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화집 (사랑. 그리움. 기다림 | 양장본 Hardcover)

김소월 시화집 (사랑. 그리움. 기다림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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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말과 겨레의 얼을 지킨 김소월 시인을 기리는 애장판 시화집
박건웅 화가가 김소월 시 141편에 그림을 그렸다. 우리말과 겨레의 얼을 지킨 김소월 시인을 기리는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애장판 시화집이다. 김소월 시의 다함없는 주제, 사랑 그리움 기다림을 그림에 담았다. 박건웅 화가는 「그린이의 말」에서,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감정을 감추는 김소월의 시를 읽으면서 잡히지 않을 것 같던 꿈속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화면에 담기 위해 반구상화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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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소월

*1902년(1세)
음력 8월 6일, 평안북도 구성군 옥인동 외가에서 아버지 김성도와 어머니 장경숙의 장남으로 태어남.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은 김 정식. 공주 김씨족보(公州 金氏族譜)에는 아이 때의 이름으로 ‘갓놈’이라고 적혀 있음. 소월은 필명. 백일 후, 정주군 곽산면 남단리 고향집으로 돌아옴.
*1904년(3세)
짐을 말에 싣고 처가로 가던 아버지 김성도가 정주군과 곽산군을 잇는 철도 공사장의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짐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맞아 정신질환을 앓게 되어 광산을 경영하던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람.
*1905년(4세) 시집온 숙모 계희영에게 신화나 전설, 민담, 고대소설을 들으며 이야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함. 숙모는 소월의 어린 시절에 문학의 싹을 심어 줌.
*1909년(8세)
곽산면 남단리에 있는 남산학교에 입학.
*1915년(14세)
남산학교를 졸업하고, 정주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 이때 오산학교에 재직하고 있던 스승 안서 김억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함. 1920년대 초기에 발표된 대부분의 시들이 이때에 습작된 것이라 함.
*1919년(18세)
오산학교 중학부를 졸업.
*1920년(19세)
문예지 『창조(創造)』 에 「낭인의 봄」, 「야의 우적」, 「오과의 읍」, 「그리워」, 「춘강」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
*1922년(21세)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학. 안서 김억의 주선으로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먼 후일」 같은 여러 편의 시를 『개벽(開闢)』에 발표. 이 밖에 산문시 「꿈자리」 및 소설 「함박눈」을 『개벽』에 발표.
*1923년(22세)
배재고보를 졸업. 4월 일본으로 가서 도쿄상과대학에 입학했으나, 9월 관동대지진으로 귀국함. 『개벽』에 「임의 노래」, 「못 잊어」, 「옛이야기」, 「가는 길」, 「산」 같은 여러 편의 시를 발표.
*1924년(23세)
할아버지의 광산일을 돕기 위해 귀향함?김동인?김찬영?임장화들과 『영대(靈臺)』 동인으로 참여함. 「산유화」, 「생과 사」, 따위를 『영대』에 발표. 처가가 있는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으로 이사함.
*1925년(24세)
12월에 생전에 낸 단 한 권의 시집 『진달래꽃』을 귀문사에서 펴냄.
*1926년(25세)
구성군 남시에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기 시작함. 이 지국 경영은 다음 해 3월 14일까지 이어짐.
*1929년(28세)
시 「저급의 생활」이 일제(日帝)의 검열로 전문 삭제당함. 이 무렵부터 삶에 회의를 느끼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술을 많이 마심.
*1931년(30세)
『신여성』에 「고독」, 「드리는 노래」를 발표.
*1934년(33세)
시 「기원」, 「고향」을 『삼천리(三千里)』에 발표. 고향 선산으로 가 조상에 성묘하고, 12월 24일 오전 8시 자살로 세상을 떠남. 김소월 시인의 죽음은 「조선중앙일보」에 ‘민족시인 소월 김정식 돌연 별세’라는 제목으로 2단 기사로 보도됨. 기사에는 「금잔디」가 실림. 「동아일보」에도 김 소월 사진과 함께 사망기사를 실음.
*1935년
1월 종로의 백합원에서 추모회가 열림. 김억?김동인?박종화?염상섭?모윤숙?이하윤 같은 문인 100여 명이 참석하여 고인을 애도함. 문학의 스승인 김억은 「조선중앙일보」에 ‘김소월의 추억’을 실었고 아울러 「신동아」 2월호에 추모시를 발표함.
*1939년)
『여성』, 『조광』, 『박문』 같은 데에 유작이 발표됨. 12월에 김억이 엮은 『소월시초(素月詩抄)』가 박문서관에서 발간.
*1948년
중등 국어 1학년 교과서 「엄마야 누나야」 수록.
*1952년
고등 국어 1-2 교과서 「금잔디」 외 6편 수록.
*1958년
「진달래꽃」을 손석우가 작곡하여 박재란이 노래로 처음 부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60여 편의 시가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300여 명의 가수가 노래를 부름.
*1968년
서울 남산에 소월시비 「산유화」 세움.
*1981년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 수여.
*2002년 12월 22일
김소월 문학상 제정.

