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바꾸는오래된공부,경연
조선왕조실록에서경연의지혜를읽는다
『경연,평화로운나라로가는길』은조선시대,왕과신하가마주앉아배우고토론하던제도인경연을살펴보며공부와소통의의미를새롭게생각해보는책이다.조선왕조실록과승정원일기,추안급국안등을바탕으로동서양의고전을넘나들며기억과기록의의미를연구해온오항녕선생이십대들에게‘문치’와경연제도의이모저모,또그현재적의미를흥미진진하게전해준다.
사람이라면누구나가지고있는‘차마어찌할수없는마음’을가진덕성있는자의통치,왕도정치를추구했던맹자와“말위에서천하를얻을수는있어도말위에서천하를다스릴수는없다.”고했던육가의가르침에따라유가들은배움을통한세계의변화를추구하며그것을제도화하고자했다.그것을위해세습으로자리를물려받는왕을‘성군’이되도록훈련시키는제도,즉끊임없이경전을읽고토론하는경연을만들었던것이다.
저자가들려주는경연이야기는다채롭고생생하다.경연을담당하는관청으로집현전,홍문관등을만들고최소하루세번,『논어』와『대학』『소학』등을아침에는몇번암송하고저녁에는뜻을토론할것등의내용과방법뿐아니라복장까지아주세세하게규정했다.이제도가잘운영되던때는비교적살만하게나라가유지되었음을생생하게보여주는반면단종에게공부를하지말라고말렸던세조를비롯하여폭정을저질러폐위되었던연산군과광해군두왕은아프다,춥다등등온갖핑계를대며경연을거의하지않았음을보여준다.환관을대리출석시키기도하고끊임없이친국을하면서도경연에는나가지않자나라는어지럽고민생은파탄에이르렀던것이다.
이어지러운시대를이겨냈던힘은무엇이었을까?저자는멀리내다보며끊임없이공부하고,서로소통하며시대의어려움을나누는것이었다고말한다.그리고그전통이현재에도이어지고있음을알려준다.수많은시민들이자발적으로참여하는크고작은공부모임들은경연의내용적전통을,사람을중심에둔공공성을제도화하려는다양한협동조합등은경연의제도로서의전통을구현하는사례라는것이다.
십대들에게경연과그현재적의미를들려주는이책과함께오항녕선생이수년간매달려온『율곡의경연일기』(너머북스)가동시출간되었다.너머학교고전교실의열한번째책이다.
문치를위한제도,경연-하루에적어도세번,많으면다섯번!
경연은왕과신하가경전을함께공부하는제도다.요즘식으로말하자면대통령과비서,장관들이『논어』『자본론』『에밀』등의고전을읽고토론하는것이다.저자는그배경에‘문치’라는문명의비전이있음을살펴보며이야기를시작한다.‘국가의정책방향이나의사결정,집행에서논의와설득에기초한일련의제도적장치가현실적으로작동하는정치’라는뜻의문치(文治)는조선시대에는‘왕도정치(王道政治)’라고불리었다.왕도정치는경연,실록을편찬하는춘추관,감찰과언론의기능을하는사헌부와사간원이주축인언관이라는삼두마차가이끌었다.그중경연은왕을끊임없이공부하게하여‘성군’으로만들기위한제도로,배움과소통이나라를건강하게만들고세상을변화시키는힘이라는유가의오래된사상이담겨있다는것이다.
『경연,평화로운나라로가는길』에서는이렇게문치의의미를밝힌뒤,경연을담당한관청과조직체계,공부하는내용과방법등을조목조목살펴본다.단종과성종실록을보면하루에최소세번하고각각누가참석하는지,왕의복장규정까지세세하게정해두었다.아침에『논어』를읽고저녁에는배운것을복습한다등으로공부내용과방법도흥미롭다.
하루에세번씩신하들과공부하고토론했던조선왕들은상당히피곤했을법도하다.그러나경연을자주하면나랏일진행이더욱원활해지고결과적으로일의부담이덜어지는것이당연하다.저자는광해군이폐위되고12일만에열린경연의현장을생생하게보여준다.한대목만살펴보자.
이원익이아뢰기를,
“앞서대간이아뢴것을보니,사사로운선물을가지고궐문으로들어갔다는등의일이있었습니다.이는실로폐조(광해군)때의그릇된습관입니다.이어찌보고듣기에놀랄만한일이아니겠습니까.”
하니상이이르기를,
“나역시그말을듣고놀랐다.이뒤로어찌또다시그런일이있겠는가.”
하였고이원익이아뢰기를,
“성상의하교가이와같으시니매우다행입니다.임금이허물이있어그것을즉시고칠경우,마치해와달이일식,월식이끝나원상회복이되어광채가있으므로모두우러러보는것과같습니다.”하였다.
