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추방자들
Description
영상 작가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의 선집 개정판
최근 전 세계 아트 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2017년 『아트리뷰』)된 영상 작가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의 선집 개정판. 「빈곤한 이미지를 옹호하며」를 비롯해 동시대 작가와 큐레이터는 물론 이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제공해온 그의 주요 글들이 실려 있다.
저자

히토슈타이얼

저자:히토슈타이얼(HitoSteyerl)
영상작가이자저술가.베를린예술대학에서미디어아트를강의하며,제11회광주비엔날레,제9회베를린비엔날레,뉴욕현대미술관,제56회베니스비엔날레,제12회카셀도쿠멘타등의단체전및로스엔젤레스현대미술관,마드리드레이나소피아미술관,뉴욕아티스트스페이스,에인트호번판아베미술관등에서주요개인전을가졌다.

역자:김실비
미술가.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미술이론과조형예술을공부하고베를린예술대학에서미디어아트마이스터슐러학위를취득했다.주로신자유주의적현세의의미를찾는영상설치작업을하면서서사의구축과위배를반복한다.프라하네반콘템포,서울인사미술공간,스페이스오뉴월,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에서개인전을열었고,제9회미디어시티서울,국립현대미술관,신베를린쿤스트페어라인(NBK),서울시립미술관,리얼DMZ프로젝트등지의단체전에참여했다.제7회신도작가지원프로그램에선정되었다.

역자:김지훈
중앙대학교영화미디어연구부교수.저서로BetweenFilm,Video,andtheDigital:HybridMovingImagesinthePost-mediaAge(Bloomsbury,2018/2016),번역서로『북해에서의항해』(2017),『질들뢰즈의시간기계』(2005)가있다.실험영화및비디오,갤러리영상설치작품,디지털영화및예술,현대영화이론및미디어연구등에대한논문들을다수의국내및해외저널에발표했다.현재두권의저작Documentary'sExpandedFields:NewMedia,NewPlatforms,andtheDocumentary와Post-veriteTurns:KoreanIndependentDocumentaryinthe21stCentury를작업중이다.

목차

들어가며
서문/프랑코‘비포’베라르디

자유낙하:수직원근법에대한사고실험
빈곤한이미지를옹호하며
당신이나나같은사물
미술관은공장인가?
항의의접합
미술의정치:동시대미술과포스트민주주의로의이행
미술이라는직업:삶의자율성을위한주장들
모든것에서의자유:프리랜서와용병
실종자들:얽힘,중첩,발굴이라는불확정성의현장
지구의스팸:재현에서후퇴하기
컷!재생산과재조합

감사의말
도판목록

옮긴이의글
해제-포스트재현,포스트진실,포스트인터넷:
히토슈타이얼의이론과미술프로젝트/김지훈

출판사 서평

자유낙하하는세상에대처하는법
히토슈타이얼의글은우리가생각지못한지점을환기하면서시작하곤한다.만약우리가디딘땅이굳건한게아니라면?어쩌면우리모두가,이세상과함께자유낙하중이라면?첫번째글「자유낙하:수직원근법에대한사고실험」부터그는독자를추궁한다.그로부터당신이믿고있던세상,보고있는이미지,향유하는미술에대한의혹이떠오른다.근대를가능케했던주요장치로서선형원근법을다룬그의고찰은어느덧21세기들어우리에게익숙해진항공시점으로부터의시선역시가짜임을,우리에게더이상단단한토대란없음을밝히는데로나아간다.그리고되묻는다.그런데애초에우리에게근본으로서토대가필요했던가?자유낙하를만끽하며대열을편성하고,그아찔한낙하로부터오는현기증과조우하는것이야말로이시대에대처하는법이아닐까?
이렇듯파격적인상상력으로현실을전복하는그의언설은유명한글「빈곤한이미지를옹호하며」에서도두드러진다.해상도와선예도(鮮銳度)로가치를평가받는이미지의위계질서속에서버림받은이미지들,즉이리저리복사되고,편집되며,끊임없이순환하는,그러는와중에흐릿해진이미지들은어디로가는가?그들은공식적인스크린에서추방당해디지털세계의황무지를떠돈다.이이미지가무엇을할수있을까.아무것도.그리고모든것을.슈타이얼은“해상도와교환가치와는별도로우리는속도,강도,확산으로정의되는또다른가치형식”을현시대의이미지를정의하는새로운규준으로삼아야한다고말한다.그리고이가난한이미지들이수행하는임무를책전체를관통해보여준다.가령「지구의스팸:재현에서후퇴하기」에따르면,이미지스팸은놀랍게도현실세계에대한이중스파이로서우리에게현대사회에만연한감시의눈길을피할피난처를제공해준다.진짜냐고?사실당신은이미지스팸을한번도눈여겨본적이없기에그들이진짜어떤모습인지,왜늘웃고만있는지,우리가보지않을때그들이무엇을하는지모르지않은가.