목차

시혼(詩魂)/김소월
끝나지 않을 그리움과 기다림/박건웅
시가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어/서정홍

엄마야 누나야
초혼
못 잊어
개여울의 노래
바다
풀 따기
산유화
진달래꽃
여수
먼 후일
부부
개여울
임에게
길
가는 길
길손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고향
우리 집
부모
접동새
산
금잔디
오는 봄
기억
낭인의 봄
왕십리
산 위에
첫 치마
제비
들도리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봄비
비 소리
바닷가의 밤
그리워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고독
가을 아침에
가을 저녁에
옛이야기
춘향과 이도령
널
오시는 눈
눈
임의 노래
비단안개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자전거
임에게
임의 말씀
맘에 속의 사람
꿈꾼 그 옛날
꿈으로 오는 한 사람
애모
깊고 깊은 언약
팔베개 노래
맘 켕기는 날
꿈자리
눈 오는 저녁
담배
잊었던 맘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몹쓸 꿈
그를 꿈꾼 밤
여자의 냄새
분 얼굴
만나려는 심사
후살이
불운에 우는 그대여
비난수하는 맘
원앙침
꽃 촉불 켜는 밤
꿈길
강촌
고적한 날
달밤
옛 임을 따라가다가 꿈 깨어 탄식함이라
칠석
흘러가는 물이라 맘이 물이면
삭주구성
고락
개미
옛 낯
마른 강 두덕에서
밭고랑 위에서
나무리벌 노래
수아
봄 밤
밤
자주 구름
닭소리
꿈
하늘 끝
부엉새
만리성
실제
서울 밤
반달
꿈
님과 벗
지연
설움의 덩이
엄숙
저녁 때
합장
묵념
열락
무덤
찬 저녁
무심
바다가 변하여 뽕나무밭 된다고
황촉 불
새벽
구름
여름의 달밤
물 마름
집 생각
나의 집
바리운 몸
낙천
바람과 봄
천리만리
붉은 조수
생과 사
어인
귀뚜라미
월색
무신
꿈길
희망
둥근 해
달맞이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닭은 꼬꾸요
신앙
해 넘어 가기 전 한참은
기분전환
기원
하늘
생과 돈과 사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차 안서선생 삼수갑산운(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

시혼(詩魂
안서(岸曙) 김억(金億) 선생님에게
김소월의 추억
김소월 해적이

출판사 서평

우리말과 겨레의 얼을 지킨 김소월 시인을 기리는 애장판 시화집

박건웅 화가가 김소월 시 141편에 그림을 그렸다. 우리말과 겨레의 얼을 지킨 김소월 시인을 기리는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애장판 시화집이다. 김소월 시의 다함없는 주제, 사랑 그리움 기다림을 그림에 담았다. 박건웅 화가는 「그린이의 말」에서,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감정을 감추는 김소월의 시를 읽으면서 잡히지 않을 것 같던 꿈속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화면에 담기 위해 반구상화로 표현하였다. 구체적이지 않으면서 독자들이 보다 시에 몰입할 수 있는 형식들로 채워 시를 감상하는 독자들의 상상력의 여지를 다양하고 폭넓게 그리고자 하였다.’라고 적었다. 서정홍 농부시인은 「시가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어」에서 ‘시마다 그림 한 편씩 담았는데, 그림 하나하나가 명화입니다. 그래서 시 감상하는 맛이 절로 납니다. 더구나 고급 양장본에 애장판으로 만들어져 그리운 사람 누구에게나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 말미에 김소월이 쓴 시에 대한 자기 생각과 문학 스승인 김억과 나눈 편지를 담아 김소월의 드넓은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추천사를 썼다. 김소월 시는 작곡되어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최희준, 정훈희, 윤형주, 조영남, 혜은희, 이은하, 나훈아, 이은하, 조용필, 산울림 같은 300여 명의 유명가수들이 불렀다. 노래로 불린 시마다 캡션으로 작곡가와 가수 이름을 적어 놓았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듯이 한국에는 김소월 시인이 있다. 김소월 시집은 여러 판본이 나와 있다. 그러나 시화집은 없다. 좋은 시는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된다. 김소월 시는 영화나 드라마로 연출되기도 했다. 앞으로 오페라나 연극으로도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다. 화가들의 다양한 시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고민 속에 기획되었다.
세월이 갈수록 김소월 시인에 대한 그리움은 커 간다. 영어 말과 서양문화에 우리말과 겨레의 정서는 시들어가고, 물질만능과 경쟁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세태에, 진정한 사랑과 그리움, 기다림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시는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어

