤섞여현재를이루고미래를잠식하는오늘날”현재에대해이야기하는일은과거그어느때보다힘들어진탓이다.단순히과거를돌아보고,미래를재단하는것만으로현재는그모습을드러내지않는다.『말년의양식에대하여』(에드워드사이드)에나오는아도르노의‘시대착오적’글쓰기를언급하며,저자는시대착오적글쓰기가힘을발휘하려면(아도르노시절과달리)먼저현재를구성해낼필요가있음을말한다.
이를위해저자는‘소실점’이라이름붙인1부에서한국과일본,미국을일주하며“‘미래인과거’,혹은‘과거인미래’들을”살핀다.의도적으로배치된순서를따라저자는한때자신의우상이었던진중권의지적궤적을추적하고,세상에근본이되는무언가를쓰기위해고군분투해온아즈마히로키가꿈꾸는새로운민주주의가이미대한민국에상당히끔찍한모습으로제시되어있음을폭로하고,거의비인격적인차원의시선으로문명과인류의미래를위한보고서를작성해온제래드다이아몬드가그문명과함께서서히늙어감을목도한다.
일종의막간극처럼배치된1.5부‘스테일메이트’는전통적인두뇌게임이자종종세계에대한비유로사용돼온체스이야기이다.보비피셔,가리카스파로프등체스영웅들을둘러싼이야기는그러나어느덧불과얼마전만하더라도계속될것이라믿었던세계가,“지난세기의관성으로유지되어온것들이,멈춰버리고있음을”드러내는장치가된다.
2016년우리눈앞에펼쳐진탄탈로스의삶
‘돌파구’라이름붙은2부에는그리하여2016년우리가처한현실,“소실점이사라지거나흩어져버린,혹은너무많아져버린지금,그럼에도불구하고어떻게세상을바라보고그속에서판단하며행동할수있을지,작은실마리라도쥐어보기위한노력의산물이담겨있다.”
플라톤의삶과그가제시한‘동굴의비유’,그리고이에대한하이데거의해석을논하며그들이각자자신이처한당대의현실속에서진리를발견하기위해어떤선택을했는지(혹은우리는우리의동굴에서어떤투쟁을시작할수있는지)가늠하고,예수를본받으라는불가능한미션을통해자신을지탱해온기독교의가르침과,인간이기에모방할대상을찾을수밖에없는우리의처지를곱씹는다.
그리고이모든것을뛰어넘어우리에게쇄도하는것은이책의제목이자마지막에등장하는탄탈로스의신화다.『오뒷세이아』를통해우리에게익히알려진,아무리목이말라도눈앞의물을마실수없고,아무리배가고파도머리위의열매를먹을수없는,“영원한허기와갈등의형벌을겪고있는탄탈로스”.저자는현재우리의모습이바로그와같다고말한다.
“이제우리의고통은시지프스적인것이아니라탄탈로스적인것에더욱가까워졌다.저높은정점을향해돌을밀어올리는,파괴될지언정무언가를건설해나가는그런달콤한근육통은우리에게허락되어있지않다.대신,하루종일일하고번돈으로월세내고빚갚고나면,간신히하루의필요칼로리를추가섭취하며더불어몇배의나트륨을축적하지않을수없는그런기나긴빈곤의삶이우리를기다리고있다.왕년의시지프스들이은퇴를하고나면,대부분의청년들은그들의부모와함께,탄탈로스적삶을살수밖에없을것이다.허우적거리고팔을휘저어간신히유지되는삶말이다.”
“그렇게청춘을살아보기도전에이미늙어버린우리,탄탈로스들.꿈은높지만현실은시궁창인탄탈로스들.잡을수없는꿈과이룰수없는삶의안정을둘다가질수없다고선고받은탄탈로스의운명.너는네가살고있는그늪에서영원히,가질수없고누릴수없는것들을평생동경하면서,기나긴노년만을살아갈것이라는종말의선고.그것이오늘날의우리에게주어진탄탈로스의신화다.”그깊은늪속에서저자는이렇게묻는다.“시지프스적주체에서탄탈로스적주체로이행하게된,산을오르는게아니라늪에잠겨있어야하는이부조리속에서,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어떻게인간일수있을까.”
이책에는10여년전청년논객으로등장해,자신이살아가는세상의본질을고민하며,“최선을다해에세이스트이고자했으며,에세이스트가아닌그무엇도되고자하지않”았던저자의성찰이모두담겨있다.요컨대『탄탈로스의신화』는가장철저한의미에서에세이라는,귀한계보에속하게되는셈이다.
도미노총서에대하여
2011년창간때만해도『도미노』에주목하는사람들은그리많지않았다.주목한다한들그정체를말하기는쉽지않았다.그만큼형식과내용,편집동인과필자등모든면에서낯선잡지였다.그러나거기에실린내용마저무시할수는없었다.제도나권력의부름을받지않은일군의젊은필자들이,현재그들이처한상황을고민하고,세상을향해발하는자생적인목소리.성소수자,페미니즘등다양한관심사를가진,그러나같은곳을바라보는필자들이내놓는독특한,가볍거나무거운,뜨겁거나차가운목소리는디자이너듀오홍은주김형재의손끝을거쳐세상에나왔고,문화계변방에서외연을넓혀온‘독립잡지’특유의에너지를내뿜으며호를거듭할수록주목을받았다.
『도미노』가창간된지어느덧5년,그시간동안무엇이달라졌을까.우선그들이꾸준히탐색해온세상의수상한움직임들이점점현실화되었다.2000년대말부터격화하기시작한신자유주의시대의균열은점점커다란파열음을내고있으며,늙어가는세대는청년들이사라진자리에서청년들을찾는다.우리는IS의등장이나블랙시트와함께전세계적시스템의붕괴를두눈으로목격하고있으며,상식이통하지않는소통과혐오를피부로느끼며살아간다.기존제도는새로운무언가가나타나이혼란의밧줄을끊어주길(혹은끊어진밧줄을이어주길)바라지만,새로움에대한강박에짓눌려그공식만을답습하는모습을우리는목도하곤한다.
이제도미노는전열을정비하고총서의형태로세상에선을보인다.인문,사회,문학,미술,여성사등『도미노』가다뤘던거의모든이슈를총괄하며,성장하는모습을보여줄것이다.그동안의활동을갈무리하고,다가올시간을맞이하며,다양한문화를이야기하고,새로운것이아닌필요한임무를수행하는총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