동시대미술이라는스크린
히토슈타이얼의글은또한동시대미술이작동하는방식을적나라하게드러낸다.사회적공장으로서미술관을가리켜그는서슴없이“열성껏무급노동하는인턴들을직원으로둔,문화산업의공식대리점”이라칭한다.이경제안에서는관람객조차(관람이라는)노동을피할수없다.아니온세상으로확장된미술관은출구를허락하지않는다.왜냐하면삶과의합일이라는예술의오랜숙원이,오늘날예술에점령당한삶으로실현되었기때문이다.
“당신은예술인지뭔지를가끔접할뿐,자신과는무관하다고답할지도모른다.예술이어떻게삶을점령하냐고?아마도다음중에당신에게도해당되는항목이있을것이다.예술이한없는자가수행으로둔갑하여당신을사로잡고있는가?아침에깨면자신이일종의복제물처럼느껴지는가?늘자기를전시하고있는가?누군가혹은무언가의앞에서미화,개선,승격되거나그렇게되고자한적이있는가?허물어져가는옆건물에붓을들고다니는애들몇명이이사온탓에집세가배로뛴적이있는가?당신의감정이디자인된경험이있는가,아니,당신의아이폰이당신을디자인한다여겨지는가?[…]일회성미술전시에시의문화예산가운데무지막지한분량이전용되는도시에살고있는가?착취적은행이지역의개념미술을사유화하는가?이모든사례가예술적점령의징후이다.”
또한동시대미술은자신의분관을세계도처에흩뿌리며신자유주의질서를강화하는주요도구이다.“동시대미술은예측을불허하고,설명되지않으며,반짝거리고,변덕스럽고,기분파이며,영감과천재들에이끌린다.독재를꿈꾸는모든과두정권이스스로를그렇게연출하고싶을법하게말이다.예술가의역할에대한전통적인이해는독재자를지향하는모든이의자화상과너무나도닮아있다.이들에게정부란잠재적으로,그리고위험하게도,예술의한형식이다.”“인권이침해당하는나라라고?프랭크게리가설계한미술관을지으면된다!”히토슈타이얼의글곳곳에서이렇듯우리는누추한현실을가리는스크린으로기능하는동시대미술과맞닥뜨린다.

해동하라.가속하라.거주하라.점령하라
슈타이얼의글은늘현실그자체로우리를이끈다.미술에대한이야기는어느새신자유주의시대우리가맞이한자유로이어지고,그것은“시민적자유의향유가아니며,불확정적이고예측불허의미래로던져진많은사람들이으레경험하는,자유낙하의자유”임이드러난다.모든노동이직업으로전환된오늘날“하루를마치고사람들은직업현장을떠나집에가서,이전에는노동이라불렸던일들을”수행한다.
또한그는동시대미술과현실의민낯을드러내는데그치지않고,행동가로서그속에뛰어든다.때로는스페인내전당시의암매장지를발굴하며실종자들이그들의사체로써남긴증언을어루만지고,터키에서처형당한친우의흔적을애도한다.그리고이모든것들은그의작업과연동되어현실세계에개입한다.암담한현실을한탄하거나그에주눅들지않고,언제나정면으로돌파할(혹은우회할)길을찾아내고,행동을촉구한다.그의글은그자체로하나의강력한선동이다.산산조각난현실의파편들을보여주며그는이렇게말한다.“이를다시편집하자.재구축하라.재배치하라.부수라.접합하라.낯설게하라.해동하라.가속하라.거주하라.점령하라.”스크린에서추방당한이미지들이기거하는곳,히토슈타이얼의글에서우리는그곳이야말로우리에게허락된공유지이자점령의영토임을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