김소월 시와 박건웅 화가의 그림이 담고 있는 작품세계를 몇몇 시를 뽑아 짧게 살펴본다.

*엄마야 누나야_맑고 고운 동심의 세계, 동요의 가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혼_사랑하는 임, 빼앗긴 나라를 그리워하며 목 놓아 부르는 애절한 작품이다.
*못 잊어_애련한 사랑과 실연의 서글픈 그리움이 가슴을 치는 작품이다
*개여울의 노래_애달픈 외사랑의 안타까운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바다_망망한 바닷가에서,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를 동경하는 청춘남녀의 꿈 많은 모습 이 신비롭고 황홀하게 우리 눈앞에 선하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풀 따기_사춘기 청소년 시절에 겪는 첫사랑의 꿈과 애수가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산유화_피고 지고, 지고 피는 서러운 꽃의 운명을 사랑의 덧없음으로 그린 작품이다.
*진달래꽃_자기를 저버린 임을 원망하지 않고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가 뿌려드리는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먼 후일_떠나간 임에 대한 미련을 넘어서 속절없는 위안으로 몸부림치는 애달픈 심정이 눈물겹도록 애련한 작품이다.
*개여울_떠나간 임을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가슴을 후벼 파는 작품이다.
*길_나라 잃고 타향살이하는 외로운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는 구슬픈 작품이다.
*가는 길_좋아하는 임을 두고 길을 떠나면서 이별의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애달픈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부모_진자리 마른자리 낳아주고 키워 준 부모님을 뼈가 저리도록 그리는 작품이다.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_철없던 시절 옛사랑을 추억하며 세상 고락에 인생의 덧없음을 담은 작품이다.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_나라 잃은 민족으로 방랑으로 떠도는 나그네가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살고픈 심정이 절절하게 울리는, 빼앗긴 우리 땅을 찾겠다는 다짐이 절절하게 울리는 작품이다.
*산_나그네가 고개 마루에서 고개 넘어 있는 임을 찾아갈까 말까 망설이다 발길을 돌리는 가슴 아픈 작품이다.
*금잔디_깊은 산천 가신 임 무덤가에 온 봄을 느끼며 다시금 세상을 떠난 임을 애절하게 부르는 작품이다.
*첫 치마_먼 산촌, 먼 산골에 사는 소박하고 쓸쓸한 처녀가 꽃 지고 잎 지는 것을 보고 치맛자락에 눈물을 적시며 임을 그리는 작품이다.
*제비_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애달픈 심정을 제비에 견주어 그린 작품이다.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_사랑은 삶을 되돌아보는 회상 속에 피는 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움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 서로 만날 때에는 몰랐던 심정을 담은 작품이다.
*옛이야기_고요하고 어두운 밤에 등불 아래 누워 옛이야기에 빠지듯 임을 추억하는 작품이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늘 그림자 같이 붙어 다니던 벗이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느꼈을 때, 그러나 서로 사랑하노라고 고백하지 못하고 속에 마음을 감추고 지내버리는 불운에 우는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무나 떠오르나, 자나 깨나 떠나간 임을 그리는 작품이다.
*산 위에
바다가 가로막힌 먼 마을에 있는 임을 그리며 인간의 순정한 영혼의 교감을 그린 작품이다.
*임의 노래
맑은 영혼이 꿈꾸며 사모하는 임에 대한 사랑이 한결 아름답고 깨끗하며 그러므로 사랑이 사랑으로서 높은 보람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
젊은 날이 애달픈 사랑은 다가 올 미래의 고락을 이기는 보람찬 추억일 거라는, 지금은 혼자이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는 작품이다.
*임의 노래
밤마다 닭이 울적이면, 그 꼭두새벽에 임의 넋을 맞이하려 나가보는 그 애달프고 창자를 저며내는 슬픔을 담은 작품이다.
*임에게
떠난 임에 대한 미련과 원망, 야속한 여인에 대한 가슴에 솟구치는 설움을 담은 작품이다.
*봄밤
애절한 감상과 사무친 그리움으로 꽃과 바람과 밤과 봄을 맞이하는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밤
임을 기다리다 지쳐서 홀로 잠자리 들어 흐느끼며, 뼈에 저리도록 고독한 심정을 담은 작품이다.
*고적한 날
애틋한 첫사랑의 서러운 인연이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헤어져 그 아른한 꿈과 설움이 어린 작품이다.
*꿈으로 오는 한 사람
청소년 시절의 가녀린 풋사랑, 부끄러워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인연이 맺어지지 않은 채 평생을 애틋하게 가슴에 새겨진 연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꿈꾼 그 옛날
눈, 달빛, 꿈과 임과 샛별로 젊은 날의 티 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하얗게 내린 눈밭에 아로새긴 꿈 같이 서러운 작품이다.
*맘 켕기는 날
온다고 약속하고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사람의 안타가운 심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미
꾸밈없이 쓴 어린이 동시 같은 작품이다.
*삭주 구성
임이 계시는 고향을 그리는 사향가(思鄕歌)이다. 임을 그리는 애절한 정감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접동새
우리나라 마을 곳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시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여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고향의 임을 그리는, 나라를 잃고 떠도는 나그네의 쓸쓸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서(岸曙) 김억(金億) 선생님에게

