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아니‘똥봤다!’
임금의똥버금가는반달가슴곰의귀한똥
지리산야생에서반달가슴곰을실제로만나기란쉽지않다.반달가슴곰을직접보고싶어지리산에찾아갈요량이면아서라.후각이개의7배이상인반달가슴곰은사람이근처에있다는것을알아차리면재빠르게도망가몸을숨겨버린다.그렇기에반달가슴곰을연구하는사람들도곰을직접마주하기란쉽지않다.곰의몸에부착한발신기를추적하며쫒아가도,산속에서시속30~40km의속도로능선과계곡을종횡무진누비는반달가슴곰을따라잡을수없다.
그래서상대적으로발견하기쉬운곰의똥을통해그들에대한정보를조사한다.그들의흔적인똥은많은정보를전달해준다.똥을발견하면잘말려서도감(이른바똥도감.만들기어렵지않다.만드는방법은책44쪽에서확인!)으로만들어연구자들의교육과훈련에쓰이고,건조한똥으로유전자분석을해서어떤것을먹이로하는지,어떤부모에게서태어났는지알아낸다.사람만똥에서정보를얻는것이아니다.반달가슴곰도배설물을통해서로정보를교환한다.뛰어난후각으로똥의주인이어떤곰인지,어떤먹이를먹었고,이먹이를어디에서얻었는지를학습한다.
‘숲의농부’이자반달가슴곰
지리산숲이푸른이유
반달가슴곰에대한의외의사실첫번째,원숭이만큼이나나무를잘탄다.지리산에살고있는반달가슴곰도먹이를구하고,천적을피하고,휴식을취해야할때나무위로오른다.곰은나무를오르지못한다는편견을심어준이솝우화에수정이시급하다.
반달가슴곰에대한의뢰의사실두번째,육식동물이아니라채식을하는잡식동물이라는것이다.지은이는2009년방송국사람들과함께지리산에오르면서김이모락모락나는홍시더미를보고곰똥이라고설명했더니믿지않는눈치였다.어쩌면연어를잡아먹는곰의이미지가너무강해서반달가슴곰이주로감을비롯한열매로된식물성먹이를먹는다는것을납득하기어려웠던것같다.
곰은개와같은조상에서분화했기에본래육식을하는동물이었다.반달가슴곰도육식동물의위와소장을갖고태어났지만환경에적응하기위해식물성먹이를먹도록진화한것이다.다만육식동물의내장기관으로풀과열매를소화·흡수하려니,대부분소화가덜되어씨앗이똥으로배출되고,그렇게나온씨앗은풍부한유기물비료(똥)와함께풍성하게싹을틔운다.
반달가슴곰을‘숲의농부’라고부르는이유가여기에있다.반달가슴곰은먹이사슬에서1차소비자,2차소비자,최상위자,분해자등다양한위치를차지하며자연생태계유지와생물다양성보전에기여하는핵심종이다.
반달가슴곰을누구보다가장가까이에서
울고웃고,복장도터지던나날들
2000년반달가슴곰의복원사업이발족하고,2004년러시아에서반달가슴곰의새끼를들여오면서본격적인연구가시작되었다.러시아외에도우리반달가슴곰과유전자적으로유사한중국,북한의곰도들여와적응훈련을거친후지리산에방사했다.방사된반달가슴곰이드디어지리산에적응하여새끼를출산하는쾌거를달성하기도했지만,밀렵도구인올무에걸려고통에신음하다가결국죽음에이르거나,혹은사람이던져주는음식에길들여지거나,민가에피해를주는등결국적응에실패하고회수할수밖에없었던결과를맞이하기도한다.
반달가슴곰을수월하게찾기위해탐지견을도입해보기도하고,반달가슴곰과실랑이를하다가갈비뼈가부러졌다는지리산처사의황당한전화도받는다.새끼곰의울음소리를듣고기뻐한것도잠시,새끼를위해쉼없이낙엽을주워모으다결국탈진해버려숨진엄마곰의숭고한모성애를목격하기도한다.
