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룸프레스에서도미노총서가출간되었다.도미노편집동인(김형재,노정태,박세진,배민기,정세현,함영준)이이끄는도미노총서는2011년창간된비정기문화잡지『도미노』가걸어온지난5년간의활동을갈무리하고,다가올시간을맞이하며,다양한문화를이야기하는장이될것이다.이번에출간된『탄탈로스의신화』(노정태지음),『1002번째밤:2010년대서울의미술들』(윤원화지음),『패션vs.패션』(박세진지음)을시작으로워크룸프레스는2017년까지11권으로구성된도미노총서를발행할예정이다.
멈춰진시간과젊음을둘러싼추문
도미노총서2권『1002번째밤:2010년대서울의미술들』은2000년대중반부터2010년대중반까지,서울을중심으로전개되어온미술을살핀다.이시기동안미술을지탱해온제도는과거의기능을유지할수없을정도로격변을겪었으며,이는고스란히미술관은물론미술가개개인에게도깊은흔적을남겼다.그파급력이본격적으로가시화된“2010년대중반에접어들면서서울의미술계에는‘젊은미술가’라는유령이떠돌았다.실제로젊은미술가들이활동할수있는기회가늘기도했지만,그만큼미리구획해놓은빈자리에젊은미술가들을한덩어리로뭉쳐넣으려는압력도강했다.여기에는분명시간의흐름이정체되고있다는우려가깔려있었다.갑작스런미래의등장으로현재의무기력을날려보내고싶다는조바심도있었고,어떤식으로든더이상물러날데가없다는절박함도있었다.그리고물론이모든것에대한불만도있었다.요컨대‘젊은’이라는수식어가‘미술가’에대한논의를집어삼킨다는것,새로움에대한강박이가짜새로움과가짜미술을범람시킬뿐이라는것이다.”이책은“그런논란속에서어떤미술이있었는가?또는그와중에미술은어디”있었는지다룬다.
그러기위해저자는“먼저‘젊다’라는형용사에달라붙은반짝이가루를좀떼어낼필요”를느낀다.세대에서세대로교체되며,사회를작동시켜온“미래주의의사자”로서젊은이는화려한무대위의배우와다름없었다.“지난20세기가젊은이의시대였다면,그것은무엇보다도이러한무대장치가그동안잘작동했음을의미한다.역으로2010년대에젊음이추문을몰고다닌다면,그것은어떤이유에서든이장치가오작동하고있음을시사한다.젊음은더이상미래와결부되지않는다.미래의빛은꺼져버리거나,또는오히려늙음과의관계속에서가시화된다.”
과거의구멍으로서폐허와항산화제로서미술
시간의수레바퀴가잘굴러가지않는다는단적이예가있다.바로폐허이다.2000년대들어폐허는각종미술및문화공간의배경이자,해독불가능한과거의기호를간직한매혹적인공간으로등장하기시작했다.그러나가만히생각해보면폐허는미래가제때도착하지않은탓에드러나는,과거의흔적이기도하다.저자는1장「매혹하는폐허」에서“서울의도시재생정책이어떻게미래주의의연장선에서폐허를양산하게되었는지”돌아보며,“당시상황에서미술의실제적효용은도시내에서용도를잃고방치된빈공간들을그대로내버려두면폐허가되어안그래도불확실한미래의전망을좀먹을잠재적구멍들을값싸고보기좋게틀어막”는데사용된항산화제였다고말한다.이어몇몇기관과미술가들의사례를짚으며“지난10여년동안폐허를바라보는인식의변화와분화가미술에어떤흔적을남겼는지되돌아본다.”