(김소월이 세상을 뜨기 전 1934년 9월 21일에 쓴 편지)

몇 해 만에 선생님의 수적(手迹: 손수 쓴 글)을 뵈오니 감개무량하옵니다. 그 후에 보내 주신 책 『망우초(忘憂草)』는 재삼피열(再三披閱: 여러 번 살펴 봄)하올 때에 바로 함께 있어 모시던 그 옛날이 안전(眼前)에 방불(彷彿)하옴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제(題) 「망우초」는 근심을 잊어버린 망우초이옵니까? 잊어버리는 망우초이옵니까? 잊자 하는 망우초이옵니까? 저의 생각 같아서는 이 마음 둘 데 없어 잊자 하니 이리 불러 망우초라 하였으면 좋겠다 하옵니다.
제가 구성 와서 명년이면 10년 이옵니다. 10년도 이럭저럭 짧은 세월이 아닌 모양이옵니다. 산촌에 와서 10년 있는 동안에 산천은 별로 변함이 없어 보여도 인사(人事)는 아주 글러진 듯하옵니다. 세기(世紀)는 저를 버리고 혼자 앞서서 간 것 같사옵니다. 독서도 아니 하고 습작도 아니 하고 사업도 아니 하고 그저 다시 잡기 힘든 돈만 좀 놓아 보낸 모양이옵니다. 인제는 또 돈이 없으니 무엇을 하여야 좋겠느냐 하옵니다.
요전 호(號) 『삼천리(三千里)』에 이러한 절구가 있었습니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雲滅 浮雲自體本無質 生死去來亦如是
라 하였사옵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옵니다. 초초하지 말자고, 초초하지 말자고. 그러하온데 이 글을 인용하신 그분이 생사운명 좌담회 좌석에서 운명을 부정하였으니 역시 사람의 심리란 ‘모르겠다’ 하였사옵니다. 저는 술이나 한 삼오 배 마신 후이면 말을 아니 하면 말지 어쨌든 제 마음 나는 양으로 하겠다 생각이옵니다.
자고이래로 중추명월(仲秋明月)을 일컬어 왔사옵니다. 오늘 밤 창밖에 달빛, 월색(月色), 옛 소설에 어느 여자 다리 난간에 기대서서 흐득흐득 울며 사(死)의 유혹에 박덕한 신세를 구슬프게도 울던 그 월색, 월색에 백화(白?)와 지지 않게 밝사옵니다. 오늘이 열사흗 날 저는 한 10년 만에 선조의 무덤을 찾아 명일 고향 곽산으로 뵈오러 가려하옵니다.
지사(志士)는 비추(悲秋)라고 저는 지사야 되겠사옵니까 마는 근일 몇 며칠 부는 바람에 베옷을 벗어 놓고 무명것을 입고 마른 풀대 욱스러진 들가에 섰을 때에 마음이 어쩐지 먼먼 거친 마음이 먼먼 어느 시절 옛 나라에 살다가 지금은 너무도 소원해진 그 나라에 있는 것 같이 좀 설워 지옵니다.
잊자 하시는 선생님이 잊지 아니하시고 주신 『망우초)』 책은 역문(譯文)이라든가 원작(原作)이라든가 졸(拙) 혹은 가(佳)는 막론하옵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