동물의생태를연구하고보전하는일은보통집념으로는행하기어렵다.그럼에도지은이는인간의이기심으로멸종위기에처한생물들을보호하려는사명을지고지리산을올랐다.반달가슴곰을살리고지리산을살리기위해.
우리나라도피할수없는흑역사가있다.
사육곰의문제,생추어리가해답
곰의사육이합법인나라는2022년현재한국과중국이다.단군신화의주역인반달가슴곰의가슴에‘빨대’를꽂아쓸개즙을채취했던흑역사를우리나라도피할수없었다.평생을철창속에갇혀땅도밟아보지못하고,먹는거라곤동물사료나사람이먹고남은음식물찌꺼기가전부.좁은곳에오랫동안살아온스트레스로인해같은행동을반복하거나,옆철창의곰을공격한다.
지은이는2008년국내는물론외국의곰농장에방문했다.중국의곰사육장에서는쓸개즙을‘위생적인방법(북한의과학자가개발했단다)’으로채취한다는혼란스러운논리를접했다.베트남의사육장은놀랍게도도심에위치했으며,좁은공간속에밀집되어사육되는환경에서곰에대한복지는찾을수없었다.특히그당시중국의사육장에서는안내판에한글을병기해놓아한국인관광객이얼마나많이방문하는지짐작할수있을정도였다.국내에서의사정과마찬가지였다.
사육곰의안타까운사정이널리알려진지금,사람들은이들도지리산에방사하면되지않겠냐고반문한다.그러나사육곰은반달가슴곰과유전적으로차이가있는혼혈곰이다.그렇기에고유종을복원하는데합류시킬수없다는문제점이있다.또한오랫동안갇힌공간에서지내며야생성,생존력이떨어져있어방사를시킨다고할지라도적응에실패할확률이높다.다행히정부와사육농가그리고환경단체등의노력으로사육곰이자유롭게생활할수있는생추어리가전남구례와충남서천에만들어지고있다.또한2026년부터곰사육을금지하는특별법제정이추진되고있다.
저놈의곰vs우리산이랑강이보러오세요!
지리산의신마을의변신
사람이먼저냐,곰이먼저냐.지은이는복원하는입장으로서당연하게‘곰이먼저’라고말하지만생태계조절자인곰이없으면,자연은피폐해지고,결국사람도살아가기힘들어질것이다.지리산에서사람과반달가슴곰과공존하기위해서는곰에대한이해가반드시필요하다.그리고연구자의노력뿐만아니라,지역주민들의협력도병행되어야한다.지리산인근마을과반달가슴곰의접촉이빈번하게발생하고,피해보상과협력이반복되면서점차지역주민들시선에이해와여유가생기기시작했다.반달가슴곰의이름을단벌꿀,쌀,고로쇠등다양한지역특산품이만들어졌고,지역경제에도보탬이되고있음을주민들이공감하며지지를보태게되었다.
지리산골짜기에자리잡은의신마을은반달가슴곰‘산이’와‘강이’가그마을로이주하면서‘베어빌리지’라는새로운이름을얻게되었다.다양한체험프로그램을개발하여운영하고있는데,그중반달가슴곰체험프로그램은곰을통해지리산을바라보고,자연과인간이함께공존하는방법을찾는다.매년올무와엽구를회수하는일도주민들과함께실시하고있으며,반달가슴곰명예보호원제도도만들어선발하고있다.사람과반달가슴곰의관계를새롭게정립하는과정은현재진행형이다.반달가슴곰을넘어서이땅에살아가는모든생물과인간이공존하기위해서는우리관심의끈을놓지말아야한다.
2022년12월,반달가슴곰은속이빈고목나무,바위굴,토굴,조릿대숲속등쾌적한잠자리를찾아한창동면에들어갔다.그러면반달가슴곰을복원하기위해지리산을쉴틈없이누빈연구자들은내년1월이되면태어날새끼곰의울음소리를설레는마음으로기다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