2장의제목‘가장희미한해’는,의미그대로해석해보자면가장기억이나지않는해라할수있다.그런데그것은아주먼과거일수도있지만의외로가까운과거일수도있다.우리는그동안기억을유의미한것으로기록하거나재생산하는법을거의잊어버렸기때문이다.저자는정말로가까운과거,바로2015년에인사미술공간,백남준아트센터,시청각에서열린세개의전시를통해“과거에대한제어력을회복하기위해서,현재를위치시킬수있는최소한의시간적틀을확보하기”위한도구이자동시대미술매체로자리잡은‘문서’에주목한다.작고미약한,곧잘실패하곤하는문서들이기억의망각에맞서무엇을할수있는지탐색하고,“시간의매체로서문서가거쳐온지난10여년간의작은역사를복원한다.”
3장「제도가유령이될때」에서는본격적으로사회제도내에서미술이처한위상변화를논하며2010년대는미술이더이상생산과순환,소비모든측면에서특권적위치를잃고“문화산업의일원으로용해되어가는시간”이었음을밝힌다.“그속에서미술제도의크고작은구성원들은제각기자신의시간을이어나갈수있는나름의길을찾아야했으니,미술관,상업화랑,대안공간,심지어미술생산의최소단위로서미술가들도예외는아니었다.이장에서는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으로대표되는가장유서깊은미술관의선택과이른바‘신생공간’으로대표되는가장젊은미술가들의선택을대조하면서오늘날미술이처한상황을가늠해본다.”
마지막으로「부연:광관객의시점」에서는서울을찾은한외계인인류학자의“서울의미술은어디에있지요?”라는무고한질문으로시작한다.듣기에따라서는단순히서울에서미술을보려면어디로가야하는지묻는뜻으로도읽히는이질문은,서울이라는도시가1980년후반부터어떤위상변화를겪어왔는지,그와중에국가와다른지방도시,혹은세계의다른도시들과어떤관계를맺어왔으며,그속에서서울의미술은어떤전략을취해왔는지에대한논의로이어진다.성급한결론을앞세우는대신“한도시의자기표현적이고자기상상적인활동으로서어떤‘서울의미술’이태동하고쇠퇴하기까지의시간을예시”하며“과거의미래주의들이남기고간잔해에서돋아난”2010년대‘서울의미술들’에서다시집으로돌아갈길을찾는다.
도미노총서에대하여
2011년창간때만해도『도미노』에주목하는사람들은그리많지않았다.주목한다한들그정체를말하기는쉽지않았다.그만큼형식과내용,편집동인과필자등모든면에서낯선잡지였다.그러나거기에실린내용마저무시할수는없었다.제도나권력의부름을받지않은일군의젊은필자들이,현재그들이처한상황을고민하고,세상을향해발하는자생적인목소리.성소수자,페미니즘등다양한관심사를가진,그러나같은곳을바라보는필자들이내놓는독특한,가볍거나무거운,뜨겁거나차가운목소리는디자이너듀오홍은주김형재의손끝을거쳐세상에나왔고,문화계변방에서외연을넓혀온‘독립잡지’특유의에너지를내뿜으며호를거듭할수록주목을받았다.
『도미노』가창간된지어느덧5년,그시간동안무엇이달라졌을까.우선그들이꾸준히탐색해온세상의수상한움직임들이점점현실화되었다.2000년대말부터격화하기시작한신자유주의시대의균열은점점커다란파열음을내고있으며,늙어가는세대는청년들이사라진자리에서청년들을찾는다.우리는IS의등장이나블랙시트와함께전세계적시스템의붕괴를두눈으로목격하고있으며,상식이통하지않는소통과혐오를피부로느끼며살아간다.기존제도는새로운무언가가나타나이혼란의밧줄을끊어주길(혹은끊어진밧줄을이어주길)바라지만,새로움에대한강박에짓눌려그공식만을답습하는모습을우리는목도하곤한다.
이제도미노는전열을정비하고총서의형태로세상에선을보인다.인문,사회,문학,미술,여성사등『도미노』가다뤘던거의모든이슈를총괄하며,성장하는모습을보여줄것이다.그동안의활동을갈무리하고,다가올시간을맞이하며,다양한문화를이야기하고,새로운것이아닌필요한임무를수행하는총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