신하가왕에게허물을지적하며기탄없이대화를나누는장면은매우신선하게다가온다.저자는이렇게위와아래가막힘없이통해야평화가찾아온다고주장한다.그리고진정으로통하려면위가듣고아래가말해야한다,즉학생이말하고선생이듣고,아이가말하고부모가듣고,직원이말하고사장이듣고,시민이말하고위정자가들어야한다고지적한다.현재를사는우리에게도시사하는바가아주크다.
어지러운시대-아파서미루고춥다고미루고
조선시대의대표적인폭군으로꼽히는연산군,광해군시대에는경연제도가어떻게운영되었을까?앞에서도보았듯이왕과신하가공적인자리에서자주만나서토론하다보면국가운영이제대로되기마련이다.그러니어지러운시대에는반대로경연이제대로열리지않았으리라짐작할수있다.저자는실제로연산군과광해군대에경연이열리지않았음을생생하게보여준다.경연을하자는신하들의촉구에두왕은한결같이아프다,날씨가춥다,덥다,흉례중이다등등의핑계를대며번번이미루었다.연산군이환관김순손에게대리출석을시키고,경연을하기싫은마음을시로써서‘결석계’를내는장면은쓴웃음이나오게한다.광해군은아프다면서경연을계속미루지만,국문에는빠짐없이참석하여친국을하였다.또한‘음사’즉굿은끊임없이하면서도국사를미루어,환관에게“임금님이공사청에납시지않아제몸이편하니어찌살이찌지않겠습니까.”라는말까지들었다.결국이들은반정으로쫓겨나는몸이되었다.경연을하지않아서폐위된것만은아니지만,경연을하지않음으로써국정의논의가원활하지않게되자민생이피폐해졌던것만은분명하다.
한편책에서는어려서부터세자의공부,즉‘서연’을하였던사도세자의비극은어떻게보아야할지도짚어본다.제도가망가지는것은한순간이고사람으로서어찌할수없는운명같은일도있다는것이다.그러면서저자는이것을보며떠올려야하는중요한질문은이어려운시기에사람들은어떻게살았을까,어떤힘으로어려운시기를지났을까,하는것이아닐까?라고묻는다.
세상을바꾸는배움과소통의의미를생각하다
저자오항녕선생은임진란중에도경연을계속하자고청했던서애유성룡의상소와젊은나이부터경연에참석하여공부했던율곡의경연일기의대목들,그리고퇴계의『성학십도』중‘제10숙흥야매잠’을차근차근보여주며,다시한번‘문치’‘배움’의중요성을짚어낸다.그리고어려울때일수록부자처럼살자,멀리내다보며공부하는자세이외에어떤세상을변화시키는다른방법이있을까묻는다.
이러한전통은21세기에는어떻게이어져야할까?저자는시민들이자발적으로모여앉아공부하는다양한모임에서경연의내용적전통을찾고,협동조합을비롯하여사람과공공성을중심으로제도를만들어보려는노력들에서제도적전통을찾아낸다.그리고흘러넘치는자극적인정보들과거리를두고,그정보들에의해주입되는욕망의포로가되는것을경계하자고한다.삶에보탬이되는정보를얻고소통하기위한노력을꾸준히해야하고이노력은배반하지않는다는것이저자의따스한조언이다.우리십대들,그리고우리사회에꼭필요한이야기가아닐까.
이책의그림은신인화가인이지희작가가그렸다.작가특유의사람에대한따스한감성이묻어나오는그림들이책읽기를더욱풍성하고즐겁게해줄것이다.
너머학교고전교실시리즈
너머학교고전교실은21세기를살아갈우리십대들에게새로운관점과다양한고전리스트,자유로운형식을선보이며재미있고유쾌하게고전을만나게하자는문제의식으로시작되었다.
고전을오랫동안공부하고애정을가져온전문가들이재미있고쉽고유쾌하게고전이야기를풀어내고,그에맞는본문구성과읽기편한문장,생각을넓혀주는일러스트와사진자료등을섬세하게편집하고정성들여펴낼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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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기원,모든생물의자유를선언하다찰스다윈원저ㆍ박성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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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위해공부하라(고전이건네는말2)수유너머R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38월청소년을위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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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세상을돌며춤춘다(고전이건네는말3)수유너머R글(○책따세2014겨울방학공식추천도서)
대화편,플라톤의국가란무엇인가플라톤원저ㆍ허용우글
감히알려고하라(고전이건네는말4)수유너머R글
아Q정전,어떻게삶의주인이될것인가루쉰원저ㆍ권용선글
언제나질문하는사람이되기를(고전이건네는말5)수유너머R글
경연,평화로운나라로가는길오항녕글
*이시리즈는계속이어질예정이다.