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의 전문가들 (양장본 Hardcover)

비수기의 전문가들 (양장본 Hardcover)

$20.00
Description
김한민의 그림소설 『비수기의 전문가들』이 워크룸 프레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냥’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그저’ 생존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사회를 그린 전작 [카페 림보]에 이어, 모두가 성수기를 꿈꾸는 세상에 위협을 느끼는 그의 ‘감수성 전쟁’은 계속된다. 이 책은 낯선 곳으로 떠나 이름을 바꾸고 소일하다가 조용히 마감하는 생을 꿈꾸며 자신의 동굴을 떠난 주인공이 남긴 마지막 나날의 기록이다.
저자

김한민

저자김한민은1979년서울출생.『유리피데스에게』,『혜성을닮은방』,『공간의요정』,『카페림보』,『사뿐사뿐따삐르』,『도롱뇽꿈을꿨다고?』,『그림여행을권함』,『책섬』등의책을쓰고그렸다.엮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의산문선『페소아와페소아들』이있다.현재리스본에살고있다.www.hanmin.me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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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멸종직전에처한‘퀭’,그가난긴마지막기록
어두컴컴한강의실,‘비수기의전문가들’이라는수상한제목의슬라이드가상영된다.언뜻듣기에불경기를이기는경영노하우를들려주는특강같지만실은한인문학자가지난20여년간의추적끝에발견한,일명‘퀭’이라는인간유형이남긴기록이다.이윽고빈자리로가득한어둠속에서시인지일기인지,픽션인지논픽션인지,모든것이불분명한글과그림의모음이낭독된다.
단군신화에등장하는호랑이가동굴에서뛰쳐나가,종국에는자신의가죽마저도벗어던지고되어버린이상한짐승,퀭은“인내심부족으로아무것도이루지못하는성급하고무책임한유형을상징”한다.“생산적인돌파구를찾기보다는견디기힘든현재를벗어나는데급급한인간.그보다최악은신과의약속은물론자신과의약속조차지키지못하는,그래서애초에‘인간이되고싶다’는소망도,진정한소망이아니라그저곰의소망을흉내낸게아닌가심히의심스러운인간….”대대로환경에순응하며성공을위해묵묵히노력하는곰유형에가치를부여해온사회에서이런인간의결말은한마디로요약가능하다.낙오자.아무도멸종을아쉬워하지않는,너무도비수기스러운‘퀭’은그러나,누구보다예민하고주의깊게세상을응시한나머지자유가무엇인지알아버린존재이기도하다.

알고싶다.세상이돌아가는원리말고
돌아가지않는세상의원리를

총체적부적응자,스스로자기삶에전혀도움이안되는인간.어디서,무엇을하며,누구와,어떻게살아야하는지는커녕,꼭살아야하는지에대한확신마저없는‘그’는이모든것에“자신없어도되는지조차자신없다.”자살을하고싶어도남에게폐가될까죽지도못하는인간.그는언제인지왜인지,기억도안나는어느날자기자신을포맷해버리고칩거에들어간다.각성상태에서자신의감각을하나씩점검해나가며홀로운영체제를프로그래밍해나간다.그의도구는시.“한번은인적드문동굴까지찾아온보따리행상이있었다.내발명품들을보더니피식웃었다.‘시쓰고앉았네.’흥정끝에그표현을사들였다.그렇게시를만지기시작했다.싸고,짧아서.”
가내수공업으로하루하루를연명하며지내기를수년,그의행동은점차하나의단어를향해수렴하기시작한다.‘도망.’뚜렷한목적이있는탈출이라기보다,아무리해도익숙해지지않는삶으로부터벗어나려는몸부림에가까운행동.이윽고그는“세상이돌아가는원리말고,돌아가지않는세상의원리를”찾아,포르투갈로떠난다.

쓰레기와동물과시,
가장기피하고,가장말이없고,가장인공적인것도망자,떠돌이,그의친구,아이,영화광,산책자,시인,구경꾼,환자,죄인,탐정들…이책에등장하는이름들이다.그러나이들이등장하는,누구나공감하는비수기의모험을기대하면실망할런지도모른다.이책전반에는비공감주의가흐르기때문이다.비공감주의란“공감하기쉬울수록가짜라는주의다.절대다수가공감하는것이있다면그사실자체만으로도위협을느낀다.특히‘이런시대의대다수’가지지하는사람,생각,물건,발명품,작품등은사기일가능성이대단히높다고전제하는주의다.”그러나모두가성수기를찾고,모두가‘좋아요’를눌러주길바라는시대에이런‘비공감주의’에공감한다면,주인공이쓰레기와동물과시,즉사람들이가장기피하고,가장말이없고,가장인공적인것을재료삼아짓는의미의그물은비수기의좋은벗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